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안타깝게 울고 웃는 많은 분들을 보았다.

 더이상 해줄게 없어서 미안하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에 애써 담담해 하시던 아주머니..

 깨끗하게 나았다는 소식에 환호하던 옆자리 정이씨..(남은 치료 잘 이겨내시고 퇴원하시기 기도할 

 께요..)

 깨끗이 밀어버린 수많은 어린 친구들의 머리..

 다른 밝고 즐거운 곳에 쓰임 받아야 할 귀한 이름들이 병실문 옆에 붙어 있어 안타까움을 더 했다.

 다행스럽게 어머니는 치료 잘 받으시고 퇴원하셨지만 아픔을 겪고 계신 많은 가족들에게

 치유와 회복의 기쁨이 있으셨으면 좋겠다.


 2005. 2. 7. 어머니의 병실에서..



 - 암병동, 윤준경 詩人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너구리짱 2024-09-25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블로그에 썼던 일기입니다.
졍형외과 암병동이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너나 없이 다리 한쪽은 깁스를 한 어린 친구들..
머리를 박박 민 그야말로 동자승들이
삼삼오오 병동 복도에 모여 한탄과 걱정이 섞인 자못 심각한 회담(?)들을 하던 모습이 아직 생생합니다.
˝ㅇㅇ이는 지난번에 ㅇㅇ약을 썼는데 효과가 있다더라.. △ △이는 상태가 어떻더라..˝
어린 친구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날들이었을텐데.. 그와중에도 십대 특유의 밝은 에너지는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 들 모두 그 후 건강하게 회복되었기를 바랍니다.



 

     봄밤 / 이면우

 

  늦은 밤 아이가 현관 자물통을 거듭 확인한다
  가져갈 게 없으니 우리집엔 도둑이 오지 않는다고 말해주자
  아이 눈 동그래지며, 엄마가 계시잖아요 한다
  그래 그렇구나, 하는 데까지 삼 초쯤 뒤 아이 엄마를 보니
  얼굴에 붉은 꽃, 소리없이 지나가는 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春思

춘사

 

晩灣谷塵嗔

만만곡진진

 

凍潼果頭伸

동동과두신

 

竊節折愁心

절절절수심

 

愍悶何余振

민민하여진

 

待歸把酒忍

대귀파주인

* 과두=올챙이를 가리키는 한자어 "과두"를 다른음으로 썼습니다 


늦은저녁 굽이치는 계곡에 먼지만 일어나네

얼었던 강물에 올챙이가 기지개를 켜고

계절을 빼앗기고 꺾인 마음은 수심이 가득하구나

나는 어느제나 떨치고 일어날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네

돌아가 잔을 높이들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은 우리 참고 또 참으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멸 치 

                                                     김순실

 

어느 저녁

무심코 멸치의 머리를 떼다가

까만 내장을 발라내다가

비닐봉지 속 수북한 멸치대가리

좁쌀알 박힌 퀭한 눈과 딱 마주쳤는데

 

그래 내 국물이 그리 시원하더냐

멸치의 일갈에

순간, 섬짓하데

 

검푸른 바다

헤엄치는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 넓은 세계를 넘어

이곳까지 온 멸치가 아니던가

 

제 몸과 비교 한다는 게 불가능한

고래와도 한 물에서 놀았던

자유로운 영혼

 

그러나 이제 인간의 한 끼 식사를 위해

소신공양중이다

 

멸치의 소멸 끝 남는 국물처럼

나도 세상 앞에

한 대접 올릴 수 있으려나

 

한 대접 가득 뜬다

잘 우려낸 국물이 멸치의 유영처럼

목구멍으로 미끄러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보 리

보리밭 속에 들어가

보리와 함께 서본 사람은

알리라 바람의 속도와

비의 깊이를.

보리밭 속에 들어가

보리와 함께 흔들리며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정확히 알리라

세상 옳게 이기는 길

그것은 바로

바르게 서서 푸르게 생을 사는

자세에 있다는 것을.

* 이재무 시집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문학과지성사)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