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답은 무민의 엄마를 잘 살펴보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만큼은 주인공이 무민이 아닌 무민의 엄마라고 생각했다. 이야기 속에서 무민의 엄마는 새로운 존재를 발견했을 때 먼저 다가가고, 위기에 처한 대상에게 서슴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홍수에 휩쓸려 위기를 겪고 있는 무민의 아빠를 걱정하고 슬퍼하는 등 여러 감정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무민의 보호자로서 여행의 도중 여러 결정들을 내리는 역할을 하며 많은 활약을 한다.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 어두운 숲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눈을 발견하고 먼저 다가설 때 무민의 엄마가 한 말과 태도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혹은 낯설고 무서운 문제가 생겼을 때 겁먹고 그대로 멈춰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작은 불빛을 비춰보는 게 어떨까. 어둠을 살짝이라도 벗어나 밝은 곳에서 보면 그 문제는 생각보다 덜 비관적일지도 모른다. 작고 힘없는 존재들이 서로 돕고 기대며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시선을 찾아내는 것, 이 책의 결말처럼 해피엔딩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그 '희망'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캐릭터로만 알고 있던 무민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흥미진진했고 상징적이고 동화적인 면모가 많았다. 이야기의 시작을 들었으니 이후로 이어지는 이야기들도 궁금해졌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무민마마, 무민파파, 스니프처럼 자신만의 이름과 스토리를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었을 때 또 어떤 매력이 있을지, 이번 편에서는 엄마를 따라다니며 아빠를 찾아 나선 어린아이일 뿐이었던 무민은 앞으로 어떤 모험을 하게 될지 꼭 찾아 읽어봐야겠다. 글과 함께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 속 무민의 모습이 내가 알고 있던 무민의 모습과 별다를 게 없다는 점도 좋았다. 후속 이야기에는 토베 얀손의 동생들이 참여하기도 했다고 들었는데 그림 속 삽화에 변화가 있었을지도 궁금하다. 첫 번째 이야기만을 읽었는데 궁금한 게 너무 많아졌다. 뒷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내가 가진 무민 굿즈들의 캐릭터들이 더 사랑스럽게 보일는지 괜히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