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은 오래 머물지 않아서 아름답다 - 제2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 수상작품집
이생문 외 지음, (사)한국시인협회.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엮음, 나태주 해설 / 문학세계사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짧은 시 공모전의 제한사항은 투고자의 나이가 65세 이상일 것. 올해 2회를 맞이한 시니어 짧은 시 공모전의 수상작을 모아 책이 나왔다. 1회에 비해 투고의 양과 질이 부척 늘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시니어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설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노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인생의 쓴맛과 단맛 유머와 재치가 담긴 시들을 감상할 수 있는 책. 올해 일본 버전의 시니어 시문학 책을 두 권 본 경험이 있어 국내의 시니어 문학이 궁금하던 차에 이 책<꽃은 오래 머물지 않아서 아름답다>를 발견하여 무척 반가웠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부의 첫 시작은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들이 맡았다. (각 부의 제목은 수록된 시의 구절들을 가져와 썼다.) 서문과 후기, 두 번에 걸쳐 공모전의 심사위원들의 수상작에 대한 감상 및 해설이 들어가 있는데 그 부분을 먼저 읽을지, 읽지 않고 바로 본문으로 들어갈지는 선택사항.

짧은 시의 특성상 읽기에도 어렵지 않고 직관적인 시들이 많다. 그 안에 과거부터 현재까지 긴 세월이 흐르며 변한 것들, 변하지 않은 것들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예를 들어 '1부 영감한테 뽀뽀했더니 영감이 울었다'에서는 오랜 세월 함께한 배우자의 이야기가 담긴 시들이 많았고, '2부 추억은 있는데 기억이 없다'에서는 세월이 흘러가며 사라진 것들(좋거나 나쁜 기억들, 트라우마, 보고픈 사람에 대한 그리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3부 필 때는 저마다 더디 오더니', '4부 꽃은 오래 머물지 않아서 아름답다'도 그렇고 각 각부에 수록된 시들이 특정 주제별로 딱딱 나눠진 것은 아니지만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는 분위기와 소재를 주로 분류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인상적인 시들을 꼽아보자면 1부의 시들이 가장 많았는데 커피는 남편(박ㅇㅇ씨)이 매일같이 챙겨주는 스타박씨가 최고라는 내용의 시도 귀여웠고, 수상작인 '영감생각'도 부부간의 애증, 서러움과 미안함이 절절히 느껴졌다. 평이하게 읽히는데 마지막 구절에서 과거에 속 섞이던 남편을 울렸다는 부인의 통쾌함도 한 스푼 들어간 것 같다는 건 나만의 감상일까ㅎ

시집에는 그림이 함께 들어가 있는데 다양한 느낌의 그림이 있어서 그림작가가 한 분이 아닌 줄 알았다. 책날개에 쓰인 그림작가님의 이름은 김우현. 수채화 느낌의 인물화(앞모습, 뒷모습)와 멋진 풍경화부터 그래픽 일러스트풍의 그림 등등 다양한 무드와 그림으로 시가 수록된 옆 공간을 채워준다. 인물화의 비중이 가장 높은데 글쓴이이자 시속 화자의 연령대를 반영한 그림들이 많다. 그림과 함께 감상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책.
짧은 시 공모전은 자유시 형식에 블라인드 심사를 거쳐 수상작을 결정했다고 한다. 전국의 시니어들이 자유롭게 시를 써서 제출했고 그 시들을 우리가 책을 통해 읽게 되었다. 그 시의 내용과 형식이 한결같지 않은 점이 좋다. 삶의 애환은 물론 행복의 요소들, 가끔은 일상의 소소한 부분들(예를 들어 키오스크) 모두가 시의 소재가 되었다. 묵직한 감정과 감동을 나누는 시도 있고 재치와 유머를 섞어 간결하게 쓰인 재미난 시도 많았다. 누구나 맞이하게 될 노년의 다양한 활동들이 더욱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그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더욱 다채롭고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