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서 인생그림책 4
변예슬 지음 / 길벗어린이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빛나는 무언갈 찾아 헤매는 물고기가 있다. 비슷한 모습을 한 물고기 떼에서 벗어나 반짝이는 것을 찾아다니며 그에 입을 맞추고 몸을 물들인다. 그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이 참 아름답다. 그렇게 투명하고 맑은 빛의 물고기는 자신의 색을 빨갛게, 파랗게 다양한 색으로 덧칠해간다. 물속을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색에 물들었던 물고기는 자신이 흡수한 빛 중 어느 것이 가장 아름다운지, 지금보다 더 빛나는 것은 어디 있는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과연 물고기가 찾아낸 가장 아름다운 빛은 어디에 있었을까. 물고기가 마주한 수많은 것 중 자신의 모습 또한 반짝여 보였을까.



물고기가 찾아다니던 반짝임은 무엇일까. 외형적인 아름다움? 화려함? 유행? 혹은 어떠한 가치? 여러 가지 비유가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욕심껏 그 반짝임을 흡수한 결과가 자신의 모습을 변화하게 하고, 무서운 눈들에 둘러싸이고, 속이 울렁거리며, 거울 속의 자신과 마주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과연 본래의 나 자신을 잃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글밥이 적은 그림책은 읽는 내내 머릿속에 수많은 질문과 상상들을 만들어낸다. 이 책은 인생 그림책 시리즈의 4번째 책으로 나는 이 시리즈의 책 중 절반을 읽었다. 그림이나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좋았기에 아직 읽어보지 못한 나머지 절반 책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아름다운 그림에 취해 읽다 보면 그림책의 내용에 또 한 번 반하게 되는 책이다. 내가 느낀 이 책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흡수하게 되더라도, 그로 인해 나의 겉모습이 달라지더라도 '진짜 나 자신을 잃지 말자는 것'. 책 속의 물고기처럼 바보같이 나를 찾아 헤매지 말자는 것이다. 사람들이 외형적인 것에 끌리는 이유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살아가다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한 부분인 건 맞다. 그에 신경을 쓰는 것도 어쩌면 바람직한 자기 발전의 한 방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겉모습이 변하더라도 내가 나인 이유를 스스로 잊지 않도록 그 안에 단단한 진짜 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얼마 전에 읽은 다른 책에서 '나의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존재는 다름 아닌 나'라고 했다. 진짜 나의 모습이 아름다운 빛을 낼 수 있도록 갈고닦아 아껴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나에게 - 현재의 나쁜 일은 지나가고
아이얼원 지음, 이보라 옮김 / 유노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보자마자 읽고 싶었던 책이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 올 6월은, 내게 기쁘면서도 불안했고 의기양양했다가도 의기소침했다. 예전보다 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 시점에서 타인의 시선에 내가 너무 신경을 쓰거나 위축되어 있는 건 아닌지 늘 불안했고, 지금의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려 노력했으며, 예전의 나를 잃지 않으려고 타인에게 너무 휘둘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이 책은 그런 내게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라는 긍정을 심어주고 칭찬과 조언을 듬뿍 건네며 나를 응원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들었다. 내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해 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천천히 읽으려 했고, 공감 가는 문장이 많아 처음으로 문학 외에 손 필사를 하기도 했다.




자신감과, 인생, 성장, 노력, 어울림에 대해서 각 장마다 필요한 이야기를 썼다. 다섯 개의 장으로 큰 구분은 있지만 책의 모든 이야기가 꼭 이 다섯 개 중 단 하나의 주제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읽다 보면 장에 상관없이 반복되어 이야기되는 굵직한 문장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기도 하다. 자신과 주변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문장력 있는 글을 쓴 작가의 본문은 가독성도 뛰어나고 설득력도 있었다. 너무 감정에 치우치는 가벼운 에세이도 아니고, 너무 뻔한 주장만 늘어놓는 자기개발서도 아니라서 참 좋았다.


존댓말에 파란 글씨로 본문 말미에 건네는 문장들보다도 사실 각 글의 제목들이 특히 좋았다.'나를 부정하는 일에 집중하지 않기', '나는 내가 잘 됐으면 좋겠다.', '용기를 내야 시작되는 이야기 -성장에 대하여', '좋은 사람 옆에 좋은 사람이 있다.', '침묵을 지키는 편이 나을 때가 많다.' 등등. 글의 제목이 곧 중심 문장이 되기도 했다. 이 책 이전에 한국에서도 출간된 동일 저자의 책 제목이 글의 제목으로 들어가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다. 앞으로 당신의 모든 노력은 더 나은 걸 위함이지, 남들을 만족시키기 위함이 아니라고 자신에게 확실히 말해라. 당신의 노력을 다른 이에게 보여 주기 위해 사용하지 마라.

(본문 중 62p)

인생을 잘 계획하더라도 계획을 받쳐주는 좋은 길이 필요하다.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다 보면 나아갈 길이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나아갈 방향과 큰 원칙만 잘 유지하면 된다. 느리게 갈 수도 있고, 비스듬히 갈 수도 있고, 뒤로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본문 중 129p)



사회생활을 하게 되고,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취향을 포함해 나의 많은 점들이 나도 모르게 변해간다. 은근히 지쳐있었던 것 같다. 불안함과 위태로운 마음이 점점 커지던 찰나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줄곧 유지해오던 몇 가지 원칙이나 생각들이 저자가 말하는 내용과 겹칠 땐 왠지 모를 위안을 얻기도 했다. 제목이 주는 뉘앙스 그대로 글 곳곳에서 위로해 주고 긍정해 주는 점이 좋았다. 올해 읽었던 에세이 중에 제일 좋았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 그림으로 읽는 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김정아 옮김, 이강환 감역, 와타나베 준이치 감수 / 성안당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통해 우주를 이해하고 천문학의 재미와 매력을 느끼기를, 그리고 조금은 우주와 더 친숙해지기를 바란다는 머리말의 바람처럼 이 책은 '우주'라는 단어에 한 번이라도 호기심을 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실 우주에 관한 책이라면 반짝반짝 아름다운 사진들로 가득 찬 책이 가장 끌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은 사진은 작고 흑백인 것들뿐인 데다 오히려 사진보다 설명을 위한 그림들이 더 많이 들어간 책이다. 그래도 이 책은 정말 재밌었다.

이런 설명만으로 이 책이 끌리지 않는다면 목차를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음표로 끝나는 본문들의 제목과 '최신 우주 토픽'이라는 부제로 중간중간 들어간 글들의 제목을 보면, 우주 혹은 천문학이라는 분야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한 번쯤 궁금해했던 질문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내 머릿속에 질문들과 겹쳐졌던 목차를 몇 가지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8_지구의 최후는 어떻게 될까?', '10_ 만약 달이 없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28_화성에 물이 있었다는데 사실일까?', '37_블랙홀은 어떻게 생길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각 본문의 제목이 질문형이다. 본문의 특징은 제목 아래 한 줄의 답변이 먼저 쓰여 있고 관련된 내용에 대한 본문 글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우주에 관한 이야기는 먼저 읽었던 '인공지능과 테크놀로지'편에 비해 더 관심 있는 분야였지만 더 모르는 내용이 많았던 것 같다. 공전, 자전, 위성, 행성, 행성 간의 거리를 설명하는 아득한 숫자와 시간개념들 등등 아주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평상시에 자주 쓰이지도 않는 낯설고 어색한 단어들이 잔뜩 사용된 본문이 시작되기 전, 질문에 대한 단순 명료한 한 줄의 답변을 써준다는 건 센스가 돋보이는 본문 구성이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그 한 줄의 대답 자체도 마냥 쉽지만은 않았지만 집중해서 읽을수록 재미있는 내용들이 점점 눈에 들어왔다.

먼저 읽은 '인공지능과 테크놀로지'편에 비해 더 과학 책 같다는 인상이 강한 책이었다. 천문학이라는 특성상 물리적으로 거리가 먼 존재들을 연구하고 있어 더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고, 우주에 대한 로망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학문/연구로서의 정보를 알려주는 책이라 더욱 그랬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구성할 때 최신 우주 토픽을 포함해서 평소엔 과학 혹은 우주에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주제만을 뽑아 이야기하기에 약간의 집중력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다면 한 권을 모두 읽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은 책이다. 우주에 관해 궁금한 점이 많고, 과학적인 정보와 최신 이슈들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공지능과 테크놀로지 그림으로 읽는 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미야케 요이치로 감수, 한선관.황명희 옮김 / 성안당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공지능' 하면 만화나 영화에서 보았던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밖에 생각나지 않는 사람, 여기저기 뉴스나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소식으로 알파고는 들어봤고 AI를 산업 및 생활 분야까지 다용도로 개발하고 실용화한다는 '카더라'도 알지만, 그래서 AI가 뭐고 그로 인해 구체적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 건지 궁금은 해도 실상은 하나도 모르겠는 사람이 바로 나다. 이 책은 정말 인공지능이라는 분야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게 되었다. 나 같은 초보자에게도 전혀 어렵지 않았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책 시리즈는 아닌 것 같은데 학생들이 읽기에도 좋을 것 같다.

인공지능은 어느 하나의 큰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바꾸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각 문제마다 독립적인 개별 인공지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사회를 바꾸어가는 여러 포인트가 많이 있습니다.

(중략)

인공지능은 사안별로 그에 맞게 진화하고 있고, 진화의 방식과 정도는 제각각입니다. 인간을 능가하는 바둑 AI가 장기를 둘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영상을 판별하는 AI가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 머리말 中 -

책의 내용은 총 4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먼저 1장에선 현실에서 실용화되고 있는 기술들을 언급한다. AI 탑재 드론, 딥러닝, 자율 주행 기술, MR(혼합현실), QR코드 등등 생각보다 익숙한 기술들이 많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어서 2장은 시간 순서로 기술의 발전사와 인공지능에 대한 최근의 큰 이슈, 연구 및 개발의 큰 흐름을 짚어주고 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에서 이끌어낸 변화의 실제 사례들을 볼 수 있다. 3장과 4장은 앞으로의 변화와 문제점, 인공지능 개발에 있어서의 주요 쟁점들을 예측하고 소개한다.


목차가 상당히 길고 각각의 본문이 총 57번까지의 번호를 달고 있는데 막상 실제 본문으로 들어가 보니 각각의 내용이 간결하고 어렵지 않았다. 한 페이지는 글로, 나머지 한 페이지는 그림이 들어간 내용 정리 및 추가 정보를 담고 있는데 이러한 본문 구성은 이 책의 큰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우선 그림을 이용한 내용 정리는 한눈에 보기 편하고, 구성상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많이 읽어볼 수 있어서 흥미를 끌기 좋으며 내용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어느 정도 구체적인 정보나 인공지능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설명이 알고 싶었던 독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본문의 분량이 적고 한 가지 주제로 깊게 접근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이슈를 담은 개론서 같은 느낌으로 일반교양 정도의 내용이지 본격적인 과학정보를 담고 있다는 인상은 아니었다. 그리고 기술 발전사와 실제 사례들에 있어서 일본을 배경으로 한 정보가 많다는 느낌이라, 책의 세부적인 내용이 우리나라에도 혹은 전 세계적으로도 통용되는 정보들인지 조금 궁금해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딱 원하던 스타일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과학 책이라 참 좋았다. 익숙하지만 잘 몰랐던 몇몇 단어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고, 실제 사례들에 있어서 걱정되었던 부분들(예를 들어 저작권이나 개인 정보 문제들)도 미래의 쟁점과 AI 기술의 문제점을 다루는 부분에서 언급되었기 때문에 궁금했던 내용에 관한 무겁지 않는 지식들을 빠르게 훑어본 느낌이라 만족도가 꽤 컸다. 지식백과, 과학교양서, AI 입문서 정도의 흥미로운 정보가 가득한 책을 찾는다면 추천해 주고 싶다. 관심은 있지만 왠지 어려울 것 같은 수학/과학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면 첫걸음으로 '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시리즈는 어떨까. 책날개에 쓰인 같은 시리즈의 제목들에 제법 관심이 간다. 나는 이 책과 함께 내게 온 '우주'편도 연달아 읽어볼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 로마신화 - 명화와 함께 가장 빠르고, 재미있고, 명확하게 알기
구예 지음, 정세경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질문 하나만 해볼까요? 서양화가들은 어째서 그리스신화를 작품으로 즐겨 그렸을까요? 제가 보기에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중략)

원인 2 : 이런 신화가 정말 재미있었으니까요!

한마디로 '겁나게' 재미있었던 거죠. 그리스신화는 피비린내와 폭력, 근친상간, 암투, 동성애가 모두 등장하는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였거든요!


(본문 중 17p)

항상 흥미롭고 재미있고 막장이기까지 한 신화 이야기는 그 인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머릿속엔 늘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야기는 들어본 거 같은데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르겠거나(길었다는 것만 기억나기도 한다) 신의 이름은 들어본 거 같은데 얽힌 이야기가 이거였나 저거였나 아리송하기도 하다. 많이 들어서 익숙하긴 한데 참 안 외워지는 신과 등장인물들의 이름, 이야기 속의 복잡한 관계성과 방대한 스케일 때문에 읽고 또 읽어도 까먹기 쉽고, 또 그렇기 때문에 읽고 또 읽어도 늘 재미있는 이야기가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다.

이 책의 특징은 참 많지만 그중 내게 가장 크게 와 닿았던 부분은 다양한 크기/굵기의 글자를 넉넉한 공백과 함께 배치하며,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서술자가 친절한 구어체 즉 요즘 말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 비슷한 서술체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출간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책인데도, 예전에 쓰인 재기 발랄한 어투는 어색하고 손발이 오그라들 뿐이고 재미를 위해 넣은 그 당시 최신 유머들이 이제는 썰렁하고 소위 '한물 간' 개그가 되어버려서 웃기도 애매한 문장들의 연속이었다. 결국 그 책은 포기해버렸고 에세이도 조금은 낯설어하는 내가 도전하기엔 어려운 책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책이 조금 극단적이었지만 그 후로 너무 가벼운 구어체의 문장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한다. '요즘 말'은 언젠가 '옛말'이 되기 마련이라 이 책의 서술체도 역시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유행어나 줄임말 등 특정 계층에서 주로 쓰이는 어휘들이 자주 사용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출간된 직후 바로 지금 읽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예상보다도 술술 읽혔고, 정말 부제처럼 '빠르고 재밌게' 읽은 책이었다.

이 책은 시간순으로 차례차례 모든 이야기를 전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얽히고설킨 신들의 관계나 이야기의 앞뒤 맥락이 이어져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을 위해 아주 순서를 섞어놓지도 않아서 대충 흐름은 시간 순을 따르되 신화의 재밌고 강렬한 이야기나 인물들을 쏙쏙 뽑아 들려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난 비교적 최근(올해 3월 즈음) 시간순으로 잘 배열된 신화들과 명화를 함께 보여주는 책을 읽어서 이 책의 이야기들이 아주 낯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 들어보는 듯한(분명 들었거나 읽었지만 기억에서 사라졌을) 이야기와 정보도 꽤 있었다.









가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신들의 관계표나 그리스 혹은 로마식의 이름을 나열한 표가 있다. 그 표들을 본문을 보기 전에 먼저 보면 자신이 신화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고, 신들의 이름 중 어느 이름이 더 익숙한지도 알 수 있다. 비너스가 '여우 같은 여자'였다거나 아폴론은 '잘생겼지만 평생 솔로'라는 식으로 신들을 마치 스타처럼 다루고 그들의 이야기를 가십처럼 꾸며 헤드라인(목차만 봐도 재밌다ㅋㅋ)을 달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재미있었고, 수록된 수많은 명화(정말 많다, 가끔은 조각상의 사진도 있다)들 덕에 명화 감상은 기본에 다양한 화가가 그려낸 같은 인물들을 대조해보거나 그림의 제목으로 쓰인 신들의 이름이 어느 쪽인지(그리스/로마) 확인해보는 재미도 있다.

대부분의 그림에서 한 인물이 가진 공통적인 특징(예를 들어 큐피드의 짝인 프시케에게 화가들이 나비 날개를 그려주었다거나, 북풍의 신은 유괴가 취미이자 특기라서 항상 여자를 끌어안은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등)들을 설명해 주는 부분도 좋았다. 맨 마지막에 다룬 별자리 신화 이야기는 앞서 다룬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서는 조금 부족한 느낌지만 부록처럼 가볍게 읽기엔 딱 좋았다. 여러모로 평범한 신화 책들과는 차별화되는 장점이자 특징들이 참 많은 책이었다. 그래서 익숙하지만 낯선 신화를 더 재밌게 읽기에 참 적합한 책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