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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나는 말 잘하는 어린이
신유아 지음, 이길수 그림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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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들었던 생각 하나.

와, 요즘 어린이 책은 이런 수준까지 나오는구나!

어린이를 매일 만나는 직업이지만 그래도 어린이 책은 내게 어린이 책 이었나보다.

나 때는~ 이런 책이 있었나...

어린이가 읽을 수 있는 멋진 책들이 정말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멋지다고 느꼈는가.

첫째, 아이들의 고민에 안성맞춤!

"말 잘하고 싶다다"는 마음이 어린이들에게 있다는 것을 어른들은 정말 알고 있을까?

어린이는 정말 알고 있을까?

사실 어린이를 가르치고 있지만 어린이들이 말 잘하고 싶다는 고민이 있다는 것을 의식에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정말로 많은 어린이들이 말을 잘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나는 순간 내 고민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둘째, 차근차근 알려준다.

어린이들에게 말하기를 가르쳐본 적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 또한 어린이들에게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이 책 만큼 상세히 알려줄 자신은 없다.

무엇이 진짜 잘 말하는 것인지, 어떤 문제들을 돌파해나가야 하는지 등등

이 책을 읽으며 알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알기 쉽게 차근차근 이고,

동시에 어른들에게 - 부모나 교사들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교사로서 "이렇게 말해주어야 겠다" 싶은 부분이 많았다.

혹시 친구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해서 상대방이 오해하거나 서운해한 적이 있니? 그 친구는 아마 네가 아이 콘택트를 많이 힘들어하는지 몰랐을 거야. 이제는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솔직히 말해 봐. "나는 사실 눈을 바라보고 말하기가 힘들어. 네가 말할 때 다른 생각을 하거나 딴짓을 하는 게 절대 아니야. 잘 듣고 있는데 눈을 마주치는 게 힘든 것뿐이거든. 앞으로 내가 아이 콘택트를 잘 못하더라도 조금만 이해해 줘. 나도 바라보기 훈련을 할 테니 많이 도와주면 좋겠어." 이렇게 솔직히 말하면 늘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는 너의 진심을 다들 충분히 헤아려 줄 거야

(오늘부터 나는 말 잘하는 어린이, 47쪽)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아이들도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이런 어려움을 겪겠구나, 이런 느낌을 받은 적 있겠구나,

하고 헤아려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많은 선생님들에게도 추천하게 되는 책이다.

또한 많은 어린이들이 이 책과 함게 자신의 고민을 만나고, 보다 씩씩한 어린이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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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약시대 - 과학으로 읽는 펜타닐의 탄생과 마약의 미래
백승만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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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출판사의 서평단 이벤트로 <<대마약 시대>>를 읽게 되었다.

근래 연예인들과 관련된 이슈로 내게도 마약에 대한 작은 관심이 생긴 듯 하다. 와중에 만난 <대마약 시대>다.

이 책은 크게 5챕터로 되어 있다.

1장 마약을 드립니다.

2장 펜타닐과 21세기 아편전쟁

3장 지금 우리나라는?

4장 마약을 줄이는 방법

5장 마약 청정국으로 되돌아가는 길

모르핀의 역사를 시작으로 기침약으로 시작한 '헤로인'이 소위 길거리 마약의 대명사가 되기 까지의 과정, 또 '처방 마약'이라는 마약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안의 등장, 마약이 끊기 어려운 까닭, 우리 나라의 상황 등이 담겨 있다.

여러 마약들이 가져오는 효과에 대한 소개는 물론이고 여러 일화를 통해 그 위력을 실감할 수도 있다. 어떤 인체 작용 때문에 여러 가지 환각, 중독 등을 일으키는지도 들여다본다.

이 책을 읽으면 마약에 대한 기본 개념이 잡힌다.

메스암페타민, 코카인, 대마 등 유명 마약들이 소개되어있는데

이 마약들이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 그 역사와 함께 관련한 과학적 지식들을 알 수 있다.

가령, 이번 책을 읽으며 '반합성 아편류 진통제'와 '합성 아편류 진통제'라는 말은 처음 알게 되었다. 전자가 자연의 아편에서 유래해 만들어진 진통제라면 후자는 "처음부터 공장에서 화학적으로 생산하는 의약품"이다. 과학과 영 거리가 먼 나에게는 공장에서 합성하여 화학적 구조를 만들어낸 다는 것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공부할 것들이 꽤 있기 때문에 술술 읽는 것과 함께 메모 하고 기억하며 읽으면 더 재밌고 유용할 책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었다. 꼭 알아야 하나? 흥미로 읽긴 했다만 굳이 마약에 대해 자세히 알 필요가 있을까...?

내 결론은, 알면 좋다! 아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알면 두렵지 않다.

마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대마약 시대'라는 제목이 낯설지만은 않은 것은

이제 우리 일상에 마약이 멀지만은 않다고 느끼고 있어서이리라.

나나 내 친구들에게나 마약은 연예인이나 싹수 노란 부자들이 하는 것이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질 나쁜 마약에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것 또한 모르지 않는다.

마약은 분명 멀리해야겠지만, 아는 것 또한 마약에 대한 대비책이 된다.

우리 사회 깊숙이 마약이 들어와 있다면, 우리는 마약하는 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마약과 관련된 사회적 대처 등에 대해 의견을 갖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의미가 있다. 이 책에서는 "예방 교육"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 책 자체가 마약 예방 교육이 아닐지.

정말로 재미있게 읽어서 여러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꼭 마약이 아니더라도 각자가 가진 중독에 대해서도 들여다 보게 한다. 꼭 공부하면서 읽지 않더라도 친절하고 실감나는 설명에 쉽게 빠져들어 읽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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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를 위한 기후 위기를 이겨 내는 상상력 미래 세대를 위한 상상력 3
안치용 지음 / 철수와영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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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탄소 중립’, ‘지구 온난화’... 이런 말들은 이제 우리 생활 가까이 다가왔다. 10살 어린이도 북극곰이 아프고, 지구가 아프다고 말하는 시대다.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서야한다고 많은 이들이 함께 말하는 시대다. 또 그만큼 기후 위기에 대한 책도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먼저 드는 생각은 모른다였다. 기후 위기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아마도 앞으로 계속 구체적으로 알아나가야 할 것 같다. 꿀벌이 사라지며, 새로운 북극곰이 나타난다. 해수면 상승으로 집단 이주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실제로 사라지는 섬들이 생긴다. 어떤 점에서 이 일들은 당장에 눈 앞에 체감되지 않는 일들이다. 기후 위기와 관련하여 자신의 삶 및 미래에 대해 알 수 없이 우울하고 무기력함을 느끼는 이들은 분명 많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에이 설마~”, “그래 위기라고 하더라~”하는 식으로 현재 내가 사는 지구가 처한 위기 상황을 생각하는 사람들 또한 많을 것이다.

이 책은 반복적으로 우리가 정말 위기속에 있다고 알려준다. “결국, 머지않은 미래에 얼음 없는 북극은 현실이 되며, IPCC2050년 이전에 최소 한 번은 얼음이 완전히 사라진 북극의 여름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78)

이 책은 여러 가지 현실을 직시하는 것과 함께 현재 활발하게 진행 중인 기후 위기를 이겨내는 상상력을 소개한다. 맹그로브 숲을 보존하고 복원하며 탄소 배출권을 판매하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하면, 어떤 자동차 회사는 꿀벌을 키우며 환경 보호 활동을 펼친다. 우리 기술은 빙하를 만드는 잠수정도 만드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공학적 처치의 불안전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과학 기술의 혁신을 부정하자는 말은 당연히 아니며, 과학 기술의 혁신에 의존할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야말로 사회 전체의 변화가 요구되는 때이다.

이 책은 사례가 가득하다. 기후 위기로 인한 생태계 변화, 또한 그에 대처하는 여러 노력들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이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 청소년이 함께 읽으며 바로 지금 여기의 기후위기 그리고 기후 위기를 이겨내는 상상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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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이너스 2야 - 제2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41
전앤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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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 한 교실에 있던 애가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며 나에게도 스며들었던 질문이다. 한 교실에 있던 애가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 나는 학생이 아니며 학창 시절 교실에서 친구의 죽음을 겪은 적도 없다. 하지만 저 문장을 읽는데 최근 몇 년 사이 교실에서 친구의 죽음을 맞닥뜨려야 했을 많은 학생들, 선생님들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정말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애도하고, 어떻게 빈 자리를 잊지 않을 수 있는 것일까.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미주에게 죽은 세아가 나타나 말을 건다. 세아는 미주에게 자신에게 빌린 500원을 갚으라고 요구하는데, 아마도 500원의 의미를 이해할 때 세아도, 미주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 나는 가제본 서평단으로 책의 앞 부분만 읽었다.)


제목에서 생각해볼 수 있듯이 이 책은 "마이너스"인 존재들을 주요 인물로 하고 있다. 주인공 미주는 백구십육만원을 부모님 몰래 써버린 이력이 있고, 이 빚을 갚기 위해 부모님 가게에서 노동을 한다. 그리고 세아에게 500원을 빚졌다. 


그런데 500원, 갚아야 하는 것일까? 갚아야 할만큼 큰 돈도 아닌데...

하지만 빚을 진다는 것에 있어서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돈'이상인 것 같다.

누군가 내게 빌려줄 때 그 때에 오는 것은 '돈'(!)만이 아니다. 마음이 오고, 배려가 온다. 관계를 맺고 싶다는 소망이 오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는 정말 아무리 작은 돈도 공짜가 아닌 것이다.


이 이야기의 뒷부분을 읽지 않아 결말은 모르겠다. 하지만 '빚진 마음'에 대해서만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부자이면 친구가 생길까? 부자라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까? 어쩌면 자신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빚지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의 돌봄과 배려를 빚진 존재라는 것을... 부자는 오히려 더 까먹기 쉬은 것은 아닐까.


빚을 진 자는 빚을 갚아야 한다. 세아는 양파를 깎으며 부모님께 진 빚을 갚는다. 세아는 미주가 세정이와 친구가 되면 500원의 빚을 탕감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빚을 갚는 것에 대해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마땅한 빚 갚기 과정을 통해 사람은 알아차릴 수 있는 것 아닐까. 자신이 무능력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돈이 있고 없고와 무관하게 자신 또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누군가를 돕고, 배려하며,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이 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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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게리 - 건축을 넘어서 현대 예술의 거장
폴 골드버거 지음, 강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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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프랭크 게리라는 건축가를 아시는가? 사실 나는 몰랐다. 그렇다면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사실 나는 또 몰랐다. 하지만 몇 가지 건축물만 검색해 보아도 건축이나 미술, 예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이도 프랭크 게리가 대단한 건축가라는 느낌만은 확실히 받을 것이다. 《프랭크 게리, 건축을 넘어서》를 받아들고 인터넷에 저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아보았는데 정말 재미났다. 매끈하면서도 투박하고, 장난스럽고 거칠지만 그렇다고 경박하거나 산만하지 않은… 지금 이미지를 검색해 보아도, 또 보아도 분명 어떤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데 이것은 ‘건물’에 대한 내 익숙함과 맞물려 있는 데서 오는 것일 거다. ‘왜 몰랐어?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아마 이런 질문과 함께 많은 이들이 프랭크 게리의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건축을 넘어서》에는 칼라 인쇄되어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이 사람은 뭘 하고 싶었던 것일까? 대체 왜 이런 건물들을 지은 것이지? 어떻게 이런 건물이 가능한 것이지? 《건축을 넘어서》는 이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리를 게리이게 한 토대에는 그의 가족력(유대인 배경 등), 나고 자란 도시들, 만난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로 인한 그의 좌파적 성향 또한 저자가 중요하게 보고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위대해진 데에는 역시 그의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독특한 방식이 있는 것 아닐까. 내게 재미있게 다가왔던 것은 그의 탐구 여정이었다. 

그가 여행하고, 끊임없이 도시의 건축물을 관찰하며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발견해간다. 아마 이런 모색의 과정이 없었다면 어마무시한 자본, 클라이언트의 요구들, 도시의 분위기가 싸우는 한복판에서 자신만의 건물을 뚝심있게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게리의 평범한 사물을 향한 관심은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차를 몰고 돌아다니며 로스앤젤레스와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 규격형 주택을 관찰했다. 게리는 시공 초기 단계에 투바이포 공법으로 세워진 목조 구조가 퍽 예뻐 보였다. 건물의 형태는 뼈대로 완성되지만, 전체 시공 과정을 놓고 보자면 뼈대는 중간 과정에 불과한데, 게리의 눈에는 완공된 결과물보다 뼈대가 더 나아 보였다. 완성된 주택의 실루엣을 보여 주지만, 동시에 그저 텅 빈 구조물일 뿐인 뼈대의 모호함은 게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게리는 스티브스 하우스 작업 도중, 미완성 규격형 주택에 관한 관심이 단순히 유별난 관찰을 넘어 자신의 작업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더 흥미롭게 활용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련된 목재로 덮이기 전의 주택에도 일종의 아름다움이 스미어 있어요. 만듦새랑 상관없이요. 한번은 꽈서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예술가들은 ‘완벽함’이란 사물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도, 당연한 기준도 아니고, 사실은 억지로 꾸며 낸 것이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하고요. 그러자 모든 것을 그저 내버려 둔다는 생각이 건축하는 하나의 새로운 방식으로 떠올랐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무슨 짓을 해도 그 완벽함에 다다를 수 없으니까요. 애초에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면 그저 몸을 맡기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지켜보는 게 어떨까 싶었습니다. 이런 태도는 지금도 제 작품에 드러나는 것 같아요.” (192쪽)



게리의 건축에 대한 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규격화되지 않은 형태일 것이다. 또 책을 읽다보면 세련되지 않은 것 - 완벽한 만듦새를 갖추지 않은 것을 선호하는 성향을 만나게 된다. 유명한 게리 하우스 또한 어찌 보면 “으잉?” 싶을 정도인데 어떤 점에서냐면 ‘매끈’하지 않다는 점에서 불안해 보일 정도로 ‘빈틈’이 많아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완성된 건물의 형태에서 뿐만 아니라 재료에 있어서도 게리는 일상적이며 어쩌면 당시에 건축에서는 잘 쓰이지 않았던 비주류의 재료들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데 재미있는 것은 동시에 게리의 건축물에 첨단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게리는 항공 산업을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 기술을 자신의 건축물을 설계하는데 도입하는데 그 덕에 적은 비용으로도 그가 원하는 다양하고 유려한 시도들이 가능해졌다. 

게리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무시하며 제멋대로인 예술가라는 식의 비판을 정말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책을 읽다보면 저런 비판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지 알 수 있다. 허공에 뜬 상상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대중의 필요나 더 나은 삶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며 동시에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조율해 나가고, 주어진 비용에 맞춰 다양한 재료를 시도 하는 모습들 - 이 점이 오히려 예술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게리는 세속적으로도(^^;) 성공한 예술가로 정말로 많은 건물을 남겼다. 청담의 루이뷔똥 역시 게리의 작품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프랭크 게리, 건축을 넘어서》는 게리 건축의 여러 가지 토대를 경험하며, 그의 건축물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멋진 책이다. 여러 페이지에 감추어진 멋진 장면들 - 가족 관계나 친구 관계의 드라마를 포함해 -을 잘 전하지 못해 아쉽다. 게리 시대의 미국, 유럽 이곳 저곳의 공기를 느낄 수 있는 것도 큰 재미. 두꺼운 책일수록, 나와 영 관련이 없는 것 같은 책일수록,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 것이 하나의 기술 아닌가. 많은 독자들이 프랭크 게리와 만나게 되기를.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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