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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ㅣ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1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예담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전에 국악공연에서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를 들려주시던 분이 음식이 주제인 그날의 공연에서
사랑가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자꾸 뭔가 먹이고 싶어하더라" 고.....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맛난 걸 먹이고 싶어하고 엄마들은 자식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거짓말같은 사랑을 베푼다.
이 책의 오토미도 엄마로 아내로, 가족들을 위해 항상 따뜻한 요리를 준비하던 그녀는 이렇듯 다정하고 꼼꼼하게 레시피를 준비해두었다.
'장례식날 레시피'에 이어서 '49일의 레시피' 모두 함게 즐겁게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그 도시락이 마지막 손요리라는 걸 알았다면 그런 야속한 말은 하지 않았을텐데....' 아내가 죽는 날 그녀가 사 준 도시락을 소스가 흘렀다고 짜증내며
밀어냈던 남편은 그렇게 때늦은 후회를 한다. 새엄마에 대한 진심을 한켠에 밀어두었던 딸은 자신의 이혼위기의 아픔까지 안고서 한없이 작아지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남은 가족들은 참으로 무기력해서 숟가락 하나 들 힘도 없다.
상처를 안고있는 아버지와 딸앞에 엄마가 부탁해놓은 사람이 49일동안 함께 그녀가 남겨놓은 레시피대로 밥을 해준다.
무뚝뚝한 남편 아쓰타가 아내 오토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걸을 때마다 두둥실 풍겨오던 맛있는 카레냄새처럼
'엄마의 약속'이란 동화책에서 소녀 루스가 그리워하는 엄마를 떠올리면서 설탕 냄새, 햇볕 냄새, 빨랫비누 냄새를 떠올린다.
자신을 위해서 맛난걸 요리하고 뽀송뽀송한 잠을 위해서 이불을 햇볕에 널고 바지런히 빨래하는 엄마의 모습이.....
그래서 살짝 아이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엄마한테 무슨 냄새가 나? 이 책에선 루스는 엄마가 생각날 때 설탕 냄새, 햇볕 냄새, 비누 냄새가 났다는데
너희들은 엄마를 떠올리면 무슨 냄새가 날 것 같아?" 했더니 먹는 걸 좋아라 하는 통통한 둘째는 "엄마가 해 주는 밥냄새"
큰 아이는 "달가닥 달가닥 설거지하는 소리" 좀 더 향긋하고 우아한 향기를 원했던 엄마에게 역시 주부의 자리를 깨닫게 해주는 정확한 표현들...
그래 밥하고 설거지 중요하지... 하면서 같이 웃었었는데 그 소박한 밥냄새가 진정한 엄마의 냄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유리코가 라멘을 먹으며 "맛있어. 옴마의 맛이야." 엄마의 손맛에 눈물을 흘리듯.....
사람들이 칭찬해마지않던 엄마의 손맛이 점점 예전같지 않을 때 엄마가 늙어가심을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다.
어릴 적 엄마가 새벽에 부엌에서 "톡톡톡" 칼질하는 소리에 잠을 깨고 그 소리를 들으면 괜히 입에 침이 들고 안심이 되고 편안함을 느꼈던
하지만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그 매일매일의 밥상이, 365일 변함없던 엄마의 사랑이 새삼 크게 다가온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정성껏 차리는 밥상에 들어있는 그 크고 따스한 사랑을......
"그 맛있다! 라는 한마디에 적어도 저는 지난 불행이 날아갔어요.....제가 차린 걸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 그걸로 충분히 행복해요."
남에게 또 가족에게 맛난걸 먹이며 행복해하는 오토미의 연표에 가득채워진 따스한 그림과 메시지처럼 우리가 채워나가야 할
연표에도 웃음과 행복으로 채워나갔으면 좋겠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난 남은 가족들을 위한 처방전같은 레시피를 선물하고 간 오토미
그 레시피에는 소중한 사랑의 마음이 담겨있다. "이보게 나는 이제 청소도 할 수 있고 밥도 할 수 있고 빨래도 배웠어....."
남편의 홀로서기와 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레시피를 남겨두고 간 오토미는 하늘에서 미소를 짓고 있을 것만 같다.
.....엄마가 보고싶고 엄마가 차려주는 밥이 그리워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