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삶 1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작가 하 진은 현재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국계 작가이다. 이민1세대 작가, 자신이 이민 1세대의 힘든 삶을 살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작가는 자서전적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이민가족의 삶의 힘겨움이 생생하게 담겨있기에 많은 부분 미국에서의 작가의 삶이 겹쳐지는 듯 하다. 어찌할 수 없이 떠나야 했던 이민자들에게 미국땅은 기회의 땅이자 닿기 힘든 희망의 끈은 아니었을지....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공산국가였던 중국을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꿈꾸었던 이민자의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민가족의 삶 너머 시인을 꿈꾸었던 작가로서의 치열한 고민과 자신의 진정한 삶의 자유를 향한 갈망을 더 많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한 중국인 이민가족의 10년이 넘는 미국에서의 삶을 그리고 있다. 자의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우 가족의 이민은 1989년 6월 4일 많은 중국인들의 운명을 바꾸어놓았던 텐안먼 사건이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었다. 미국에 유학오면서 자신이 공부할 분야까지 할당받았던 중국정부의 압박, 텐안문 사건이 일어나기 전 유학생들 일부와 함께 베이징 시위자들에게 가해질 폭력방지를 위해 제안했던 고위층 자녀납치제안에 관한 일 등으로 중국정부의 감시와 견제를 받기도 했기에 그는 중국으로 돌아가기를 포기하고 미국에서의 삶을 선택한다. 물론 당국이 지정해준 학교에서 머물면 넉넉하진 않아도 안정된 급료를 받을 수 있지만 그는 불확실한 미래임에도 자유의 길을 선택하고 아들, 아내 핑핑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데.....
3년동안 떨어져 지내야했던 아들 타오타오를 공항에서 기다리는 이 부부의 초조함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아이와의 만남 이후에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내내 지배하고 있다. 특히 남편인 난은 여전히 첫사랑에 배신당한 아픔과 함께 아내에 대한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에 더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결혼은 물론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하면서도 자신의 아들만은 미국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도록 해야한다는 확신과 다짐을 하는 난은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우리네 부모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완전히 미국의 삶에 동화되지도 중국을 마음속에서 몰아내지도 못하고 갈등하는 난의 모습에 중국이민자 뿐 아니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서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많은 이민자들의 삶이 투영되는 것 같다. 자신의 조국이었던 중국을 부정하는 마음과 함께 시인이 되고자 하는 자신의 시적재능에 끝없이 의문과 회의를 가지고 있지만 누구보다 성실한 가장이자 아버지인 난은 공장 경비원, 아파트 경비원, 시 전문지 편집인, 레스토랑 종업원,....또 요리를 배우고 식당을 운영하면서 하루 12시간 이상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간다. 난과 핑핑의 주변에서 만나는 미국에서의 중국이민자들의 삶도 결코 녹록지 않다. 중국본토에서는 분명 유능했던 남자들이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하는 미국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채 좌절하고 심지어 아내에게 버림받고 망가지기도 하고....함께 작가를 꿈꾸었던 친구들이 세속적인 성공을 추구하며 변화되는 모습에 회의도 느끼며...때로는 동료이자 친구였던 작가의 성공에 질투하기도 하고 그 모습에 열등감도 느끼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의 난 하지만 그의 성실한 삶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충분히 보상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또 그는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진짜 두려움을 직면하는 용기를 발휘한다.

 

2권 p.414 "그는 갑자기 자신이 처한 딜레마의 진짜 이유가 뭔지 깨달았다. 그는 두려움 때문에 글에 대해 우유부단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 우습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인생을 망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자신을 위해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만들기 위해 과거의 쓸모없고 번거로운 부분을 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 되돌아 보지 않고 미래를 향해 움직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것이다. 자기 마음속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영감을 찾도록 그를 몰아친 것은 이러한 두려움이었다....그는 그렇게 많은 세월을 낭비하며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갖가지 핑계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아들을 위한 희생, 집을 사면서 진 빚 청산,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 부족한 영어 실력, 경제적인 안정의 필요성, 딸의 출생, 이상적인 여인의 부재 등 모두가 그가 만들어낸 핑계들이었다. ...."그의 두려움의 실체를 마주한 후에야 자신의 진정한 자유를 찾아갈 수 있게 된 듯하다. 좀 더 높은 급료가 아닌 아들과의 시간을 택하면서 시작한 그의 시작노트에서는 평안함을 만날 수 있었기에 마지막까지 그의 꿈이었던 시인도 결국 포기하지 않은 그의 열정이 진정한 자유로운 삶을 대변해주는 건 아닐까...

2권 p.436 "그는 그러한 꿈이 실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추구할 수만 있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에머슨의 "벨에 수레를 매라"는 격언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이것임에 틀림없었다.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길을 가야 했다."

 

 

 

 

마지막에 담긴 난 우의 시작노트에 담긴 시들이 그가 찾은 진정한 자유로운 삶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조금 늦었지만 자유로운 삶의 여정을 시작한 난을 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자신의 꿈을 향한 길에 스스로 장애를 만들어내고 있는 우리들의 비겁함을 반성하게 된다. 진정한 자유는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이 아닌 나 스스로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는것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게 해 준 책이다. 자유로운 삶 1, 2권 1000여페이지의 분량이지만 난과 핑핑 가족의 십여년의 미국에서의 삶의 이야기와 난이 던지는 끝없는 질문과 갈등을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1권 p.214 "자유란 그것을 활용하는 법을 모르면 의미가 없는 거죠.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억압을 받고 갇혀 있어서 사고방식을 바꾸고 진짜 자유를 얻는 것이 힘들어요. 우리는 회피와 부정으로 얼룩진 삶에 길들여져 있잖아요. 개인적인 취향과 자연스러운 욕구들이 대부분, 신중함과 두려움에 억제당해왔지요. 외적인 압박보다는 우리 스스로 갇혀 있는 폭압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게 더 어렵죠. 간단히 말해,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어린 아이를 잃어버린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컨템퍼러리 아트북 - 현재 가장 중요한 미술가 210명
샬럿 본햄 카터 외 지음, 김광우 외 옮김 / 미술문화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특히나 현대미술은 보이는 것 너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화가 개인의 내면 뿐 아니라 동시대의 변화와 진동까지 미세하고 담고 있는 현대미술, 그렇기에 일반인들에게 현대미술은 당혹스럽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현대미술에 대한 호기심은 감출 수 없었는데 동시대의 무려 210명의 작가와 작품들을 책 한 권에 담았다니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역자후기에 보면 동시대의 시기는 대략 50년으로 보기에 50년전부터 지금까지를 동시대라고 말할 수 있으며 소개되는 210명의 작가들 중 타계하신 분들도 있지만 그들의 작품은 여전히 이 시대를 관통하기에 동시대 아트북에 담긴 의의가 충분하다고 하네요.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예술의 중심이 자연스레 개인에게 모여졌고 그런만큼 다양한 색깔의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모험이 현대미술에 듬뿍 담겨있다고 합니다. 디지털사진, 건축, 비디오아트, ,필름, 섬유조각, 네온사인 등 재료와 기법의 다양함 뿐 아니라 시·공간을 넘어서는 파격적인 생각의 자유로움이 다채롭게 표현되는 현대미술! 

 

 

 

 

도시전체가 '100일의 미술관'이 되는 카셀도큐멘트, 대를 이어 7천그루의 나무를 심은 거대한 프로젝트가 하나의 녹색작품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현대미술의 장르와 기법은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연은 물론 자연현상인 번개까지 미술작품에 담아낸 멕시코의 외딴 들판에 설치된 월터 드 마리아의 '번개치는 들판',  현대미술중 친근한 즐거움이 담긴 팝아트, 만화를 회화에 끌어들인 팝아트의 선구자 로이 리히텐슈타인, 다소 엽기적인 느낌을 주는 폴 매카시의 그로테스크한 작품, 자신의 고향 아프리카의 색깔을 콜라주에 담아낸 왕게치 무투의 작품, 일본 전통 풍경화에 일본의 대중문화인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담아낸 일본작가 무라카미 다카시,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현대미술의 역사라고도 불려지는 영국의 터너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작가인 레이철 화이트리드의 조각작품 등.....두고두고 ~ing인 현대미술을 언제든 펼쳐서 만날 수 있는 풍성한 책을 만났습니다.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세계 작가들의 전시회가 눈앞에! 웬만한 갤러리가 부럽지 않은 내 손안의 갤러리라고 할 수 있을 듯~

 

예술은 우리 삶의 근원적인 질문을 계속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하지요. 시대를 관통하는 현대미술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문제와 상황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출발점이 아닐까 합니다. 마냥 어려워하거나 난감해하는 이들에게 어떤 작가는 마음에 들면 좋아하고, 이상하면 이상하다고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게 현대미술에 대한 즐거운 시선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미술문외한인 저도 그렇게 열린마음으로 이 책에 담긴 작가들의 작품을 맘껏 감상했습니다. 


레이철은 "예술가는 찬사를 받는 게 아니라 소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지요. 맞습니다. 210명 작가의 넘치는 상상력과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통해 끊임없이 소통한 덕분에 현대미술이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호날두는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 아웃라이어 풋볼러 호날두만의 법칙을 배운다
한준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축구에 관심없어도 강인함과 유연함, 엄격함과 온화함을 함께 갖춘 그의 리더십에 반하게 했던, 스스로를 "Special One"이라 칭하던 특별한 감독, 주제 무리뉴에 이어 축구전문기자 한준이 소개하는 또 한 명의 스페셜한 인물은 바로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이 책을 읽기 전 호날두하면 떠오르는, 내가 그 전에 갖고 있던 이미지와 거의 일치하는 표현이 책에 있었다. p.130 "...호날두가 부와 명예를 이용해 여자와 명품에 탐닉하고 오만하며 자기애만 충만한 이기적인 인물"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그 왜곡된 오해를 풀 수 있을거라는 작가의 말은 틀림없었다. 선수 호날두, 스타 호날두, 인간 호날두, 학생 호날두로 보여주는 호날두는 훌륭한 축구선수이자 존경받을 만한 심성의 소유자였다.

 

"동에 번쩍`서에 번쩍! 그는 왼쪽에서 달리고 오른쪽에서도 달린다!..." 맨유팬이 불러주었다는 응원가처럼 질풍같은 호날두의 드리블, "2014년 4월 4일 현재 호날두는 총 673경기에 출전해 418득점을 올렸다. 오른발 슈팅으로 151골을, 왼발로도 64골을" 메시와 함께 외계인에 가까운 득점력이라고 불리우는 이 엄청난 기록이 타고난 재능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훈련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가장 늦게 떠나는 성실성은 물론 술, 담배는 커녕 탄산수도 마시지 않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기에 오늘의 호날두가 있었던 것! 2006년 월드컵 윙크사건으로 자신의 소속팀 맨유 팬들에게서도 외면하고 비난받았지만 "야유는 오히려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실력으로 야유를 환호로! 이끌어내는 근성있는 선수, 팬들을 향한 진심어린 태도, 기부천사라 불리는 통큰 기부.
p.127 "전 세계 부모들이 아이들의 식탁에 적합한 음식을 마련하는데 어떤 어려움도 없게 돕고 싶다. 직접 아이들을 만나 용기를 주고 운동도 하고 좋은 몸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나 역시 한 아이의 아버지다. 내 아들이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전 세계의 모든 아이들이 내 아들과 똑같은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

 

 

 

 

 

축구 뿐 아니라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공부까지 새로운 배움이 즐겁다는 호날두, 이 책을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거듭하며 진화하는 진짜 축구선수를 만났다. 무엇보다 예쁜 약혼녀, 엄청난 몸값, 바람둥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에 가려져있던 치열한 시간과 노력, 땀을 만나면서 '축구천재'라는 칭호 뒤에 가려져있던 축구선수이자 인간 호날두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었다. 축구장에서 뛰는 뜨거운 심장 뿐 아니라 아픈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함께 울어줄줄 아는 따뜻함도 지닌 사람, 호날두. 그의 땀과 열정이 꼭 축구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에너지와 동기부여를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p.61"축구를 알기 전의 나에 대한 기억은 없다. 언제나 축구공과 함께 했다. 거리에서든, 학교에서든 언제나 축구를 했다. 내 삶에서 가장 사랑하는 일은 축구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나의 가장 큰 변화는 호날두가 나오는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유심히 보게된 것이다. 남편은 나의 관심사가 참으로 다양하게 변한다고 핀잔주면서도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의 경기 등을 유심히 보는 내가 싫지많은 않은듯~ 무엇보다 축구채널을 고정해주는 점에서 좋아하는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영화 읽어주는 인문학
안용태 지음 / 생각의길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에 '인문학'이라는 단어만 넣으면 웬만큼 팔린다는 어느 출판사측의 말처럼 요즘의 화두는 인문학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스펙의 연장선상 수단으로서의 인문학이 아닌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순수 인문학은 솔직히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팟캐스터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작가는 영화와 인문학, 이 두 영역을 매력적인 남녀가 연애를 하듯 만나게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가의 의도대로 그 달콤한 만남은 독자인 나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영화야 놀자>중 강풀작가는 "...영화는 하나지만 보는 눈이 만 개라면 만 개의 새로운 영화가 나온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똑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 다른 감동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현실의 연장, 현실을 보는 또다른 창으로 생각되는 영화, 스무편의 영화에 작가의 인문학적 성찰이 담겨서인지 영화만 봤을 때는 결코 하지 못했던 생각과 시선을 만날 수 있었다.

 

<쇼생크탈출>에서 순응하며 살아가던 많은 죄수들과 앤디를 통해 불합리한 사회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재를 말해준다.

"이 철책은 웃기지. 처음엔 싫지만 차츰 익숙해지지.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 벗어날 수 없어. 그게 길들여지는 거야." 길들여진 삶만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레드의 고백이, 어쩔 수없다고 바뀌지 않을거라고 체념하는 무기력한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듯하다.
p.50 "니체는 일상적으로 같은 것을 반복하며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것을 두고 영원회귀에 빠져버린  삶이라고 말했다....만약 우리의 삶이 절대적 절망의 상태에 빠져 그 어떤 목적도 의미도 없이 루프만 무한히 반복한다면 어떠할까?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지옥일지도 모르겠다."
끝끝내 자유를 찾아가는 앤디를 통해 니체가 말하고 있는 고귀한 인간의 삶을 다시금 일러준다.
p.55 "니체는 절대적 절망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써 주인의식이 있는 고귀한 인간의 삶을 말한다. 고귀한 인간은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의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인 것이다. 니체<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

동독시대의 감시, 도청을 담은 <타인의 삶> 통일이전 독일사회를 보여주는 영화지만 민주주의 사회인 미국은 물론 한국도 결코 사찰, 도청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실에서 공감이 많이 되는 이야기였다. 감시가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올 수 밖에 없고 감시당하는 드라이만보다 감시의 권력을 행사하는 비슬러의 외로움과 갈등, 그리고 크리스타의 결단을 통해 그 모든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신의 삶을 지속적으로 창조해나갈 수있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p.109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존재의 사라짐 때문이 아니라 죽음 앞에서 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절박함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것은 내가 경험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나에게로 환원할 수 없는 인식. 지식. 존재 모든 영역을 넘어서는, 나의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다."
영화<아무르>를 통해서는 어쩔 수 없이 누구나 겪는 죽음에 관한 성찰,
인상적인 반전결말로만 기억되던 영화 <식스센스>였지만 책을 통해 소통이 막혀있는 오늘날, 소통의 가능성과 시작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됐다.
전쟁의 한복판에 있었던 일본제국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전투기 제로센을 설계한 호리코시 지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바람이 분다>를 통해 들려주는 악의 평범성.
p.268 "온갖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수많은 이가 고통받아도 각 개인은 상상력을 상실한 채, 자신의 꿈 속에 숨어서 자신의 안녕을 위해 시키는 대로 살아간다. 즉 지로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인문과 영화를 통해 끊임없이 우리사회의 현실을 반추하고 조명해내는 그의 열린 사고와 인문학적 철학을 통해 좁은 편견으로 바라보던 시선에서 좀 더 열린 시선으로 사회를 보게 되는 것 같다. 영화와 신화, 철학 고전을 넘나들며 들려주는 지적 교류에 짧은 지식의 나도 책읽는 즐거움이 더해졌다. 오창은 교수는 <절망의 인문학>에서 "인문학은 개인이 스스로 본원적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는 가운데 자유롭게 향유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통해 인문학을 바라보는 문을 작가가 열어주었다면 삶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 되었다.

 

사춘기 딸아이와 어쩔 수 없는 갈등이 생길 때 함께 본 영화는 정말 즐거운 연결고리가 되어주는데 딸도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영화 제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빨리 읽고 자신에게 달라고 성화이다. 영화 속 철학과 언급되는 책들 또한 결코 가볍고 만만한 책들이 아니지만 가장 큰 방황의 시기인 청소년 아이들에게 책과 영화의 만남을 통해 인문학으로의 접근을 도와주는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영화와 교차해서 보여주는 인문학을 만나고 싶다. 책이 좋아서 팟캐스트도 들어봤는데 솔직히 말보다는 글이 더 끌리는 것 같다. 굳이 옥에 티를 꼽자면 가끔 영화의 핵심결말을 말해주는 스포일러가 이 책의 유일한 단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상페의 어린 시절
장 자크 상뻬 지음, 양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장 자끄 상뻬, 우리에겐 <꼬마 니콜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작가이다. 아이와 함께 즐겁게 읽었던 <공동꼴찌>책에서 만난 이웃들 이야기, 손자의 어떤 투정도 따뜻하게 품어주는 다정한 할머니, 아침 운동 핑계 삼아 호기있게 외출했다 먹기만 하고 와서는 엄청 피곤하지만 정말 유익했다며 너스레 떠는 아빠, 먹는 걸 좋아하는 친구나 잘난 척 하는 친구 등 우리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내 친구, 내 이웃, 내 가족 이야기 같았기에 공감의 웃음을 함께 했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따뜻한 그림들을 보면 장난끼 가득한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작가의 어린시절은 많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심지어 작가는 어린시절은 한 번도 따뜻한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p.25"난 하나도 즐겁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그래서 이렇게 즐거운 것들을 좋아하게 됐을 겁니다." 알콜중독자 양아버지와 그로 인한 끊임없는 부부싸움, 항상 부모님이 싸울거라는 불길한 예감...에 풀죽여 지내야 했던, "내 생활이란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는 싸움, 서로 상처를 주는 말다툼, 쌓인 빚, 야반도주식의 이사로 이루어졌으니까요."
자신의 말대로 지나치게 예민한 여린 감수성으로 그 상황들을 견디어낸 어린시절, 결핍, 가난때문에 괴로웠다고 자신의 어린시절을 솔직하게 말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만나는 작품 속 아이들을 보니 그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가 만났던 위로속에 작가자신에 대한 치유도 담고 있었던 듯 하다.

 


p.44 "..당신의 어린 시절과 당신 그림 속 어린 아이들 사이의 괴리죠. 당신이 그린 아이들은 항상 즐겁고 낙천적인 편인 것 같거든요."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침묵)저기 말입니다. 내가 워낙 설명에 서툴러서. 그건 일종의 치료라고 보시면 됩니다.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행복한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행복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유머러스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는 말입니다. 미친 짓이었죠. 하지만 그게 바로 내 성격입니다." 작가의 어린시절을 아는 것만으로도 왠지 작가와 한뼘은 더 친밀해진 느낌이다. 거기다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꼬마 니콜라>의 탄생과정 등 작품에 관한 일화도 덤으로 들을 수 있다.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꼬마 니콜라'의 의외의 허술한^^작명 (버스 안에서 니콜라 포도주 대리점의 광고를 봤던 터라 편집장에게 니콜라라 부르기로 했다는^^) 찰떡궁합이었던 르네 고시니와의 만남, 서로의 어린 시절 기억을 공유하고 서로 해석하며 함께 만들어낸 <꼬마 니콜라> 그 안의 축구이야기는 온전히 자신이 쓴 것이라는 이야기는, 작가가 아니면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 아닌가!

p.41 "...그러고 보니 당신은 아직 늙지 않은 모양이로군요?"
"무슨 말씀을. 많이 늙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어린 아이로 남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여전히 아이들 틈에 끼어 공차기를 하며 아이들의 부추김에 으쓱해하고, 다른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엉뚱한 장난까지....인터뷰하는 현재의 상뻬에게서도 여전히 아이다운 유쾌함과 순수함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 남긴 "이런,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 겁니다!" 그의 마지막 넉살까지 마르크 르카르팡티에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린시절 뿐 아니라 작가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생각까지도 꺼내보였던, 진솔한 작가와의 만남이었다.

 

악단에서의 연주를 꿈꾸며 재즈 음악가를 그리면서부터 시작된 그의 그림인생,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따스하게 안아주는 그의 그림 뒤편에 담겨있던 힘든 유년시절의 기억...책 곳곳에 담긴 그의 장난끼 가득하고 따뜻한 그림들과 함께 읽는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로 인해 앞으로 그의 작품들에서 더 따뜻한 온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뒷부분, 절반의 분량만큼 글이 아닌 작가의 그림으로 채워져 있는데 그 그림들이야말로 작가가 인터뷰를 통해 들려준 이야기보다 더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싶은 나머지 이야기 같기도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