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간에 대하여 ㅣ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3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3월
평점 :
코로나가 전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할 무렵 봉쇄령이 막 내려진 2020년의 봄.그러니까 코로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도라는 베를린의 한 에이전시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한다.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는 로베르트와 동거를 하고 있다.코로나로 인한 삶의 변화는 두 사람에게도 찾아와 도라는 그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예전 동독의 지역인 브라켄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변두리 시골집을 사고 재택근무를 하며 텃밭을 가꾸며 살겠다는 희망과 함께 코로나가 극성인 도시와 로베르트로부터의 도망과도 같은 이사를 강행한다.새로운 집, 새로운 삶, 새로운 이웃, 외부와 소통이 거의 없는 마을 모두가 새롭고 또한 당황스럽지만 새로운 출발은 그녀를 설레게 한다. 그런 그녀는 자신이 이 마을의 나치라고 말하는 옆집 남자 고테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일들로 인해 그녀 삶의 변화가 시작된다.
귀농을 꿈꾸는 한 도시인의 삶을 통해 단순히 한 개인의 서사에 머물지 않고 이 소설은 많은 것을 이야기 한다. 코로나로 인해 내려진 봉쇄령으로 인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이제 그 전의 시대로 돌아갈수 없다며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미래와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사이 잊혀져 가는 묵은 문제들을 끄집어 내 잊지 말아야 하는 현재의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독일은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동독과 서독을 하나로 통일했다. 그 이후는 어땠나. 공주와 왕자는 만나서 서로 사랑하며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처럼 독일은 통일 후 행복했을까.생각해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아직은 잔존해 있는 나치인 고테와 베를린에서 귀농을 온 도라의 일상은 외줄타기를 하는 듯 아슬아슬하다.이 마을에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로 이민자들과 동성애자, 어린 아이 둘을 키우며 삶에 찌들어 사는 여인, 언제고 해고 당할수 있는 노동 현장의 이야기들, 아직은 해결되지 않은 사회문제가 코로나 이슈러 파묻혀지지 않기를 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소설이다.
고테와 도라의 집사이에는 담벼락이 하나 있다. 고테는 과일상자 위에 올라서서, 도라는 의자위에 올라서서 같은 방향을 보며 같이 담배를 피우면서 대화를 하는 모습은 인상깊다, 이미 장벽을 하물어 버렸지만 삶의 곳곳에 뿌리내려 아직 걷어지지 않는 차별과 혐오의 벽이 유령처럼 존재한다는 것처럼 ...
“가끔 살아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자디가 말한다. “미쳤죠.언젠가 멀리 떠날 테지만 떠나기도 전에 존재하지 않다니.” 대학 신입생 때 도라는 학생들에게 희곡론 기초원리를 가르치는 강사를 알게 되었다. 그는 모든 스토리에는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바꾸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로 이런 깨달음은 사소한 디테일에, 관찰이나 부수적으로 보이는 정보에,또는 주변 인물이 내뱉는 문장속에 숨어 있다고 한다.지금도 도라는 그가 이런 과정을 “영약 획득‘ 이라고 부른걸 기억하고 있다.그녀는 자디를 쳐다본다. 영약의 전달자. ”가끔 살아 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도라는 사실 항상 그런 느낌이 드는거 같다. (p.267)
모든 사람들은 불안에 떨면서 자신들의 불안만 진짜라고 생각하는게 확실하다. 사람들은 제각기 소외감을, 기후재앙을,팬데믹을,의료독재를 두려워한다.도라는 불안과의 싸움으로 민주주의가 붕괴되는 걸 두려워한다.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도라도 똑같이 생각한다. 참 더럽게 힘들다.(p.363)
결혼 상대로 형편없는데도 불구하고 고테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어느 순간 도라는 그와 원래 있던 자리에 남는게 의미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공유가 가능하다. 고테의 존재가 도라에게 전달됐고, 그는 자신의 존재를 그녀와 공유했다. 결국 두 사람은 그들 사이를 가르는 담장으로 연결되어 공존했던 거다 (p.498)
나는 토마토를 싫어한다. 무슨 맛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잘 먹지 않아 그런지 그리 관심이 없었다.그런데 최근에 대저토마토라는 것이 우연히 내손에 왔다. 내 머릿속에 토마토는 빨갛게 익은 주먹만한 토마토나 아니면 방울 토마토 뿐인데 이건 푸르딩딩 풋과일 같은 것이 도통 맛있어 보이지 않았다.사실 대저토마토라는 이름도 처음 들었다.주변에서 하나 둘 먹어보더니 음! 보기하고 다르네 ~ 라고 한다. 그 말에 호기심에 한입 베어 물었다.풋냄새가 날것 같았는데 달다. 이 책은 읽는 동안 한입 베어 물었던 그 때 그 느낌이 났다.
출판사의 지원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