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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얼마나 믿어도 되는가 - 23년간 법의 최전선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온 판사 출신 변호사의 기록
정재민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저자가 변호사로 일하면서 변호사 사무실, 경찰서, 구치소, 법정에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았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나'에 집중했던 전작 <혼밥 판사>에 비해 이번 책 <사람을 얼마나 믿어도 되는가>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고 말한다. 변호사가 주 직업이지만 저자는 이 책을 포함해 소설과 에세이 여러 권을 출간한 적이 있고, 방송과 유튜브에서의 활동도 종종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 다양한 활동들을 매개로 정재민 변호사를 알게 되고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판사와 공무원을 거쳐 현직 변호사로서 다양한 의뢰인들을 만나는 이야기는 짐작하긴 했는데, 변호사로 일하면서 마주한 경찰, 검사, 판사의 이야기는 낯설고 흥미로웠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사로서의 삶과 변호사로서의 삶을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에 비교한 것도 인상적이다. 변호사에게도 뻔뻔하게 사기 치는 사람들에 기가 막히고, 진행이 늦어지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기각되는 사건들에 같이 한숨 쉬며 읽었다. 법조계의 일반적인 이야기는 잘 모르는 일반 독자가 한 다리 건너 이야기를 듣는데도 막막한 일이 많은데 직접 현장을 뛰는 전문가의 입장에선 얼마나 속이 터질까.
법조계의 일들은 직접 겪지 않으면 낯설고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이나 가까운 누군가가 사건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고 휩쓸리거나 주변인이 되는 일이 얼마나 흔하게 벌어지고 있는지 새삼 생각해 본다. 누구에나 닥칠 수 있는 일인 만큼 믿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할 때 나는 누구를 떠올리게 될까. 본문에 나온 대화중에는 사람을 얼마나 믿는지에 대해 묻고 몇 퍼센트 정도라고 답하는 내용도 있었는데, 나는 과연 사람을 얼마나 믿고 있을까 자문해 본다.
저자는 일모드에선 따박따박 맞는 말로 야무지게 받아치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근성도 있는 사람이지만,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는 데에 있어선 조금 헐렁한 부분도 보인다. 제목만 보면 믿음과 배신의 서스펜스가 섞인 치명적인 사건 이야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믿음에 기반한 유용한 처세가 담겨있을 것도 같지만(사실 이 책의 제목만 보고 느낀 개인적인 첫인상ㅎ), 사실은 변호사로서 겪어온 일상적인 에피소드가 잔뜩 등장하는 에세이다. 개인적으론 잘 알지 못하는 경험과 시선이 담겨있어 낯설지만 그만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