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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여름 크리스마스 - 2024년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ㅣ 이야기숲 2
박현경 지음, 안은진 그림 / 길벗스쿨 / 2024년 7월
평점 :

우리들의 여름 크리스마스
글. 박현경 / 그림. 안은진
길벗스쿨 / 2024.7.25.
<우리들의 여름 크리스마스> 라는 제목 아래, 싱그러운 초록빛이 가득한 풀밭에 네 명의 아이들이 있다.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계절은 겨울인데, 여름 크리스마스라니! 뭔가 낯설고 어색하지만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다.


초등학교 6학년 준오는 외삼촌 댁에서 지내다가 일 년 만에 엄마와 함께 살게 된다. 새로운 집, 동네, 학교, 친구까지 모든 것이 어색했다. 무엇보다 엄마와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아빠는 준오가 2학년 때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엄마는 어린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칼국수 장사를 했고, 준오는 엄마까지 돌아가실까봐 두려웠다.
"집으로 걸어 올라오는데 어제와 다른 곳에 있는 내가 낯설었다. 거리도 사람도 다 낯설고 어쩐지 공기까지 다른 느낌이었다. 여기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우리들의 여름 크리스마스> 본문 p. 10-11


가족과 떨어져 지냈던 시간들, 그리고 모든 것이 낯선 지금까지 준오를 달래주는 것은 소설 쓰기와 만화 그리기였다. 준오는 아빠 생각이 날 때마다 무언가를 그렸다. 하지만 엄마는 준오가 만화 그리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닭장 같은 학원 대신 웹툰 학원에 다니고 싶지만 차마 엄마에게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희한한 일이다. 내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서울 올라온 뒤 만화를 제대로 그릴 시간이 없었다. 어쩌면 이대로 만화의 세계에서 떨어져 나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쉽긴 하지만 한 편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한테 만화를 절대 그리지 말라는 말을 들은 다음부터 달라졌다. 만화가 너무나 그리고 싶었다. 참을 수 없었다.
<우리들의 여름 크리스마스> 본문 p. 58


엄마와 준오의 갈등은 생각보다 깊었다. 엄마는 갑작스럽게 죽은 남편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자신을 원망하는 듯한 준오의 눈빛에 힘들었다. 준오는 식구가 같이 있으면 안좋다는 점쟁이 말에 자신만 외삼촌 집에 맡겨졌다는 사실에 괴로웠다. 하지만 둘의 갈등은 잘못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후 엄마는 누구보다 더 힘차게 준오의 꿈을 응원하게 된다.
우리는 말하지 않은 사람의 생각이나 기분을 모른다. 그저 짐작만 할뿐. 그러니까 오해 없이 소통하고 싶다면 내 생각과 기분과 마음을 '말'로 표현하라고 작가님은 이야기 한다. 가족이나 친구라도 내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을 지레짐작하여 판단하면 준오처럼 오해와 갈등이 당연히 생긴다. 필요한 것은 올바른 소통인데, 소통을 위해서는 서로에게 한발짝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데리러 오겠다는 엄마의 말은 진심이 아니었던 거다. 나는 이삿짐 보따리에서 툭 떨어져 찌그러진 냄비 같은 존재였다. 장롱 뒤에 세워 둔 금 간 거울, 세탁기 뒤에 떨어진 양말 한 짝, 마루 밑에 처박힌 낡은 슬리퍼처럼 엄마에게 나는 그런 아이였다. 외숙모의 임신이 아니었으면 아마 나는 아직도 외삼촌네 집에서 군식구로 딸려있었을 것이다. 결론은 하나다.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여름 크리스마스> 본문 p. 106-107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꾹꾹 누르고 살던 준오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은 자신을 응원해 주는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준오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와 준오의 만화책에 관심을 보이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찬주, 준오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며 준오의 꿈을 응원하는 민성, 바쁜 엄마를 대신해 어린 동생을 돌보는 나율이까지. 준오의 친구들은 힘든 순간에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다.
준오와 친구들은 동네 홍보 영상을 직접 만들어 공모전에 출품한다. 목표는 우리답게! 엉뚱하게, 허술하게, 괜찮게. 남들이 원하는 대로가 아닌, 나답게 살고 싶은 네 명의 친구들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슬쩍 기대가 되었다. 설레는 여름 밤, 주황빛의 가로등이 연초록 나뭇잎들 사이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상상을 하며 <우리들의 여름 크리스마스>를 만끽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