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인의 탄생 -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ㅣ 나의 고전 읽기 18
막스 베버 원저, 김성은 지음, 김태권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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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논문 두 편 정도의 짧은 본문에 주석이 본문보다 길며 무슨 내용일지 쉽게 짐작이 가지 않는 제목이라고 언급했던
작가의 서문처럼 막스 베버, 사회학에 무지하고 관심이 없던 나에게는 낯선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자본주의라는 제목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그리고 그 바탕의 자본주의 정신에 대한 궁금함에 이 책을 펼쳐 들었다.

막스 베버, 독일의 경제사학자, 사회과학자로 그의 연구는 경제학, 사회학, 정치학, 종교사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다.
그의 연구는 다수의 사회 현상의 각종 영역에 걸쳐 막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론을 전개하는데 그의 가장 대표되는 논문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왜 사회과학으로 분류되는지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사회현상을 확인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의 생각에 하나씩 논증을 제시하는 그 체계적인 이론과정은
그 어떤 실험보다도 꼼꼼하고 설득력이 있다. 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자본주의 정신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그의 뛰어남에 먼저 감탄하게 된다.

종교와 자본주의의 연결이라는 기발한 생각으로 시작된 그의 의문에서 이 연구는 시작되었다.
자본주의의 수레바퀴에 휘둘리는 사람들을 보며 그 이전의 변화에 주목한 베버의 의문은 유독 서구에서만 합리적인 자본주의가
어떤 조건에서 등장할 수 있었는지 묻고 있다. 동양에는 없는데 서양에만 있었던 것 중 하나로 베버는 종교, 특히 프로테스탄티즘을 주목했다.
서구 근대자본주의가 등장하는 데는 쾌락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열심히 돈을 벌기만 하는 독특한 정신적 태도가 큰 역학을 했다.
베버는 이러한 정신적 태도를 '자본주의 정신'이라고 불렀다.그는 자본주의 정신과 프로테스탄티즘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음을 간파하고
종교개혁 이후 발달한 프로테스탄트 종파(칼뱅주의의 영향을 받은 개신교)들에서 자본주의 정신의 발화점을 찾았다.

오랜 자료조사와 긴 고민끝에 힘들게 나온 저작임에도 그는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종교개혁에서 자본주의 등장의 모든 이유를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단지 특정 프로테스탄트 종파의 종교적 신앙과 자본주의 정신 사이에 어떤 '선택적 친화력elective affinity'이 작용하는지 정도를 탐구하는
것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연구의 목적을 분명히 제한한다.
베버가 쓴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염려 글-만약 기계화된 화석화가 도래한다면그러한 문화발전의 최후의 인간들에게는 물론 다음 명제가 진리가 될 것이다.
"정신없는 전문인, 가슴없는 향락인 이 무가치한 인간들은 그들이 인류가 지금껏 도달하지 못한 단계에 올랐다고 공상한다."-을 읽으면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작가가 왜 '거인의 목소리'라고 언급했는지 알 수 있었다.

베버의 논문에 대한 해설 뿐 아니라 근대화의 시계가 시작되는 시대를 산 베버의 삶을 함께 들여다본다.
자신의 학문연구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보여준 막스 베버, 그의 연구에 영향을 끼친 가족과 그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그의 논문의 바탕에 있는 생각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산업혁명과 종교개혁이후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자본주의라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보기좋게 깨고
현재의 자본주의 현상에 대한 시각을 넓혀주는 막스 베버가 들려주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흔들리는 한국의 경제속에서 진정한 자본주의에 대한 합리적인 경제모습을 생각해 볼수도 있지 않을까!
21세기에도 역시 생각과 의문을 주는 그의 논문을 제대로 한 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원서를 읽기전에는 프롤로그로, 또 읽은 후엔 다시 에필로그로 읽어야 할 친절한 해설서다.
청소년과 나같은 사회학 문외한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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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책이야! - 2024 개정 초등 1-2 국어 국정교과서 수록 도서
레인 스미스 글.그림,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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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알고 있는 로얄드 달의 [제임스와 슈퍼복숭아]책의 그림은 물론 칼데콧 아너상을 비롯해
여러 그림책 상을 받고,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레인 스미스가 쓰고 그린,
깜찍한 재치와 유머, 사랑스런 그림까지 말이 필요없는 그림책이에요.
'그림'이야말로 아니 '책' 이야말로 세계공용어임을 알 수 있게 하는 책입니다.
"내가 얘기야?" 라며 심드렁하게 그림책을 넘겨보던 중학생 딸이 첫 장부터 빵 터집니다.
그 다음부터요 "책 봐" 말하지 않아도 책 속 동키처럼 가만 앉아서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그리곤 동생에게 건네더군요.

이 책에는 귀여운 세 친구가 나옵니다.
책을 모르는 노트북매니아 동키, 책을 좋아하는 묵직한 친구 몽키 그리고 마우스
"빰바라밤~" 신나는 음악과 함께 하는 게임도 안되고 블로그, 와이파이는 커녕 메일도 안보내지는 글자만 무지 많은 책
첨단기기에 푹 빠진 동키는 시종일관 "이건 책이야" 같은 대답만 하는 몽키가 보고 있는 책을 받아듭니다.
'도대체 책으로는 무얼 할 수 있을까?' 궁금해하면서.....
시간은 흐르고.....
말이 필요없지요.
컴퓨터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마우스와 같은 이름인 마우스가 "충전할 필요 없어...."라고 말해주는 아이러니도 재치있지요.

남녀노소 세계 어떤 언어라도 단숨에 무장해제 시키는 책
우리에게 익숙한 종이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그 아스라한 책냄새가 우리 아이들 그 다음 세대에는 어쩌면 낯선 물건이
될 수도 있는 책 그것도 종이책 그 책의 진정한 힘을 소리없이 전달해주는 책입니다.
충전할 필요도 없는, 전원 ON, OFF도 필요없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 곁의 종이책의 고마움을 알게 하는 책입니다.
비밀번호 있어야 해?
아니
별명이 있어야 해?
아니
....
그냥 책을 건네기만 하면 됩니다. 마법같은 일이 벌어지는.....웃음짓게 하는, 선물같은 책입니다.
아이가 어릴 때 투정부리면 달래 줄 때 "엄마야,....그래 엄마야" 라며 토닥거리지요.
디지틸 기기에 푹 빠진 동키에게 몽키도 마치 엄마처럼 "그래, 책이야, 책이니까.....!" 라고 말해줍니다.
차가운 기기에 익숙해진 아이들을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느낌의 책입니다.
책의 재미에 일단 빠진 아이들은 그 어떤 게임보다 책에 푹 빠지리라 믿습니다. 동키처럼....
책장에 꽂혀있던 그림책들을 다시 꺼내보게 하네요. 이 책이.....

디지털 시대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우려를 절묘하게 잡아냈다-뉴욕포스트-  

 

♡너무 사랑스런 책이라 손에 꼭 들고 다니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핸드폰 고리로 메모수첩으로 만들어봤어요^^♡ 요렇게 3종세트로 재탄생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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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ㅣ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1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예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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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국악공연에서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를 들려주시던 분이 음식이 주제인 그날의 공연에서
사랑가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자꾸 뭔가 먹이고 싶어하더라" 고.....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맛난 걸 먹이고 싶어하고 엄마들은 자식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거짓말같은 사랑을 베푼다.
이 책의 오토미도 엄마로 아내로, 가족들을 위해 항상 따뜻한 요리를 준비하던 그녀는 이렇듯 다정하고 꼼꼼하게 레시피를 준비해두었다.
'장례식날 레시피'에 이어서 '49일의 레시피'  모두 함게 즐겁게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그 도시락이 마지막 손요리라는 걸 알았다면 그런 야속한 말은 하지 않았을텐데....' 아내가 죽는 날 그녀가 사 준 도시락을 소스가 흘렀다고 짜증내며
밀어냈던 남편은 그렇게 때늦은 후회를 한다. 새엄마에 대한 진심을 한켠에 밀어두었던 딸은 자신의 이혼위기의 아픔까지 안고서 한없이 작아지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남은 가족들은 참으로 무기력해서 숟가락 하나 들 힘도 없다.
상처를 안고있는 아버지와 딸앞에 엄마가 부탁해놓은 사람이 49일동안 함께 그녀가 남겨놓은 레시피대로 밥을 해준다.
무뚝뚝한 남편 아쓰타가 아내 오토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걸을 때마다 두둥실 풍겨오던 맛있는 카레냄새처럼
'엄마의 약속'이란 동화책에서 소녀 루스가 그리워하는 엄마를 떠올리면서  설탕 냄새, 햇볕 냄새, 빨랫비누 냄새를 떠올린다.
자신을 위해서 맛난걸 요리하고 뽀송뽀송한 잠을 위해서 이불을 햇볕에 널고 바지런히 빨래하는 엄마의 모습이.....
그래서 살짝 아이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엄마한테 무슨 냄새가 나? 이 책에선 루스는 엄마가 생각날 때 설탕 냄새, 햇볕 냄새, 비누 냄새가 났다는데
너희들은 엄마를 떠올리면 무슨 냄새가 날 것 같아?" 했더니 먹는 걸 좋아라 하는 통통한 둘째는 "엄마가 해 주는 밥냄새"
큰 아이는 "달가닥 달가닥 설거지하는 소리" 좀 더 향긋하고 우아한 향기를 원했던 엄마에게 역시 주부의 자리를 깨닫게 해주는 정확한 표현들...
그래 밥하고 설거지 중요하지... 하면서 같이 웃었었는데 그 소박한 밥냄새가 진정한 엄마의 냄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유리코가 라멘을 먹으며 "맛있어. 옴마의 맛이야." 엄마의 손맛에 눈물을 흘리듯.....
사람들이 칭찬해마지않던 엄마의 손맛이 점점 예전같지 않을 때 엄마가 늙어가심을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다.
어릴 적 엄마가 새벽에 부엌에서 "톡톡톡" 칼질하는 소리에 잠을 깨고 그 소리를 들으면 괜히 입에 침이 들고 안심이 되고 편안함을 느꼈던
하지만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그 매일매일의 밥상이, 365일 변함없던 엄마의 사랑이 새삼 크게 다가온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정성껏 차리는 밥상에 들어있는 그 크고 따스한 사랑을......

"그 맛있다! 라는 한마디에 적어도 저는 지난 불행이 날아갔어요.....제가 차린 걸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 그걸로 충분히 행복해요."
남에게 또 가족에게 맛난걸 먹이며 행복해하는 오토미의 연표에 가득채워진 따스한 그림과 메시지처럼 우리가 채워나가야 할
연표에도 웃음과 행복으로 채워나갔으면 좋겠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난 남은 가족들을 위한 처방전같은 레시피를 선물하고 간 오토미
그 레시피에는 소중한 사랑의 마음이 담겨있다. "이보게 나는 이제 청소도 할 수 있고 밥도 할 수 있고 빨래도 배웠어....."
남편의 홀로서기와 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레시피를 남겨두고 간 오토미는 하늘에서 미소를 짓고 있을 것만 같다.

.....엄마가 보고싶고 엄마가 차려주는 밥이 그리워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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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달이 만나는 곳 - 2010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ㅣ 봄나무 문학선
그레이스 린 지음, 최순희 옮김 / 봄나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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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민 2세, 중국계 미국인인 작가 그레이스 린은 자신이 미국아이가 되어가고 있을 즈음 엄마가 말없이 책장에 꽂아둔 중국설화책과
전래동화집을 통해 매력에 빠졌고 자신의 뿌리를 끌어안게 되었다고.....
거기에 자신만의 상상력을 덧붙여 모험을 하는 자유로운 중국소녀 민리를 탄생시켰고 글과 함께 그림까지
직접 쓰고 그린 아름다운 판타지동화가 만들어졌다.
얼마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사금파리 한 조각'의 작가 린다 수 박도 한글을 말하지 못하는 이민2세이다.
한국음식을 먹고 한국명절을 지냈지만 한국에 대해 전혀 몰랐던 그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녀의 뿌리를 찾기시작했고
한국적인 소재의 이야기를 동화로 그려내었다. 공교롭게 두 작가의 두작품 다 뉴베리상과 뉴베리 아너상을 받았다.
 

  

작가가 직접 그린 책 속 그림 


풀 한 포기 자라기 힘든 무실산(열매 없는 산), 고된 농사일을 하는 민리네 가족
마을에서 유난히 작고 허름한 집에 살지만 아빠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덕분에 언제나 초롳초롱 얼굴은
빛나고 생글거리는 민리라는 소녀가 있다. 비록 엄마는 이야기가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며 나무라고 타박하지만.....
결국 민리는 무진산 꼭대기에 사는,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우리가 묻는 어떤 질문에도 다 답해 줄 수 있는 이야기 속 달의 노인을 찾아
'어떻게 하면 우리 가족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지?'를 묻기위해 금붕어가 알려준 길을 따라 긴 여행을 떠난다.
중국 옛이야기를 모티브로 했지만 민리의 당찬 모험은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파랑새가 멀리 있지 않음을 그 힘겨운 모험에서 만난 친구 용과의 우정을 위해 자신의 질문을 양보한 민리는
무진산의 달의 노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이루어냈다.  마을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한 일들을.....
그 뒤에는 민리를 믿고 기다린 민리의 부모님도 함께 했다.
이야기 속의 열여섯 가지 이야기는 씨줄과 날줄처럼 민리의 모험과 얽혀있어 하나도 빠뜨릴 수 없게 만든다.
책 속 이야기 하나하나를 아이곁에서 읽어주어도 좋지않을까! 매일매일에 '감사' 하면서.....
정월대보름 환하게 동그란 달을 보며 읽은 '산과 달이 만나는 곳' 그래서인지 더 신비하고 재미있게 빠져들었다.
한번 책을 잡으면 정말 순식간에 읽게 만든다. 상상력을 채색한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은 정말 무진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달의 노인이 꼭 있을 것만 같다.
파랑새를 찾아다니던 찌르찌르와 미치르 남매가 끝내 자신의 집에서 파랑새를 찾은것처럼,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갔던  도로시와
친구들이 오즈의 마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변화를 통해 소원을 이루었던 것처럼
달의 노인을 찾아간 민리의 모험여행은 멀리서만 행복을 찾으려는 어리석은 우리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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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빼기 3 - 어느 날… 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 지음, 김수연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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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큰 숫자의 제목만 얼핏 봤을 때는 경제책인가? 하지만 그 밑의 '어느 날...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 라는
믿어지지 않는 문장이 나를 순간 얼어붙게 했다. 현실이라고 믿기에는 너무 잔인했다. 하지만 어느날 닥친 불행으로
단란했던 가정에서 한순간 홀로 남겨진 바버라, 그녀를 만나고 말았다.
2008.3월20일 성목요일,
운명의 그 날 노란색 피에로 버스를 몰고 그녀의 남편 헬리가 이웃마을 건널목을 건너던 화창한 그날 아침....
환한 햇살 속에서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한 그 날.....그녀의 삶이 완전히 달라진 그 순간.....
그 이후의 혼란스런 마음처럼 두서없는 기억의 흔적을 글로 써내려가고 있다.
하찮은 것 하나라도 사소한 한 순간이라도, 아이들의 사랑스런 말 한마디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정신없이 써내려간,
'내가 가진 건 오직 이 기억들 뿐이야. 그런데 이것들마저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은 욕심에 써내려간 그녀의 일기는 그 사건으로부터 1년여의 기록으로 채워져있다.
읽는 내내 먹먹해서 읽었다. 트리갭의 샘물처럼 영원한 생명수가 없고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죽음이라는 걸 알지만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그런데 이 책을 쓴 바버라는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아침에 환하게 웃던 남편과 두 아이를 모두 잃고 말았다. 환자들에게 웃음을 안겨주러 가던 병원을 가족의 죽음을 확인하러 가는 그녀를 보며
금방이라도 쓰러지지 않을까 보는 내가 더 안타깝고 애처로웠다. 차라리 목놓아 울었다면 덜 아플텐데
울음을 꾹꾹참고 의연히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이 더없이 아려온다.
장례식장에서 티모의 유치원 친구 아미라가 건네준 서툰 글씨의 편지
'사랑하는 바버라 발렌티나랑 그리고 헬리랑 티모가 주거따고 울지 마라스면 조케써요 -아미라-' 그리고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준....그녀의 글을 접한 많은 사람들의 편지가 그녀앞에 도착한다.
그 편지들이 그녀에게 삶의 물을 보내주는 수도파이프였다고 그녀는 말한다.
상대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는 선물,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려주는 선물....
표현이 서툴고 인색했던 나에게 그녀의 가슴아픈 편지와 기록이 내가 얼마나 크고 소중한 선물을 받고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번데기가 고치속에서 탈피하는 것처럼 상실의 아픔을 글로 풀어낸 그녀는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이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직업, 노래, 연극, 정원일,..... 내 삶을 다시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고 말하는 그녀
무대에 선 피에로 헬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 그녀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피에로다. 가끔 세상을 이해할 수 없을 때나 세상 일이 너무 힘들게만
느껴질 때 상상으로 빨강 코를 달기도 한다. 그렇게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면 아름다운 것들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될거라고......
책을 읽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그녀의 출발을 응원해주는 일밖에 없다니....오히려 힘든 터널을 빠져나온 그녀로 인해
더 많은 용기를 선물받았다.

초콜릿 사 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혼내는 엄마에게 서로 싸우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그녀는 소리친다.
"매 순간 순간이 소중합니다! 이 순간이 마지막일 수 있습니다! 사랑하십시오! 칭찬하십시오! 아낌없이 주십시오.
서로에게 잘 해주십시오!" 
 

 

                           그녀가 아이들에게 쓴 편지 

 

              그녀가 받은 감사의 편지 중...... 


요즘 읽은 책이나 영화가 자연스레 하나로 모아진다. 아주 작은 일상에 대한 감사함, 옆에 있는 이의 소중함,.....
우연히 접한 이 글로 다시한번 더 느껴본다.

이렇게 근사한 것을 모두가 기뻐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아버지가 있고, 어머니가 있고, 손이 있어 밥을 먹을 수 있고,
발이 있어 새들의 소리를 들으며 공원을 산책할 수 있고,
눈이 있어 저 맑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고, 밤이 되면
하루의 모든 피로를 저 밤
하늘에, 별 속에 묻어두고 잠을 잘 수 있고,
또 아침이 찾아와 빛나는 태양을 만날 수 있고…
이렇게 근사하고 고마운 것.
아무도 그 것을 고맙다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고마운 줄 아는 사람은,
이미 그 것을
잃어버린 사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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