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명카피 핸드북 - LONG LIVE THE LAZY 게으른 자여, 영원하라
김은수 지음, 김민경.라이언 박 감수 / 길벗이지톡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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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짧고 직관적이지만 뜯어볼수록 브랜드의 철학과 사회적 메시지, 나아가 미국의 컬처 코드까지 담고 있는 미국의 명카피들이 있다. <영어 명카피 핸드북> 미국에서 사랑받은 광고 카피 200개를 모아 큐레이션 해주는 책으로, 강렬한 카피 문장 속 들어있는 문화적 뉘앙스와 표현을 배워볼 수 있도록 카피 문장뿐 아니라 해설과 영상 및 이미지를 함께 제공한다. 200개의 카피는 총 10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각 파트마다 영상 및 이미지를 볼 수 있는 QR이 제공된다.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광고 카피는 센스 있고 매력적인 구석이 꼭 있기 마련인데 이 책도 구석구석 그런 센스들이 엿보인다. 한 손에 잡히는 작은 판형, 광고 띠지를 벗기면 드러나는 붉은색 의자(표제처럼 쓰인 광고 카피-LONG LIVE THE LAZY-와 관련이 있다), 오렌지색 배경의 속표지에는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자유롭게 퍼져있는 각 파트의 제목들. QR을 연결해 보면 책 페이지를 넘기듯 다음 카피를 바로바로 볼 수 있게 정리된 영상과 이미지까지. (책의 순서와 똑같은 순서로 진행되고 폰으로 책 옆에 준비해두면 읽을 때 책의 부록 같은 느낌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작은 책인데다 본문 글이 길지도 않아 금방 다 읽을 줄 알았는데 나는 꽤 분주하게 책을 읽었다. 본문에는 알고 있거나 묘하게 익숙한 카피들도 있었고, 카피를 기억하진 못해도 알고 있는 브랜드들이 많이 등장했다. 문장으로는 익숙하지 않아도 광고 이미지나 영상을 본 경우도 있었다. 카피만 먼저 읽고 어느 브랜드나 제품의 광고 카피일까 추측해 보기도 하고, 광고가 만들어진 연도에 가끔 놀라기도 하고(너무 최근이거나 너무 옛날이어서), 새로 알게 된 표현이나 문장을 공부하듯 필사해가며 책을 읽었다.

가볍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듯 쭉 읽어나가도 좋고, 공부를 위해서는 참고 자료를 찾아보고 필사를 하는 등 활동을 곁들여 읽는 것도 좋다. 저자는 영어 공부를 원하는 일반 독자나 문장 감각을 키우고 싶은 학습자 외에도 영미권 진출을 준비하는 마케터나 카피라이터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미국스러운 카피'의 특징을 온전히 느끼며 그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영어 표현, 문장 감각, 문화적 배경, 브랜드 스토리, 사회적 메시지 등등)을 쏙쏙 뽑아가기를 바라는 것 같다. 카피, 영어, 미국, 브랜드 혹은 마케팅, 이 중 하나 이상의 관심사가 있다면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어볼만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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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소녀 상상 고래 27
차율이 지음, 도밍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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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그려진 그림은 첫 번째 단편 '내 머리에 꽃이 핀다면' 속 장면이다. 교육열이 높은 한 동네에서 아이들의 머리 위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꽃이 핀 아이들은 이내 잠들어버려 당분간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데, 몇몇 아이들에게 꽃은 매년 발생하는 하나의 유행병처럼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부모들에게는 그에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는 게 못마땅할 뿐이라 어떤한 변수가 있을지도 모른 채 머리 위의 꽃을 잘라버리기도 한다.

머리에 꽃이 피는 괴현상이 아이들을 잠들게 하니 잠시간 쉬게 해줄 수 있을지 몰라도,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를 기회 삼아 변하기 위해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우리와 산하 같은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네 편의 이야기 중에 분량이 가장 많은데도, 결말 그 후의 이야기가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의도적으로 생략되어 있는 듯한 산하 엄마의 이야기도 궁금했다.(어떤 상태일지 산하의 결심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첫 번째 단편 외에도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환상동화 같은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이 책에는 '내 머리에 꽃이 핀다면', '지구인 정복일지', '투명한 소녀', '나비 저택' 이렇게 총 네 가지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학업 스트레스, 핸드폰 중독, 불평등과 차별, 가정폭력 등등 아이들에게 심각한 상처를 남길 만한 환경적 일화에 환상적인 소재(식물의 신, 외계인, 미래의 어인, 마녀)를 더해 색다르게 풀어냈다. 도밍 작가님의 삽화가 이야기 속 분위기와 잘 어울려 책의 몰입도와 매력을 더 끌어올려 준다. 아이들의 현재가 디스토피아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읽게 되는 이야기들, 상상력을 자극하고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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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인간 - AI 사용법을 넘어 AI 사고법으로
안병민 지음 / 북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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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기술을 잘 활용하기 위한 리터러시(문해력)는 항상 중요하게 여겨졌다. AI를 이용한 다양한 기술들이 전문적인 분야를 넘어 일상생활 전반에 편입되면서, 처음에는 AI 리터러시로서 잘 명령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고 AI가 발전함에 따라 이제는 명령이 아닌 '질문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한때는 주목받았던 프롬프터 전문가(프롬프터 엔지니어)라는 직업도 AI가 더 쉬운 명령에도 '잘 알아듣는 존재'로 진화하며 그 이름이 흐려졌다. 누구나 프롬프트를 짜고 누구나 AI와 대화하는 지금, '질문력'은 보편화된 능력이자 일부 직장 내에서 기본 소양이 되었다



- 기계가 답을 만드는 시대, 인간은 질문을 설계해야 한다.

- AI가 인간의 사고력을 줄이느냐 높이느냐는, 사용자의 태도와 사용법에 달려있다. 생각 없이 정답만 복사하면, 뇌는 일하지 않는다. 하지만 AI 답을 의심하고,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생각을 재구성하면 뇌는 더 깊이 작동한다. AI를 '생각을 단축시키는 도구'로 쓸 것인가, 아니면 '생각을 확장시키는 거울'로 쓸 것인가.

(본문 중 81p/ 135p)



AI 시대에 들어 사람들은 AI를 종종 경쟁 대상처럼 여기기도 했다. AI는 도구가 아닌 '동료'라는 표현이나, AI에게 지지 않기 위해 인간이 갈고닦아야 할 능력은 무엇일까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AI를 새로운 가능성의 열쇠라고 말하면서도 열쇠를 쥐고 있는 인간이 문을 열어야 새로운 세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AI를 인간을 돕는 도구로서 바라보며,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 AI에 관한 다양한 개념, 오해와 이슈들, 그리고 그에 따라 사람들이 선택해야 할 다양한 전략과 갖추어야 할 능력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AI가 특히 비즈니스 상황에서 자주 사용되면서, 회사에서 AI는 개인의 업무 능력을 넘어 직무의 기본 소양 그리고 팀 내 문화로 확장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업무적인 영역을 넘어 곧 사회 전반으로 확대된다. 이 책은 AI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전하며, 동시에 누구든 AI의 편리함을 단순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직접 경험하기를 권한다. 경험하고 잘 활용하면서 거리감을 줄이고 나날이 발전하는 AI 기술을 자신의 날개로 삼기를 바란다. 주도적으로 사고하며 AI를 통해 세상을 움직일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질문인간'이 되기를 권하며 그 사고법과 훈련법도 함께 전한다.

사회를 바꾸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인간에게 달려있다는 걸 새삼 되새겨본다. AI와 관련하여 다양한 이야기가 길지 않은 호흡으로 다루어져서, 관심은 있지만 막연히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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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고백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기 드 모파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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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기 드 모파상. 그가 남긴 300편이 넘는 단편소설 중에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14편의 작품이 이 책에 담겨있다. 모파상의 소설 속 구절들, 그가 나고 자란 장소들과 어릴 적 사진 등을 예고편처럼 책 초반에 흩어놓고 그 뒤에야 본문의 차례를 보여준다. 본문도 소설을 보여주기 전에 '작가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라는 이름으로 소개 글을 먼저 배치한 게 인상적이다. 한 작가의 소설들을 묶었고, 그 작품들이 작가가 그려낸 사랑이란 주제로 또 한 번 묶여있기에 작가와 개별 작품에게 서서히 몰입할 수 있는 매력적인 구성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 사랑을 조심하십시오! 사랑은 어디에나 숨어 있고, 모퉁이마다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모든 계략은 펼쳐져 있고 무기는 날이 서 있으며, 배신은 언제든 준비되어 있답니다! 사랑을 조심하십시오! 사랑을 조심하십시오!'     - 『첫눈, 고백』 , 「봄에」 본문 중 -


모파상에 대한 내 첫 기억은 교과서에 실린 '목걸이'라는 단편이었다.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 책을 통해 다시 읽었을 때도 (심지어 반전을 알고 있는데도) 무척 생생하고 강렬한 반전에 또 한 번 놀랐다. 모파상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생생하고 몰입감 있다. 캐릭터가 몰두한 무언가가 있고 그에 휘둘려 행동하기를 겁내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감정이 정말 생생하게 그려진다.


사실 모파상이 그려낸 사랑에는 낭만적인 연애사와 부부 사이의 이상적인 모습보다는 더 노골적이고 다채로운 이야기가 많다. (표제작인 <첫눈>과 <고백>이 독자가 생각한 로맨틱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기를...) 이 책에는 한순간에 타오르는 욕망과 열정에 휩쓸렸다 사라지거나, 집착과 광기로 삐뚤어지기도 하고 그에 복수를 꿈꾸는 이야기도 있다. 사랑의 과정과 결말이 늘 순탄한 것도 아니어서 외로움과 자아 붕괴로 이어지기도 하고, 현실에 부딪혀 경악스러운 선택을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사랑에 빠지거나 휩쓸리는 모습은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그려내고 사랑의 환상적인 순간들을 부정하지 않는다.(사랑에 뛰어들려던 젊은이의 앞을 적극적으로 막아서는 한 사내의 이야기는 있다ㅋㅋ) 복합적이지만 결론적으로 무난한 이야기도 있고, 책 소개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성과 부성, 가족애에 대한 훈훈한 이야기도 가끔 있다. 모파상의 사랑은 완벽하지 않다던 해설의 말이 여러 편의 단편을 읽고 나서야 점점 더 와닿는다. ​



19세기에 쓰인 이 짧은 소설들이 아직까지 이렇게 생생하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게 놀랍다. 등장인물들이 현대적으로도 쉽게 해석되고 그들의 이야기가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과 웃음, 충격과 안타까움 등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본 <오를라>라는 연극을 통해 다시 한번 모파상이 궁금해져서 그의 단편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가장 좋았다. 모파상의 작품이 지닌 매력을 듬뿍 맛볼 수 있는 책, 19세기를 배경으로 자극적이고 환상적이지만 한편으로 또 가장 현실적인 모파상의 사랑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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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끝줄 관객 - 분더비니 뮤지컬 에세이
분더비니 지음 / 문학수첩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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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공연 혹은 배우의 이야기가 주로 나올까 싶었는데, 그 이상의 (공연과 관극에 대한)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연극과 뮤지컬 덕질은 이렇게 하는구나를 알게 해준 책. 연뮤덕이 아닌 이들은 잘 알지 못하는 세계를 살짝 맛본 느낌. 일단 어떤 공연 명이나 등장인물 자체에 대한 두루뭉술한 이야기보다 뮤지컬의 한 장면, 넘버의 가사, 등장인물의 착장, 특정 회차에서만 볼 수 있던 배우의 모션 등등 N차 관람이 아니면 잘 알지못할 이야기들이 아무렇지 않게 툭툭 튀어나온다. 공연을 기억하고 즐기는 방법도 상상 이상으로 다양한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여러 모임의 이야기들이다. 공연과 관련된 독서 모임이나, <레 미제라블> 콘셉트의 파티, 다들 공연을 좋아해서 극장에서 종종 마주치곤 한다는 '맥베쓰 글쓰기 모임' 멤버들의 이야기가 무척 유쾌했다.

작가님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기에 책날개 속 프로필과 본문 속 내용을 단서삼아 연극과 뮤지컬을 사랑하고 순간을 기록하는 일에 열심인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책을 읽었는데, 내 예상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더 열심히 공연을 사랑하고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그림과 만화도 매력적이지만 글로 기록된 이야기들이 주 본문을 차지하고 있고 하나같이 무척 재미있어서 술술 읽혔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끝이 없다고들 하지만 작게는 MD, 티켓팅부터 관극 취향과 경험까지 이야깃거리가 정말 풍부하다. 특정 공연에 대한 찬사보단 공연 자체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고, 자신의 일상 속 몇몇 장면들을 자연스레 뮤지컬 속 어떤 장면들과 연결 지어버리는 사고방식과 글솜씨가 여러모로 대단하다. 어릴 때 아빠를 따라 처음 공연을 관람한 일부터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과 함께한 일들, 공연 관련 종사자(지인 및 관계자들 포함)와의 이벤트, 가족 및 지인들과 나눈 이야기들까지 개인적인 일화들도 많이 소개되는데 매끄럽고 흥미롭게 읽힌다.

개인적으로 일 년에 12편 이상의 연극은 보는 편이라 이 책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있었고, 그럼에도 좌석과에 시야에 살짝 집착하는 편이라 맨 끝줄에서라도 내 자리를 사수하는 찐팬의 마음은 어떤 걸까 궁금해서 이 책<맨 끝줄 관객>을 더 읽고 싶었다. 공감되는 내용도 새로 알게 되는 내용도 많았고 내내 흥미로웠지만, 책에 나오는 작품들을 전부 알고 있다면 더 격하게 공감하고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덩달아 보고 싶은 작품들도 많아졌다) 역시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것에 대해서는 특히나. 개인적으로는 올해 공연을 더 부지런히 보러 다니고 더 많이 기록을 남겨봐야겠다는 자기반성을 하게 만들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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