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1950년 6월 25일은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되지만 1953년 7월 27일은 누구도 기억하지 못했던 날이 아닐까요....[웰컴투 동막골][태극기 휘날리며][포화속으로]....한국전쟁을 다룬 영화가 많았기에 사실 [고지전]예고영상 보여줄 때 아휴~ 전쟁 영화 지겹다. 더이상의 전쟁영화는 보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는데.....이 영화는 전쟁의 시작이 아니라 끝을 보여주는, 게다가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우리를 사로잡았던 독특한 흡인력으로 내용이 탄탄한 작가이기에 또 입소문 자자해서 보게 된 영화 [고지전] 가슴 아픈 우리 민족의 전쟁이야기, 60여년이 지났지만 그 상처는 그대로 동강난 한반도에서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았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아니 외면했던 휴전선을 결정짓기 위한 그 끊임없는 사투에서 스러져간 젊은이들....그들의 비극이 아프고 또 아픕니다. 1951년, 우리가 알고 있던 전쟁은 끝났다 이제 모든 전선은 ‘고지전’으로 돌입한다! 전쟁이 발발한지 1년 보름이 지난 1951년 7월 30일부터 시작된 정전협상은 2년 뒤인 1953년 7월 27일까지 159회의 본 회담을 비롯한 765회의 각종회의를 통해 정전협정을 탄생시켰다. 이렇게 탄생된 정전협정의 정식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조선)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뉴스에서 전해지는 간결한 이 문구 뒤에 이런 전쟁이 있다는 걸 몰랐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던...... [외교사료관]에서 찍은 정전협정 서명란-그 때는 아무 생각없이 봤는데....영화를 보고 다시 보니 마음이 아팠어요. 63. ...effective at 22:00 hours on27 JULY 1953. Done at Panmunjom, Korea at 10:00 hours on the 27 day of JULY... 이렇게 골똘하게 쳐다보던 아이도 그리고 저도 몰랐던 12시간의 아픔이..... 1953년 2월 휴전협정이 난황을 거듭하던 가운데 강은표(신하균)중위는 동부전선 최전방의 애록고지에서 벌어진 중대장의 의문의 죽음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맡고 그 곳에 가게 됩니다. 2년전 전쟁의 포화에 떨던 연약한 학생이었던 수혁(고수)와 재회하지만 그의 달라진 모습에 놀랍니다. 마치 땅따먹기처럼 한 뼘 더를 위해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최전방이지만 강중위는 수혁과 어린 대위를 중심으로 한 이상한 분위기를 느낍니다. 마침내 북한군과 담배와 술, 성냥, 편지를 교환하는 현장을 목격하지만 "우리가 이 고지 몇 번 탈환했는지 알아? 한 30번까지 셌나?"...."네가 알아낼 수 있는 건 없고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을거야" 수혁의 말처럼 그도 최전방에서 전쟁에 지쳐 갑니다. 애록고지라는 이름처럼 깍아지른 고지를 올라가며 싸우는 전쟁장면은.....그 가파름만큼 힘들고 마음 아팠습니다. 그리고 '전선야곡' 노래로 병사들의 마음을 달래줬던 남성식 일병이 저격수의 총에 죽는 장면도....차마 보기 힘들었어요. "그런 시체로 다지고 다져진게 여기 애록이야" 수혁의 절규가 그 2년동안의 처참함을 말해줍니다. 전쟁에 지치고 지친 그들에게 드디어 정전협상이 이루어졌다는 단비같은 소식이 옵니다. 계곡에서 마주친 남과 북의 병사들, 서로에게 "잘가라!" "애썼다" 웃으며 헤어졌던 그들 27일 10시 정전협상 하지만 효력은 12시간 후..... "12시간만 버텨라. 살아서 집에 가자!"던 신일영 대위의 "살아남는게 전쟁에서 이기는 거라고 했어요!"라는 외침은 주인없는 메아리가 되었습니다. 안개낀 고지에서 울려 퍼지던 남과 북이 없이 한데 어울려 부르던 노랫소리 [전선야곡] "온 세상이 싸우라고 하는데 안개만 우리를 말리네....." 안개가 걷히지 않기를 12시간만 안개 속에 있기를 바랐던 그들의 바람을 뒤로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히고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는 그들....군인이 아닌 아들로 또 남편으로 또 아빠로 고향에, 사랑하는 가족에게 돌아가고픈 그들을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로 밀어내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답답하고 아팠습니다. 단 12시간만 버티면 돌아갈 수 있었는데...... 우리가 알고 있었던 휴전의 과정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전쟁이 곧 끝날거라는 한줄기 희망을 안고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들에게 2년은 너무나 길었습니다. 하지만 그 2년보다 정전 협상 후 12시간은 잔인할 정도로 길었습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어느 누구도 거부할 수없는 참혹한 전쟁..... 시작도 끝도 아픈...전쟁 이제 다시는 없었으면 바랍니다. 고지전의 박상연 작가의 이전작품, [DMZ]를 원작으로 영화화한 [공동경비구역 JSA]를 집에 와서 다시 보았습니다. 우연히도 겹치는 주인공들의 이름 그리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추리형식에서 같은 작가의 작품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북한 병사들이 북측 초소에서 서로의 물품과 정을 나누었듯 '고지전'에서는 땅 속에 묻어둔 상자를 통해 남북한이 물건교환을 하는 영상이 겹쳐지는.... 영화 속 인물 신일영 대위로 나오는 이제훈 인상에 남았어요. 물론 영화전 무대인사로 만난 고수도 너무 매력있었구요. 전쟁이라는 포화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일지 모르는 신하균은 살짝 미웠어요. 고수가 죽어갈 때도 손 한번 내밀지 않아서.... 전쟁의 포화 속에서 병사들의 마음을....그리고 영화 보는 우리를 내내 울렸던 노래 [전선야곡] 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 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도 차가운데 단잠을 못 이루고 돌아눕는 귓가에 장부의 길 일러주신 어머님의 목소리 아~아~아~그 목소리 그리워 들려오는 총 소리를 자장가 삼아 꿈 길 속에 달려간 내 고향 내 집에는 정안수 떠 놓고서 이 아들의 공 비는 어머님의 흰 머리가 눈부시어 울었소 아~아~아~ 쓸어안고 싶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