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호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23
채은하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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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까치, 토끼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아 물론 까치와 토끼는 어떤 점에서는 조연이고, 이들 동물과 친구가 되는 어린 남매도 등장한다. 

무튼 저 동물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인간 세상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며 인간이자 동물로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호랑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변신한 호랑이 모습을 알아볼 수 있다는 사냥꾼의 가족들이 나타나며 동물들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물론 어려움은 잘(!) 해결된다. 그리고 이 어려움이 어떻게 해결되며, 호랑이나 다른 친구들이 자신의 고민을 어떻게 뚫고 가는지를 따라가는 것이 이 책 읽기의 재미고 감동이다. 

책 속의 인물들 - 동물들, 어린이들은 어른들 역시 여전히 부닥치는 문제들과 만난다.

나는 누구인가,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이 기본적인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우리들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마음 하지만 놓치기 쉬운 소중한 마음들을 일깨운다.

거창한 계보나 주위의 평판, 편견, 부귀나 명예 같은 것을 넘어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택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이 책에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만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삶을 찾기 위해 벌어지는 모험이 담겨있다. 그것도 다정하고 포근하게 말이다. 


"넌 싫다며. 사람들이 수군대서 힘들다며. 그런데 왜 그런 것까지 하는 거야?"

"아니, 내가 하는 건 다 쓸데없는 일뿐이야. 아빠가 시키는 걸 어떻게 안 하니. 어쩔 수 없잖아.

지아는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루호는 발을 쿵 굴렀다.

"그건 핑계야. 우리 할머니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우리는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댔어. 그 선택이 자기 자신을 만든다고 했어. 넌 무얼 하고 싶은 건데?" (94쪽)


책을 덮으며, 호랑이가 등장하는 옛 이야기들이 읽고 싶어졌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좋은 이야기들이 많지만 호랑이가 나오는 이야기도 줄지 않았으면 좋겠다. 호랑이가 나오는 좋은 이야기가 많으면, 어쩌면 호랑이와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모악 할미의 변신술 수업이 힘든 건 아니었다. 오히려 포근하고 따스했다. 할머니는 루호의 목덜미를 안고 다정한 목소리로 어마어마하게 길고 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는 루호 안에 깊이 잠들어 있던 낯선 마음을 깨웠다. 그 마음은 소란스럽고 마구 꿈틀거렸다.

"사람이든 호랑이든 토끼든 모두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단다. 그래서 누구와도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어. 난 그저 널 아끼는 마음을 준 거야. 이제 새로 깨어난 마음을 잘 보듬어 주렴."(65쪽)


이야기는 마음을 일깨운단다. 또, 주인공 호랑이(루호)가 변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악 할머니에게서 받은 저 마음을 잘 지켜내야 하나 보다. 이 책 <루호>도 읽는 이들에게 어떤 마음을 일깨우는 것 아닐까. 호랑이와 토끼의 마음에 귀기울이고, 우리를 위협하고 두렵게 하는 것들과 싸워 진짜 우정과 가족을 이룰 수 있는 그런 마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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