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되는 시간 - 자연 관찰과 진로 발견 발견의 첫걸음 3
템플 그랜딘 지음, 이민희 옮김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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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이 도착했다. 제목은 <<과학자가 되는 시간>>! 창비 출판사 신간으로 청소년을 위한 교양도서 시리즈 중 하나다.

이 책의 저자는 템플 그랜딘인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으로 올 한 해를 떠들썩하게 했던 드라마 우영우의 실제 모델이 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물론 템플 그렌딘이 법조인은 아니며, 자폐인으로서 동물학 박사를 따고 미국 가축 시설을 혁신적으로 바군 사람이다. 그의 일대기나 업적이 궁금하다면 영화 <템플 그랜딘>을 찾아 보아도 좋겠다. 이 책의 마지막 <동물 행동>에도 물론 그의 성장과 성취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다. 돌, 해변, 숲, 새, 밤하늘 그리고 동물 행동.

예쁘게 디자인 된 차례 페이지만큼이나 그 내용 또한 아름답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책에는 돌과 해변, 숲 등 자연 세계에 대한 그랜딘의 사랑이 듬뿍 담겨있다. 그가 어떻게 자연 세계를 만났는지, 또한 자신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의 작은 발견이 어떻게 큰 발견이나 연구로 이어지고는 했는지 등이 실려있는데

그 일들이 혹은 그 단초들이 사실 별 것(?) 아니다.

"허리케인이 강타한 다음 날, 동생과 함께 조사에 나섰습니다. 저는 노란색 우비를 입고 집 밖으로 나갔어요. 2미터가 넘는 파도가 마당까지 밀려와 거대한 해초 조각들을 쌓아 놓고 간 상태였어요. 햇살에 반짝이는 초락빛 밭처럼 보였죠. 길 위에는 끊어진 전선들이 뱀처럼 널려 있어서 그 위로 조심조심 발을 디딘 기억도 납니다. 물이 밀려 나간 썰물 때였고, 폭풍이 지나간 해변에는 조개와 투구게가 넘쳐 났어요. 해변의 집 두 채는, 정말이지 이상했어요. 한 채는 완전히 멀쩡한데 다른 한 채는 통창이 깨진 채 물이 천장까지 차올라 있었거든요.(...)"

이렇게 태풍을 말하고, 해변을 말한다.

그랜딘의 발걸음을 찬찬히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과학자를 만나기도 하고, 잊고 있던 즐거움을 발견하는 듯 하여 마음이 좋아진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의 중요 키워드 중 하나는 교감이 아닐까.

아, 템플 그랜딘은 자연과 교감하는 사람이구나.

그가 말하고 싶어하는 과학자의 능력이란 '교감'이구나...

그래서 이 책은 꼭 과학을 직업으로 택하고 전공하려는 친구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돌들에 매료되며, 새의 날개짓이나 해변의 풍경에 감탄한다. 아니, 감탄하기 전에 그 속에서 만지고 장난치고 놀이하며 자연의 일부로서 지내던 일이 없었을까.

대상과 교감하며, 놀이하듯 질문하과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이 과학자의 일이며

우리 모두 과학자의 자질이 있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이다.

멋진 풍경을 병풍으로 세운 채 사진을 찍어 SNS에 전시하는 일은 지금도 하고 있지만

어릴 때 그 신기했고 소중했던 작고 작은 사물들은 이제 하찮은 것이 되어버린 것 같다.

과학자의 품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어쩌면 과학자의 진로를 택한 많은 이들 또한 그러할 수 있을 것 같다.

<과학자가 되는 시간>을 읽다보면 잃어버른 그 시간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또한 대단한 과학적 성취 또한 우리가 놓쳐버린 작고 소중한 시간들 속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과학자가 되는 시간'은 정말이지 우리 모두에게 다시(!) 회복되어야 할 시간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 속에 다시 스며드는 것이 아닐지.

https://blog.naver.com/diya85/222961115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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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비건의 세계 - 동물을 먹지 않는 삶이 주는 곤경과 긍지 그리고 기쁨에 대하여 곰곰문고 20
박소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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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청소년 문고 곰곰의 시리즈 중 하나로 일종의 청소년을 위한 비건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비건 생활의 넓고 깨끗한 기쁨에 대한 여섯 청소년의 이야기라는 소개가 책 뒷 표지에 있는데, 이는 책 사이사이 비건과 관련한 청소년들의 인터뷰가 함께 하고, 그 것이 챕터의 내용들과 긴밀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성 덕에 청소년의 세계에서 비건을 실천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에 더 닿을 수 있다. 성인 독자로 읽는 나도 재미있고 유용하고 또 마음이 어려워지기도 하였는데, 청소년들이라면 더 폭발적인(?) 반응이 나올 것 같다. 그러니까 청소년으로서 비건을 하는 이라면 공감할 고민,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했던 사례들도 있고, 동시에 비건을 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채로 다가가는 지점 등이 있다. 비건을 하건 하지 않건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도 좋은 책이 아닐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 중 하나는 급식을 둘러싼 투쟁기였다. 성인으로서, 하지만 학교에 몸담고 있는 성원으로서 비건을 하고 있고 또 하고 싶어하며 이 때문에 자신이 매일 먹는 급식에 변화를 요구하고 급식의 다른 모습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다. 청소년의 목소리 - 그들이 소수일지 모르지만 꼭 다수의 목소리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 를 이렇게 만나는 것도 소중한 기회였는데 아마 그것은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어서인 것 같다. 그러니까 나와 다르구나! ‘그냥 시스템이 그러니까’, 하며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 미처 질문하지도 못했던 것들에 대해 반성하게 했다.

 

비건을 실천하려는 이들이 만나는 반대의 목소리는 어쩌면 내 안에도 있는 것들이다. 내뱉으며 비건을 반대하지는 않더라도 막연하게 굳이 비건 할 필요가 있을까’, ‘그것을 하는 것이 그만큼 절박한 일일까’, ‘다른 방식도 있지 않을까하며 실천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며 동시에 무시해버리려고 했던 것들인 것 같다. 여전히 반드시 비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비건을 시작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비건이 다른 실천에 비하여 후자의 것이 될 이유도 없다. “우리가 어느 한 존재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면 다른 존재들은 뒤로 밀려나거나 관심 밖으로 멀어지는 것일까요? 저는 결단코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165)


이 책에서 배워야 할 것은 이 구절에서도 절 나타난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 해치지 않으려는 마음. 비건이건 아니건, 어떤 모양으로 비건을 하건, 타인을 살리고 싶어하고 돌보고 싶어하며, 존중하려는 마음 - 이 한 형태가 비건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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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몽요결 - 율곡 선생의 인생 가르침
이율곡 지음, 이민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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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격몽요결입니다.

이 책은 을유 출판사 서평단을 신청하여 받은 책입니다.

서평단 신청할 때 쓰기를, 대학 때 처음 만나고 뜻밖의 인상을 받았다고.

많은 일반독자가 그러하듯이

천자문, 논어, 맹자 등 고전 한문 도서(?)는 고리타분하고 어려우며, 나에게 와닿을 것이 없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선입견이라 해도 어쩔 수 없지요. 격몽요결에 대해서도 그랬습니다.

어리석음(蒙)을 깨는(擊) 요체(要訣)라니....

하.. 사실 제목만 들어도 어쩐지 잔소리 집결체일 것 같은, 그런 구린(^^;) 느낌을 줍니다.

대학 때 교수님께서 한문 고전을 좋아하셨는데,

처음 격몽요결을 강독한다 했을 때 당연히 기대감도 없었고, 그저 수동적 자세로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뜻밖에 감동이 있고, 뜻밖에 와 닿는 점들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것이 격몽요결의 매력 - 아마도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많은 한문 고전의 매력 - 인 것 같습니다.

이 책 또한, 여느 에세이나 자기계발서 못지 않게 사람을 반성하게 하고, 응원하게 해 주는 책입니다.

더군다나 이 책은 어려운 한문을 읽기 좋게 번역한 내용이 주가 됩니다.

그래서 한문과 영 상관이 없다,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딱 좋습니다.

또, 해설 부분에서는 격몽요결 만이 아니라 다른 중요 고전들을 인용하여 저자가 그 사상 및 각 장의 핵심 내용들을 친절하게 풀이해주고 있습니다.

읽고 나면 뭔가 '공부해야 할 것이 많구나', '알아야 할 것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ㅎㅎ

하지만 그만큼 이 책은 격몽요결을 처음 만나는 이에게나 앞으로 더 공부할 이에게나 좋은 지침이 될만하다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이렇게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처음부터 읽되, 꽂힌 장을 집중적으로 읽기.

다 읽지 않아도 좋고, 해설 부분을 빼고 읽어도 좋습니다.

혹은 각 장의 해설 부분만 먼저 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문, 입지장 등의 매력을 일단 먼저 맛보되,

여러 등산 코스 혹은 산책 코스 짜듯이 이렇게 저렇게 책을 펼쳐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름답고 명확한 우리말로 고전 원문을 옮겨주신 덕에(!!) 누구나,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하여도 즐겁게 격몽요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득, 처음 책을 받고 펼쳤을 때 받은 좋은 인상을 전하고 싶은데요.

따끈따끈 신상이 주는 느낌인지, 귀한 손길 느낌인지 그냥 받아들고 있는데도 '아 좋다' '정갈하고 좋은 무엇이 왔구나'ㅎㅎ

이 책은 2003년에 초판이 발행되고 35쇄까지 인쇄된 후 올 해 개정판으로 나왔습니다.

초판은 접하지 못했지만, 이 개정판에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손길들이 충분히 담겨있지 않을지요.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고 소장해도 좋을 것 같다 할 만큼 믿음직한 책입니다. 읽기 좋고, 유용하며, 옆에 두기 좋은 책.

끝으로, 읽으며 들었던 짧은 생각을 남기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직장 생활 인간관계로 화가 치밀고, 자존심이 상해 머리속으로만 오만 말을 내뿜고 있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읽으며 제 모습이 뜨악해졌습니다. 초라하기도 하고, 대체 어디다 신경쓰고 살고 있나 싶기도 하고.

공부하는 삶이란 것이 지금의 많은 직장인, 생활자 등에게는 낯선 것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격몽요결을 읽으며 내가 어디에 마음을 두고 있는지, 어째서 내 삶은 이렇게 가지런하지 못한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공부가 정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공부에 뜻을 두고 정진하는 삶이 주는 가지런함과 평화로움이 이 책을 통해 전달됩니다.

고전 공부로든, 에세이로든, 자기계발서 어저면 힐링북으로 - 이 책을 만나는 방법은 많지 않을까.

저 조선시대 이이라는 이가 전하고 싶어했던 삶의 태도, 일상의 방식 등이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친절한 책이 그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도록 일단 한 번 한 장이라도 읽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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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을 찾아라 바람그림책 129
김진 지음, 장선환 그림 / 천개의바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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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을 찾아라

 

정약용을 찾아라! 제목을 보며 나는 정약용이 어디에 나올까, 어떤 모습으로 나오는 것일까 생각했다. <월리를 찾아라>처럼 숨은 정약용을 찾기라도 하는지, 혹은 정약용의 남모른 활약상이나 업적을 찾는 것인지.

그런데 이 책에서 정약용이 실제로 등장하는 장면은 매우 적다. 분량이 작다.

시작은 이러하다. 암행어사가 떴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그 이름이 바로 정약용. 나쁜 일 많이한 사또는 걱정한다. 그리고 미리 암행어사를 찾아내 자신이 배성들을 잘 보살폈다고 속이려한다. “옳거니, 냉큼 정약용을 찾아라!”

헌데 정약용이 어디있는 것일까. 이방과 나졸들이 일단 출동하는데 대체 찾을 수가 없다. 마방과 나루터를 뒤지고, 착호인 마을까지 간다. 여기저기 기웃대며 암행어사를 찾지만 결국 이렇게 결론내린다. “헛소문인 게야!”

물론 그 때 우리의 암행어사 정약용이 등장한다. “암행어사 출두요!”

사실 정약용에게 암행어사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잘 모르겠다. 제목만 보고서는 암행어사 정약용이 등장할 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햇다. 아니, 읽고서도 엇, 이 정약용이 그 정약용인거야? 했을 정도. 그러나 암행어사면 어떻고 또 유배지에서 시절을 보낸 정약용이면 어떤가. 정약용은 정약용이다.

암행어사로 출두해 정약용이 목민관에 대해 묻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다시 보니 , 이게 정약용이구나. 목민심서를 쓴 정약용이구나하게 된다. 실제 장면에 등장하는 분량은 작지만 정약용의 존재감은 작지 않다.^^ 그래선가 책 제목이 특별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정약용을 찾아라! - 이야기 속에서는 사또의 부하들이 정약용을 찾는다. 그리고 덕택에 독자들은 정약용과 그의 질문, 그의 마음을 크게 만난다.

목민관이란 백성을 다스려 기르는 사람을 뜻한다. 그렇다면 대답해 보아라. 백성을 잘 다스리고 기르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이 그림책은 책 자체 크기가 꽤 크다. 그림 또한 시원시원하다. 그림채도 시원시원하여 더 읽는 재미가 있다. 그 뿐인가. 뱃사공에서 주모, 착호인 등 다양한 옛 직업인이 등장하고, 관련한 장소도 등장한다. 그러하니 초등학교 중학년 사회 학습에도 도움이 될 책이다.

그러하니 이제 <정약용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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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고 싶다는 말 - 공허한 마음에 관한 관찰보고서
전새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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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것 같은 글들을 하나 하나 읽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 지고 작은 위로들을 얻어간다.

나름대로 그 이유를 정리해 보았다.


하나,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하게 되어서


누군가의 작은 행동 하나에 백 가지 상상을 하며 '아무래도 나를 미워하는 것 같은데 무엇 때문일까, 어떻게 하지'하는 것,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낭패의 상황 - 가령 토를 한다거나... - 에 처하게 되고 그 때 내가 뾰로롱 나타나 구해주는 상상을 한다거나

애정 타짜로 타인의 마음을 함부로 하는 것, 그러고 싶어하는 것.......

이런 것도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나와 같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나만 애정을 구걸하고 싶어하는 것도 아니고,

또 나만 애정을 구걸하는 내 모습이 싫어 상대를 탓하거나 괜한 방어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물론 어느 날은 다시 나만 왜 그럴까 싶어질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 책을 읽다 보면 맞아, 나만 그런 것이 아니야, 싶어진다.



둘, 우아하게 애정을 구하는 방법이 있고 그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포옹을 구하고, 새로운 것과 만나고 싶은 마음에 길을 나선다.

가족들과 손을 잡을 시간을 확보하고, 또한 글을 쓰기도 한다.


늘 성공하고, 좋은 결과물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작은 시도와 발걸음, 대화들이 내 마음을 채우고 나아가게 한다. 계속 살게 한다.


실은 우리, 닿고 싶다는 말을 하는 중이라는 것을 발견할 때,

"좋아요"를 구하는 데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저자의 발걸음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쩐지 나도 자신감이 생기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세상의 수많은 애정결핍자, 애정타짜들, 또 나르시스트들

우리 같이 조금 더 편안해집시다..!!


저자의 따뜻한 응원이 전해지는 것만 같다.



*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 마음속에 등이 있다는 걸 느껴왔다. 그땐 그것의 작동 원리를 잘 몰랐는데, 자라면서 보니 그건 외로울 때마다 켜지는 경고등 같은 것이었다. 그 경고등이 켜지면 나는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요란한 행동과 과장된 말투, 그것을 나 스스로가 느꼈을 정도니 다른 사람들에겐 말할 것도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외로움의 경고등을 끄는 한 가지 방법이 있었으니, 그건 누군가와 친밀한 터치, 즉 따뜻한 포옹을 하는 것이었다. 그걸 알게 된 뒤 나는 그걸 '터치등'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

이처럼 우리에겐 풍족한 먹을거리보다 포근한 안정감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스킨십과 포옹을 통해 호의와 환대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 밥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할지도 모른다. (포옹의 방식 , 《닿고 싶다는 말》 160~161쪽)


*

게다가 몹시 밝았다. 가로등 하나 없는데 어째서? 하늘을 올려다 보자 마자 나를 유심히 바라봐온 것마냥 큼지막한 달이 빛나고 있었다. 공기가 깨끗해서 그런가. 환하지만 눈부시진 않은 달빛이 여과 없이 밤의 풍경을 비추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닿고 싶다는 말을 하는 중이었다. 재미나고 새로운 것들을 향해, 권태와 외로움과는 먼 것들에게, 나를 다정하고 의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들을 향해, 닿고 싶다는 말을 하는 중이었다.

파도 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우고 보고 싶은 사람은 오지 않았지만, 마음은 달만큼이나 충만했다. 앞으로 너무 외로우면 또 이렇게 무작정 새로운 사람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조금 멀리까지 걸었다. (앞으로 또 너무 외로우면, 《닿고 싶다는 말》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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