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세계사 - 역사를 아는 만큼 미래가 보인다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41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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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틀을 잡고 싶을 때는 이 책을!

 

이 책은 미디어 혁명을 중심으로 선사 시대에서 지금의 세계화, 신자유주의 체제에 이르는 긴 시간을 정리하고 있다. 읽다 보면 미디어 혁명에 대한 것 보다는 개개 세계사의 중요 사건들이 더 기억에 날 수도 있으나, 사람들이 더 넓게 소통하며, 자신의 권리를 싸우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분명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읽기가 쉽지 않으나, 여러 사건들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 따라가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미디어 혁명이라는 점에 주목해서 보아도 생각할 거리가 많다. 여기서도 미디어 혁명을 중심으로 메모를 해보고자 한다.

첫번째 미디어 혁명인 <>의 출현. 말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해 주는데, 이 말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직립보행이다. 어쩌다 직립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직립해 두 손이 자유로워진 인간의 조상들이 있었고, 두 손이 자유로워지자 석기를 만드는 등 손 노동을 시작할 수 있었으며, 점차 뇌 용량도 커져간다. 직립한 인류는 다른 동물과 달리 척추가 두뇌를 떠받칠 수도 있었고, 손을 쓰며 불을 발견하자 이 또한 두뇌가 커지는 데 기여한다. 불에 익혀 먹을 것이 부드러워지자 그동안 질긴 고기를 먹느라 두뇌 둘레를 죄어 왔던 얼굴 근육이 줄어들며 두뇌가 서서히 커졌다고 한다. 저자는 주먹 도끼를 지금의 스마트폰과 연결짓는데 이 점이 정말 재미있었다. 주먹 도끼는 그저 기술도, 신체의 여러 기능도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한 인류의 작은 발명품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주먹 도끼 없이는 다정한 말을 나누고, 시를 쓰며, 자신의 주장을 주장하는 지금의 인간도 불가능하다.

두 번째 미디어 혁명은 이 출현한 것이다. 말은 분명 글보다 어떤 점에서 자유로우나 그 영향력은 짧다. 글은 말을 남겨, 말이 당장 사라져도, 그 말이 닿지 않은 곳까지 내용을 전달한다. , 글을 통해 보다 깊이 있는 생각을 펼칠 수 있게 된다. “글은 말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문자의 발명으로 인류는 비로소 지혜의 저장이 가능해진 겁니다.”(41) 하지만 이 글의 탄생은 문자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곧 특권을 가진 소수와 그렇지 않은 다수의 골을 팠다. 계급이 분화하며 특권을 가진 소수가 노동하지 않기 시작한 것도 문자의 출현과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 글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여기까지 읽다 보면, 이 다음 과정으로 말해주는 인쇄 혁명또한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말은 시간의 제약, 글은 공간의 제약이 있었지만 인쇄 혁명은 시간과 공간을 모두 넘어 많은 사람들을 연결해 주었습니다. 인류가 문자를 발명한 뒤 그것으로 기록한 책을 대량으로 유포하기까지 4500년이 흐른 셈입니다.”(138) 우리가 익히 들어온 종교개혁, 그 개혁에 불을 부친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등장하는 것은 인쇄술이 발달하여 성경과 같은 책들이 더 이상 성직자들 등 소수의 독점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끝으로 지금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소통 혁명의 시대이다.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언론 행위를 펼 수 있는 시대, “아무런 특권이나 특혜도 없는 민중들이 직접 글을 발표하며, “‘민중의 자기 통치에 가까이 다가선 시대다.(296) 분명 해악도 많겠지만, 미디어 혁명과 함께 저자는 미래를 밝게 전망하고 있다.

책을 읽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는데, 그럼에도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장면들이 많다. 미디어 혁명의 내용도 그렇고, 그밖에 여러 장면들에 대해 재독의 필요성을 느낀다. 처음 세계사 공부를 시작하는 십대나 나처럼 세계사가 영 멀게 느껴지는 많은 어른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문학 작품이나 철학서들이 언급되어 시대의 분위기를 체감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선사 인류에서 출발해서 왕이나 왕족, 국가 단위의 움직임을 보다가 점차 가까운 세계로 오며 가까운 사람들 그러니까 상인이나 노동자 계급, 민중의 활동을 만나게 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다. 유럽이나 미국 세계의 출현, 동아시아의 역사가 유럽 등 강국의 역사와 만나는 지점 또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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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호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23
채은하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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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까치, 토끼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아 물론 까치와 토끼는 어떤 점에서는 조연이고, 이들 동물과 친구가 되는 어린 남매도 등장한다. 

무튼 저 동물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인간 세상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며 인간이자 동물로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호랑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변신한 호랑이 모습을 알아볼 수 있다는 사냥꾼의 가족들이 나타나며 동물들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물론 어려움은 잘(!) 해결된다. 그리고 이 어려움이 어떻게 해결되며, 호랑이나 다른 친구들이 자신의 고민을 어떻게 뚫고 가는지를 따라가는 것이 이 책 읽기의 재미고 감동이다. 

책 속의 인물들 - 동물들, 어린이들은 어른들 역시 여전히 부닥치는 문제들과 만난다.

나는 누구인가,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이 기본적인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우리들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마음 하지만 놓치기 쉬운 소중한 마음들을 일깨운다.

거창한 계보나 주위의 평판, 편견, 부귀나 명예 같은 것을 넘어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택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이 책에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만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삶을 찾기 위해 벌어지는 모험이 담겨있다. 그것도 다정하고 포근하게 말이다. 


"넌 싫다며. 사람들이 수군대서 힘들다며. 그런데 왜 그런 것까지 하는 거야?"

"아니, 내가 하는 건 다 쓸데없는 일뿐이야. 아빠가 시키는 걸 어떻게 안 하니. 어쩔 수 없잖아.

지아는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루호는 발을 쿵 굴렀다.

"그건 핑계야. 우리 할머니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우리는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댔어. 그 선택이 자기 자신을 만든다고 했어. 넌 무얼 하고 싶은 건데?" (94쪽)


책을 덮으며, 호랑이가 등장하는 옛 이야기들이 읽고 싶어졌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좋은 이야기들이 많지만 호랑이가 나오는 이야기도 줄지 않았으면 좋겠다. 호랑이가 나오는 좋은 이야기가 많으면, 어쩌면 호랑이와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모악 할미의 변신술 수업이 힘든 건 아니었다. 오히려 포근하고 따스했다. 할머니는 루호의 목덜미를 안고 다정한 목소리로 어마어마하게 길고 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는 루호 안에 깊이 잠들어 있던 낯선 마음을 깨웠다. 그 마음은 소란스럽고 마구 꿈틀거렸다.

"사람이든 호랑이든 토끼든 모두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단다. 그래서 누구와도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어. 난 그저 널 아끼는 마음을 준 거야. 이제 새로 깨어난 마음을 잘 보듬어 주렴."(65쪽)


이야기는 마음을 일깨운단다. 또, 주인공 호랑이(루호)가 변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악 할머니에게서 받은 저 마음을 잘 지켜내야 하나 보다. 이 책 <루호>도 읽는 이들에게 어떤 마음을 일깨우는 것 아닐까. 호랑이와 토끼의 마음에 귀기울이고, 우리를 위협하고 두렵게 하는 것들과 싸워 진짜 우정과 가족을 이룰 수 있는 그런 마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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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똑똑 세계사 시리즈
제임스 데이비스 지음, 김완균 옮김 / 책세상어린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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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람들은 거의 2500년 전에 살았지만, 세상을 영원히 바꿔 놓았어요.”

 

고대 그리스는 지금으로부터 2500녀도 더 전의 시간이다. 우리 신화에서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한 것을 기원전 2333년으로 보는데, 크레타 섬에서 시작된 미노아 문명 역시 비슷한 시기인 기원전 2600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고대 그리스 문명은 확실히 독보적이다. 고대 그리스를 이 책에서는 크게 세 시기로 말해준다. 고졸기(BC 800~), 고전기(BC480~), 헬레니즘시대(BC323~BC31) - 이 세 시대에 출연한 많은 것들이 지금까지도 우리 의학, 예술, 철학 등 많은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익히 알다시피 민주주의 역시 고대 그리스(고전기)를 시초로 삼는다. 한편, 고전기 그리스 시대에 아테네는 종교, 정치, 예술, 학문의 중심지였는데 피타고라스나 소크라테스, 플라톤같은 걸출한 학자들을 배출할 정도였으니 그 수준이 대단했던 것 같다.

이 책은 이와 같은 그리스의 역사, 문화, 신화 등을 직관적으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게 한다. 고대 그리스의 기원으로 보고 있는 미노아 문명, 이어 등장했다가 갑자기 사라진 미케네 문명 시기를 지나 고대 그리스의 세 시대(고졸기, 고전기, 헬레니즘)에 이르는 동안 등장한 여러 가지 문화를 소개하는데 각 페이지마다 알차며 동시에 재미있다. 독특한 그림채와 색깔로 크노소스 궁전이나 트로이 전쟁을 소개하고, 아테나 여신의 조각상이나 파르테논 신전 등을 가지고 있었던 아테네의 풍경, 그리스의 투표 모습, 올림픽, 옷차림 등 역시 인상적인 일러스트로 보여준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시간이 흐르는 순으로 고대 그리스의 생활 모습, 문화 유산 등을 소개하고 있지만 순서와 상관 없이 펼쳐도 충분히 읽는 혹은 보는 재미가 있다. 페이지 가득한 재미있는 이미지, 꼭 만화같은 크고 작은 설명들을 읽다보면 절로 고대 그리스와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것이다. 어린이가 읽어도 좋지만, 재미있는 그림과 말풍선 덕에 어른이 보아도 충분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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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의 모험 일지 재미만만 그리스 로마 신화 7
김영주 저자, 허현경 그림, 김길수 감수 / 웅진주니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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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입니다.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오디세우스가 부하들과 함께 고향인 이타카로 돌아가는 여정 그리고 이타카에 돌아와 페넬로페 그리고 그의 아들을 다시 만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세이렌 이야기나, 외눈박이 폴리페모스를 속여 탈출한 이야기 등이 바로 여기에서 등장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이야기가 모험일지그러니까 일종의 일기 형식으로 쓰여있다는 것입니다. 원전의 이야기를 충분히 따라가면서도 오디세우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귀환 모험담은 아이들이 충분히 집중하게 할 만합니다.


오디세우스의 모험 일지를 통해 만나게 되는 오디세우스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영웅의 이미지, ‘영웅의 모험에 대한 이미지를 깨부숩니다. 허점이 많고, 실수 투성이의 영웅과 그의 부하들의 모습 때문입니다. 특히 트로이 전쟁 이 후의 이야기로 전쟁 영웅의 면모보다는 그의 귀환 여정을 담고 있는데, 대체 이 멤버들 허점 많은 영웅과 더 문제적인 부하들 이 과연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이미 다른 책이나 이야기들을 통해 오디세우스가 무사히(?) 이타카로 돌아간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겠지만 말입니다. 폴리페모스를 속이기 위해 양의 배에 매달리는 꾀른 낸 것과 같은 일화는 오디세우스의 지혜를 드러냅니다. 하지만 약한 점도 많고 실수들도 많습니다. 가령, 위험한 바람이 담긴 자루를 굳이 열어보아 이타카를 지척에 두고 다시 떠돌이 신세가 된다. 신의 사랑을 받지만 또한 신들의 노여움을 사기도 하는 오디세우스. 그러나 이렇게 약한 영웅과 그의 부하들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겸손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만난 영웅은 절대 의기양양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 또한 진짜 영웅다움이 뭔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때문에 오디세우스 이야기가 수 많은 버전으로 등장하고, 이번에는 오디세우스의 모험 일지라는 멋진 형식으로도 우리 앞에 도착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원전은 당연히 청소년 어린이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집니다. 성인인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무리 한글 번역이 좋더라도 어떤 장면은 상상하기 어렵고, 때때로 흐름을 놓칩니다. 지명이나 등장 인물(괴물 포함^^)의 이름들 또한 읽기를 방해할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어려움들을 여러 가지 자료로 보완합니다. 또 읽기 쉬운 일기 형식을 통해 재미있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눈으로 읽어도 좋지만, 자녀나 학생들과 함께 소리 내어 읽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읽기에 도움을 주는 자료들이 많은데, 이 구성이 정말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도가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애써 찾아보지 않아도 오디세우스의 여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지척의 이타카를 이렇게 힘들게 갔어야 했는지지도만 옆에 두고도 함께 이야기 해 볼 것들이 많습니다. 어떤 장면들은 만화로 제시되어 있는데 그 덕에 마치 대사를 읽듯이 재미있게 읽게 됩니다. 인물 카드가 있어 이야기를 기억하기에도 좋고,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하기에도 좋습니다.


직접 보면 알겠지만, 저는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삽화나 만화, 그 밖에 자료도 허투루 만들어지지 않았고,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큽니다. 아직 시리즈(재미만만 그리스 로마 신화)의 다른 책들을 다 읽어 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 책 오디세우스의 모험 일지는 추천할만 하며, 다른 책들 역시 기대가 됩니다. 오래 가는 멋진 시리즈가 나온 것은 아닐까, 기대해 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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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너무 느린 이유노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정유리 지음, 김규택 그림 / 책속물고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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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일에서 느려 선생님께 지적을 받기도 하고, 본인도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 이유노는 타임피아에 다녀와 빠른 학생이 된다. 그로 인해 지각도 하지 않고 음식도 빨리 먹지만 학교 생활에서 도리어 실수와 사고를 만들어 낸다. 이와 같은 일들을 계기로 유노는 빨라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게 된다.

느리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 같다. 선생님이 요구하는 속도에 맞춰 무엇이든 빨리 할 수 있는 아이조차 느리면 안된다는 강박을 갖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느리면 안되는 것일까. 빠른 것은 대체 무엇이고, 무엇을 할 때에 얼마나 빨라야 하는 건데? 사실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막연하게 빠른 것이 느린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타임피아의 메시지가 딱 그렇다.

타임피아에서는 느림보는 싫어요” “빨리 말하고 빨리 움직여와 같은 메시지를 취지로 훈련이 진행된다. “무조건 빨리하는 건 언제나 행복해. 나는 더 이상 꼴찌가 아니라네.” 가만 보면 어이가 없지만 학교에서, 사회에서, 또 나도 모르게 갖고 있는 메시지인 것 같다. 근거도 없지만 이 메시지에 길들여져 느린 아이는 견디기 힘들고, 느린 내 모습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책에서는 지나치게 빨리 행동하는 바람에 사고가 벌어지고 유노의 무조건 빨리에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 무엇이든 빨리 해 여자 친구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만 도리어 실수 연발이다. 엄마는 밥의 맛도 음미하지 않고 빠르게 먹어치우는 아들이 걱정스럽다. 그리고 김치는 느리게 익어 가며 더 좋은 맛을 내지 않는가. 함께 살다 보면 분명 서로 속도를 맞춰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나 아이, 또 다른 이에게 주입되는 목소리가 무조건 빨리는 아니였으면 좋겠다.

이야기에는 느리고 빠른 것과 관련된 사건도, 비교물도 많다. 이야기는 김치로 시작하여 김치로 끝나며, 세상에서 가장 느린 물고기 그린란드 상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더군다나 타임피아는 누구나 한번 쯤은 다녀오고 싶은 혹은 누군가를 보내고 싶었던 바로 그곳 아닌가. 아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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