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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페의 어린 시절
장 자크 상뻬 지음, 양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장 자끄 상뻬, 우리에겐 <꼬마 니콜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작가이다. 아이와 함께 즐겁게 읽었던 <공동꼴찌>책에서 만난 이웃들 이야기, 손자의 어떤 투정도 따뜻하게 품어주는 다정한 할머니, 아침 운동 핑계 삼아 호기있게 외출했다 먹기만 하고 와서는 엄청 피곤하지만 정말 유익했다며 너스레 떠는 아빠, 먹는 걸 좋아하는 친구나 잘난 척 하는 친구 등 우리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내 친구, 내 이웃, 내 가족 이야기 같았기에 공감의 웃음을 함께 했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따뜻한 그림들을 보면 장난끼 가득한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작가의 어린시절은 많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심지어 작가는 어린시절은 한 번도 따뜻한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p.25"난 하나도 즐겁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그래서 이렇게 즐거운 것들을 좋아하게 됐을 겁니다." 알콜중독자 양아버지와 그로 인한 끊임없는 부부싸움, 항상 부모님이 싸울거라는 불길한 예감...에 풀죽여 지내야 했던, "내 생활이란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는 싸움, 서로 상처를 주는 말다툼, 쌓인 빚, 야반도주식의 이사로 이루어졌으니까요."
자신의 말대로 지나치게 예민한 여린 감수성으로 그 상황들을 견디어낸 어린시절, 결핍, 가난때문에 괴로웠다고 자신의 어린시절을 솔직하게 말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만나는 작품 속 아이들을 보니 그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가 만났던 위로속에 작가자신에 대한 치유도 담고 있었던 듯 하다.

p.44 "..당신의 어린 시절과 당신 그림 속 어린 아이들 사이의 괴리죠. 당신이 그린 아이들은 항상 즐겁고 낙천적인 편인 것 같거든요."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침묵)저기 말입니다. 내가 워낙 설명에 서툴러서. 그건 일종의 치료라고 보시면 됩니다.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행복한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행복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유머러스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는 말입니다. 미친 짓이었죠. 하지만 그게 바로 내 성격입니다." 작가의 어린시절을 아는 것만으로도 왠지 작가와 한뼘은 더 친밀해진 느낌이다. 거기다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꼬마 니콜라>의 탄생과정 등 작품에 관한 일화도 덤으로 들을 수 있다.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꼬마 니콜라'의 의외의 허술한^^작명 (버스 안에서 니콜라 포도주 대리점의 광고를 봤던 터라 편집장에게 니콜라라 부르기로 했다는^^) 찰떡궁합이었던 르네 고시니와의 만남, 서로의 어린 시절 기억을 공유하고 서로 해석하며 함께 만들어낸 <꼬마 니콜라> 그 안의 축구이야기는 온전히 자신이 쓴 것이라는 이야기는, 작가가 아니면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 아닌가!
p.41 "...그러고 보니 당신은 아직 늙지 않은 모양이로군요?"
"무슨 말씀을. 많이 늙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어린 아이로 남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여전히 아이들 틈에 끼어 공차기를 하며 아이들의 부추김에 으쓱해하고, 다른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엉뚱한 장난까지....인터뷰하는 현재의 상뻬에게서도 여전히 아이다운 유쾌함과 순수함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 남긴 "이런,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 겁니다!" 그의 마지막 넉살까지 마르크 르카르팡티에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린시절 뿐 아니라 작가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생각까지도 꺼내보였던, 진솔한 작가와의 만남이었다.
악단에서의 연주를 꿈꾸며 재즈 음악가를 그리면서부터 시작된 그의 그림인생,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따스하게 안아주는 그의 그림 뒤편에 담겨있던 힘든 유년시절의 기억...책 곳곳에 담긴 그의 장난끼 가득하고 따뜻한 그림들과 함께 읽는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로 인해 앞으로 그의 작품들에서 더 따뜻한 온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뒷부분, 절반의 분량만큼 글이 아닌 작가의 그림으로 채워져 있는데 그 그림들이야말로 작가가 인터뷰를 통해 들려준 이야기보다 더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싶은 나머지 이야기 같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