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귀여운 직업 - 잔잔하고 자유롭게, 문구 작가로 삽니다
조재성 지음 / 몽스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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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자신이 창작한 문구를 판매하는 분들은 많이 알고 있지만 '문구 작가'라는 정식 직업명은 약간 생소한 느낌이다. 사실 제품을 판매하는 이상 경제활동의 영역에서 보면 어엿한 직업인 건데, 정작 직업적 명칭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흔히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쓰면서도 여러 SNS를 통한 홍보와 소통을 통해 많이 접한 것도 있고 관심사 때문인지 단순 창작자(크리에이터) 혹은 문구 인플루언서라는 인상이 조금 더 강했던 것 같다.



이 책은 밍키트라는 문구 브랜드를 운영하며 문구 작가라는 직업을 전업으로 8년째 생계를 유지해온 사람의 생생한 경험담이 담긴 책이다. 문구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개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들과 브랜딩과 마케팅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수만 가지 고민도 생생하게 녹아있다. 첫 시작과 첫 신상 이야기, 포장, 배송, 입점 및 판매 창구를 늘려나가는 것, 할인 이벤트, 덤과 손 편지 등등 저자피셜 소상공인에 가깝다는 문구 브랜드 운영은 단순 제작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제작이 시작에 가깝다. 창업을 염두에 두고 회사를 그만둔 후, 맨땅에 헤딩하듯 버티고 길을 찾아가며 문구 작가가 된 사람. 다꾸도 하지 않고 문구 작가가 처음부터 꿈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그만둘 이유를 찾지 못하고 점점 더 이 직업이 좋아진다고 하는 사람의 에세이. 문구 작가 창업 이렇게 하십시오-하고 알려주는 방식은 아니고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와 과정에 대해 솔직 담백하게 써 내려간 일기 혹은 가벼운 회고록 같은 글이었다. 다꾸러나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특히 자신이 직접 문구를 만들어보고 싶거나 만들어 판매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사람의 브이로그를 보듯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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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숲 - 제19회 중앙공론문예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소담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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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 가미모리에서 일주일간 실종되었던 다섯 살짜리 자폐아동 마히토. 일주일 만에 발견된 아이는 건강한 상태로 돌아왔으나, 엄마 미사키의 눈에는 아이의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띈다. 미사키는 어쩌면 숲에서의 실종이 아이와 자신에게 PTSD를 남겼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가 겪은 일주일간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는데... 




숲에서 누군가를 만났느냐는 질문에 아이는 '곰아저씨'라는 말만 반복한다. 마히토의 삼촌 도야는 끈질긴 추적과 마히토와의 소통을 통해 실마리를 찾아가며 아이가 지나온 길과 만난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낸다. 곰아저씨의 정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숲으로 향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도 시작된다. 그리고 아이의 변화 중에는 그들을 만났으리란 암시가 포함되어 있다. 


충동적인 살인 후 시체를 묻으러 온 미나, 원시 캠핑 유튜버 다쿠마, 돈을 훔쳐 달아나는 중인 야쿠자 다니시마, 따돌림을 당해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토미. 저마다의 사연으로 가미모리 숲을 방황하고 있던 이들은 서로 다른 타이밍으로 길을 잃은 마히토를 만난다. 


 마히토를 만난 이들은 어떤 면에선 나쁜 사람이고 어떤 면에선 선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도 그리고 마히토에게도 그 만남은 여러모로 엉망진창이지만 '환상적인 모험'이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수많은 반전과 풍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인물 하나하나가 전혀 예측할 수 없어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숲에서의 만남은 하나같이 마히토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해준 기적 같은 우연이었으나, 알 수 없는 미스터리(마히토의 일주일)을 풀어내는 과정과 그 안에서의 인과응보는 또 현실적이라 속이 시원했다. 실종사건을 둘러싼 은근히 스산한 미스터리와 마히토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중심으로 일본 소설 특유의 힐링 감성이 공존하는 희한하고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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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고래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
아망딘 들로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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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그림책. 아망딘 들로네의 <고래>를 받았을 때 큰 사이즈의 책을 감싼 평범한 종이박스가 액자로 보일 만큼 표지의 그림이 너무 예뻐서, 그림만으로도 힐링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실제로도 그랬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고래'에 대한 그림책인데 '고래는 무엇인가요?'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해 여러 종류의 고래들이 잔뜩 등장하고, 고래의 숨쉬기/먹기/휴식하기/살기/이동하기 등등 고래의 생태에 대한 여러 가지 지식을 알려준다.  

그냥 막연하게 고래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사실 고래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은 나 같은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고래는 크게 수염 고래와 이빨 고래로 나뉜다는 것부터, 벨루가의 새끼는 밀크커피색으로 태어나 1년 동안 계속 색이 바뀐다는 것 등등 고래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배울 수 있고,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쉽게 쓰인 글들로 감성도 채울 수 있다.


책의 글과 그림은 모두 프랑스 작가 아망딘 들로네가 쓰고 그린 것인데, 작가 소개에 쓰인 주로 아동도서 분야에서 활동하며 '일상 속 감정과 상상력을 부드럽게 풀어내는 스타일'이란 표현이 확 와닿았다. 지식과 감수성을 함께 키워줄 수 있는 책. 내용을 보아서는 어린이를 위한 고래 도감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백과사전처럼 두껍지도 않고 삽화도 분석적이거나 마냥 전형적이지 않아서 더 좋았다. 마치 동화나 그림책 속 한 장면 같은 멋진 그림들이 잔뜩 있어서 언제든 어느 페이지든 펼쳐서 글과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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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가슴을 후벼파는 대사 한마디가 있다 - 우리가 사랑한 드라마 명대사 필사집
정덕현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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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영상으로서의 드라마보다 책으로의 드라마가 더 익숙하다. 나에게 드라마는 광고나 짧은 영상으로 우연히 보는 것이 거의 전부지만, 누군가의 인생 드라마들은 여기저기 알려지기 마련이고 그렇게 궁금한 드라마가 생기면 영상보다 대본집이 출간되었는지를 먼저 찾아봤다. 누군가 일 년에 몇 개쯤의 드라마를 주파할 동안 나는 일 년에 몇 권쯤 드라마의 대본집을 읽어왔다.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k-드라마의 명대사와 명장면을 보여주는 이 책이 나에겐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누구에게나 가슴을 후벼파는 대사 한마디가 있다> 제목마저도 감정을 듬뿍 담아 만든 듯한 드라마 명대사 필사집. 필사에 편리한 180도 완전히 펼쳐지는 제본은 기본, 필사 페이지 왼쪽에는 연노랑 배경에 명대사와 함께 해당 드라마의 극본, 연출을 맡은 이들의 이름과 상영 연도 정보가 간략히 쓰여있고 오른쪽에는 필사를 위해 흰색 줄 노트 형식으로 비워져있다. 그리고 필사 페이지 뒤쪽으론 저자가 남긴 에세이 겸 명대사에 대한 감상 및 코멘트로 1~2페이지 분량의 본문이 이어진다.

처음엔 단순 필사집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뒤에 따라붙은 짧은 글도 꽤 인상적이었다. 드라마를 본 사람에겐 그 드라마를 기억하며 자신이 느꼈던 감동과 장면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고,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에겐 나름대로 드라마에 대한 정보와 함께 타인의 감상을 더해 몇 줄의 대사를 더 풍성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평소 자신의 인생 드라마가 있다면 그 드라마가 등장하길 바라며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맛도 느껴볼 수 있다. 필사를 좋아하는 사람,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 둘 중 하나에만 속하는 독자라도 망설이지 않고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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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속의 양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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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이름은 많이 들었고, 그가 쓴 작품을 책으로만 몇 번 만났다. 이번에 읽은 <상자 속의 양>도 국내에 6월 10일 개봉한 영화의 시나리오북으로 나는 또 그가 만든 영화보다 글로서 먼저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아이를 잃은 부모가 아이와 똑같이 생긴 AI 휴머노이드를 데려오는 이야기. 이 시나리오 속 굵은 줄거리처럼 소중한 사람의 상실을 AI 기술과 휴머노이드를 통해 극복하거나 애도하거나 혹은 회피하는 이야기는 이제 그리 낯설지 않다. 실제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이러한 기능과 서비스는 고레에다 감독의 예상처럼 아주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사라진 아이와 똑같은 외모를 한 휴머노이드는 충전을 해줘야 하고, 물에 닿지 못하는 등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 켄스케와 오토네가 어린 왕자를 읽어줄 때 '상자 속의 양'을 알아본 어린 왕자와는 달리, 카케루는 상자는 '상자'라는 정보 값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이처럼 아이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데려온 휴머노이드는 정보를 넣은 만큼은 기존의 '카케루'와 닮았지만 결코 같은 존재가 될 수 없다. 켄스케와 오토네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카게루를 다른 존재로 인식하면서 점차 실제 자신들의 아이였던 '카케루'를 애도하고 보내줄 수 있게 된다.

주요 줄거리는 위의 내용과 같지만, 카케루처럼 누군가의 아이를 대신해 만들어진 휴머노이드를 돕는 미지의 존재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또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사람의 과거를 덧입혀 만들어진 휴머노이드에게 '너희는 인간의 과거가 아니다. 미래다'(본문중 66p) 라고 말하며 그들이 인간을 떠나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휴머노이드 카케루가 주위의 여러 인물들을 만나며 성장해가는 모습과 그 안에서도 우리가 '유전'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주 양육자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는 과정도 흥미로운 포인트 중 하나.


이 책은 영화 스틸컷으로 시작해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본문으로 하는데 그 뒤에 '특별 수록'된 포인트가 있다. 영화의 인공인 오토네와 켄스케를 인터뷰한 듯한 느낌의 설정자료, 그림 콘티, 그리고 고레에다 감독의 후기 겸 영화제작 일지 같은 이야기까지 총 세 가지의 부록이 있다. 시나리오 뒤에 실린 부분은 선물 같아서, 그냥 영화를 보러 갔는데 깜짝 시사회였던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구성적으로도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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