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 우주와 과학의 미래를 이해하는 출발점 사이언스 클래식 25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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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세계관의 근본적이고 전반적인 변화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아주 드물게만 나타난다

예를 들자면기독교의 출현이 바로 그런 변화에 해당된다. *

 

저녁나절 몸을 약간 기대는 것만으로도 일주일간의 실패와 기적을 확인할 수 있다. 620회차 당첨은 24번을 선택하고 그 옆의 25번을 찍는 어떤 용기. 이어서 33번을 찍고 34번을 또 찍어야 하는 엄혹을 견딘 15명에게 돌아갔다1등 당첨자가 가지게 될 11억의 돈보다 더 가늠하기 어려운 15명의 기쁨을 상상한다. 이건 이들만 알 수 있는 것이겠다. 숫자 두개를 맞춘 종이를 옆으로 치우면 다크하기 짝이 없는 경제 뉴스가 가득한데이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것이다국가 채무는 600조원을 돌파(돌파라니목표였던 것인가)했고 가계 빚은 1130조로 천문학적인 수준이다(명백한 말의 오남용이다천문학계의 성과는 이 말의 유행밖에는 없는 것 같다어마어마한 지경에 시간만 남았을 뿐이다잠시 동안 내가 가진 빚을 생각했다어두워졌고본질적인 문제를 떠올리지만 더 어두워질 뿐이다. 생각나는 것은 '기도'정도 뿐이 것 같다. 


이 막심한 어둠에도 오늘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 가까스로 '인간'적인 일로 느껴진다나는 거의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삽을 들어 환희에 찬 제목과 표지의 1장을 원수 보듯 읽는다. '내가 물리학 연구를 선택한 것은 영원한 영향력을 가진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다어떤 일에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고 헌신을 한다면그 일은 오랜 시간을 견뎌 내는 진실이기를 바랐던 것이다.' 울컥하지 않을 수 없다. 1장의 제목은 '당신에게는 아주 작은 것내게는 아주 큰 것'이다

 

숭고한 언어로 자신의 직업윤리를 영원처럼 새긴 사람은 저자 리사 랜들이론 물리학자다나는 전혀 알지 못했지만 이 세계에서는 최전선을 달리는 인물이라고 한다책을 반쯤 읽었을 때 로런스 서머스(전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 원장)의 추천사가 얼마나 적절한 것이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리사 랜들은 말 그래도 희귀한 존재이다천재 물리학자이면서 그렇지 못한 우리도 이해 할 수 있도록 책을 쓰고 강연을 한다이 책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여태껏 접근조차 못했던 우주의 내부 구조 속으로 안내할 것이다.' 정확하다리사 랜들이 시간을 '내서' 이런 책을 쓴 것이 감사하다그의 시간은 그 하나의 생에만 달려있는 문제가 아니다대중적인 책을 쓰기보다 그 시간에 다른 것을 연구하는 것이 그의 미래를 위해나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더 중요할 수 있다그러나 그는 글을 썼다. 무슨 바보 같은 친절인가, 싶었던 내 생각은 범인의 것이었고, 이것이야 말로 미래를 위한 일이었다. '과학자'가 국민학교의 장래희망에나 쓰이는 단어로 남는 세태를 알아 챈 것이라고 믿는다그가 쓴 이 대중적인 과학서는 그 이후태어나야 할 과학자를 위해서 그리고 과학으로 말미암을 새로운 세계관을 가질 미래인을 위해 쓰여진 것이다그녀는 팔을 걷고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기 위해 600페이지가 넘는 긴 초대장을 보냈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는 크게 세 가지를 이야기 한다스케일, LHC, 그리고 과학과 종교에 대해서스케일은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중요한 개념이다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크기와 시간거리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것가늠 할 수 없이 아주 큰 것이런 스케일에 대해서 각 장을 넘나들며 개념을 강조한다.

 

근본적인 구조와 구성 요소가 아무리 근본적인 것이라고 해도 그것이 모든 문제에 직접적인 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그래서 공이 지구의 중력장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할 때 우리는 양자 역학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턴의 역학을 쓰는 것이다공의 운동을 원자 수준에서 유도하기는 너무 어렵기 떄문이라고 한다공이 존재하려면 반드시 원자가 존재해야 하지만원자 수준에서 생각하는 것은 공의 궤적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물론 원자의 존재가 공의 존재나 중력장 속 운동과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93

 

LHC는 책의 제목과 저자의 의도가 애써 가려놓지만 어쩔 수 없이 보이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이 원자 단위 이하의 세계를 관측하는 기구인데그 둘레가 27km나 된다. (지하에 시설하는 대규모 공사이기 때문에 로마 시대 유적을 발굴했다는 일화도 있다. 사족이지만 둘레 27km나 되는 공사를 하면서 인간이 살았던 흔적을 만나게 될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일화라고 할 수있다) 사실 책을 읽고도 LHC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려웠는데다행히 이종필 교수가 쉽게 쓴 글이 있다. ‘신의 입자를 때려라.’ 양성자와 양성자를 충돌시킨 후 우주의 과거를 살피는 미시 세계 관측소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서술되어 있다여기서 신의 입자는 힉스 입자를 말한다물질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입자는 2013년 발견되었다.

 

마지막으로 제목이 위험하고 용감하게 건네는 것종교와 과학의 문제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본질을 짚는다. ‘사람이 스스로의 힘으로 진리에 접근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야말로 종교-과학 논쟁의 핵심을 이루는 진짜 쟁점일 것이다.’ 111

 

종교는 과학의 영역 바깥에 있는 질문들을 포함한다종교는 궁극적 목적이 존재한다는 것을 가정하고 "?"라고 질문하는 반면과학은 "어떻게?"라고 묻는다과학은 어떤 의미로든 자연의 배후에 어떤 궁극적인 목적 따위가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그것은 과학자들이 종교인이나 철학자를 위해 남겨놓았거나 아니면 아예 단념한 탐구의 방향이다. 83


케플러는 튀빙겐 대학교의 스승이었던 미하엘 매스틀린에게 쓴 편지에서 "저는 신학자가 되고 싶었으므로 오랫동안 마음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그러나 이제 제가 한 일을 통해 신께서 천문학에서 찬양받는 것을 보십시오."107

 

종교와 과학의 지진부진한 논쟁을 현명하게 가르는 저자의 말더 붙일 것 없이 인용만으로 충분하다고 믿는다언제고 다시 읽어도 좋을 만큼 우주의 비밀에 다가서고 싶은 열망과분야를 막론하고 오가며 영감이 가득한 책이다나가기 전에 로또의 수학으로 LHC를 설명하는 것을 인용하려고 한다. '로또 당첨 확률( 840만 분의 1)은 매우 낮지만매주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오는 것은 시행횟수가 충분히 크기 때문이다.'** 결국 힉스 입자가 발견되었고, 올해 중력파도 발견되었다. 기다림을 위해서 충분한 실패가 있었다. 아니, 이것은 이렇게 담담하게 마무리할 일이 아니다.  두 가지 충격적인 발견은 충분히 세계관의 근본적이고 전반적인 변화를 꾀하는 일이었으나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 같다.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의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 위 두 개의 발견과 얼마나 연관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가시화 되어서야. 다른 세기를 살게 될까 하는 의문이라고 이해하면 좋겠다. 이 책보다 더 쉽고 마음을 움직일 과학을 상상한다. '기도'하는 인간과 동시에 수준으로 발돋움 하게 될 '인식'의 인간도 함께 말이다.



* 미셸 우엘백, 『소립자』, 열린책들. 10쪽

** 이종필, 「신의 입자를 때려라」, 네이버 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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