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취미처럼 인근 초중고 학생들이 이용하는 문구점에 들른다. 청소년들이 자주 사가는 물건을 구경할 수있다. 방탄이나 트와이스의 뱃지, 각종 스타들의 사진을 활용한 아이템까지. 다종한 요새의 문구를 본다. 나는 삼각자 세트라든가, 원고지 사이에서 내가 보지 못했던 물건들을 본다. 이 물건들은 아주 이상하게 어울려있고 그 속에서 나는 가끔 편지지를 사온다.
그 중에 슬라임이라는 걸 찾았다. 실물이 궁금해서. 가보니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무슨 펄이 들어있는 것부터 진주알이 섞인 것까지. 원형의 플라스틱 통 안에 들어있다. 십대들이 시험 끝나고 하고싶은걸 공유한 댓글에서 '슬라임 만들기'를 발견했는데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무슨 게임인 줄 알았다.
설명하자면 예쁜 찰흙이다. 만지고 노는데 의미가 있는데 무언갈 만들자고 작정하는 물건은 아니다. 촉감과 소리를 즐기는 놀이를 한다. 초중고를 다니는 학생들과 이야기할 수있는 기회가 거의 없고, 지나온 시절을 생각하면서 단순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말하자면 마음이. 박물관의 유물만큼이나 닿을 수 없는 세기를 바라보는 심정으로.
심정을 확대하다보니 가끔은 '도티'님의 영상을 찾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말 그대로 보는 것일뿐. 끝까지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임으로 상황극을 하는데 이것부터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 직업도 생소하지만 더 생소한건 그걸 이루는 콘텐츠다. 그리고 이걸 재밌어하는 사람들의 마음.
세계인의 심정을 알기위해서는 아니고 그냥 종종 <사마의>라는 중드를 본다. 조조가 다른 이를 염탐해 사진처럼 그려온 죽간을 화롯불에 태우는 장면이 있었다. 나는 속으로 뜨끔하면서 이것이 종이책의 미래 같은게 아닐까 했다. 잘 타더라. 하지만 그 죽간에 그려진 그림은 지금 내 핸드폰에도 들어 있다. 좋은 죽간을 갖고 있는 셈이지. 이 글도 핸드폰으로 쓰고있다. 추워서 피씨 앞으로 갈수가 없다.
좋은 콘텐츠가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의 '연결'이 중요하다고 설득하는 글은 꽤 믿음직스러웠다. 물론 좋은 콘텐츠가 대체로 성공하지만, 아닌 경우도 있으니까. 제일 대표적인 예가 책 아닌가. 책만한 콘텐츠가 세상에 어디에 있다고. 논문은 또 어떻고. 하지만 책은 시대의 죽간같은게 되어버린 느낌이다. 이상하게 너무 오래 살아왔다는 느낌도 들고. 그런 책을 들고 핸드폰을 보는 조화는 말할 수 없이 이질적이다.
이와 대비를 이루는 유튜브의 영상이 있다다. 유튜브 구독자 1위~10순위를 살펴보면 이 콘텐츠들에서 가치, 기능, 효용 등을 알아내고 수치화 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이 영상의 가치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수백만의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
이 말은 인간 하나 하나가 중요하다는 말처럼 들렸다. 연결을 하는건 사람의 몫이니까. 결국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야하는 일이니까. '최고'를 만드는 이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라는 말처럼도 들렸고.
그래서 유튜브의 세계는 신기하다. 진실로 잉여롭게 노는 것이 최고인 것 같으니. 가늠 할 수없는 기술의 발전이 노는 인간임을 잊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곳에 총동원한다.
그날 슬라임이 무엇인지 몰라 검색하다가 아이유가 별일 없이 그걸 갖고 노는 영상을 봤다. 참 별것 없게도 위안을 줬었다. (심지어 아이유가 나오거나 아이유 목소리가 나오지도 않는다. 그냥 아이유의 손과 슬라임만 나온다) 세상의 아이유도 이런 놀이를 하는구나, 라는. 평범한 인간의 동질성 같은게 느껴졌기 때문인가.
정답을 갖고 있는 사람이, 기업이 여기 한정되고 정해져있는것 같지만 기회가 '있다'라는 말처럼도 들린다. 만나지 않지만 연결되어있고, 그 연결들이 바꾸는 셀러의 순위와 뉴스의 순위, 생활의 변화가 있다. 직업을 탄생시킨다. 10년 전에 누가 알았겠나! 유튜브크리에이터가 티비를 대체하게 될 줄. 티비 프로그램과 영화는 도티님같은 이들과 싸워야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탄생하고 있는 셀 수없이 많은 도티님들과.
무지막지한 제목을 이고 있는 이 책은 아마도 기업의 임원들,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 창업한 이들만 위한 것처럼 생겼다. 심지어 추천사의 제목은 '구글러가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선물하는 책'이다. 이렇게 각 잡은 것과 달리 수다스럽고 재미있다. 이 책은 소설과도 경쟁할 수 있다. 그러니 위에 거론된 이들이 아니라, 당신이 생활인이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겠다. 이 책이 주는 인사이트에 당신은 어떤 영감을 낳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