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 무민 골짜기, 시작하는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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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참 작은 존재들이 많이 나온다. 무민 종족으로 사람들의 집 벽난로에 숨어살 정도로 작은 존재들인 무민과 가족들, 그런 그들이 작은 동물이라 부르는 스니프(이후 연재작에서 이름을 얻고, 이 책에서는 이름 없이 작은 동물이라고만 설명된다.), 사람들 집 마루밑에 살기도 하는 작은 트롤 생명체 인 해티패티, 튤립을 집으로 삼아 살고 있던 툴리파 등등. 이 작고 힘없는 존재들이 홍수를 비롯한 커다란 재해를 마주하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무민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하는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이후에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무민 가족들이 한평생 자리 잡고 살아가는 무민 골짜기에 도착하기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해티패티를 따라 떠나버린 아버지를 찾는 동시에 겨울을 날수 있는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무민과 무민의 엄마는 길을 나선다. 숲과 늪, 바다까지 기나긴 여정을 지나오지만 아빠를 만나기도 전에 큰 홍수가 나서 이내 세상이 비에 잠긴다. 무민 가족은 여행중에 만났던 새로운 존재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지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동안에 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이야기가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을 무렵 쓰였다는 작가의 서문을 떠올리면, 역자 후기의 내용처럼 안락한 집을 찾아 나선 무민 가족의 모습은 전쟁으로 살던 곳을 떠난 피난민의 모습과 쉽게 겹쳐볼 수 있을 것 같다. 전쟁이라는 재난 혹은 재앙 같은 상황은 이야기 속에서 큰 홍수로 대체되었는데 그 안에 휩쓸린 작은 존재들은 과연 그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까.

​ 처음에는 무민의 엄마도 무서웠지만, 잠시 뒤 아들을 달래며 말했다.

"아주 작은 동물일 거야. 기다려 보렴, 엄마가 저쪽으로 불빛을 비춰볼게. 어둠 속에서는 모든 게 더 비관적으로 보이지, 너도 알잖니."

그러고 나서 무민의 엄마는 등불처럼 빛나는 커다란 꽃을 한 송이 꺾어서 그늘 안을 비추었다. 그러자 무민과 무민의 엄마는 그곳에 무척 조그마한 동물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동물은 온순하게 생겼고 살짝 겁먹은 것처럼 보였다.

본문 중 10-12p

그 대답은 무민의 엄마를 잘 살펴보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만큼은 주인공이 무민이 아닌 무민의 엄마라고 생각했다. 이야기 속에서 무민의 엄마는 새로운 존재를 발견했을 때 먼저 다가가고, 위기에 처한 대상에게 서슴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홍수에 휩쓸려 위기를 겪고 있는 무민의 아빠를 걱정하고 슬퍼하는 등 여러 감정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무민의 보호자로서 여행의 도중 여러 결정들을 내리는 역할을 하며 많은 활약을 한다.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 어두운 숲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눈을 발견하고 먼저 다가설 때 무민의 엄마가 한 말과 태도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혹은 낯설고 무서운 문제가 생겼을 때 겁먹고 그대로 멈춰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작은 불빛을 비춰보는 게 어떨까. 어둠을 살짝이라도 벗어나 밝은 곳에서 보면 그 문제는 생각보다 덜 비관적일지도 모른다. 작고 힘없는 존재들이 서로 돕고 기대며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시선을 찾아내는 것, 이 책의 결말처럼 해피엔딩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그 '희망'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캐릭터로만 알고 있던 무민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흥미진진했고 상징적이고 동화적인 면모가 많았다. 이야기의 시작을 들었으니 이후로 이어지는 이야기들도 궁금해졌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무민마마, 무민파파, 스니프처럼 자신만의 이름과 스토리를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었을 때 또 어떤 매력이 있을지, 이번 편에서는 엄마를 따라다니며 아빠를 찾아 나선 어린아이일 뿐이었던 무민은 앞으로 어떤 모험을 하게 될지 꼭 찾아 읽어봐야겠다. 글과 함께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 속 무민의 모습이 내가 알고 있던 무민의 모습과 별다를 게 없다는 점도 좋았다. 후속 이야기에는 토베 얀손의 동생들이 참여하기도 했다고 들었는데 그림 속 삽화에 변화가 있었을지도 궁금하다. 첫 번째 이야기만을 읽었는데 궁금한 게 너무 많아졌다. 뒷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내가 가진 무민 굿즈들의 캐릭터들이 더 사랑스럽게 보일는지 괜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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