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첫눈, 고백 ㅣ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기 드 모파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19세기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기 드 모파상. 그가 남긴 300편이 넘는 단편소설 중에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14편의 작품이 이 책에 담겨있다. 모파상의 소설 속 구절들, 그가 나고 자란 장소들과 어릴 적 사진 등을 예고편처럼 책 초반에 흩어놓고 그 뒤에야 본문의 차례를 보여준다. 본문도 소설을 보여주기 전에 '작가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라는 이름으로 소개 글을 먼저 배치한 게 인상적이다. 한 작가의 소설들을 묶었고, 그 작품들이 작가가 그려낸 사랑이란 주제로 또 한 번 묶여있기에 작가와 개별 작품에게 서서히 몰입할 수 있는 매력적인 구성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 사랑을 조심하십시오! 사랑은 어디에나 숨어 있고, 모퉁이마다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모든 계략은 펼쳐져 있고 무기는 날이 서 있으며, 배신은 언제든 준비되어 있답니다! 사랑을 조심하십시오! 사랑을 조심하십시오!' - 『첫눈, 고백』 , 「봄에」 본문 중 -
모파상에 대한 내 첫 기억은 교과서에 실린 '목걸이'라는 단편이었다.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 책을 통해 다시 읽었을 때도 (심지어 반전을 알고 있는데도) 무척 생생하고 강렬한 반전에 또 한 번 놀랐다. 모파상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생생하고 몰입감 있다. 캐릭터가 몰두한 무언가가 있고 그에 휘둘려 행동하기를 겁내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감정이 정말 생생하게 그려진다.
사실 모파상이 그려낸 사랑에는 낭만적인 연애사와 부부 사이의 이상적인 모습보다는 더 노골적이고 다채로운 이야기가 많다. (표제작인 <첫눈>과 <고백>이 독자가 생각한 로맨틱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기를...) 이 책에는 한순간에 타오르는 욕망과 열정에 휩쓸렸다 사라지거나, 집착과 광기로 삐뚤어지기도 하고 그에 복수를 꿈꾸는 이야기도 있다. 사랑의 과정과 결말이 늘 순탄한 것도 아니어서 외로움과 자아 붕괴로 이어지기도 하고, 현실에 부딪혀 경악스러운 선택을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사랑에 빠지거나 휩쓸리는 모습은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그려내고 사랑의 환상적인 순간들을 부정하지 않는다.(사랑에 뛰어들려던 젊은이의 앞을 적극적으로 막아서는 한 사내의 이야기는 있다ㅋㅋ) 복합적이지만 결론적으로 무난한 이야기도 있고, 책 소개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성과 부성, 가족애에 대한 훈훈한 이야기도 가끔 있다. 모파상의 사랑은 완벽하지 않다던 해설의 말이 여러 편의 단편을 읽고 나서야 점점 더 와닿는다.
19세기에 쓰인 이 짧은 소설들이 아직까지 이렇게 생생하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게 놀랍다. 등장인물들이 현대적으로도 쉽게 해석되고 그들의 이야기가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과 웃음, 충격과 안타까움 등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본 <오를라>라는 연극을 통해 다시 한번 모파상이 궁금해져서 그의 단편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가장 좋았다. 모파상의 작품이 지닌 매력을 듬뿍 맛볼 수 있는 책, 19세기를 배경으로 자극적이고 환상적이지만 한편으로 또 가장 현실적인 모파상의 사랑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