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고 싶다는 말 - 공허한 마음에 관한 관찰보고서
전새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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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것 같은 글들을 하나 하나 읽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 지고 작은 위로들을 얻어간다.

나름대로 그 이유를 정리해 보았다.


하나,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하게 되어서


누군가의 작은 행동 하나에 백 가지 상상을 하며 '아무래도 나를 미워하는 것 같은데 무엇 때문일까, 어떻게 하지'하는 것,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낭패의 상황 - 가령 토를 한다거나... - 에 처하게 되고 그 때 내가 뾰로롱 나타나 구해주는 상상을 한다거나

애정 타짜로 타인의 마음을 함부로 하는 것, 그러고 싶어하는 것.......

이런 것도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나와 같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나만 애정을 구걸하고 싶어하는 것도 아니고,

또 나만 애정을 구걸하는 내 모습이 싫어 상대를 탓하거나 괜한 방어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물론 어느 날은 다시 나만 왜 그럴까 싶어질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 책을 읽다 보면 맞아, 나만 그런 것이 아니야, 싶어진다.



둘, 우아하게 애정을 구하는 방법이 있고 그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포옹을 구하고, 새로운 것과 만나고 싶은 마음에 길을 나선다.

가족들과 손을 잡을 시간을 확보하고, 또한 글을 쓰기도 한다.


늘 성공하고, 좋은 결과물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작은 시도와 발걸음, 대화들이 내 마음을 채우고 나아가게 한다. 계속 살게 한다.


실은 우리, 닿고 싶다는 말을 하는 중이라는 것을 발견할 때,

"좋아요"를 구하는 데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저자의 발걸음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쩐지 나도 자신감이 생기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세상의 수많은 애정결핍자, 애정타짜들, 또 나르시스트들

우리 같이 조금 더 편안해집시다..!!


저자의 따뜻한 응원이 전해지는 것만 같다.



*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 마음속에 등이 있다는 걸 느껴왔다. 그땐 그것의 작동 원리를 잘 몰랐는데, 자라면서 보니 그건 외로울 때마다 켜지는 경고등 같은 것이었다. 그 경고등이 켜지면 나는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요란한 행동과 과장된 말투, 그것을 나 스스로가 느꼈을 정도니 다른 사람들에겐 말할 것도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외로움의 경고등을 끄는 한 가지 방법이 있었으니, 그건 누군가와 친밀한 터치, 즉 따뜻한 포옹을 하는 것이었다. 그걸 알게 된 뒤 나는 그걸 '터치등'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

이처럼 우리에겐 풍족한 먹을거리보다 포근한 안정감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스킨십과 포옹을 통해 호의와 환대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 밥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할지도 모른다. (포옹의 방식 , 《닿고 싶다는 말》 160~161쪽)


*

게다가 몹시 밝았다. 가로등 하나 없는데 어째서? 하늘을 올려다 보자 마자 나를 유심히 바라봐온 것마냥 큼지막한 달이 빛나고 있었다. 공기가 깨끗해서 그런가. 환하지만 눈부시진 않은 달빛이 여과 없이 밤의 풍경을 비추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닿고 싶다는 말을 하는 중이었다. 재미나고 새로운 것들을 향해, 권태와 외로움과는 먼 것들에게, 나를 다정하고 의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들을 향해, 닿고 싶다는 말을 하는 중이었다.

파도 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우고 보고 싶은 사람은 오지 않았지만, 마음은 달만큼이나 충만했다. 앞으로 너무 외로우면 또 이렇게 무작정 새로운 사람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조금 멀리까지 걸었다. (앞으로 또 너무 외로우면, 《닿고 싶다는 말》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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