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늦여름
이와이 슌지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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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누구라도 작가의 이름을 본다면 마음속으로 오겡끼데스까를 외치지 않았을까? 싶다.영화를 보지 않았는데도 그 장면만은 어찌나 봤던지 꼭 영화를 본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는 영화였다. 이번엔 소설이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 기대치가 낮았다. 이거 혹시 로맨스인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빠져들었던 책으로 영화 한편을 본것만 같은 느낌. 책을 읽다 말고 표지를 다시 보게 되는 미술적인 설명들. 미술적인 부분들을 너무나 세밀하게 전문적으로 표현할수 있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다고 한다.

 

 

어느 날 회사 후배에게서 받은 사진 한 장, 자신을 닮았다고 하는 그림 제로의 <늦여름>. 베일에 싸인 화가. 그림을 보는 순간 자신의 몸속을 관통하는 무언가는 그림을 보기전으로는 돌아갈수 없음을 직감한다. 회사에서의 작은 소문으로 이직하게 된 카논은 그림 속 모델이 되면 반드시 죽는다고 해서 사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수수께끼의 화가 나유타와 그의 실체를 취재하는 기자로 활동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은 카논의 인생속에 묘하게 들어와 있는 나유타와 마주하게 되면서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피가 낭자하지 않는, 그러나 묘한 이끌림으로 끌려가게 되는 미스터리적인 느낌이 좋았던 소설이다. 주인공들의 각자의 삶과 내가 살아보지 못한 화가들의 삶을 엿보는 재미, 많은 이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일본의 대지진, 사람과 사람의 인연, 우연과 필연에 대한 작가의 세계관등이 마음에 들었던 소설이다

 

 

 

분명 인생에선 누구에게나 한번은 이런일이 찾아온다. 수많은 우연과 필연이 한 점에 집결하여 나는 이걸 위해 태어났던가, 하고 깨닫는 순간이.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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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밤의 달리기
이지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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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가득 몽글몽글한 하리보 곰이 만져질 듯 아닐 듯 상큼하다. 이 소설의 느낌과 비슷한 느김의 표지다. 분명 소설이라고 했는데 문득 문득 소설인가, 실제인가 싶은 애매한 경계를 넘나드는 아슬함이 있다. 가볍게 읽히지만 그 속에는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 상실과 고독 그리고 외로움과 생존의 치열함이 곳곳에 살아있는 소설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들과 환상이 적절히 섞여 현실과 환상을 넘나든다.

 

을지로 세운상가 그 어디메쯤 20,30대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꿈을 향해 모였다, 그들의 명랑한 고군분투기, 그들의 삶의 내밀한 삶속을 들여다 본 느낌, 때론 솔직함에 피식거리기도 하고 때론 그들의 아픔에 같이 했던 시간이고 나의 20대에 나는 가져보지 못한 그 어떤 청춘의 푸름이 부러운 그들이었다

 

사진 학과 동아리에서 같이 활동하던 친구들의 이야기들, 태유와 휴일은 매트리스 메트릭스라는 팀으로 활동해 주목할 만한 신인상을 받았으나 첫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게 오히려 독이 된건지 지금은 시원찮다. 같이 활동을 하다가 공무원 준비로 인생의 방향을 튼 은지,인터넷 신문사에 입사한 도도, 그렇다할 만한 작업을 하지 못하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그들의 삶이 남일같지 않은 것은 나뿐인가

 

 

 

 

외로움은 태풍과도 같다. 코 앞에 올 때까지도 모르다가, 갑자기 회오리처럼 보이지 않는 바람에 부딪쳐 무너지는 것, 바람은 평소에도 부니까, 하고 만만하게 생각하다가 생각지 못했던 그 무게에 느닷없이 휘청이게 되는 것이다(p.36)

 

 

맛 없는건 버리는게 나은거다. 인생에서 먹을 한끼가 없어지는데, 그걸 맛없는 걸로 때우는건 너무 인생에 잘못하는거지 (p.49)

 

어떻게 시간이 돈이냐? 시간은 시간이지. 시간이 금이라는 말이 되게 무서운거야. 어떻게 시간을 돈으로 환산 할 수가 있냐. 그건 시간에게 모욕적인거야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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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괴이 비채 미스터리 앤솔러지
조영주 외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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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말고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이게 실제로 있었건 사건인 것만 같은 현실감에 검색을 하다 또 한번 놀랜다. 2011년도 5월에 정말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소설의 으스스하고 오싹한 느낌은 한층 더해진다. 한 권씩은 읽어봤던 작가님부터 처음 보는이름의 작가분까지. 같은 테마로 모여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오호 이렇게 다를수가 있다고? 정말이지 이 신박함은 어떻게 설명하지 싶다. 같은 일을 하는 분들과 같은 테마로 잡고 한권의 책을 만든 다는 것 정말 멋진일이다.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영감_조영주 /그날 밤 나는_박상민/도적들의 십자가_전건우/

십자가의 길_주원규/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_김세화/ 파츠_차무진

 

 

영감_조영주

 

다른 작가들과 함께 십자가 사건에 관한 앤솔러지를 준비중이다. 근데 영감이 찾아오지 않아 글이 써지지 않는다. 자신에게 영감을 주던, 자신의 글을 좋아한다던, 늘 찾아가던 카페의 사장을 만나기로 한다. 언제나 일하는 직원에게 메모지에 글을 써주고 답을 받고 하던 방식으로 만나던 카페 주인과 작가,

 

 

그날 밤 나는_박상민

 

이 단편은 언젠가 일어났던 사건을 기억나게 한다. 딸 유나가 친구와 함께 한강강변에서 술을 마시고 놀다가 강에 빠져 죽었던 사건, 자살이냐 타살이냐가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던 그 사건이 생각나게 한다. 딸을 보낼수 없어 힘들어하는 아버지에게 어딘지 모를 곳에서 초대장이 온다

 

 

도적들의 십자가_전건우

 

아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구분되지 않은 혼란의 도가니, 누가 범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꾸민 판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당신은 이미 그 안에 있을지니~

 

파츠_차무진

 

약간의 SF적인 요소가 들어있는 심리전의 싸움 같았다가 갑자기 뒷통수를 친다. 아 당했어

 

6편의 단편이 각각의 색깔들이 있다. 읽을수록 실제사건이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나보다 .6편의 단편중에 그 중에 단 두권의 책을 읽고 푹 빠져버린 전건우 작가의 [도적들의 십자가] 는 내내 눈과 귀를 부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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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트 영매탐정 조즈카 2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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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이라 써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조서명...이라고 써서 수정했어요. 미친 책을 읽고 나면 나도 미치나 봅니다. 요즘엔 다른 책들에 빠져서 뜸했어도, 워낙 소설이라면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지만 탐정소설을 아주 좋아합니다. 드라마도 미스터리,추리를 좋아하고 하물며 애니 명탐정 코난도 아주 좋아하지요. 그런데 왜 영매탐정 조즈카는 처음 읽는 걸까요? 예전에 피드에 보일 때 관심은 있었지만 읽지 못하고 지나쳤던 영매탐정 조즈카를 만나봅니다

 

🏷“어라라허당기 가득한 듯 보이는 그녀의 매력 속으로 고고~

 

치밀하게 세윤 계획, 빈틈없이 저지른 살인,

영매탐정 조즈카가 나타나기 전에는

자살로 종결된 예정이었던 사건,

그녀가 나타났다!!

 

3편의 단편이 수록된 연작 소설입니다. 일관된 서술 방식은 범인이 화자가 되어 말하는 방식인데 이런 방식은 [도치서술 추리소설] 이라고 하더군요. 이 책을 읽으며 알았습니다. 이말은 결국 처음부터 범인이 누군지 알고 시작 한다는 거겠죠?

 

🔸구름위의 맑은 하늘

 

학창시절부터 친구사이였던, ~ 외부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그렇지만 경영에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 요시다, 일류의 프로그래머지만 요시다의 능력에 가려사는 고마키, 고마키의 실수로 요시다는 평생 다리가 불편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이것을 이용해 고마키의 능력을 자기것으로 만들며 살아가죠~ 심혈을 기울인 프로젝트에서 고마키의 이름을 빼고 팔아버린 요시다. 둘의 갈등은 아슬아슬 합니다

 

1958/ 여기까지다/ 모든 인내는 오늘 이 순간이 마지막이다

 

🔸포말의 심판

 

같은 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던 동료사이인 에리와 다구사. 근무시에도 퇴직후에도 다구사의 삶은 그리 평범하지 않은데, 학교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 영상을 팔고 아이들의 개인정보를 파는 아주 파렴치하고 비열한 인간이 에리가 근무하는 학교에 설치한 불법 영상으로 에리를 협박합니다.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면서요.

 

📚 괜찮다 / 옳은 일이다 / 내가 모두를 구할 것이다

 

🔸신용할수 없는 목격자

 

전직 경시청 소속 형사였던 운노,십년 넘게 살인의 족적을 쫓아다녔던 형사. 그러나 지금은 정재계 거물과 저명한 인사들의 약점을 손에 쥐고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않으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고 있다. 승승장구하고 있던 그에게 자신의 약점이 될수 있는 눈엣가시가 있다. 직원인 소네모토. 그를 없애야 한다

 

📚 “당장 그 데이터 삭제해”/ 그런걸 할수 있을 리가/사장님, 이런 행동은 그만 두세요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두께감에 살짝 부담이 왔어요. 그런데요.~토요일 저녁에 책을 펴서 일요일 저녁에 다 읽어버렸어요. 평소에 책을 아주 아주 천천히 읽는 저에게는 이례적인 일이예요. 추리소설이니 감정적인 소모가 적은 탓도 분명 있겠지만 영매 탐정 조즈카의 매력이 이거였구나 했습니다.

 

자자~~ 사건은 벌어졌고 그녀의 활약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지금 책태기인가요? 그럼 더더욱 읽읍시다

조즈카~ 너 매력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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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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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있어요.나는 이제부터 살아갈께요 (p.16)


책을 읽으면서 아주아주 오래전에 봤던 델마와 루이스가 생각이 났어요.책 뒤편에 보니 영화를 오마주한 거라네요~어쩐지 ~영화에서는 델마와 루이스의 가벼운 일탈에 우발적인 강력범죄가 끼어들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고 갈등이 심화되고 낭떠러지에서 차에 탄채 그대로 질주하는 모습으로 끝이 나죠. 그래서인지 읽으면서 조금은 둘의 행보를 걱정했던 것도 있었는데요 ~ 이리 가슴 따듯하게 ~ 나도 이렇게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다니요 ~


일본은 우리나라와 여성에 대한 시각이 비슷한 면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문학속의 여성들을 보다보면 해외소설 보다는 더 공감하는 부분도, 욱하는 부분도 많은 듯 합니다. 학창시절 동창이었건 그녀들이 동창회에서 다시 만나 곤경에 처한 데루코를 루이가 도와주면서 이후 그들은 친구로 남게 됩니다.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던 그녀들. 어느 날,루 이가 보낸 ‘도와줘’ 한마디. 데루코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남편의 차를 훔쳐 루이에게로 향하죠 ~


📚


돌아가지 않을거야 ?

그거 혹시 나 때문이야?

루이 때문이라니, 루이 ‘덕분’이지? (p.45)


🎬


루이스:이게 다 나 때문이야

델마:아직도 너의 잘못이 아니란걸 모르겠어 ?


 

그녀들의 일탈은 통쾌한 해방감으로 시작해서 별것 아니지만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삶을 설레는 마음으로 살아보는 것, 누군가의 구속 없이, 누군가의 가스라이팅 없이 오직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살아가는 일상은 잊고 있는 자유에 대한 갈망과 그들의 인생의 긴 시간 안에서 나이 70이 되어서야 삶의 중요한 의미를 깨달아 갑니다. 


너무나도 다른 그녀들이지만 일흔이 되는 나이까지 친구로 남을수 있는 그녀들의 우정이 너무나 부러웠고, 하얀 눈과 장작이 타는 화목난로의 풍경처럼 온기가 전해지는 그런 소설입니다


📚 삶은 일흔살에 비로소 시작될수 있고,그 이후의 삶도 여전히 반짝일수 있으며,맛있는 걸 먹으면 기운이 난다는 삶의 진리를 아는 그녀들을,당신도 사랑하게 되길 (추천의 말 중에서_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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