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책 읽기
앨런 제이콥스 지음, 고기탁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책장에 책읽기에 관한 책이 몇 권 있지만 그 중 제일 몰입도가 있었던 책인 것 같다. 어떤 특정한 책을 권하거나 어떤 분야의 독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아니 독서법에 관한 책이지만 독서 자체를 강요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책이다. 분명 전문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많은 독서가와 작가, 비평가의 글을 인용하지만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서 책을 읽는 속도가 아주 느리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나도 아주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책을 꼭 읽어야 한다, 라거나 책 편식에 대한 호통이 아닌 각자에 맞는 책을 고르는 법, 책을 읽는 법, 읽히지 않는 책을 붙잡고 있는 고통에서 빠져나오는 법, 더 나가 책과 천천히 가까워질 수 있는 법 등을 가볍게 설명해준다. 책 표지에 적힌 것처럼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글귀처럼 책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해주는 느낌이다.

 나도 집중력은 떨어지지만 책 욕심은 심한 편이라 포기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읽어내며 괴로워했던 책들도 많고, 아직 책장 한구석에 꽂아두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책들도 많은데 다 알면서도 책에서 전문가가 직접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주자 겁먹고 있던 어린아이가 용서를 받은 것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책의 내용처럼 독서와 교육은 다른 것이다. 독서는 독서 그 자체로 즐길 때 가장 크게 책이 주는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글을 잘 쓰고 싶고, 책을 많이 읽고 싶다는 욕심이 이 책으로 인해 꺾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 책으로 인해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는 여유를 얻은 것 같다. 누구나 다 읽은 것 같은 베스트셀러에 관심이 가지 않아도 마치 읽지 않으면 혼자만 무지한 느낌이 들어 숙제처럼 머릿속에 박혀있는 수많은 책들을 지워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리스트를 만들고 미션을 수행하는 것처럼 책을 먹어나가지 않아도 좋은 책이라면 언젠가 마음이 동해 손에 쥐게 될 것이다. 책이란 것도 다른 문화적인 것처럼 취향을 타는 것이라 누구에게나 재미있는 책이 나에게는 수면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읽고 싶은 책을 즐겁게 읽고 도저히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은 마음 편히 내려놓고 다음을 기약하는 쿨한 습관도 들여야겠다. 그리고 책에서 말한 읽었던 문장을 뒤늦게야 이해를 잘못한 것 같아 다시 되돌아가 되새김질하는 반추 독서법은 이미 습관 중 하나지만, 앞으로도 다른 책을 더 많이 읽고 싶다는 얕은 욕심에 휘둘리지 말고 한 권을 읽더라도 즐겁고 똑똑하게 읽어 재미와 의미를 두루 얻을 수 있는 독서를 해야겠다. 






밑줄

p.50 재미없다면 언제든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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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당황하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다. 이미 할 말은 다 했다. '마음 가는 대로 읽어라.'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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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떤 경우든 우리는 채을 끝까지 읽을지 중단할지 결정해야 하고, 나 역시 이 결정을 보류한 채 오랫동안 끌어왔다. 실제로 내가 책을 처음으로 중간에 포기한 것이 스무 살 때다. (....)  비록 당시에는 비참하지만, 극적으로 내게 자유를 준 독서 중단 사건을 겪기 전까지 그토록 많은 책 사이를 누비면서 억지로 행군하도록 강요한 의무감을 극복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오늘 어떤 책을 한쪽으로 치워둔다고 해서 그 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때가 있고, 필연적인 결과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때도 있다.  


p.99 너무 빠른 속도의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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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다른 지성과 만나는 과정이지 내가 얼마나 빨리 읽었는지 알고서 격려받는 과정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훨씬 더 끔찍한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1001권의 책>을 생각해보자. 마음 가는 대로 읽을 권리에 대한 침해는 일단 한쪽으로 제쳐놓고, 이 책이 독서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명백한 사실에만 집중하자.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1001권의 책>은 독서 자체는 싫지만 책 읽은 티를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완벽한 지침서다.


p.132 반추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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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작고 사소한 것에 마음을 점령당하면서 이를 토대로 더 높은 경지로 올라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독서가로서 막 발을 디뎠다면, 명작이 아닌 작품을 읽는다고, 또는 한 번에 겨우 몇 쪽을 읽을 정도밖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이런 사람은 단편 소설이나 에세이를 먼저 읽고, 차츰 더 긴 집중력이 필요한 장편으로 옮겨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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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토대 위에서 휴는 책 읽는 법을 배우는 학생이 겸손의 미덕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서가는 겸손을 통해 특히 중요한 세 가지 교훈을 배운다. 
첫째는, 어떤 지식이나 글에 대해세도 경멸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상대가 누구든 배움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마음가짐이다. 
셋째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더라도 다른 사람을 얕잡아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겸손으로 무장하면 독서가는 독서를 통해서 안전하게 지혜를 추구할 수 있다. 즉 진정한 학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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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구절을 읽었는데 나중이 되어서야 그 구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햇을 수도 잇다는 사실을 깨닫고, 해당 구절을 다시 찾아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반추 독서가다. 하지만 앞에서도 살펴봤듯이, 강력한 문화적 정신적인 유혹이 우리가 가졋을지도 모를 반추 본능을 억누른다. 우리가 쉽게 산만해지거나 성급해진다면, 또는 단지 독서 목록에서 다 읽은 책 제목을 지우고 그 밑에 있는 책으로 넘어가기 위해 책을 읽는다면, 앞서 읽은 내용을 잊어버리더라도 되새김질을 통해 더 깊이 생각해보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다. 


p.188 편협하게 시작해서 보편적으로 넓혀가는 독서 
-
오든은 책에 대한 독자의 평가를 다섯 가지로 나눴다. 
  • '이 책은 훌륭한 책이고, 이 책을 좋아한다. 
  •  이 책이 훌륭한 책인 것은 알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 
  •  이 책이 훌륭한 책으로, 지금 당장 좋아하지 않지만 인내심을 발휘해서 읽다 보면 좋아하게 될 것이다. 
  •  이 책이 쓰레기임에도, 좋아한다. 
  •  이 책은 쓰레기이며,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오든이 객관적인 평가 행위를 개인적 선호도에 의한 평과와 구분하고 있음을 주목하자. 아울러 여기에서 오든은 특히 '이 책이 쓰레기임에도 좋아한다'는 식의 평가를 비난하지 말고,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오든은 우리가 '쓰레기 같은 책'을 경멸하기보다는 좋아하는 작품을 더 많이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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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처럼 써라 - 이 광활하고도 지루한 세상에서 최고의 글쟁이가 되는 법
정제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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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글쓰기에 대한 갈증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약간의 정신산만함과 난독증을 가지고 있는 나지만 표현력과 글쓰기에 대한 욕심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동공이 확장될 수밖에 없었다. 담백하고 간결하며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에 대한 동경심과 경외감이 어쩌면 시도하지 않은, 연습하지 않는 내 섣부른 겁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라는 조금은 우스운 희망까지 생기게 했으니까. 

 이 책의 챕터 중에 제일 정독한 부분은 '도입단락'을 쓰는 것에 대한 설명이다. 일기든 리뷰든 편지든 어떤 글을 쓸 때 제일 어려운 것이 첫 줄을 시작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쓰기 시작하면 여러 번 수정을 하고 줄여쓰기를 하더라도 일단 내용을 이어나갈 수는 있지만, 첫 문장이 제대로 써지지 않으면 내용이 제 갈 길을 못 찾고 두서 없이 흩어지다 결국은 전체 삭제를 하게 되고 만다. 그런 반복되는 어려움을 덜어 보고자 이 책의 도입단락 쓰기 파트를 밑줄을 치며 여러 번 읽었다. 사실 대부분 머릿속으로는 알면서 행해지지 않는 것들이었으나, 이렇게 쓰고, 이렇게 읽고, 이렇게 활용하라는 저자의 단호한 문장에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학습인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글을 쓰려면 일단 펜을 잡는 것이 먼저겠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처음을 쓰는 방법은 아래와 같이 나누어 진다. 

1. 단순하게 써라 
2. 남의 글을 훔쳐라
3. 객관적으로 써라
4. 개인적 경험을 써라
5. 스토리를 만들어라 
6. 솔직하게 써라
7. 호기심을 자극하라
8. 역사를 돌아보라
9. 신중하게 주장하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도입을 잘 쓰는 방법은 많이 경험하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한 후 솔직한 내 생각과 내가 얻은 경험에 대한 글을 최대한 간결하고 객관적으로 쓰는 것이다. 물론 이건 도입부분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도입 부분을 잘 쓴다는 것은 독자의 호기심을 끌어내어 자연스럽게 끝까지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과 같기 때문에 첫 문단에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든 다른 글을 인용을 하든 그것이 본 글의 100퍼센트가 다 담겨서는 안 되는 것 같다. 힌트를 주는 것, 팩트를 던지되 그것이 다가 아니라 글을 읽고 싶게 만드는 출발점이 되게 글을 쓰는 것, 이 사람이 하고자 하는 말에 관심을 갖거나 끄덕이게 만드는 것. 그게 도입부분을 잘 쓰는 게 아닐까. 이 책은 방향을 제시해주지만 첫 줄의 공포를 줄여 주거나 실력을 늘려 주지는 않는다. 다만 누구나 글을 잘 써야하는 것은 아니며, 잘 써야 한다면 반드시 그에 따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정독가지 다독가는 아니다. 하지만 글을 잘 쓰려면 분명 다독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책에서 "철학적 사유가 필요한 글을 쓸 때 과학책보다는 철학서나 인문학 책을 읽는 것이 유리하다"라는 생각이 편견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요즘 마치 유행처럼 필독서라고 권하고 있는 인문고전 같은 특정 장르에 매이지 말고 책에서 말하는 과학고전이나 그 외에 다른 학문을 연구하는 장르도 편식하지 않고 두루 접하고 읽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표현하게 된다. 읽은 만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이 많아지고, 많이 쓰고, 고치고, 간결하게 줄여갈수록 잘 쓰는 글에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한동안 글쓰기에 무료함을 느꼈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다시 재미를 붙이게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한 작가가 글쓰기를 공부할 때 읽은 많은 참고 서적들도 찾아가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글쓰기 초보지만 글쓰기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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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
실리어 블루 존슨 지음, 신선해 옮김 / 지식채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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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이 책은 사실 그렇게 잘 읽히지 않았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글쓰기에 대한 관심 또한 상당했던 지라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라는 표지의 문구가 심하게 매혹적이었으나 읽어가면서 느낀 건 많은 작가들이 작품의 영감을 그리 멀리서 발견하지 않았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 책이 나랑 조금은 인연일 수도 있겠다고 느낀 이유는 지금처럼 이 책의 후기를 여러 번 적었지만 컴퓨터의 오류로 여러 번 날리게 되어서 결국에는 멘탈에 오류가 생겨 몇 번이나 책을 치워버렸다가 몇 번이나 책을 다시 펴게 되었기 때문이다. 몇 번째 다시 적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래서 이 후기는 그리 썩 진정성이 담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책에 따르면 조지프 헬러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이디어가 나를 찾아온다. 내가 일부러 짜내는 게 아니다. 하늘이 정한 몽상의 길을 따라 저절로 나에게 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유명한 많은 작가들의 스토리를 접해보니 보통의 많은 작가들은 일상 속에서 스토리의 모티브를 얻었다. 개를 산책시키다, 쇼파에서 잠깐 졸다가, 혹은 잠들기 전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그렇게 이야기의 영감을 우연히 얻게 되는 것이다. 물론 머리를 짜내어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도 많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우연한 영감에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 줄이 트이면 그 뒤의 이야기는 후다닥 짧은 시간에 쓰이기도 하고, 엄청난 스피드로 엄청난 분량의 글을 써나갔지만 마무리가 잘 되지 않아 교정에만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다른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삶 또한 복불복이구나 싶어 괜히 먹먹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곰돌이 푸우는 아무도 못 말려 라는 제목으로 미취학 아동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담뿍 받았던 A A밀른의 위니 더 푸우의 스토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푸우의 베스트프렌드 크리스토퍼 로빈이 작가 A A 밀른의 아들일 줄이야! 아들이 잠들기 전 들려주던 동화를 글로 썼다는 따뜻한 이야기에도 감동을 받았지만, 주인공이 곧 작가의 아들이고 그 아들이 커서 자식들에게 자신이 주인공인 동화를 들려주고,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뭔가 판타지 같았다. 작가의 아들 빌리가 좋아하던 곰인형을 보고 생각해낸 이야기라고 하는 위니 더 푸우에 대해 실제 크리스토퍼 로빈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위니 더 푸우와 친구들이 나무 속이나 위에서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다고요? 왜냐면요, 실제로 제가 그랬거든요. 나무 곁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고요.

논픽션보다 픽션을 좋아하는 나라서 그런지 이 부분에선 뭔지 모를 찌릿함을 느꼈다. 푸우의 친구들 중 한 명이 내가 될 수도 당신이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뭔가 설레지 않는가! 창작의 고통도 창작의 순간, 창작의 놀람, 그리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창작의 가벼움도 느낄 수 있는 여러 색깔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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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좋은 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책읽기 좋은 날 -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전망 없는 밤을 위한 명랑독서기
이다혜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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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좋은날 / 이다혜

 

 

 

책을 통해 책을 알게 되는 것만큼 미더운 것도 없다. 자극적인 문구만 쏙 뽑아서 과대광고를 아무렇지나 않게 하는 마케팅천국 대한민국에서 좋은 책(내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온라인에서 책을 고를 때는 목차와 표지, 출판사 책소개, 리뷰, 그리고 공개되어있는 짧은 몇 페이지를 살짝 들춰보고 책을 선택해야 한다. 서점에서도 썩 다르지 않다. 그렇게 고르게 되면 불편한 점이 바로 충동구매, 과다구매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점이나 북페스티벌에 가면 늘 양손 가득 묵직하게 들고 돌아오지만 결국 그 중의 대부분은 장식용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그나마 이런 충동 소품구매를 막을 수 있는 게 책에서 언급한 책을 찾아 읽는 방법인데 그 꼬리를 물다 보면 장르의 다양성은 살짝 좁혀질 수 있겠지만, 첫 페이지에서 실망할 정도의 나와 맞지 않는 책을 고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책읽기 좋은날’ 이라는 제목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나지막이 어두운 저녁하늘과 포근해보이는 방 안을 보여주는 듯한 표지도 잠깐 쉬어가라는 듯한 손짓으로 보였다.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그리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은 정말 많은 책을 담고 있었다. 저자의 책 사랑, 혹은 책 중독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듯 했다. 좀비가 나오는 판타지부터 추리소설, 로맨스, 살랑거리는 시까지 책벌레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독서편력을 저자는 뛰어넘었나 보다. 물론 나는 아직 그 정도까지 책에 빠지지 못해 힘들게 읽히는 부분(예를 들면 지나치게 사회적인 소재)은 미련 없이 넘겨가며 읽었다.

 

 

탁자 위에 오렌지 한 개

양탄자 위에 너의 옷

그리고 내 침대 속의 너

지금의 달콤한 현재

밤의 신선함

내 삶의 따사로움.

-      프레베르, 알리칸테 中

 

 

추리소설과 에세이나 수필을 주로 많이 읽어서 그 분야의 책도 리스트에 많이 옮겨놨지만 유난히 기억에 남는 건 이 짧고 말랑한 시였다. 최영미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시>에도 나온다는 프랑스 시인 프레베르의 ‘알리칸테’라는 시. 저자의 말처럼 정말 영상적인 느낌의 시다. 짧은 몇 줄의 글일 뿐인데 장면이 영상으로 그려지고 정말 따사로움이 느껴지는 듯하다.

 

 

p.67

프레베르의 시는 지극히 영상적이다(회화적이라는 말과는 다르다). 그러니까, 카메라가 팬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시에 빠져들게 된다. 때로는 줌인, 줌아웃하는 느낌도 받는다. 거기에 혀끝에서 미끄러지는 그 프랑스어만의 느낌이라니. 그의 시 중에도 나는 특히 ‘알리칸테’를 좋아했다. 얼마나 좋아했냐면 처음 썼던 블로그 주소가 알리칸테(Alicante)였다. 런던에 갔을 때 그곳에 취항한 항공사 광고가 빨간 이층버스에 붙은 걸 보고 굳이 찍어 오기도 했다. 알리칸테는 스페인의 동해안, 그러니까 지중해에 맞닿은 휴양도시의 이름이다. 하지만 그곳이 어디라도 상관 없었고, 실존하지 않은 장소라도 좋았다. 알리칸테라는 말을 입 안에 굴리는 느낌부터를 사랑했으니. 

 

 

그리고 책의 초반부에 나왔던 나카가와 이사미의 <스트라토!> 중 “이제 노후는 필요 없다! 즐거운 일을 노후로 미루다니 난센스다!”라는 문구는 너무 마음에 들어 모니터에 붙어놓았다. (회사 컴퓨터..)

 

 

다양한 책들의 와닿는 구절들을 아끼지 않고 인용해줘서 참 고마운 책이었다. 하지만 틈틈이 살짝 졸리기도 했기 때문에 유머요소나 이미지 등의 시각적인 요소고 중간중간 끼워져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살짝 남는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인 가을은 어느새 흩어지고 난방 덕분에 졸리기 좋은 날이 되어버렸지만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이다혜 기자에게 마음에 드는 책을 추천 받는 것도 좋은 휴식이 될 것 같다.

 

 

 

p.92

‘예쁘다’는 것은 보는 이가 그다지 저항감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지루하다는 것도 된다. 미술도 인간의 영위인 이상, 인간들의 삶이 고뇌로 가득할 때에는 그 고뇌가 미술에 투영되어야 마땅하다. 조선 민족이 살아온 근대는 결코 ‘예쁜’것이 아니었을 뿐더러, 현재도 우리의 삶은 ‘예쁘지’ 않다.

<고뇌의 원근법> 서경식

 

미의식은 예쁜 것을 좋아하는 의식이 아니고 무엇을 ‘미’라고 하고 무엇을 ‘추’라고 하는 의식이라는 말이다.

 

 

 

P.90

우울증은 성과주체가 더 이상 할 수 있을 수 없을 때 발발한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일과 능력의 피로이다.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우울한 개인의 한탄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피로사회> 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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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정호승.안도현.장석남.하응백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p. 135

 

말 이전에 생(삶)이 있었다. 삶과 거의 동시에 시가 있었고 그 시는 말 이전의 언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인화지에 묻은 현상액, 그러나 아직 영상이 올라오기 이전, 한순간의 잠재적 언어의 상태. 곧 떠올라야 할 운명의 두근거리는 상태의 언어가 곧 시라는 이야기.

 

 

p. 40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알

면서도 기다렸지요.

 

- 안도현 시인 <고래를 기다리며> 中

 

 

 

 

첫 페이지에 그런 말이 나온다. 우리가 시를 가까이 하기도 전에 어렵게 느끼는 것은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공부한 시 때문이라고. 시인도 풀지 못한다는 은유니, 직유니, 시적화자니 하는 것들로 시를 괴롭히고 시를 읽는 사람들을 괴롭혀 놓았으니 시가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겠냐고. 이 공감되는 말에 이끌려 나는 단 번에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마음을 살짝 열고 다가간 시였지만 생각만큼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은 가까워진 듯 하나 여전히 어려운 느낌은 남아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글'과 '시'에 대해 얕게나마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문학공부란 무엇인가. 그것은 말과 감정을 절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시를 처음 쓰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시를 고백의 양식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가슴속에 묻어 놓았던 감정의 응어리들을 백지 위에 토해 놓으면 다 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는 자아도취의 산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한테 빠져들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검증해서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뒤따를 때, 비로소 시는 제대로 된 꼴을 갖추기 시작한다. 무한정 고백만 늘어놓을 일이 아니라, 세상과 사물을 묘사하는 법을 연마하는 게 중요하다.

 

 

 

 


 

 

 

'공식이 없는 세 가지 인생, 사랑 그리고 시'

 

시는 아픔인가.

책 속에서 언급하는 시에는 대부분 아픔이 서려있다. 외로움, 서글픔, 가난, 배고픔,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 등 긍정이나 낙천의 이미지는 거의 보지 못했다. 어쩌면 감수성을 자극하는 시라는 것이 아픔을 스스로 치유하기 위한 일기에서 부터 나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 속에서 말하는 시를 쓴 시인들은 대부분 1950 ~ 1980년대의 힘든 시기를 겪은 사람들이라 그때의 감성을 글에 담을 수 밖에 없었겠지만, 시를 거의 처음 접하는 나는 국어교과서에서 보았던 시 외에 지금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조금 더 와닿을 수 있는 시가 책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더 좋지 앟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90년대를 옛날이라 칭하는 지금의 젊은이들이 시인이 살던 시대에서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 낭만을 느낄 수 있을리 만무하지만 그 시대에는 또 그 시대만의 인생, 사랑, 낭만이 있지 않을까.

 

 

나는 여전히 시가 어렵다.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에서는 벗어난 것 같다. 다만, 시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평론이다. 시와 글은 좋지만 여전히 그걸 요리조리 뜯어서 공식에 맞춰 분석하는 것이 난 썩 불편하다. 자세히 그 의미를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책 속에서 시인이 그랬듯이 시에서 '아름답다'라고 하면 그냥 '아름답다'로 받아들이고 싶다. 더 알면 다친다는 말에 살짝 뜨끔하긴 하지만, 굳이 마음을 울리는 시를  억지로 공부하듯 뜯어보고 싶지는 않다. 조금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시라면 '시'와는 담을 쌓은 듯한 21세기의 나와 같은 감정적으로 메마른 젊은이들도 조금은 감성을 기울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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