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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처럼 써라 - 이 광활하고도 지루한 세상에서 최고의 글쟁이가 되는 법
정제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7월
평점 :
자신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글쓰기에 대한 갈증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약간의 정신산만함과 난독증을 가지고 있는 나지만 표현력과 글쓰기에 대한 욕심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동공이 확장될 수밖에 없었다. 담백하고 간결하며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에 대한 동경심과 경외감이 어쩌면 시도하지 않은, 연습하지 않는 내 섣부른 겁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라는 조금은 우스운 희망까지 생기게 했으니까.
이 책의 챕터 중에 제일 정독한 부분은 '도입단락'을 쓰는 것에 대한 설명이다. 일기든 리뷰든 편지든 어떤 글을 쓸 때 제일 어려운 것이 첫 줄을 시작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쓰기 시작하면 여러 번 수정을 하고 줄여쓰기를 하더라도 일단 내용을 이어나갈 수는 있지만, 첫 문장이 제대로 써지지 않으면 내용이 제 갈 길을 못 찾고 두서 없이 흩어지다 결국은 전체 삭제를 하게 되고 만다. 그런 반복되는 어려움을 덜어 보고자 이 책의 도입단락 쓰기 파트를 밑줄을 치며 여러 번 읽었다. 사실 대부분 머릿속으로는 알면서 행해지지 않는 것들이었으나, 이렇게 쓰고, 이렇게 읽고, 이렇게 활용하라는 저자의 단호한 문장에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학습인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글을 쓰려면 일단 펜을 잡는 것이 먼저겠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처음을 쓰는 방법은 아래와 같이 나누어 진다.
1. 단순하게 써라
2. 남의 글을 훔쳐라
3. 객관적으로 써라
4. 개인적 경험을 써라
5. 스토리를 만들어라
6. 솔직하게 써라
7. 호기심을 자극하라
8. 역사를 돌아보라
9. 신중하게 주장하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도입을 잘 쓰는 방법은 많이 경험하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한 후 솔직한 내 생각과 내가 얻은 경험에 대한 글을 최대한 간결하고 객관적으로 쓰는 것이다. 물론 이건 도입부분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도입 부분을 잘 쓴다는 것은 독자의 호기심을 끌어내어 자연스럽게 끝까지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과 같기 때문에 첫 문단에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든 다른 글을 인용을 하든 그것이 본 글의 100퍼센트가 다 담겨서는 안 되는 것 같다. 힌트를 주는 것, 팩트를 던지되 그것이 다가 아니라 글을 읽고 싶게 만드는 출발점이 되게 글을 쓰는 것, 이 사람이 하고자 하는 말에 관심을 갖거나 끄덕이게 만드는 것. 그게 도입부분을 잘 쓰는 게 아닐까. 이 책은 방향을 제시해주지만 첫 줄의 공포를 줄여 주거나 실력을 늘려 주지는 않는다. 다만 누구나 글을 잘 써야하는 것은 아니며, 잘 써야 한다면 반드시 그에 따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정독가지 다독가는 아니다. 하지만 글을 잘 쓰려면 분명 다독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책에서 "철학적 사유가 필요한 글을 쓸 때 과학책보다는 철학서나 인문학 책을 읽는 것이 유리하다"라는 생각이 편견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요즘 마치 유행처럼 필독서라고 권하고 있는 인문고전 같은 특정 장르에 매이지 말고 책에서 말하는 과학고전이나 그 외에 다른 학문을 연구하는 장르도 편식하지 않고 두루 접하고 읽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표현하게 된다. 읽은 만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이 많아지고, 많이 쓰고, 고치고, 간결하게 줄여갈수록 잘 쓰는 글에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한동안 글쓰기에 무료함을 느꼈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다시 재미를 붙이게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한 작가가 글쓰기를 공부할 때 읽은 많은 참고 서적들도 찾아가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글쓰기 초보지만 글쓰기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