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1 만화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1
데일 카네기 지음, 길문섭 그림 / 미르북컴퍼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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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책으로 나오기 전 작가이자 교수인 '데일 카네기'의 강연으로도 유명했고, 책으로 출간된 이후로도 꾸준히 사랑받아 전 세계적으로 6천만 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워낙 큰 사랑을 받아온 자기계발서 분야의 스테디셀러이지만 얼마 전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TV프로그램을 통해 또 한 번 소개되면서 다시금 그 인기가 높아졌다. <만화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글로 쓰인 원작을 토대로 만화로 다시 그려진 책으로 핵심적인 내용은 유지하되 직접 말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켜 보여주면서 조금 더 쉽고 생동감 있게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자기계발서를 거의 읽지 않는다. 유명하다는 자기계발서들을 몇몇 읽어보았지만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고, 그저 뻔한 이야기 같았고, 그리 도움이 된다고 느끼지도 못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인간관계에 대해서만은 사람이 살면서 내내 골치를 썩히는 부분이기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어디서든 조언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라, 자기계발서 중에서도 대놓고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을 다룬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겼다. 거기에다 만화로 그려졌다니 자기계발서에 익숙지 않는 나 같은 독자라도 조금 더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인간관계론>은 데일 카네기가 실제로 강연했던 내용에 자신과 역사적 인물들의 경험 그리고 강연을 듣고 난 뒤 변화를 겪은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을 총망라해 만든 책이라고 한다. 만화 버전의 이 책은 총 2권으로 출간되었고, 내용은 크게 총 6파트로 나뉘는데 1권에서는 'PART 1.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 원칙', 'PART 2.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6가지 비결'의 내용까지가 담겨있다. 그리고 책의 초반 책이 만들어진 경위와 당부사항도 따로 그려져 있다. '이 책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한 9가지 제언'이라는 제목까지 달려있는 당부사항은 짧게 요약하자면 이 책을 가까이에 두고 반복해서 읽고, 기억하고, 실천에 옮기고, 옮긴 것을 기록하라는 내용이다. 자신을 변화시키고 획기적인 인간관계의 개선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제언대로 시행해 보는 것도 적극적인 책의 활용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인간관계의 비법이 궁금하다면 단순히 목차를 읽어보면 된다. 저자가 연구하고 축적한 데이터로 만들어낸 여러 가지 법칙이나 원칙, 비결 등은 목차에 대놓고 쓰일 만큼 간단히 한 줄로 요약이 된다. 그리고 그 한 줄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위해 작가는 여러 가지 실제 사례들을 모았다. 그 사례 속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인들(정치인, 문인, 성공한 기업가들 등등)이 등장하기도 하고, 하나하나 실명으로 거론되지만 누군지는 잘 모를 작가의 주변인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규칙으로 이런 성공사례들이 이만큼이나 있는데 못 믿겠어? 하는 자신감이랄까. 단정적이고 자신감 있게 자신의 비결을 외치는 저자가 이 만화책에서는 주인공이자 서술자로 늘 등장한다.


난 사례에 등장하는 문인들의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는데, 아무래도 유명하면서 내가 작가로만 알고 있던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이라 더 재미있게 느껴진 것 같다. 사람들에겐 '위대한 인물이 되고 싶은 욕망' 즉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늘 있기 때문에 그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방법으로 '솔직하고 진지하게 칭찬을 건네라'라는 인간관계의 법칙에 대해 설명할 때 내가 아는 문인들의 이름이 나온다. 실제 인물들뿐 아니라 책 속의 내용으로 사례를 들기도 하는데 언급되는 책들마다 꽤 관심이 갔다.



<인간관계론>은 데일 카네기가 실제로 강연했던 내용에 자신과 역사적 인물들의 경험 그리고 강연을 듣고 난 뒤 변화를 겪은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을 총망라해 만든 책이라고 한다. 만화 버전의 이 책은 총 2권으로 출간되었고, 내용은 크게 총 6파트로 나뉘는데 1권에서는 'PART 1.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 원칙', 'PART 2.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6가지 비결'의 내용까지가 담겨있다. 그리고 책의 초반 책이 만들어진 경위와 당부사항도 따로 그려져 있다. '이 책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한 9가지 제언'이라는 제목까지 달려있는 당부사항은 짧게 요약하자면 이 책을 가까이에 두고 반복해서 읽고, 기억하고, 실천에 옮기고, 옮긴 것을 기록하라는 내용이다. 자신을 변화시키고 획기적인 인간관계의 개선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제언대로 시행해 보는 것도 적극적인 책의 활용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인간관계의 비법이 궁금하다면 단순히 목차를 읽어보면 된다. 저자가 연구하고 축적한 데이터로 만들어낸 여러 가지 법칙이나 원칙, 비결 등은 목차에 대놓고 쓰일 만큼 간단히 한 줄로 요약이 된다. 그리고 그 한 줄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위해 작가는 여러 가지 실제 사례들을 모았다. 그 사례 속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인들(정치인, 문인, 성공한 기업가들 등등)이 등장하기도 하고, 하나하나 실명으로 거론되지만 누군지는 잘 모를 작가의 주변인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규칙으로 이런 성공사례들이 이만큼이나 있는데 못 믿겠어? 하는 자신감이랄까. 단정적이고 자신감 있게 자신의 비결을 외치는 저자가 이 만화책에서는 주인공이자 서술자로 늘 등장한다.

난 사례에 등장하는 문인들의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는데, 아무래도 유명하면서 내가 작가로만 알고 있던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이라 더 재미있게 느껴진 것 같다. 사람들에겐 '위대한 인물이 되고 싶은 욕망' 즉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늘 있기 때문에 그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방법으로 '솔직하고 진지하게 칭찬을 건네라'라는 인간관계의 법칙에 대해 설명할 때 내가 아는 문인들의 이름이 나온다. 실제 인물들뿐 아니라 책 속의 내용으로 사례를 들기도 하는데 언급되는 책들마다 꽤 관심이 갔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한 위인들의 흥미로운 사례들이 있다. ( 중략 ) 프랑스의 빅토르 위고는 파리 시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려는 야심을 품기도 했으며, 셰익스피어의 경우 자기 가문이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을 받아 자신의 이름에 영광을 더했다.

본문 중 55p



1권의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게 만들려면 미소 짓고(원칙 2), 상대방의 이름을 소중히 여기고 기억하라(원칙 3) 이 두 가지였다. 이 두 가지를 포함해서 인간관계의 모든 법칙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이 두 가지는 여러 원칙들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노력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늘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원칙대로 사람을 대하기는 불가능하겠지만 꼭 호감을 얻어야 할 사람들, 내가 오래 보고 자주 만나야 할 사람들, 그리고 내게 소중한 사람들에겐 최소한의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 역시 그 정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걸까,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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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고양이
다케시타 후미코 지음, 마치다 나오코 그림, 고향옥 옮김 / 살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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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빤히 바라보는 고양이가 있다. 경계하는 눈초리도 아니고 무언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얌전히 당신을 바라보고만 있다. 목걸이도 없고, 털은 깨끗하지만 딱히 집고양이는 아닌 것 같아서 당신은 그 얌전한 고양이를 뭐라 부를지 잠시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고양이다"라고 말하곤 막연히 반가워할 것 같다. 그러면 그 고양이는 실망한 듯 등을 돌리고 떠나갈지도 모르겠다.

책 속의 고양이는 제목대로 '이름 없는 고양이'다. 어릴 때는 '아기 고양이', 커서는 '고양이'라 불렸다. 그래서 늘 자신의 이름을 갖고 싶어 했다. 온 동네를 돌아다녀도 각자의 이름을 가진 고양이들이 많아서 그들이 이름을 가졌다는 걸 은근 부러워했다. 고양이가 아닌 강아지와 꽃마저도 이름이 있는데 아무도 이름을 지어주지 않아서 자신만 이름 없이 살고 있다. 길고양이, 더러운 고양이, 훠이, 저리 가 등등 사람들이 자신을 보면 하는 말들이 이름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서 더욱 안쓰러웠다.

이름있는 동네 고양이들을 슬쩍 돌아보며 자신의 이름을 갖고 싶어 하는 이름 없는 고양이의 심정이 담긴 이 책은 길고양이의 사연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신을 이름으로 불러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외로운 존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을 보며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떠올린 사람이 꽤 많지 않을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는 시의 구절처럼 누군가에게 호명된다는 건 곧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의 고양이는 그 호명될 이름조차 없어서 더 마음이 아프고 안쓰러운 기분을 느끼게 한다. 동물을 키울 때 맨 처음 하는 일은 아마도 이름을 지어주는 일이다. 책 속 동네 고양이들처럼 씩씩하게 건강하게 살라고, 털색이 사자를 닮아서 등등 의미와 애정을 담아 이름을 짓고 그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준다. 이름은 곧 관계의 시작을 말한다.





책 표지 안쪽에는 많은 고양이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뒤표지 안쪽은 같은 그림에 각자의 이름이 더해져 있다. 책에 등장하는 고양이들도 있어 눈썰미 좋은 사람들은 그 고양이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을 때면 이 고양이들의 이름을 붙여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림이 굉장히 예쁘고, 의미 있는 내용도 담겨 있어서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좋아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책, 길냥이를 비롯한 이름 없는 고양이들을 한번 더 생각하게 해주는 책, 이름과 관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언젠가는 고양이가 지구를 정복할 것이라는 우스갯말이 있을 만큼 고양이는 사람을 홀리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동물이다. 많은 고양이들이 그들을 소중히 여겨줄 누군가를 만나 마음껏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그 매력 더 뿜어낼 수 있길. 책 뒤표지에 웹툰 <탐묘인간>의 작가 SOON이 남긴 추천사처럼, '세상의 많은 길냥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가지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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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그대에게 - 반려식물 초심자를 위한 홈가드닝 안내서
송한나 지음 / 책밥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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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 가슴이 뜨끔한 사람들 참 많았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내가 주로 돌보는 것도 아니고 직접 사온 것도 아니지만 집안엔 늘 식물이 있었다. 무럭무럭 잘 자라고 가끔은 꽃을 피우기도 해서 그저 눈에 들어올 때 마음껏 감상하고 가끔 예뻐라한게 전부였지만, 가끔은 반대로 잎이 갈변하고 점점 시들해지는 녀석들도 있어서 그럴 때마다 물을 더 주거나 덜 주거나의 조치만 취할 뿐 뭐가 문제고 어떻게 돌봐줘야 하는지 몰라서 참 답답했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그런 나의 답답함을 풀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됐다.

책에서는 총 다섯 가지 장으로 본문을 나누었는데, 1장에서 가드닝에 필요한 마음가짐부터 다양한 기초지식(구매, 도구,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흙/빛/물/비료 등의 조건들, 병충해, 분갈이와 가지치기 방법 등등 )을 간단히 다루고 2장부터 4장까지는 초급 식물/중급 식물/상급 식물로 구분해 널리 사랑받는 몇몇 식물들의 가드닝 팁을 알려 준다. 집에서 키우는 식물이 어떤 등급에 속해있는지 체크하고 팁을 얻기에도 좋고, 소개되는 각 식물마다 실제 사진 자료들이 풍성해서 가드닝을 하고 싶은 초보자라면 초급 식물부터 시작해 집안에 들일 새로운 식구를 맞이할 때 키워보고 싶은 식물을 찜해보는 등 선택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본문 내에서는 가드닝을 할 때 온라인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팁을 주기도 하는데, 마지막 5장에서는 커뮤니티에서처럼 타인의 경험담을 엿보고 조언을 얻을 수 있도록 홈가드닝 고수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우리 집에 있는 식물들로는 고무나무, 커피나무, 산세베리아가 주를 이루고 페라고늄 화분도 하나 있는데, 이 중 꽃을 길게 볼수 있다 해서 우리 집에 온 페라고늄이 이 책에서 '상전'이라 표현할 만큼 상급 식물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베란다 창 바로 옆의 양지에서 키우고 있는데 꽃대가 잘 올라오지 않아 고민이었지만 쉽게 죽지 않고 잎이 무성하고 건강한 편이라 까다로운 타입의 식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책을 통해 갈변한 잎은 회복이 불가하니 바로바로 떼어내주고 적당한 가지치기로 통풍을 원활히 해줘야 하며, 봄까지는 필요에 따라 약간의 비료가 추가되어야 새로운 잎과 꽃대가 올라온다는 적절한 팁을 얻을 수 있었다.

고무나무와 산세베리아는 집에 있는 것과 똑같은 종류를 책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사촌지간쯤 되는 알리 고무나무, 움베르타 휘카스와 문샤인 산세베리아가 초급 식물에 실려있어 참고해보려고 한다. 이처럼 이 책을 읽으면 식물을 키울 때 필요한 팁을 부분적으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맨 처음 기대했던 것처럼 '이렇게 키우고 돌보면 잘 키울 수 있습니다'하고 완전히 보장된 규칙 같은 걸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사실상 어떤 식물을 키울 때 무조건 보장되는 성공 법칙 같은 게 있을 리도 없지만, 그런 성공적인 가드닝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드닝계에서 말해지는 '물 주기 3년'처럼 자신이 키우고 있는 식물들과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슬쩍 알려준다.

​​

이왕 식물을 집에 들였다면 '반려 식물'로 맞아 주세요. 서로에게 짝이 되어 준다면 식물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거예요. 식물에게 감정이 생기며 대하는 태도부터 변하게 됩니다. (중략) 초록으로 마음의 안식을 찾아보세요. 사랑을 준 만큼 보답해 줄 거예요

가드닝 세계에 '물 주기 3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정한 규칙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식물을 알아간다는 뜻이에요.

본문 중 13p '마음가짐' / 본문 중 28p '물'

​​이 책에는 부제가 있다. '반려 식물 초심자를 위한 홈가드닝 안내서' 이 책을 읽어보면 초반부터 종종 반려 식물이라는 단어를 보게 된다. 누구나 집에 화분 한두 개는 있지만, 누구나 자신이 가드닝을 한다거나 반려 식물을 키우고 있다고 의식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키우고 있는 동물을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생각하면서 더 깊은 애정을 쏟듯이, 집에 있는 식물에게도 반려 식물이라 부르며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는다면 선인장이 말라죽을 때까지 방치하거나 잘못 키우는 일이 일어날 확률은 확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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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 무민 골짜기, 시작하는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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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참 작은 존재들이 많이 나온다. 무민 종족으로 사람들의 집 벽난로에 숨어살 정도로 작은 존재들인 무민과 가족들, 그런 그들이 작은 동물이라 부르는 스니프(이후 연재작에서 이름을 얻고, 이 책에서는 이름 없이 작은 동물이라고만 설명된다.), 사람들 집 마루밑에 살기도 하는 작은 트롤 생명체 인 해티패티, 튤립을 집으로 삼아 살고 있던 툴리파 등등. 이 작고 힘없는 존재들이 홍수를 비롯한 커다란 재해를 마주하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무민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하는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이후에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무민 가족들이 한평생 자리 잡고 살아가는 무민 골짜기에 도착하기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해티패티를 따라 떠나버린 아버지를 찾는 동시에 겨울을 날수 있는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무민과 무민의 엄마는 길을 나선다. 숲과 늪, 바다까지 기나긴 여정을 지나오지만 아빠를 만나기도 전에 큰 홍수가 나서 이내 세상이 비에 잠긴다. 무민 가족은 여행중에 만났던 새로운 존재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지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동안에 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이야기가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을 무렵 쓰였다는 작가의 서문을 떠올리면, 역자 후기의 내용처럼 안락한 집을 찾아 나선 무민 가족의 모습은 전쟁으로 살던 곳을 떠난 피난민의 모습과 쉽게 겹쳐볼 수 있을 것 같다. 전쟁이라는 재난 혹은 재앙 같은 상황은 이야기 속에서 큰 홍수로 대체되었는데 그 안에 휩쓸린 작은 존재들은 과연 그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까.

​ 처음에는 무민의 엄마도 무서웠지만, 잠시 뒤 아들을 달래며 말했다.

"아주 작은 동물일 거야. 기다려 보렴, 엄마가 저쪽으로 불빛을 비춰볼게. 어둠 속에서는 모든 게 더 비관적으로 보이지, 너도 알잖니."

그러고 나서 무민의 엄마는 등불처럼 빛나는 커다란 꽃을 한 송이 꺾어서 그늘 안을 비추었다. 그러자 무민과 무민의 엄마는 그곳에 무척 조그마한 동물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동물은 온순하게 생겼고 살짝 겁먹은 것처럼 보였다.

본문 중 10-12p

그 대답은 무민의 엄마를 잘 살펴보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만큼은 주인공이 무민이 아닌 무민의 엄마라고 생각했다. 이야기 속에서 무민의 엄마는 새로운 존재를 발견했을 때 먼저 다가가고, 위기에 처한 대상에게 서슴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홍수에 휩쓸려 위기를 겪고 있는 무민의 아빠를 걱정하고 슬퍼하는 등 여러 감정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무민의 보호자로서 여행의 도중 여러 결정들을 내리는 역할을 하며 많은 활약을 한다.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 어두운 숲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눈을 발견하고 먼저 다가설 때 무민의 엄마가 한 말과 태도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혹은 낯설고 무서운 문제가 생겼을 때 겁먹고 그대로 멈춰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작은 불빛을 비춰보는 게 어떨까. 어둠을 살짝이라도 벗어나 밝은 곳에서 보면 그 문제는 생각보다 덜 비관적일지도 모른다. 작고 힘없는 존재들이 서로 돕고 기대며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시선을 찾아내는 것, 이 책의 결말처럼 해피엔딩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그 '희망'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캐릭터로만 알고 있던 무민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흥미진진했고 상징적이고 동화적인 면모가 많았다. 이야기의 시작을 들었으니 이후로 이어지는 이야기들도 궁금해졌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무민마마, 무민파파, 스니프처럼 자신만의 이름과 스토리를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었을 때 또 어떤 매력이 있을지, 이번 편에서는 엄마를 따라다니며 아빠를 찾아 나선 어린아이일 뿐이었던 무민은 앞으로 어떤 모험을 하게 될지 꼭 찾아 읽어봐야겠다. 글과 함께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 속 무민의 모습이 내가 알고 있던 무민의 모습과 별다를 게 없다는 점도 좋았다. 후속 이야기에는 토베 얀손의 동생들이 참여하기도 했다고 들었는데 그림 속 삽화에 변화가 있었을지도 궁금하다. 첫 번째 이야기만을 읽었는데 궁금한 게 너무 많아졌다. 뒷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내가 가진 무민 굿즈들의 캐릭터들이 더 사랑스럽게 보일는지 괜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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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그윈플렌 커버 에디션 A) - 이석훈 & 규현 표지디자인 웃는 남자 (그윈플렌 커버 에디션)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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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세하고 구체적인 배경과 인물들, 그에 반영된 사회상과 풍습에 대한 신랄한 조롱과 비판, 운명과 숙명이란 이름에 휩쓸린 비극적인 주인공, 때론 장황하지만 늘 매혹적인 문장들. 일일이 장점들을 나열해보아도 전체적인 이 책의 감상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저 좋았다, 재미있다고 간단하게 말하기 어려운 책이었지만,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150년 이상 독자에게 숨은 명작이란 평을 받고 꾸준히 사랑받을만한 작품이었다는 건 확실하다.   

​​

출항하는 배에서 갑작스레 버려진 어린 소년, 그 소년이 우연히 발견한 얼어 죽은 여자의 품속에 숨을 쉬던 어린 여자아이. 두 아이가 가족이자 안식처가 될 우르수스와 호모의 집에 문을 두드린건 정말 천운이었다. 데아를 만나고 우르수스를 만난 두 가지 행운을 제외하면, 그윈플렌의 삶은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불행하다.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정말 주인공을 이렇게까지 홀대하고, 박해하는 소설은 처음 봤다. 일단 주인공의 '그윈플렌'이란 이름이 처음 등장하는 페이지가 무려 449페이지이다. 총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생각해도 중반쯤 들어서야 주인공의 이름이 처음 언급된다.


그가 겪는 사건들을 요약해보면 더 한숨만 나온다.(※줄거리 스포일러가 싫은 사람은 이 단락은 건너뛰세요)태어나자마자 기억조차 못 하는 사이 얼굴이 기형으로 만들어지고, 열 살 무렵 무리에서 갑작스레 버려지고, 그나마 좀 행복했을 성장과정은 본문 내에선 몽땅 생략되고, 돈도 벌고 데아와의 사랑에 흠뻑 빠져 있을 무렵 갑작스레 여공작에게 애인으로 점 찍혀 휘둘리게 되고, 출생의 비밀이 폭로되며 처지가 바뀌게되고, 되찾게 된 지위로 민중의 대행자 역할을 하려 연설을 하지만 결국 귀족들의 폭소를 불러올 뿐이고, 감싸주는 듯한 형이 생겨서 좋아하려다 그에게서 목숨을 건 결투 신청을 받고, 다시 정신 차려서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보니 또 이별이 기다리고 있고... 온 세상 불행이란 불행은 다 모아놓은 듯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랄까.


이 처음 몇 장을 통해 우리가 희미한 윤곽이나마 잡아 보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음과 같은 제목을 붙여도 될 것 같은, 이 책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한 장이다.


운수 좋은 이들이 벌이는 불운한 자들에 대한 착취


(본문 중 48p)

그는 자신이 복수의 대행자라 여겼는데 다만 광대일 뿐이었다. 벼락을 치는 줄 알았는데 고작 해야 그들을 간지럽게 할 뿐이었다. 그가 거두어 온 것은 감동이 아니라 조소였다. 그가 흐느끼자 모두들 즐거워했다. 그는 그 즐거움 밑으로 침몰해버렸다. 서글픈 침몰이었다.

(본문 중 1020p)


사실 그윈플렌은 첫 등장에서 데아를 구하고 우르수스를 만나기까지의 강인한 모습을 제외하면, 이리저리 휘둘리고, 주체적으로 뭘 하려는 건 죄다 실패하고(유일한 성공은 광대로서 공연하는 것뿐), 혼란스러워하고 충격에 빠지는 모습뿐이라 후반부로 갈수록 그리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격정적으로 연설하지만 책의 초반 예고되어 있듯이 그는 착취당한 불운한 자들 중 한 사람이었고, 침몰하는 비극의 주인공이었다.



우르수스는 화를 토하는 듯한 말을 잇몸 사이로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린 소년은 가끔, 설명할 수 없는 감동으로 축축해진 눈을 쳐들어 우르수스를 바라보았다. 항상 학대만 받다가 모처럼 따스함을 느낀 아이에게 전해지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본문 중 276p)


반면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우르수스였다. 아이들과의 첫 만남에서도 말로는 가라고 했다가 문을 열어두고 왜 안 들어오냐고 화를 내고, 기꺼이 어린 소년과 어린 여자아이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음식을 양보해 주고서 긴 투털거림(투덜거리는 그의 대사만으로 5페이지가 넘는다ㅋㅋ)을 내뱉는 등 츤데레의 정석을 보여주는 우르수스가 귀엽고 재미있었다. 콤프라치코스가 배척당해 그 누구도 아이를 데리고 있으려 하지 않고 흑사병으로 인해 아무도 떠돌이를 받아주지 않던 시대상에서 두 어린 아이를 선뜻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그의 존재가 특별했다. 많은 직업을 가졌지만 철학자라는 본분을 잊지 않고 하는 말 하나하나에도 그의 인생철학이 배어있고 현실을 푹푹 찌르는 날선 대사들이 좋았다. 버릇이고 취미이자 특기인 긴 방백과 연설은 가끔 지루하기도 했지만,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그윈플렌과 데아를 대하고 아버지로서 그 둘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선한 존재였다. 그래서 온갖 몸 고생, 마음고생 다하고서 아무도 남지 않은 곳에 홀로 눈을 떴을 그의 처지가 너무도 슬프고 안타까웠다.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도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데이비드와 조시안에 대해 말하고 싶다. 데이비드는 그윈플렌과 마찬가지로 귀족과 서민들의 삶 양쪽에 발을 딛고 있지만, 누구보다 그 시대의 귀족스러운 인물이었고 그윈플렌과는 대척점에 있다고 할만한 인물이라 흥미로웠다. 여공작 조시안 역시 가장 귀족 다운 인물 중 하나였는데, 사실 뮤지컬에서 꽤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는 이야길 들어 기대하던 바가 있었으나 원작 소설에선 오직 귀족의 권위를 누리며 유희를 즐기고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성격이었다. 그윈플렌을 열렬히 좋아하게 된 척하지만, 딱히 그윈플렌이 아니어도 최상층의 아름다운 자신이 최하층의 추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그 당시에 유행이자 가장 고귀한 귀족에 걸맞은 행동이라 생각했기에 그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었다. 앤 여왕에게 한방 먹이듯 남긴 한 줄의 편지는 인상적이었지만 주인공과의 교류나 접점도 아주 적어서 인물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진 못 했던 것 같다.



다이내믹한 줄거리와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 그 안에 얽힌 사연들도 파격적이고 재미있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가장 감탄스러웠던 건 작가의 문장력이었다. 그윈플렌을 버리고 출항한 배가 바다위에서 겪는 고난과 최후의 생생한 장면에 심장이 벌렁거리기도 하고, 정신 나간 사회상과 풍습들을 설명할 땐 런던과 파리의 부유하고 한가한 귀족들의 즐기는 방법(오락)과 다양한 클럽들의 만행, 일반 시민들의 아무 이유 없는 피해상을 보며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했다. 등장인물들의 긴 연설을 끊지 않고 몇 장 이상 이어지게 쓴 것도 신기했고(이런 부분에서 연극이나 뮤지컬 등 공연에서 인물들의 대사를 어떻게 줄여놓았을지가 엄청 궁금해졌다.), 그윈플렌과 데아의 이야기에서 '그들은 서로 사랑했다'(463p)이 한 줄의 이야기를 수십 장으로 풀어내는 솜씨에도 감탄했다. 장황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긴 호흡의 문장과 대사들이지만, 왠지 허투루 읽기엔 뒷이야기에 필요할 듯한 단서가 숨어 있을 것 같고, 흡입력이 있다고 해야 하나 몰아치듯 읽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어서 홀린 듯이 읽어나가게 된다. 


귀족들의 이름들이 나열되는 부분(초반의 예비 이야기, 왕권별로 변화해온 귀족의 수와 의상 등에 대한 설명, 후반의 데이비드의 결투 요청 대사 등)이 제일 고비이긴 했지만 작품 해설에서 등장하는 "《웃는 남자》의 진정한 제목은 《귀족》이다"라는 빅토르 위고의 한마디에 꼭 필요한 부분이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줄거리에서 중요한 문장이든, 그냥 그 문장만 떼어놓고 보았을 때도 의미 있고 멋진 문장이든 남겨놓고 싶은 문장들이 많아서 평소 버릇처럼 읽을 때 메모해둔 페이지의 수가 정말 많았다. 전체를 필사하긴 너무 힘들 것 같고, 따로 《웃는 남자》 전용의 필사 노트를 하나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책을 많이 읽으려 노력하지만 고전에 많이 취약한 독자인 내가 이 벽돌 책을 읽어낸 게 뿌듯했고, 머리가 뺑뺑 돌아가고 다양한 생각과 감상에 한동안 빠져있을 정도로 정말 읽을만한 책이었다는 점이 좋았다. 두꺼운 책에는 아직도 걱정이 앞서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싶어지게끔 만든 작가의 명성과 다른 독자들의 리뷰와 멋진 책의 디자인에도 박수쳐주고 싶다. 특히 뮤지컬 공연과 맞물려서 그윈플렌 역을 맡은 배우들의 화보로 표지를 장식한 건 주인공에 대한 매력과 호기심을 확 높여주는 데 큰 기여를 한다고 느꼈고, 그 종이 표지를 벗겨내면 드러나는 고풍적인 디자인의 하드커버도 정말 멋졌다. 한마디로 '나 이 책 있다', '나 이 책 읽었다' 자랑하고 싶은 책이랄까. 그래서 더 정성 들여 사진을 찍고 서평을 쓰며 나도 이렇게 자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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