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 비야·안톤의 실험적 생활 에세이
한비야.안톤 반 주트펀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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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여행가이자 구호활동가 한비야. 독특하지만 예쁜 이름과 전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는 그녀의 이야기와 출간된 책들은 내가 막 대학생이 되었을 때 이미 유명했다. 동시대 사람인 건 확실한데 어딘가 먼 사람, 나이는 잘 몰라도 그녀의 책을 통해 대한민국의 어떤 젊은이들보다 팔팔하고 씩씩하게 활동하고 있음을 알게 돼서 내게 한비야 씨는 늘 젊은 사람이었다. 마지막으로 들은 소식이 국제구호학인가, 그녀가 이미 활동하던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자 대학 석사과정에 입학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그녀가 이미 60이 넘었고, 6살 연상의 네덜란드 남자와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이 책이 출간된 올해가 바로 3년차, 따끈따끈한 신혼이다. 그녀의 생활은 아직도 열정이 넘치는지, 그 에너지로 여전히 전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지, 남편은 어떤 사람인지, 그들이 스스로 정한 독특한 결혼생활의 방식은 무엇인지 책을 펼치기 전부터 참 궁금한 게 많았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에 대한 여러 가지 규칙의 소개와 그에 따른 현재 생활 모습을 다룬 1장, 결혼 전 장거리 연애시절 이야기, 언약식과 결혼식, 독특한 신혼여행 등의 이야기를 다룬 2장, 결혼 이후 그들이 정한 대로 네덜란드와 한국을 오가며 살아가는 양쪽에서의 일상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는 3장,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에서 혼자 있는 힘과 함께 하는 힘을 발휘해 살아갈 그들의 생각과 계획을 담은 4장. 책은 이렇게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부인 두 사람이 공동저자이지만 한비야 씨의 분량이 더 많다.

  안톤과 함께 쓴 이 책은 우리의 알콩달콩 결혼 생활 모습을 모아놓은 이야기가 아니다. 남들과는 사뭇 다른 우리 상황에 맞게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고, 결혼 후 더욱 나답게 살아가는 이야기고, 혼자 있는 힘과 함께하는 힘을 새롭게 발견하는 이야기다. (중략) 결혼 3년 차, '따로 또 같이' 사는 우리 방식은 지금까지는 잘 맞는 것 같다. 앞으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그때마다 수정, 보완해가야 할 다분히 실험적인 이 결혼 생활 방식은 그래서 지금도 진화 발전 중이다.

(프롤로그 중 6-7p)

서로를 플래닝 닷컴 코리아, 플래닝 닷컴 네덜란드라고 부르고 경쟁할 정도로 계획과 규칙을 정하고 그에 따르는 것에 익숙한 두 사람은 결혼생활에 있어 서로를 존중하고 싸우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규칙을 세웠다고 한다. 본문의 내용만으로는 그들이 정한 규칙 중 대다수가 아내의 제안인 경우가 많아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보통과는 조금 다르고 평범치 않아 보이는 시도도 거부하지 않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남편이 있기에 그들만의 독특하고 합리적인 규칙들이 생겨난 것 같다.(제안자가 반대일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규칙들이 생겨나고 잘 수행되며 점점 보완해나가는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세세한 면에서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쿵짝이 잘 맞는 배우자가 있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감하게 먼저 규칙들을 제안하는 한비야 씨가 쿵이라면 합리적인 결정을 위한 검토와 합의를 함께 할 안톤 씨가 짝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지금껏 살아온 방식, 향후의 활동 계획에 맞춰 결정된 생활방식이 336규칙(한국 3, 네덜란드 3, 각자의 시간 6개월로 1년을 쪼개 지내는 장소를 바꾸는 방식)이며, 연금이나 사회활동을 통해 각자의 수입이 있고 각자의 재산을 합칠 필요 없이 스스로 운영할 만한 두 사람이기에 지출에 있어서의 반반 법칙이 수월하게 이행되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두 사람 사이의 규칙이나 방식들은 정말 두 사람에게 최적화된 방법일 따름이라 굳이 이 책을 보고 그 방식을 다른 누군가가 따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들이 그런 방식을 택하고 수행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과감히 의견을 내고, 남들의 보통이나 실패를 신경 쓰지 않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서로의 최선을 생각하고, 상대의 수긍을 강요하지 않는 태도 같은 것들 말이다.  


  '오전 10시 전 부정적인 얘기 금지'는 비야가 제안하고 둘이서 합의한 원칙이다. 아침 10시 전에는 절대로 무엇에 관해서 건 누구에 대해 서건 부정적인 얘기를 하지 않는 거다. 'NO'라는 말은 물론 일체의 부정적인 단어, 표현, 심지어는 표정이나 손짓도 금지다. 하루를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시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에 이 제안이 신선하고 솔깃했다. (중략) 비야는 부정적인 말은 자석처럼 부정적인 에너지를 끌어들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앗아간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꼭 해야 할 말이 있더라도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는 부정적인 말이나 상대방을 기분 나쁜 게 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그렇게 해온 탓에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오랫동안 그렇게 해온 탓에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심지어 아침부터 별 이유 없이 생글생글 웃으며 춤도 춘다. 믿거나 말거나!

(본문 중 40p)


굳이 그들의 규칙을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바로 위에 적었지만 사실 하나 굉장히 탐나는 규칙이 있다. 내가 가장 따라 하고 싶고, 온 가족뿐 아니라 온 세상 모든 사람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규칙은 '오전 10시 이전에 부정적인 얘기 금지법'이다. 하루를 시작할 때, 직장에 막 출근했을 때, 누군가를 만날 때, 맨 처음이 기분 좋으면 별다를 게 없는 하루여도 무언가 더 수월해지는 느낌이 있지 않은가. 가족들 간의 아침인사나 아침식사 때의 대화도 그렇다. 어제의 힘들었던 일이나 오늘의 골치 아플 일들을 푸념하기보다 별 내용 없는 긍정적인 표현하나, 서로에게 건네는 칭찬 한마디가 나온다면 분위기가 더욱 화목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하루의 첫마디가 가끔 특별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 좋은 말을 들었을 때 그 기분을 간직하려 자꾸 되뇌곤 한다.(예를 들어 오늘 자전거로 출근하는 길에 주차를 하다 직장 상사를 만났는데, 멋있다! 잘생겼다! 하는 농담조의 칭찬을 들었다. 그 말을 건넨 분이 자전거를 못 탄다는 뒷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그 덕에 나는 가볍고 기분 좋게 일을 시작할 수 있어서 힘이 났다ㅋㅋ) 게다가 긍정적인 말을 들으면 나 자신도 부정적인 말을 줄이게 된다! 여러모로 좋은 습관이고 많은 사람이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이 책 역시 두 사람의 어떤 계획이나 프로젝트 중 하나이며, 그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 책의 인세도 반으로 나누어, 절반은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갈 예정이라고 한다. 혼자서도 씩씩한 그녀였지만 책 제목처럼 함께 걸어갈 사람을 만나 같이 쿵짝쿵짝 재미있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보는 게 즐겁고, 한참 어린 사람인 내가 이런 표현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괜히 흐뭇하기도 했다. 책에서의 표현대로 '혼자 있는 힘'이 있어야 함께할 사람이 생겨도 나다움을 잃지 않고 함께가 더 즐거울 수 있을 거라는 의견에도 동조한다. 여러 가지 의미로 새로운 소식과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어서 참 좋았던 책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자면, 이 책의 본문은 신혼부부의 글이다 보니 글 중간중간 두 사람의 애정행각이나 서로에 대해 애정 어린(=닭살 돋는) 표현들도 심심찮게 나오니 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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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우리의 가장 빛나는 순간 - 사진가 안웅철의 시선
안웅철 지음 / 파람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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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수록된 풍경 사진 중 몇 장에 푹 빠져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책이 보일 때마다 체크해둔 그 사진이 있는 페이지들을 여러 번 펼쳐보았다. 가본적 없는 곳의 하늘과 흙과 돌마저 감동스러웠고, 가본 곳의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다른 이의 시선으로 담겨있어서인지 낯선 느낌이 들기도 해서 신기했다. 환하고 밝게 빛나는 풍경뿐 아니라 촬영할 때의 날씨에 따라 우중충하고 안개 가득 낀 풍경마저도 아름답게 풀어내는 솜씨에도 감탄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 중에서도 여행에 목말라 있는 요즘이라 그런지 더욱 여행이야기와 이국적인 풍경들에 가장 몰입해서 보고 읽었다. 사실 책으로 대리만족을 한다기보다는, 약간의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부러웠고 나도 막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지기도 했다. 그래도 책의 부제처럼 사진가 안웅철의 시선을 따라 세계 곳곳의 장면을 보는 게 즐거웠다. 사진들은 여행에 관한 파트가 가장 좋았고 글은 인물사진에 대한 파트가 조금 더 좋았던 것 같다. 이 책의 제목도 인물사진을 다루는 본문의 한 부분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유명 인사들의 인물사진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김광석의 사진을 본 것도 반가웠다.


​​사진의 힘은 이럴 때 위대하게 느껴진다. 새까맣게 잊었던 기억도, 옛 사랑의 추억도 사진 하나 때문에 떠오르곤 하니까. 더 오랜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나보다 내 사진을 더 기억하게 될지 모르겠다. 기꺼이 그래도 좋겠다. (본문 중 47p)


사람에겐 아름다운 시절이 따로 없다.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내일도 아니고 '지금'이다. 사진을 찍지 않은 어제나 과거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분명 지금이 내일보다 젊다. 물론 사람은 젊고 아름다운 게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다. (본문 중 149p)



다양한 사진을 정말 많이 찍어온 작가이고, 그중에서도 풍경 사진을 제일 많이 찍었다고 하는 작가이기에 여행과 풍경 사진에 대한 내용의 분량이 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나도 그 부분을 특히 즐겁게 봤지만, 사실 전체적으로는 구성과 진행이 약간 산만하다고 느껴져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목차를 보면 참 질서정연하게 잘 나누어진 느낌인데 글이 짧아 본문 하나당의 호흡이 짧아서인지 한 번에 읽어내리기엔 굵직한 메시지가 부족하다고 할지, 수록된 사진 수만큼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추억을 토막토막 나누어 풀어낸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개인적으로 소설이나 조금은 긴 호흡의 글을 좋아하는 성향 때문에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에세이를 소설처럼 읽어버렸다는 후회도 조금 했다. 조금은 여유 있게 본문이나 사진에 조금 더 집중하면서 느긋하게 읽어야 더 좋았을 책이라고 서평을 쓰는 지금에야 생각한다.(서평을 다 쓰면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보려 한다.)

사진가 안웅철이라는 사람에 대해 이 책을 통해 많이 알게 된 느낌이다. 사진 찍는 일이 직업이고, 여행과 사진을 좋아한다. 음악과 그 외의 다양한 분야로도 관심이 넓어 다양한 콜라보 작업도 했다.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찾다 제주의 곶자왈이라는 곳의 사진을 찍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인물사진을 찍을 때 그 대상과의 수다와 교류로 먼저 마음을 열게 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그가 찍히고 찍은 여러 장의 가족사진 속 얽힌 약간의 추억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을 펴자마자 보이는 책날개의 압축된 저자 소개보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는 저자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게 에세이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그 재미를 마음껏 느끼게 할 만큼 사진과 글로 작가 자신을 드러낸 솔직한 책이라는 평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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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제1회 카카오페이지×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수상작
이지아 지음 / 스윙테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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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이 토성에 두고 간 정찰선 티스테는 어레스 박사의 도움을 받아 안드로이드의 몸을 갖게 되고 박사를 도우며 살고 있다. 날씨가 궂은 날에는 자신처럼 방치된 우주선이 있을까 여기저기 순찰을 다니기도 하는 나날을 보내며. 한편 맑은 공기는 에메랄드 존이라고 이름 붙여진 한정된 구역밖에 남지 않은 지구에서 나고 자란 룻은 버거집에서 알바를 하고 해커 일을 하며 몸이 아픈 엄마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다. 보상금을 노리고 할아버지의 우주선을 찾으러 토성으로 간 훈의 손녀 룻. 둘의 만남은 다소 충동적이고 완전히 진실되지 못했지만,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고 서로 간의 정을 쌓아간다.


자신을 버려둔 채 돌아오지 않는 않는 훈을 이해하기 위해 고통을 동반하는 감정을 배운 티스테는 너무도 인간적인 인공지능이 되었다. 안드로이드로 다시 태어날 때의 눈물과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룻에게 틱틱대는 말대꾸를 하며 마음을 연 그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훈과 함께한 과정을 회상할 때를 보면 본래부터 개성적인 인공지능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안드로이드로 다시 태어난 순간 눈물을 터트리고 분노하고 슬퍼할 줄 아는 티스테는 우주선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만 빼면 정말 인간 같다. 그는 훈과 함께한 나날들을 소중히 간직한 만큼 다시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은 훈을 용서하지 못하고 복수를 꿈꾼다. 하지만 훈이 위중하며 그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에 그의 손녀와 함께 지구로 가는 여정을 택한다.


  티스테와 나는 할아버지의 반쪽밖에 모르고 있었다. 달의 이쪽과 저쪽처럼 우주를 누비던 젊은 날의 할아버지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지구에 정착할 할아버지. 어느 한쪽도 가짜는 아니었다. 두 인물 모두 다비드 훈이었다. 우리는 말하자면 그분의 초상화를 반쪽씩 나누어 가진 존재였다.​  

(본문 중 138p)


글의 초반 룻과 티스테의 시선으로 번갈아 이어지는 본문들은 길이가 짤막하기도 하고 핑퐁처럼 주고받는 템포가 발랄하고 재밌었다. 후반으로 가면 몇몇 기타 인물들의 시선도 간혹 등장하지만, 한 소녀와 한 인공지능의 시점과 감정으로 가득 찬 서술만큼 다이내믹하진 않았다. 훈이라는 존재의 기억만이 두 인물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데 비슷한 느낌으로 영향을 끼친 걸 보면 훈 역시 자신의 정찰선이자 동료나 마찬가지였던 티스테를 손녀만큼이나 아끼고 진심으로 대해주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아기는 태어나는 순간 온 힘을 다해서 운다. 그걸 뒷받침하는 이론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내가 발견한 가설을 주장한다.

  모든 새로운 생명은 어디선가 버림을 받고서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게 분명하다고. 그렇지 않고서야 그토록 처절하게 울 수는 없다고 ……. ​ 

(본문 중 162p)


신뢰와 애정으로 가득 찬 관계였기에 티스테가 훈의 부재에 크나큰 분노와 슬픔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룻의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아버린 티스테나, 티스테에게 거짓말을 해버린 룻은 티스테와 훈이 그랬던 것처럼 관계를 쌓아가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여서 이야기의 전개가 내내 흥미로웠다. 위험하고 아름다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 그 안에 살고 있는 관계를 맺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작은 존재들의 이야기.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고 배경이 배경인 만큼 일상적이지 않는 사건들이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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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정원 - 12색 물감으로 완성하는 수채화 컬러링북 Collect 4
차유정(위시유)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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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 컬러링에 대한 소개와 정보가 들어있고, 견본처럼 채색이 완료된 어여쁜 그림들이 있고, 저자의 실제 색칠 영상을 볼 수 있는 QR코드가 들어있는, 즉 본문이 있는 책이 하나. 본문에 나왔던 작품들을 색을 테마로 정렬해놓고 하나하나 컬러링 할 수 있게 밑그림 형태로 제시해 주는 워크북이 하나. <나의 작은 정원>은 이렇게 총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에 걸맞게 감상하고 채색할 수 있는 그림의 모델은 모두 식물이다.

수채화 초보에게 정말 정말 매력적인 책이었다. 12색 물감을 이용하고(굳이 전문가용을 추천하지도 않는다), 수채 채색을 차근차근 가르쳐주되 선 긋기나 단면 색칠 등의 단순 채색 연습만 시키거나 이론만 늘어놓는 책도 아니다. 거기에 수채화 물감을 마음껏 칠해볼 수 있는 좋은 종이로 만들어진 컬러링 워크북까지 한 세트다.


워크북, 컬러링북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직접 채색을 할 수 있는 책은 종이의 질이 좋고 180도 완전하게 열어 볼 수 있는 제본으로 되어있다. 낱장으로 떼어내려면 깔끔하게 떨어지는 구조라 예쁘게 칠한 후 엽서로 사용하거나 작품처럼 장식해두기에도 용이하다. 거기에 컬러링을 위한 밑그림은 한 장당 1페이지로 그림이 있는 뒷면은 깨끗한 백지이다. 밑그림을 따라 수채화를 즐긴 후에도 종이가 거의 울지 않아 뒷면을 연습용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그림이 있는 페이지에도 공백이 많은 편이라 색칠한 작품을 장식용으로 보관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림에 들어갈 색들을 조합하거나 농도에 따라 어떻게 칠해지는지 종이 팔레트로 사용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덧붙여 만약 장식용으로 보관할 거라면 그림 주변 빈 공간에 캘리그래피를 추가하는 것도 멋질 것 같다.)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오래전부터 집에 있던 물감들을 뒤로하고 취미생활을 위해 12색 고체 물감을 샀다. 캐러멜같이 작고 귀여운 물감들을 아낌없이 사용하게 만들어준 책. 책을 따라 물감끼리 섞어가며 다양한 초록색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칠하는 순서나 색감의 사용에 대한 본문의 팁을 참고하고, 여러 번 말리고 덧칠해가며 노란 해바라기도 하나 완성해봤다. 처음엔 조심스러웠는데 나중엔 재미있고 즐거웠다. 책을 읽고 사용한 후 감상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작고, 예쁘고, 재밌고, 마음껏 색칠하기에 참 최적인 책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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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er (셀퍼) - 잃어버린 나를 마주하는 111가지 물음표
작은따옴표 지음 / 셀퍼(Selfer)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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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더라도

그저 '당신'으로 살아가길 바라며.

(본문 중)






이 책은 총 7가지 주제(나/삶 죽음/행복 불행/사랑/관계/감정/타인 우리)로 독자에게 111가지의 질문을 던진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 가이드와 프롤로그를 보면 '솔직하게/자연스럽게/편하게'라는 세 가지 방법만을 안내한다. 계획적으로 분량을 정하고 꼭꼭 채워나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지만 이 책을 어떤 과제나 해야 할 일처럼 느끼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둔 게 아닌가 싶다. 질문으로 가득 찬 본문 뒤쪽에는 21일 동안의 습관 만들기를 도와줄 CHALLENGE 페이지와 만년 다이어리처럼 이 책을 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CALENDER 페이지도 있다. 보통의 다이어리와 다른 점은 무엇이냐면 달력 위에 마저 "이번 한 달, 당신이 소중하게 간직할 가치는 무엇인가요?" 하는 질문을 던진다는 것.(개인적으로 본문의 질문 개수가 하루에 질문 하나,라는 식으로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주는 365개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정말 맨 마지막으로 책에 들어간 모든 질문을 정리해놓은 페이지도 있는데, 개인적으론 굳이 그 페이지를 먼저 들춰보지는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커닝하는 것처럼 미리 질문을 알고 답하는 것보다 본문에서 질문 하나하나를 읽고 그 밑의 공간을 바라보며 답하는 시간이 더 좋다고 느꼈으니까.

예전에 읽은 어떤 책에서 사람들이 책을 찾는 이유는 물음표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렇기에 질문을 던지거나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이 책은 꽤 직접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책이기에 그런 기준에서 보면 참 좋은 책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다 그 질문들의 방향이 하나같이 나에게 향해있다. 이 책은 나에 대한 물음표를 던져주는 책이고,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가이드 끝자락에 아래와 같은 프랜시스 베이컨의 명언이 실려있다. 내 정체가 무엇일까, 나도 늘 궁금해하던 것이라서 


갑작스럽고 대담한 그리고 예상 밖의 질문은

한 인간을 여러 차례 놀라게 해서 정체를 드러내게 한다.

- 프랜시스 베이컨-​



하나하나의 질문에 간략하게나마 대답하려고 애쓰며 페이지를 넘겼다. 가볍게 바로바로 대답이 나오는 질문도, 생각보다 대답이 어려운 질문도 있었다. '본문이 많은 책은 아니니까 다시 읽더라도 오늘 우선 다 읽어버려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머릿속으로 답변을 다는 시간이 길어져서 하루안에 완독하는 걸 포기하게 만든 책이다. 대답하느냐고 뜨겁게 달아오른 머리를 식혀주는 부분은 질문 저 아래쪽, 책의 하단 중앙에 쓰인 명언/명대사/노랫말들이었다. 같은 주제 내에서 질문이 쪼개지다 보니 반복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질문만큼 마음에 드는 명언들도 많이 알게 됐다. 노랫말은 팝송과 우리나라 가요를 넘나드는 데 하나같이 잘 모르는 노래들이라 하나하나 검색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쉬는 날 하루를 꼬박 읽은 후에 느낀 건 이 책은 빠르게 볼 수 없는 책이고, 애초에 서둘러 보려고 할 필요가 없는 책이라는 것.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보다 어쩌면 그에 덧붙일 우리의 답변이 중요하단 걸 책을 읽다 보면 금방 알게 된다. 흔한 말로 인간은 이기적이라고 하지만, 이만큼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나에게만 집중한,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낸 게 얼마 만인지 아득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구나, 난 이런 걸 소중히 하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살고 싶어 했는데 저렇게 살아왔구나... 잔뜩 답을 다는 과정도 새로웠는데 그걸 다시 읽어보면 또 색다르다. 내가 달아놓은 답변인데도 딱 내 마음 같은 게 있고 참 마뜩잖은 것도 있었다. 그 답변들이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그래도 이 책을 읽고 생각하는 동안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느꼈다. 읽고 나면 조금 지쳤지만 그래도 뿌듯했다. 내 시간을 내가 참 알차게 보낸 것 같아서.

그리고 추가로 이 책을 읽을 때 BGM으로 참 좋은 노래를 하나 추천하고 싶다. 책 제목도 그렇고 '나 자신'에게 충실하자는 포인트도 그렇고 마치 이 책의 주제가처럼 잘 어울리는 노래가 꼭 하나 있다. BTS의 "Answer : Love Myself" 내 플레이리스트를 랜덤으로 듣던 와중에 이 노래가 나오는데 가사를 들을수록 이 책이 생각났고, 나중엔 이 책을 펼칠 때마다 이 노래가 떠올랐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사람이라면 이 노래 가사를 꼭 한번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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