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그대에게 - 반려식물 초심자를 위한 홈가드닝 안내서
송한나 지음 / 책밥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제목에 가슴이 뜨끔한 사람들 참 많았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내가 주로 돌보는 것도 아니고 직접 사온 것도 아니지만 집안엔 늘 식물이 있었다. 무럭무럭 잘 자라고 가끔은 꽃을 피우기도 해서 그저 눈에 들어올 때 마음껏 감상하고 가끔 예뻐라한게 전부였지만, 가끔은 반대로 잎이 갈변하고 점점 시들해지는 녀석들도 있어서 그럴 때마다 물을 더 주거나 덜 주거나의 조치만 취할 뿐 뭐가 문제고 어떻게 돌봐줘야 하는지 몰라서 참 답답했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그런 나의 답답함을 풀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됐다.

책에서는 총 다섯 가지 장으로 본문을 나누었는데, 1장에서 가드닝에 필요한 마음가짐부터 다양한 기초지식(구매, 도구,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흙/빛/물/비료 등의 조건들, 병충해, 분갈이와 가지치기 방법 등등 )을 간단히 다루고 2장부터 4장까지는 초급 식물/중급 식물/상급 식물로 구분해 널리 사랑받는 몇몇 식물들의 가드닝 팁을 알려 준다. 집에서 키우는 식물이 어떤 등급에 속해있는지 체크하고 팁을 얻기에도 좋고, 소개되는 각 식물마다 실제 사진 자료들이 풍성해서 가드닝을 하고 싶은 초보자라면 초급 식물부터 시작해 집안에 들일 새로운 식구를 맞이할 때 키워보고 싶은 식물을 찜해보는 등 선택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본문 내에서는 가드닝을 할 때 온라인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팁을 주기도 하는데, 마지막 5장에서는 커뮤니티에서처럼 타인의 경험담을 엿보고 조언을 얻을 수 있도록 홈가드닝 고수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우리 집에 있는 식물들로는 고무나무, 커피나무, 산세베리아가 주를 이루고 페라고늄 화분도 하나 있는데, 이 중 꽃을 길게 볼수 있다 해서 우리 집에 온 페라고늄이 이 책에서 '상전'이라 표현할 만큼 상급 식물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베란다 창 바로 옆의 양지에서 키우고 있는데 꽃대가 잘 올라오지 않아 고민이었지만 쉽게 죽지 않고 잎이 무성하고 건강한 편이라 까다로운 타입의 식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책을 통해 갈변한 잎은 회복이 불가하니 바로바로 떼어내주고 적당한 가지치기로 통풍을 원활히 해줘야 하며, 봄까지는 필요에 따라 약간의 비료가 추가되어야 새로운 잎과 꽃대가 올라온다는 적절한 팁을 얻을 수 있었다.

고무나무와 산세베리아는 집에 있는 것과 똑같은 종류를 책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사촌지간쯤 되는 알리 고무나무, 움베르타 휘카스와 문샤인 산세베리아가 초급 식물에 실려있어 참고해보려고 한다. 이처럼 이 책을 읽으면 식물을 키울 때 필요한 팁을 부분적으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맨 처음 기대했던 것처럼 '이렇게 키우고 돌보면 잘 키울 수 있습니다'하고 완전히 보장된 규칙 같은 걸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사실상 어떤 식물을 키울 때 무조건 보장되는 성공 법칙 같은 게 있을 리도 없지만, 그런 성공적인 가드닝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드닝계에서 말해지는 '물 주기 3년'처럼 자신이 키우고 있는 식물들과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슬쩍 알려준다.

​​

이왕 식물을 집에 들였다면 '반려 식물'로 맞아 주세요. 서로에게 짝이 되어 준다면 식물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거예요. 식물에게 감정이 생기며 대하는 태도부터 변하게 됩니다. (중략) 초록으로 마음의 안식을 찾아보세요. 사랑을 준 만큼 보답해 줄 거예요

가드닝 세계에 '물 주기 3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정한 규칙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식물을 알아간다는 뜻이에요.

본문 중 13p '마음가짐' / 본문 중 28p '물'

​​이 책에는 부제가 있다. '반려 식물 초심자를 위한 홈가드닝 안내서' 이 책을 읽어보면 초반부터 종종 반려 식물이라는 단어를 보게 된다. 누구나 집에 화분 한두 개는 있지만, 누구나 자신이 가드닝을 한다거나 반려 식물을 키우고 있다고 의식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키우고 있는 동물을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생각하면서 더 깊은 애정을 쏟듯이, 집에 있는 식물에게도 반려 식물이라 부르며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는다면 선인장이 말라죽을 때까지 방치하거나 잘못 키우는 일이 일어날 확률은 확 줄어들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