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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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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순서없이, 그리고 자유롭게, 물 흐르듯 막힘없이 써내려 간 듯한 글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은 주제들이 ''이라는 콘텍스트를 이루며 "단 한번뿐인 우리의 삶, 어떻게 사용할까" 로 모여 귀결된다

 

인생은 일회용으로 주어진다

의술의 발전 속도와 범위를 감안한대 해도 내 생은 아마 반환점을 돌았을 것인데 여전히 내 앞에는 1968년에 받은 일회용 인생이 그대로 남아있다.

 

작가는 인생에 대한 철학과 소회를 담담히 그리고 있다

어머니, 아버지, 가족, 타인과의 관계맺기, 그리고 작가의 삶의 일부 또는 전부가 된 책, 영화, 커피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어머니의 빈소에 이르러서야 알게된 비밀 이야기를 꺼내며 글을 시작한다. 

 

"저희 어머니, 결혼전에 무슨 일 하셨어요?"

"너 몰라?"

"너네 엄마...."

"...이었잖아"


그날의 빈소는 마치 ..소설의 반전과도 같았다.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엄마라는 인물에 대해 내가 별로 알고 있는게 없을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때 영화감독까지 꿈꿨던 작가라서인가.. 가끔 영화이야기를 하거나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영화에 대한 조예도 깊어보인다

또한 작가라는 사람은 글을 써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났고, 그래서 세상 어떤 충격적인 상황에 부닥쳐도 "아 이건 훗날 글로 쓰여지겠구나" "혹은 영화장면이 되겠는데?" 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나 보다.. 

 

인생은 중간에 보게 된 영화와 비슷한 데가 있다*

인물도 낯설고 상황도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그럭저럭 무슨 일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지 조금씩 짐작하게 된다.*

갈등이 고조되고 클라이맥스로 치닫지만 저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무슨 이유로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고, 영원히 모를 것 같다는 느낌이 무겁게 남아있는 채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어린시절, 우리모두 미술시간에 갓 꺼낸 찰흙같았던 말랑말랑한 마음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

그때 찍힌 지문이나 조각도 자국같은건 평생 그 흔적이 잘 지워지지 않는것 같다. 

 

우리모두 그랬듯 어린아이라도 적대와 환대를 구분할수 있다. 

처음엔 잠시 멈칫하기도 하지만 금세 상대의 의도를 알애챈다.

이건 어쩌면 거의 본능적으로 주어진 유전형질 아닐까?

수렵, 채집시대부터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을테니까..

 

 "영하야 괜찮겠니? 너무 어렵지 않겠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환대보다 적대를, 다정함보다 공격성을 더 오래 마음에 두고 기억한다.

어떤 환대는 무뚝뚝하고, 어떤 적대는 상냥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게 환대였는지 적대였는지 누구나 알게 된다

 

작가는 다시 '엄마'로 돌아간다.

 

엄마는 큰 수술과 입원을 여러번 겪었다.

전쟁과 전후의 혼란을 겪은 피란민 세대답게 엄마는 시스템이나 절차같은 것은 믿지 않았다.

언제나 '뒷문''야로'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나는 '아는의사'가 없었다. 그것도 엄마에게는 변명이 되지 않았다

 

우리의 부모님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땐 "아는 사람"의 힘이 세상의 질서를 지배했다.

우리가 그 "아는 사람"이 되지 못했기에 더욱 "아는 사람"의 힘이 필요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어렸을 땐 꼭 어른들이 집안에 "판사 검사 의사 하나쯤 있어야 된다"는 말을 버릇처럼 하고들 했다

 

이제 아버지 이야기를, 조금은 조심스럽게 꺼낸다

 

아들을 글씨 잘 쓰는 회계사로 만들고 싶었던 아버지

아마 지금처럼 컴퓨터도, 워드도 없고 뭐든 글로 써야 했던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는 글을 잘써야 출세한다고 믿었을 것이고, 살아오시는 동안 "돈은 회계사가 잘벌더라"라는 믿음, 혹은 맹신이 생기지 않았을까..

 

살아생전 아버지가 바란것과 내가 바란것은 언제나 달랐고, 우리는 끝내 화해하지 못했다.

그것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도 이어졌다

 

아버지에 대한 실망,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느꼈던 실망과 아쉬움에 대해 작가는

"그게 부모를 증오하거니 무시한다는 뜻은 아닌다.

우리가 언젠가는 누군가를 실망시킨다는 것은 마치 우주의 모든 물체가 중력에 이끌리는것 만큼이나 자명하며, 그걸 받아들인다고 세상이 끝나지도 않는다" 고 한다

 

 

한편, 작가는 

로스터가 커피를 우리는 시간을 충분히 들이는것을 보고 사람의 참된 내면을 들여다 보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한다

 

커피는 처음에 뜨거운 물과 만났을 때 자신의 가장 좋은 모습을 내보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원두가 가지고 있는 나쁜 성질이 우러나는데, 그렇기 때문에 삼십 붐 이상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업장에서는 잘 숙련된 바리스타가 원두의 가장 좋은 성질만 우려내려 노력할 테지만

그래도 로스터들은 원두가 가진 모든 면, 특히 최악의 면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물의 참된 성격은 오직 시련을 통해서만 드러난다고 믿었고

그 믿음에 따라 그리스비극을 만들었다. 그들이 믿었던 것처럼 , 상황이 좋을 때,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이다.

상황이 나쁠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문제다

사람의 참된 모습을 보려면 충분한 시간과 적절한 계기가 필요하다. 그러니 첫인상은 전부가 아니며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최선과 최악이 공존하고 있을 것이다

 

"1등이 아니라 2등을 해야 돼요"

"왜요?" 1등이 제일 많이 벌잖아요? 영화 같은데 보면.. 

"그거야 영화니까 그런거고, 1등 크게 한번 하는 것 보다 꾸준히 2등을 하는게 최선이에요. 2등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도 않고, 개평 달라고 보채는 사람도 없고...

 

1등만을 고집하는 세상도 문제지만 어쨌든 1등은 존재하고, 또 그 1등은 늘 위험에 노출되고 질시의 타겟이 되기 쉽다.

조금 덜 벌어도 남의 눈에 안띄는 2등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말마따나 1등이든 2등이든 그저 살아남으면 되는 세상이라서일까.. 

 

 

나는 책도 수 십 권을 두서 없이 같이 읽는다. 이 책을 읽다가 저 책을, 저 책을 읽다가 또 다른 책을, 그래서 한 권의 책을 다 읽는데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어쨌든 오랜 세월이 지나면 다 읽게 된다좀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책을 읽는 방법도 저자와 책의 관계도 독특하다

 

롤랑바르트는 텍스트가 저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 어떤 의미에서 더 이상 저자와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텍스트는 독자에 의해 무한히 재 생산, 재 창조 될 대상이다

텍스트에서 저자는 명목 상의 저자일 뿐이다.

그러므로 텍스트에서 오독이란 무의미한 말이다 라고 설파한 바 있다

 

어쩌면 읽고 쓰는데 엄청난 내공이 쌓인 작가라 가능한 일일지도.. 

 

감옥에 갇혀 책만 읽을래, 글만 쓸래 선택해..라는 질문에는

주저없이 책을 택할 것이라는 작가

 

작가는 이제 평론가 앤드루 H.밀러는 '우연한 생'에서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의 말을 인용한다. 

 

누구나 수천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결국에는 그중 단 한개의 삶만 살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때 만약 그 길로 갔더라면/가지 않았더라면'으로 시작하는 상상을 통해 자주 후회에 도달한다.

진화심리학 쪽에서는 인간이 이런 후회를 자꾸 하도록 진화한 이유가 과거의 실수를 반성함으로써 미래에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였을 것이고, 그런 개체가 더 잘 살아남았을 거라고 추측한다

 

그런데도 계속 그 진화의 이유에 부합되지 않게, "반성없이 계속 실수하고 후회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진다

작가는 삶을 돌아보며 인간의 도덕성은 우리가 통제할수 없는 (칸트는 이런 통제할수 없는 요소들과 도덕적 평가는 무관해야 한다고 말했단다) 일종의 ''에 의해 좌우된다고 언급한다.

칸트의 '선한의지' 만으로는 "범죄자가 되지 않고 선량하게"사는데 충분치 않으니, 즉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을 읽다보니, 문득 나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돌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글로 쓴다고 생각해보니 후회가 너무 많고, 이루지 못한게 너무 많아서

뭔가 "글로 쓰기가 참 그러네.." 이런 생각이...

범죄자가 되지 않은것은 참 다행한 ''의 덕인데, 그렇다고 또 뭐 크게 자랑할만한 것도 없으니 참.. 그역시 ''이 작용한 탓도 있을까

 

테세우스의 배라는 소제목에선 요가수련을 비롯해서, 작가가 즐기고 오랫동안 해오는 것들에 빗대어 사람의 변화에 대해 논한다

 

인간은 보통 한 해에 할 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 하고 십 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과소 평가 한다는 말을 언젠가 들 적이 있다

새해에 세운 그 거창한 계획들을 완수하기에 열 두 달은 너무 짧다

그러나 십 년은 무엇이든 일단 시작해서 띄엄띄엄 해나가면 어느 정도는 그럭저럭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변하지 않는다' 라는 말을 흔히 들 하지만 사람은 평생 많이 변한다.

노력으로 달라지기도 하고 환경에 적응하기도 한다

 

끝으로 인생에 단 한번밖에 쓸수 없을것 같은 예감이 드는 책을

세상밖으로 내보내는 소회를 말하는 작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저 단 한번의 삶이 주어졌다는것뿐

그리고 소로의 단언(*대다수의 사람들은 조용한 절망 속에서 살아간다, - 월든-)과는 달리 많은 이들이 이 단 한번의 삶'을 무시무시활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서바이벌 게임의 세계관이 스크린을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은밀히 믿고 있다. 액정화면 밖 진짜 세상은 다르다고, 거기에는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아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김영하 작가가 자신의 삶을 통해 "단한번의 삶"에 대해 사유하고 있는 이 책은

때때로 삶의 길에서 지치기도 하고, 지금껏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보시길 권한다.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 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 김중식 - '이탈한 자가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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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을유세계문학전집 109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진인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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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보바리 (구스타브 플로베르)를 읽고

 

에마를 위한 변명

 

세상에 이렇게 나쁜 여자가 있나?

나를 사랑해주는 성실한 남편을 저버리고 두남자와 번갈아 불륜을 저지른것도 모자라

온갖 사치와 방탕으로 재산까지 싹 다 날려먹어?

처음엔 솔직히 에마가 몰락해 가는 모습을 보고 인과응보요 자업자득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에마 입장도 한번 들어봐야 할것 같았다..

에마..도대체 왜그런거야?

누가 널 이렇게 만든거니? 

..한번 들어보자.. 

 

1. 나 에마.. 이게 나란 사람인걸?

나 어릴적 수도원에 있을 때 고해성사를 오래 하기 위해 일부러 사소한 죄를 저질렀던거 알아?

그때 신부님의 설교에 나오던 약혼자, 남편, 천상의 애인, 영원한 결혼.. 너무나 달콤한 말들이었거든.. 


난 변화무쌍한게 좋아

바다는 폭풍 때문에 좋았고, 초목은 폐허속에 듬성듬성 있을때가 더 좋았어.. 내 감상적인 기질에선 내 마음속의 욕구를 바로 채워주지 않는 것은 모두 무익하게 느껴질 뿐이야

그냥 늘상 보는 풍경이 아니라 거기 감동이 있어야 하지않겟어?


내가 즐겨 읽던 책도 나를 만들었지

사랑, 사랑하는 남녀, 별장에서 기절하는 핍막받은 귀부인, 역참마다 살해당하는 마부, 눈물과 키스, 달빛에 보이는 조각배, 밤꾀꼬리, 온순하고 덕성스럽고 언제나 옷을 잘 차려입는 신사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신비스러운 그림들..

내가 파리 지도를 사서 거기거리를 돌아다녔던거 기억해? 물론 상상속에서였지만..

허영기가 있다고 욕 해도 좋아.. 그게 나인걸? 


내가 꿈꾸는 행복은 불안한 정열이 가득한 장및빛 날들이야..

이런 고요한 생활이 아니었다고....

 

2. 내 남편 샤를.. 아아 한심한 남자야.. 정말 한심한 남자라구..

차라리 나를 때려주기라도 했으면.. 지루하고 공감안되는 남편은 못참아

결혼전에 난 내가 사랑에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어

근데 그 사랑에서 당연히 생겨나야할 행복이 느껴지지 않는걸?


내가 잘못 생각한 게 틀림없어

샤를은 그냥 뻔한, 매일 입는평상복같은 사람이야

파리의 배우들을 보러 극장에 가고 싶다는 호기심을 한번도 가져본적이 없대..말이 되? 

수영도, 검술도, 총을 쏠줄도, 심지어는 승마용어도 모르더라고.

남자란 모름지기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다양한 활동에 뛰어나며, 정열적인 에너지로 세련된 생활을 하며 모든 신비로 상대를 이끌어야 하는거 아냐?


그저 밤에 집에돌아오면

오늘 만난 사람, 왕진에서 만난 환자.. 처방전..에 대해 주절주절 이야기 해..그리고 그냥 코골며 쓰러져 자.. 

그는 애초에 나를 만족시킬수 없는 사람이야.

그는 심장에 불꽃이 튀지 않는 사람이거든.. 


나..!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달빛아래 정원에서 내가 외우고 있는 시구를 암송해줬고, 우수어린 아다지오를 노래해주기도 했어

근데.. 그사람은 어땠어? 

그냥 똑같았어.. 

샤를은 .. 뭐랄까

본인이 경험하지 않은 것은 이해를 못해

그리고 상투적인 형태로 표현되지 않은 것은 믿질 못해..

맙소사, 내가 왜 결혼했을까?”


도대체 어느 힘줄을 자른걸까?

내 마지막 기대마저 무너뜨렸던 샤를의 만곡족 환자 수술....아아 이젠 모든게 끝난거야

  

3. 아들을 그리고 남편을 이렇게 만든 사람.. 시어머니..그리고 전처

열성적인 엄마, 우둔한 아들을 의사로 만들어 개업까시 시킨 장한 엄마

니가 어떻게 에마를 엄마보다 좋아할 수가 있어?”

내가 얼마나 고생해서 키운 아들인데 에마는 너한테 그렇게 소홀할 수 있어?”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아내도 찾아준 사람이니 말 다했지..

연금있는 마흔다섯과부에게 장가보냈지

그여자가 남편 샤를의 전처야.. 알지? 

그때도 아내가 주인이었다지?

이런말은 해도 되고 이런말은 안되고

금요일은 금육하고, 아내가 원하는 옷입고, 치료비 안 낸 환자는 아내가 시키는대로 들볶고

남편의 편지는 몰래 뜯어보고 여자 환자오면 칸막이 너머로 엿듣고

아아..한편으론 남편도 불쌍하지

아무튼 그엄마에 그 아들이란게 참.. 

 

4.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말야..

사랑이란 요란한 천둥과 번개와 함께 갑자기 찾아오는 거라고 생각해

인간의 삶을 기습해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인간의 의지를 마치 나뭇잎처럼 통째로 날려 버리고 마음을 송두리째 심연으로 쓸어 가는 하늘의 폭풍우 같은 것이라고 말야.. (그러니 내가 샤를하고 행복할수 있겠니?)

근데 그건 몰랐지..

집 테라스에서 빗물받이 홈통이 막히면 빗물이 호수를 이룬다는 것을

그러다 벽에 금이 가고 마침내 막힌것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온거지

사랑과 기침은 참을수 없다잖아.. 

 

5. 불륜이라고? 타락했다고? 나도 나름 최선을 다해 저항하고 노력했어

나는 레옹에게 사랑을 느끼면 느낄수록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했었고, 그리고 약화시키려고 억눌렀단말야..

그래서 끝이 결국 뭐야? 그가 떠나고 만거야.. 

내 삶에서 유일한 매력이며 지고의 행복을 가져다줄 유일한 희망인 그가

떠났다고..

그 행복이 눈앞에 있을 때 어째서 붙잡지 못했던가!

행복이 달아나려 할 때 왜 두 손으로, 두 무릎으로 꽉 붙들지 못했을까?

 

그래

솔직히 로돌프때도 그랬다

그날 숲속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저항한거야..

이해하지?

 

6. 뢰뢰.. 잔악한 놈.. 난 철저히 당한거야

물론 내 허영심이 일을 크게 만든건 사실이지만

그놈한테 당한건 지금도 억울해..

내 치명적인 약점.. 내 사치와 허영심을 잘 아는 그놈

항상 내게 먼저 다가와 던지기수법으로 날 유혹했지...

날 결국 파국으로 이끈 그놈..

 

7. 나는 소망했다고.. 내게 금지된것들을..

나는 나를 둘러싼 행복의 저속함에 굴욕을 느꼈지만

습관 때문에 혹은 타락했기 때문에 거기에 집착하고 말았지..

너무 큰 행복을 바란거야.. 그러다 행복을 송두리째 고갈시켜 버리면서 날마다 더욱 더 행복을 갈망하고 있었던 거야 

이건 마치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도파민중독과 같은 상황이랄까..

 

8. 채털리 부인과 나를 비교한다고?

산지기와 사랑에 빠졌던 그여자? 코니?

나와는 차원이 다르지..

알잖아.. 난 구멍뚤린 작업복을 입고, 맨발에 슬리퍼 신은 마부같은 사람들에게는 끌리지 않는걸? 


9. 사랑한게 죄가 되니? 

이 소설이 출간된 시대를 봐

나폴레옹 독재시대 였잖아

그리고 나를 창조한 작가님이 '공중도덕 및 종교적 미풍양속을 해쳤다'는 이유로 피소된거야,,,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이없지 않아?

한마디로 내가 불륜을 저지른게 못마땅했던거지..

이 책으로 피소될 정도면 레이디 채털리는 사형감 아니야? 

아니, 솔직히 사랑이 죄니? 


그래도 그 소송으로 인해 이 책이 더 유명해졌다니..그건 참 다행이야..

안녕.. 나의 레옹과 로돌프.. 그리고 샤를..마지막으로 내 딸 베르트.

그리고 나의 꿈이자 낭만이었던 파리여 안녕.. a'di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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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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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글을 이렇게 쓸 수 있지?

김영하 선생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를 읽으면서

속으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나는 그의 책을 읽어본적 없이 알쓸신잡프로그램에서 처음보고

그 멋있는 목소리와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던 중

우연히 선생의 구글 팟캐스트 책읽는시간’ (당시 이미 운영이 중단된 상태였으나, 아직 들어볼수 있는곳이 남아있었다)을 통해 전세계 작가들(때론 본인)의 책을 낭독하고 그들의 삶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들는 귀한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에게 삶이란, 그리고 여행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어쩌면 쓰디쓴 내장까지..) 단 한조각도 버릴게 없는, 굳이 비유하자면, 마치 우리 식탁의 명태나 대구에 견주어도 될까? 

 

이런 일(추방)을 겪은 사람이 흔치는 않겠지만 겪어본 사람으로서 말하지만 의외로 최악의 기분은 아니었다. 여행은 아무소득없이 끝나고, 한번 더 중국을 왕복하고도 남을 항공권 값을 추가로 지불했느며, 선불로 송금해버린 숙박비와 식비는 아마도 날리게 될것이 뻔했지만 (실제로 환불은 못 받았다.) 난생 처음으로 추방자가 되어 대합실에 앉아있는 것은 매우 진귀한 경험인 만큼, 소설가인 나로서는 언젠가 이 이야기를 쓰게될 것임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여행에 치밀한 계획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행이 너무 순조로우면 나중에 쓸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느나라를 가든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너무 고심하지 않는 편이다.

운좋게 맛있으면 맛있어서 좋고, 대실패를 하면 글로 쓰면 된다.

 

 

아 ~ 이 얼마나 작가다운 여유로움인가

비자없이 한달 일정으로 출국하려다 그날 바로 추방당하면서도,

해외에서 정보도 없이 주문한 음식이 대실패로 끝나도

실망과 한탄대신 이건 언제가 글로 쓰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다니...

 

여행의 이유

여행을 좋아하고,

인생을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독자라면

그리고 김영하 선생의, 마치 시냇물처럼 고요하게 흘러가는 글 속에서 위트와 감동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한번 꼭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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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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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고 재밌는 과학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쉽게 읽을수 있도록 쓰여진 책이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소설처럼 술술 읽히지도 않고 자꾸만 마음이 무거워져 갔다.

정말 재미없는 책

그렇기에 꼭 읽어봐야 할 책

인간의 이기심과 무책임함에 대한 통렬한 비판

 

인간은 맹독성 살충제로 곤충을 죽이고, 잡초의 씨를 말리려 하고

곤충이 사라진 강에 연어 새끼들이 살지 못하는

죽음의 땅에선 사람마저 무너진다.

인간이 죽이고자 했던 것들은 내성까지 가지게 되어 되려 더 번성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낳으니,

인간은 무엇을 위해 곤충과 식물을 죽이는가?

이 지구는 영원히 인간의 소유인가?

 

잠시 소풍왔다가 떠난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찰나의 순간 머물다 가는것일텐데..

 

소설가 김영하는 에세이 여행의 이유에서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시인 아치볼트 매클리시는

지구는 우주의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떠 있는 작고 외로운 푸른 구슬에 불과했다.

저 끝없는 고요속에 떠있는 작고,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를 지구의 승객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썼다.

 

승객은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

왔다가 떠나는 존재일 뿐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지구라는 작은 행성, 푸르게 빛나는 우주의 오아시스와 우리서로를, 동식물을, 같은 행성에 탑승한 승객이자 동료로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암시한 것이다.”

 

저자 레이첼 카슨은,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면 야만적인 힘을 사용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겸손이다.

과학적 자만심이 자리 잡을 여지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한다.

 

작가가 짧은 여행을 마치고 지구를 떠난지 6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 소중한 행성안에 또 괴상한 독성물질들을 뿌려대고 있는건 아닐지...



 

 


지하철역 스마트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너무 좋아서 바로 구매해서 읽은책

식물학자의 노트 ! 

레이첼 카슨의 절절한 호소를 듣다가 우연히 식물에 관한 예쁜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읽는 내내 사실적인 식물 일러스트도 너무 예뻤지만 

말없이 같은 자리에만 머물러있는것 같았던, 수동적이고 연약해보이기만 했던 식물들이,

실은 온 생애와 온 지혜를 다해 씨를 퍼뜨리고, 

때로는 협동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그들만의 꽃을 피워내기까지 눈물겹게 투쟁해 오고 있었다는 것이 새삼 놀랍고도 신비했다.


특히, 짧은 챕터마다 말미엔 식물에 삶에 빗대어 사람들에게 전하는  진심어린 격려와 위로가 포근하게 들려오니, 어쩌면 작가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이부분에 다 모여있는것 같았다. 

그런즉 식물이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철학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어쩌면 나무에 비하면 한없이 약한 인간인 우리에게는 어떤 갑옷이 있을까요? 또 어떤 갑옷을 준비해야 할까요? 나무를 보며 내가 가진 최고의 갑옷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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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짱 2025-04-16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것없는 제 블로그를 늘 찾아와주시는 이웃님께 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용~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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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그들만의 유토피아가 있다

태어나기 전에 이미 계급이 결정되어 그 누구도 각자의 지위와 역할에 불만없는 곳! 

플라스틱 제품을 찍어내듯 컨베이어 벨트위에서 똑같은 모습, 똑같은 피부색과 똑같은 지능을 가진 수십명의 쌍둥이가 한번에 만들어져 극도로 가성비 좋은 세상!


이 곳에선 유리병에 담긴 태아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거치며 남성, 여성, 생식기능이 없는 여성으로 구분되어 제조되고 태아들에겐 산소공급량을 차등하여 지능도 키도 발육상태도 미리 결정되니 이 또한 얼마나 효율적인가?

 

어떤 태아는 열처리를 통해 추위에 공포를 느끼게 훈련하여 광부와 철강근로자가 되도록 미리 결정되고 유아에게 전기충격을 통해 평생 꽃과 책에 대한 증오를 입히고, 


그래서 대중이 시골을 증오하도록 유도한다든지, 책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는 놀라운 곳

최면학습을 통해 나보다 낮은 계급에는 혐오를, 나보다 높은 계급에는 존경심을 평생 갖도록 조정되는 세상..  

..생각만 해도 숨막히는 이곳은 실로 무서운 디스토피아였다.


알파 베타는 우수한 계급,

감마는 표준형 계급,

다양성이 없는 델타계급,

획일화한 엡실론 계급,

(플러스 마이너스까지 세분화되어 인간은 마치 소고기 등급처럼 나뉜다.)



가정이란 육체 정신적으로 더없이 추악하고 숨막히는 더러운 곳이고

일부 일처제와 가족구성원끼리의 배타성을 극혐하고 모든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을 공유한다는 잠언을 최면속에 주입되는 이 곳 !

 

왜 꼭 다른 남자를 사귀어야 하는지 납득이 안간다는 레니나에게 동료 패니는 말한다

 

이런식으로 한남자하고만 계속해서 사귄다는건 한심할 정도로 나쁜 태도에요

 

소마라는 알약을 껌처럼 씹으며 괴로움도 나쁜기억도 순식간에 평온과 행복으로 바꿀수 있는 이곳그래서 그 누구도 불행하지 않은 세상

그래서 정말로 지독하게 불행한 세상!

 

1932년에 발표된 이 책은 전체주의를 비판한 소설이라고 한다. 

맞는 말인듯 하나 꼭 그것뿐 만은 아닌것 같다. 

더불어, 시대를 앞서 미래를-그러니까 우리의 현재를 예언한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더욱 소름돋았다. 

 

지금의 우리는... 

인공수정이나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이미 신의 영역에 접근해가고 있는지는 오래되었고,

계급이 없는 자유민주사회라고는 하나 사실 우리들 각자의 삶 앞에는 어쩌면 이름표만 붙지 않았을뿐 엄연히 계급의 벽이 실재하지 않는가?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이 태아시절부터 수백번 주문처럼 주입된 탓에 늘 감마로 태어나지 않은게 다행이야라던가, “감마들은 어리석어요, 그들은 모두 초록색 옷을 입어요, 난 델타 아이들하고는 놀고 싶지 않아요, 엡실론들은 더 형편없죠, 그들은 너무 우매해서..”

라고 늘 말하는것도 놀라웠다.


우리 주변에도 같은 학교에 다녀도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같이 놀지 못하도록 하는 부모들이 있다고 하니 무엇이 다르겠는가? 

또한 부모의 부가 자녀의 부를 창출하고, 계층간 사다리마저 소멸되어버린.. 아아.. 여긴 디스토피아? 


그들이 받는 길들이기 훈련은 지정된 궤도 안엣만 달리게끔 목책을 둘러놓는 셈입니다.

그들에게는 미리 운명이 결정되어 있으므로 어쩔수 없어요

유아기와 태아기의 고정관념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병 속에 갇혀 살아갑니다.

물론 우리들도(알파들도저마다 병속에서의 삶을 살아갑니다 


이 대목까지 읽다가  등골이 서늘해지고 말았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사회로부터, 부모로부터 내 운명을 결정지을 주문을 수천번 주입되었고, 그게 어쩌면 오늘의 내 모습이고, 게다가 내 주위엔 내가 모르는 유리벽이 있어.. 그러니까 나 또한 나도 모르는 유리병속에 들어있는것일수도 있겠구나? 

어쩌면 오늘부터 내 삶은 그걸 찾아서 깨는 작업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당신은 섬으로 가지(쫓겨나지) 않았잖아요?

그것이 바로 내가 치른 대가였습니다.. !!!

행복을 섬기겠다는 선택에 의해서요.. 그것도 내 행복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말에요


야만인 존과 연루되어 섬으로 쫓겨날 위기에서 어쪄면 이 세상의 큰 비밀을 알아버린 헬름홀츠..

"전 철저히 나쁜 풍토가 좋겠어요, 기후가 나빠야 글을 더 잘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하.! 내내 답답하던 속이 뻥 뚤리는 느낌? )


놀라운 통찰력으로 미래를 예언한 이 책을 읽으시며 조지오웰의 1984년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는 변화를 원하지 않아요

모든 변화는 안정에 위협이 되니까요

우리들이 새로운 발명들을 실생활에 적용하기를 그토록 삼가는 또다른 이유가 다, 바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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