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너무 느린 이유노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정유리 지음, 김규택 그림 / 책속물고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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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일에서 느려 선생님께 지적을 받기도 하고, 본인도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 이유노는 타임피아에 다녀와 빠른 학생이 된다. 그로 인해 지각도 하지 않고 음식도 빨리 먹지만 학교 생활에서 도리어 실수와 사고를 만들어 낸다. 이와 같은 일들을 계기로 유노는 빨라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게 된다.

느리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 같다. 선생님이 요구하는 속도에 맞춰 무엇이든 빨리 할 수 있는 아이조차 느리면 안된다는 강박을 갖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느리면 안되는 것일까. 빠른 것은 대체 무엇이고, 무엇을 할 때에 얼마나 빨라야 하는 건데? 사실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막연하게 빠른 것이 느린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타임피아의 메시지가 딱 그렇다.

타임피아에서는 느림보는 싫어요” “빨리 말하고 빨리 움직여와 같은 메시지를 취지로 훈련이 진행된다. “무조건 빨리하는 건 언제나 행복해. 나는 더 이상 꼴찌가 아니라네.” 가만 보면 어이가 없지만 학교에서, 사회에서, 또 나도 모르게 갖고 있는 메시지인 것 같다. 근거도 없지만 이 메시지에 길들여져 느린 아이는 견디기 힘들고, 느린 내 모습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책에서는 지나치게 빨리 행동하는 바람에 사고가 벌어지고 유노의 무조건 빨리에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 무엇이든 빨리 해 여자 친구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만 도리어 실수 연발이다. 엄마는 밥의 맛도 음미하지 않고 빠르게 먹어치우는 아들이 걱정스럽다. 그리고 김치는 느리게 익어 가며 더 좋은 맛을 내지 않는가. 함께 살다 보면 분명 서로 속도를 맞춰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나 아이, 또 다른 이에게 주입되는 목소리가 무조건 빨리는 아니였으면 좋겠다.

이야기에는 느리고 빠른 것과 관련된 사건도, 비교물도 많다. 이야기는 김치로 시작하여 김치로 끝나며, 세상에서 가장 느린 물고기 그린란드 상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더군다나 타임피아는 누구나 한번 쯤은 다녀오고 싶은 혹은 누군가를 보내고 싶었던 바로 그곳 아닌가. 아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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