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러브 - 마음챙김 다이어리
미건 로건 지음, 홍승원 옮김 / 오월구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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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원제목을 살펴보니 'Self Love workbook for women'이고 우리나라 판 제목에는 '마음 챙김 다이어리'라는 부제가 붙었다. 무엇이든 연습과 훈련을 통해 잘 할 수 있게 되듯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 또한 의도적인 연습과 의식적인 집중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20년간 상담 심리치료사로 일한 저자가 안내하는 마음 챙김 다이어리. 자신의 기록을 남길 수 있고, 셀프 러브를 단계 별로 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셀프 러브의 실천법 즉 활동은 명상과 글쓰기인데, 책에서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바꾸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의 구성은 크게 3부로 나뉘고 총 8개의 장이 있다. 셀프 러브가 무엇이고 그게 왜 중요한지, 그리고 셀프 러브를 실천하기 전의 준비과정이 1부의 내용이다. 간단한 테스트 하나와 문답 세 가지를 빼면 이 책의 자기소개를 담은 것 같은 본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2부에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단어들이 많이 보이는데 자기 인식, 자기 자비, 자기 회의, 자기 가치, 관계성으로 셀프 러브의 개념을 세분화해서 각각의 의미와 구체적인 활동이 나와있는데 2부 내의 활동은 순서를 바꾸어 진행해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마지막 3부는 이 책을 통해 셀프 러브를 꾸준히 연습했을 때 생기는 변화를 확인하는 내용을 담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스스로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통해 내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옳은 방법으로 사랑하고 있는 지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읽고 싶었다. 원제에서 '여성을 위한(For Women)'이라는 부제가 어떤 특별한 점을 담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자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얼마나 존중해 주고 믿어주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질문들을 읽으면서, 자신을 홀대하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많은 걸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인식의 단계에서 나의 마음뿐 아니라 몸에 대한 인식에 관한 부분이 나오는데, 특히 여성의 경우 사회가 강요하는 잘못된 미의 기준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그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저자의 성별이 여성이란 점과 이런 몇몇 질문들에서 초점을 여성에 조금 더 맞추었기에 원작에서 '여성을 위한'이란 부제가 붙지 않았나 싶다.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돕고 그걸 글로 표현하게끔 만드는 책은 마치 질문이 쓰여있는 일기장 같은 느낌인데 나는 작년에도 비슷한 책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그때 그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기에 이 책이 궁금했다. 일 년의 시작보단 마무리에 왠지 더 어울리는 책. 서평을 위해 책의 본 목적인 꾸준하고 의식적인 훈련을 살짝 건너뛰고 내용을 위주로 읽어버렸기에, 얼마간 곁에 두고 다시 차분히 책이 알려주는 자기자신 사랑하기 - 셀프 러브 훈련에 동참해 보려고 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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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커다란지 알려 줄까? -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들 자연 속 탐구 쏙 1
레이나 올리비에.카렐 클레스 지음, 스테피 파드모스 그림, 김미선 옮김 / 상수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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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한 그림은 크게 볼수록 좋다고 생각하기에 멋진 그림이 가득 찬 커다란 책을 보자마자 표지에 한 번 두근, 그리고 목차 앞에 제목도 없이 쓰인 프롤로그에도 또 한번 두근. 첫 만남에 두 번이나 심쿵 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아홉 친구는 과연 어떤 동물들일까, 표지에부터 그림으로 떡하니 그려져 있지만 그래도 괜히 설레며 페이지를 넘겼다.




" 이 책에서 여러분은 세상에서 가장 큰 아홉 친구들을 만날 거예요. 

여러분은 누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


부제처럼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들'로 뽑힌 대상에는 기린이나 코끼리처럼 익숙한 동물도 있지만 거대 바다 괴물인 '크라켄'으로 불리기도 한 '남극하트지느러미 오징어'라든지 왠지 정글의 법칙에서 봤던 것 같은 '코모도왕도마뱀'처럼 낯선 동물들도 있었다. 각 동물에 대한 정보는 크기에 대한 것 말고도 다양해서 그 동물이 내게 친숙하든 낯설든 각 동물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는 책이어서 좋았다.




여러 그림들과 함께 그 동물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는데 주름 하나, 눈썹 하나까지 자세하게 그려진 세밀화가 정말 멋지다. 최근에 거북이가 주인공인 소설 '해리엇'을 봐서인지 개인적으로는 갈라파고스 땅거북의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사설이지만 해리엇의 고향도 갈라파고스였다!) 동물의 이름과 종류 밑에는 사람과 그 동물의 크기를 비교하기 위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 책에 나온 동물 중 사람보다 작은 동물은 없기에, 몇몇 심하게 차이 나는 동물의 크기가 마냥 신기했다.


본문에서는 신체 부분의 크기도 자세히 설명하는 편인데, 너무 거대한 숫자로 표현된 전체 크기보다는 조금 익숙한 단위(익수한 물건들을 떠올릴수 있는 단위)로 설명되는 신체의 부분이 더 와닿아서 그 정보를 바탕으로 동물의 전체 크기가 더 잘 상상되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자면 첫 번째로 나온 동물, 기린의 경우 발굽의 지름이 30센티미터가 된다거나(30CM자를 떠올려보자) 꼬리만 1미터 정도(대략 30CM 자 3개를 늘어놓은 길이 정도), 심장의 무게만 해도 11킬로그램(중간사이즈 볼링공 2개의 무게정도려나..)이라고 한다. 그리고 막 태어난 새끼의 키는 2미터 정도(태어나자마자 서장훈과 나란히 눈을 맞출수 있다.). 날 때부터 남자 성인의 키를 훌쩍 넘은 크기인 새끼 기린은 성장하면 최소 2배 이상의 키로 자라난다고 한다. 



<내가 왜 커다란지 알려줄까?>는 표지 속에 '자연 속 탐구 쏙'이라는 시리즈 명을 달고 있다. 이 책은 그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안쪽에 쓰인 소개 글을 요약하자면 이 시리즈의 책들은 어린이 독자들이 동식물의 다양하고 특별한 능력을 발견하고 탐구하도록 돕고, 나아가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키워줄 책이라고 한다. 이책에 실린 가장 커다란 동물들은 자신의 덩치를 비롯한 다양한 특징과 특기를 가지고 있고, 이는 곧 생존전략의 하나로 사용되며 자연에서 그 모습 그대로 생존할 수 있었다. 시리즈의 다음 권에는 어떤 동물들, 혹은 어떤 식물들을 다루게 될까? 수록된 세밀화가 그대로 유지될지는 모르겠지만 동식물의 실제 모습에 가까운 그림이 수록되는 건 자연과학 분야의 시리즈로서 큰 강점이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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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다루는 직업 2 : 학자·사서·큐레이터 미래를 여는 경이로운 직업의 역사
박민규 지음 / 빈빈책방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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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다루는 직업 2>에서는 학자, 사서, 큐레이터라는 세 가지 직업을 다룬다. 목차를 보면 학자, 사서, 큐레이터를 각각 지식을 탐구하는 사람, 지식을 보전하는 사람, 지식을 전시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셋 다 흥미 있는 직업이었는데 책의 제목처럼 '지식을 다루는 직업'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이는 게 새삼스러웠다. 목차와는 별개로 '이 책에서 다루는 직업'이라는 제목으로 책의 첫 페이지에 첨부된 표가 있어 관련 직업의 이름을 먼저 볼 수도 있다. 참고로 같은 시리즈인 <지식을 다루는 직업 1>에서는 교사라는 직업을 단독으로 다룬다.





책에서 소개한 세 가지 직업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학자는 '공부가 직업인 사람'으로, 공부만 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은 다소 생소하지만 현재의 학자란 대학교수나 각종 연구소에 재직하는 연구직을 총칭하는 직업이라고 보면 된다. 사서는 현재의 의미로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되는데, 그들의 직업적인 기본 책임은 책으로 대표되는 지식의 보전과 보관, 그리고 적재적소에 지식이 이용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큐레이터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작품을 수집하거나 전시 기획 등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

세 가지 직업 중에서 큐레이터는 직업으로서 자리 잡은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역사가 짧기 때문에 분량도 가장 적을 수 밖에 없다. 분량 면에서 아쉽다기 보다 다른 직업에 비해 큐레이터만 그 직업을 발전시킨 인물이나 그 직업을 가진 대표 인물이 제시되어 있지 못한 부분이 아쉽긴 했다. 하지만 낯선 만큼 이 책을 통해 얻은 정보도 많았다. 일단 나의 경우의 큐레이터가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전문인으로, 전시를 안내해 주고 설명을 위주로 하는 도슨트와는 다르다는 기본 의미부터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까.

직업이나 주 업무공간(사서라면 도서관, 큐레이터라면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 대한 역사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게 좋았고, 적당한 그림과 사진자료들이 함께 있어 풍성한 느낌을 받았다. 각 직업의 내용이 시작되는 첫 페이지에 제목과 함께 그 직업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넣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세 가지 직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본다면, 그 직업의 역사와 함께 직업으로 선택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등 현실적인 진로 조언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지식을 다루는 직업 2>는 빈빈책방 출판사에서 지속적으로 출간하고 있는 '청소년 진로 탐색 길라잡이' 시리즈 중의 하나로, 하나의 직업이 어떻게 발전해 왔고, 오늘날 그 직업의 의미와 앞으로 전망까지 함께 알아볼 수 있는 책이었다. 직업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궁금할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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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편지 - 제인 오스틴부터 수전 손택까지
마이클 버드. 올랜도 버드 지음, 황종민 옮김 / 미술문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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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편지를 쓰려고 위대한 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작가는 편지도 잘 쓴다." 서문의 첫 문장이기도 한 이 문장 하나에 나는 이 책이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책에 실린 편지의 발신인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작가들이지만 그들이 편지를 얼마나 잘 썼길래? 하는 호기심이 절로 들었다. 책을 받아본 첫인상은 사이즈가 크고 굉장히 색감이 예쁘다는 거였고, 그 안을 대충 훑어보자 실제 편지를 그대로 담아 놓은 페이지가 많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는 작가 94명의 편지 94통이 수록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책의 사이즈에 비해 글씨 크기가 너무 작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편지를 주고받은 이들에 대한 소개와 편지를 쓰게 된 앞뒤 맥락을 소개하는데 절반쯤, 편지의 내용을 번역한 내용을 나머지 절반을 할애한 본문은 그 내용이 알차고 흥미진진해서 곧 글씨 크기 같은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  주제는 차치하더라도 작가의 편지가 일반인의 편지와 다른 게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그렇다. 모든 글에는, 설사 실용적인 글일지라도 솜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기질은 어디 가지 않는다.

- 서문 중, 7p

작가들의 편지를 읽기 전부터 사실 서문에 굉장히 설득당해버렸는데, 본문을 보면 과연 '작가는 편지를 잘 쓴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디. 번역된 편지임에도 책의 저자가 말한 작가의 '솜씨'라는 게 보인다고 할까. 작가들의 편지는 '서간문학'이라는 다소 낯선 이름으로 불려도 손색없는 경우가 종종 있고, 대표적으로 카프카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는 실제 그의 단편들과 함께 묶여 책으로 출간된 경우도 있다고 알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그림과 시가 담기곤 하는) 편지 역시 수차례 사람들에게 소개되고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작가들의 편지는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이유로 쓰였는데 나름의 주제별로 파트가 나누어져 있다. 목차를 먼저 보다가 가장 관심이 간 건 사랑 이야기를 담은 부분이었는데, 편지하면 연애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게 나뿐은 아닐 거라고 믿는다. 문학적인 내용을 담은 서신을 주로 주고받은 엘리자베스 베럿과 로버트 브라우닝은 책에 내용에 의하면, 편지를 통해 고백을 전한 적도 있었는데 브라우닝이 적극적으로 '당신의 시를 사랑합니다 ... 당신도 사랑합니다' 라고 무려 첫 편지에 적었다고 한다. 사랑 이야기 말고도 친구에게, 가족에게 자신의 안부와 경험을 전하는 편지는 물론 업무적인 일로 임금 지불을 독촉하거나 자신의 첫 작품을 읽어달라는 등의 편지도 있었다. 책의 마지막으로 자리하고 있는 작별의 편지는 그 상황과 내용이 조금 마음 아프기도 했다.   


다양한 언어로 쓰인 편지의 실제 모습을 함께 담은 것도 좋았고 본문의 내용들이 꽉꽉 들어차 있는 점도 좋았다. 내가 미처 잘 알지 못했던 작가들을 소개받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작가들의 편지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들의 글 솜씨와 삶의 개인적인 영역을 맛볼 수 있는 매력적인 책. 책에 실린 작가들의 문학 작품을 읽게 된다면 괜히 이 책에 쓰인 그들의 편지를 다시 한번 들쳐보고 싶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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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은밀한 취향 - 왕과 왕비의 사적인 취미와 오락
곽희원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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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왕가의 사람들, 그들의 은밀한 취향이 무엇인지 개인의 사사로운 면을 보여주는 책의 의도가 좋았다. 그들이 무슨 법을 만들고 어떤 업적을 남겼는가는 알아도 그 왕이 강아지 파인지 고양이 파인지 알지 못하고, 정무를 마친 뒤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나마 좀 유명한 것이 커피를 즐겼다는 고종의 이야기 정도려나.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쏟지 않아서 그렇지 왕가 사람들의 취향이나 취미생활에 대한 기록은 꽤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 이야기들을 모아 이 책이 출간되었으니까.





시집을 가서도 고양이 집사에 진심인 숙명 공주에게 쓴소리를 던지는 아버지(왕)의 편지라던가, 연산군이 사랑한 꽃들과 꽃 가꾸기 취미생활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는 <연산군 일기> 등의 증거자료가 여전히 남아있는 게 재미있다. 그림과 사진 등 풍부한 관련 자료가 많이 실려있어 책을 읽는데 지루하지 않았다. 책에 직접 증거자료가 실리지 않아도 남겨진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것은 꽤 즐거웠다. 한 명의 취미생활을 길게 이야기하는 글도 있었고, 한 종류의 취미를 즐겼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글도 있었다.

그들의 취미생활은 생각보다 요즘 사람들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동물과 식물에게서 위안을 느낀 이가 많았고, 시와 그림, 음악과 운동 등 예체능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고, 다양한 종류의 수집가도 있었고, 온천이나 불꽃놀이를 즐기고 맛있는 걸 먹으며 속을 달래는 이도 있었다. 각자의 취향이 반영된 소소한 취미생활은 왕가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던 그들에게 소확행이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다만 다른 점은 비슷한 취미를 공유하더라도 그들의 행동은 왕의, 왕비의, 혹은 공주나 왕자의 일이었으므로 스케일이 쉽게 커지거나 더 많이 기록되었다는 것뿐이다. 스케일의 면에서 왕들은 쉬이 덕후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는데 700여 개의 인장을 모으고 직접 만들기도 했다는 인장덕후 헌종의 이야기와 소설 삽화집을 편찬하고 서문에서 74종에 이르는 소설을 추천한 소설 덕후 사도세자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왕의 외출이라는 점에서 백성에게 부담을 줄 정도의 온천행(종기의 치료라는 명목도 있었지만)을 즐겼다는 태종의 이야기나 타국에서 선물 받은 원숭이에게 겨울옷을 지어주려다 '한 벌의 옷이라면 한 사람의 백성이 추위에 얼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신하의 핀잔(?)까지 받았던 성종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태종 역시 온천행을 반대하는 상소를 받기도 한다. 한 사람의 취미가 국가 차원의 민폐가 되거나 신하의 간섭을 받기도 한다는 점이 신기하다.

왕실의 취미 생활은 거대한 사건이나 업적을 위주로 배우는 역사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것 같다. 즐겁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역사 책이었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더라도 역사 속 인물들 역시 각자의 취향을 가지고 인생을 즐기며 열심히 살아가던 한 개인이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잘 알려진 인물들의 세세한 사정을 알아가는 것도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학교를 다니며 역사를 배운 긴 시간 동안 종종 생각했던 것이지만, 역시 딱딱한 정사보다는 말랑한 야사와 뒷얘기가 조금 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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