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우리의 가장 빛나는 순간 - 사진가 안웅철의 시선
안웅철 지음 / 파람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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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수록된 풍경 사진 중 몇 장에 푹 빠져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책이 보일 때마다 체크해둔 그 사진이 있는 페이지들을 여러 번 펼쳐보았다. 가본적 없는 곳의 하늘과 흙과 돌마저 감동스러웠고, 가본 곳의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다른 이의 시선으로 담겨있어서인지 낯선 느낌이 들기도 해서 신기했다. 환하고 밝게 빛나는 풍경뿐 아니라 촬영할 때의 날씨에 따라 우중충하고 안개 가득 낀 풍경마저도 아름답게 풀어내는 솜씨에도 감탄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 중에서도 여행에 목말라 있는 요즘이라 그런지 더욱 여행이야기와 이국적인 풍경들에 가장 몰입해서 보고 읽었다. 사실 책으로 대리만족을 한다기보다는, 약간의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부러웠고 나도 막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지기도 했다. 그래도 책의 부제처럼 사진가 안웅철의 시선을 따라 세계 곳곳의 장면을 보는 게 즐거웠다. 사진들은 여행에 관한 파트가 가장 좋았고 글은 인물사진에 대한 파트가 조금 더 좋았던 것 같다. 이 책의 제목도 인물사진을 다루는 본문의 한 부분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유명 인사들의 인물사진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김광석의 사진을 본 것도 반가웠다.


​​사진의 힘은 이럴 때 위대하게 느껴진다. 새까맣게 잊었던 기억도, 옛 사랑의 추억도 사진 하나 때문에 떠오르곤 하니까. 더 오랜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나보다 내 사진을 더 기억하게 될지 모르겠다. 기꺼이 그래도 좋겠다. (본문 중 47p)


사람에겐 아름다운 시절이 따로 없다.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내일도 아니고 '지금'이다. 사진을 찍지 않은 어제나 과거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분명 지금이 내일보다 젊다. 물론 사람은 젊고 아름다운 게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다. (본문 중 149p)



다양한 사진을 정말 많이 찍어온 작가이고, 그중에서도 풍경 사진을 제일 많이 찍었다고 하는 작가이기에 여행과 풍경 사진에 대한 내용의 분량이 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나도 그 부분을 특히 즐겁게 봤지만, 사실 전체적으로는 구성과 진행이 약간 산만하다고 느껴져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목차를 보면 참 질서정연하게 잘 나누어진 느낌인데 글이 짧아 본문 하나당의 호흡이 짧아서인지 한 번에 읽어내리기엔 굵직한 메시지가 부족하다고 할지, 수록된 사진 수만큼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추억을 토막토막 나누어 풀어낸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개인적으로 소설이나 조금은 긴 호흡의 글을 좋아하는 성향 때문에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에세이를 소설처럼 읽어버렸다는 후회도 조금 했다. 조금은 여유 있게 본문이나 사진에 조금 더 집중하면서 느긋하게 읽어야 더 좋았을 책이라고 서평을 쓰는 지금에야 생각한다.(서평을 다 쓰면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보려 한다.)

사진가 안웅철이라는 사람에 대해 이 책을 통해 많이 알게 된 느낌이다. 사진 찍는 일이 직업이고, 여행과 사진을 좋아한다. 음악과 그 외의 다양한 분야로도 관심이 넓어 다양한 콜라보 작업도 했다.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찾다 제주의 곶자왈이라는 곳의 사진을 찍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인물사진을 찍을 때 그 대상과의 수다와 교류로 먼저 마음을 열게 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그가 찍히고 찍은 여러 장의 가족사진 속 얽힌 약간의 추억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을 펴자마자 보이는 책날개의 압축된 저자 소개보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는 저자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게 에세이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그 재미를 마음껏 느끼게 할 만큼 사진과 글로 작가 자신을 드러낸 솔직한 책이라는 평을 남기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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