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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er (셀퍼) - 잃어버린 나를 마주하는 111가지 물음표
작은따옴표 지음 / 셀퍼(Selfer)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더라도
그저 '당신'으로 살아가길 바라며.

이 책은 총 7가지 주제(나/삶 죽음/행복 불행/사랑/관계/감정/타인 우리)로 독자에게 111가지의 질문을 던진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 가이드와 프롤로그를 보면 '솔직하게/자연스럽게/편하게'라는 세 가지 방법만을 안내한다. 계획적으로 분량을 정하고 꼭꼭 채워나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지만 이 책을 어떤 과제나 해야 할 일처럼 느끼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둔 게 아닌가 싶다. 질문으로 가득 찬 본문 뒤쪽에는 21일 동안의 습관 만들기를 도와줄 CHALLENGE 페이지와 만년 다이어리처럼 이 책을 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CALENDER 페이지도 있다. 보통의 다이어리와 다른 점은 무엇이냐면 달력 위에 마저 "이번 한 달, 당신이 소중하게 간직할 가치는 무엇인가요?" 하는 질문을 던진다는 것.(개인적으로 본문의 질문 개수가 하루에 질문 하나,라는 식으로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주는 365개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정말 맨 마지막으로 책에 들어간 모든 질문을 정리해놓은 페이지도 있는데, 개인적으론 굳이 그 페이지를 먼저 들춰보지는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커닝하는 것처럼 미리 질문을 알고 답하는 것보다 본문에서 질문 하나하나를 읽고 그 밑의 공간을 바라보며 답하는 시간이 더 좋다고 느꼈으니까.
예전에 읽은 어떤 책에서 사람들이 책을 찾는 이유는 물음표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렇기에 질문을 던지거나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이 책은 꽤 직접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책이기에 그런 기준에서 보면 참 좋은 책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다 그 질문들의 방향이 하나같이 나에게 향해있다. 이 책은 나에 대한 물음표를 던져주는 책이고,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가이드 끝자락에 아래와 같은 프랜시스 베이컨의 명언이 실려있다. 내 정체가 무엇일까, 나도 늘 궁금해하던 것이라서
갑작스럽고 대담한 그리고 예상 밖의 질문은
한 인간을 여러 차례 놀라게 해서 정체를 드러내게 한다.
하나하나의 질문에 간략하게나마 대답하려고 애쓰며 페이지를 넘겼다. 가볍게 바로바로 대답이 나오는 질문도, 생각보다 대답이 어려운 질문도 있었다. '본문이 많은 책은 아니니까 다시 읽더라도 오늘 우선 다 읽어버려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머릿속으로 답변을 다는 시간이 길어져서 하루안에 완독하는 걸 포기하게 만든 책이다. 대답하느냐고 뜨겁게 달아오른 머리를 식혀주는 부분은 질문 저 아래쪽, 책의 하단 중앙에 쓰인 명언/명대사/노랫말들이었다. 같은 주제 내에서 질문이 쪼개지다 보니 반복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질문만큼 마음에 드는 명언들도 많이 알게 됐다. 노랫말은 팝송과 우리나라 가요를 넘나드는 데 하나같이 잘 모르는 노래들이라 하나하나 검색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쉬는 날 하루를 꼬박 읽은 후에 느낀 건 이 책은 빠르게 볼 수 없는 책이고, 애초에 서둘러 보려고 할 필요가 없는 책이라는 것.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보다 어쩌면 그에 덧붙일 우리의 답변이 중요하단 걸 책을 읽다 보면 금방 알게 된다. 흔한 말로 인간은 이기적이라고 하지만, 이만큼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나에게만 집중한,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낸 게 얼마 만인지 아득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구나, 난 이런 걸 소중히 하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살고 싶어 했는데 저렇게 살아왔구나... 잔뜩 답을 다는 과정도 새로웠는데 그걸 다시 읽어보면 또 색다르다. 내가 달아놓은 답변인데도 딱 내 마음 같은 게 있고 참 마뜩잖은 것도 있었다. 그 답변들이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그래도 이 책을 읽고 생각하는 동안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느꼈다. 읽고 나면 조금 지쳤지만 그래도 뿌듯했다. 내 시간을 내가 참 알차게 보낸 것 같아서.
그리고 추가로 이 책을 읽을 때 BGM으로 참 좋은 노래를 하나 추천하고 싶다. 책 제목도 그렇고 '나 자신'에게 충실하자는 포인트도 그렇고 마치 이 책의 주제가처럼 잘 어울리는 노래가 꼭 하나 있다. BTS의 "Answer : Love Myself" 내 플레이리스트를 랜덤으로 듣던 와중에 이 노래가 나오는데 가사를 들을수록 이 책이 생각났고, 나중엔 이 책을 펼칠 때마다 이 노래가 떠올랐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사람이라면 이 노래 가사를 꼭 한번 읽어보길.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