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크라트 -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로운 계급의 확인

 플루토크라트(PLUTOCRAT)는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진 이를 말한다. 이 새로운 이름은 그저 부자로 뭉뚱그려졌던 부자 중의 부자,  0.1%를 수면 위로 드러나게 했다.그들의 존재는 알았으나 그들의 문화이익을 추구하는 방식 등은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플루토크라트를 알아가는 동시에 내가 있는 세계가 그들에 의해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알린다거미줄 같이 연결되어 있는 자본의 세계에서 세세하게 그들의 영향을 꼽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국가와 국가가 정치적인 협정으로 인해 영향을 주고받는 것 보다 더 가시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국적을 가리지 않는 막대한 영향력은 설사 자본주의가 통용되지 않는 곳이라도 미쳐 있을 것 같다.

 

플루토크라트의 목차

 책은 총 6장으로 이뤄져 있는데이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플루토크라트를 알리고 조명하는 목적에’ 부합한다. <역사그리고 역사가 중요한 이유>라는 개설 성격의 1장에서 과거의 플루토크라트는 어떠했는가어떻게 다시 발현되는가에 대하여 적는다이어서 <플루토그라트의 문화>를 설명한 2장이 나온다국가와 정부와 상관없이 조직되는 플루토크라트들의 네트워크에 대해서 그들의 활동에 대해서 서술한다. 3장에서 플루토크라트 중에서도 플루토크라트인 <슈퍼스타>들을 집중 조명하며이어진 4장에서 이들이 <혁명에 대처하는 능력>에 대해서 설명한다. 5장은 플루토크라트들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여기는 <지대 추구>에 대해 알아보며 마지막 6장에 가서 <플루토크라트와 우리들 나머지>라는 주제로 플루토크라트의 이야기를 나열한다'근시안적이고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플루토크라트'를 견제해야 한다는 결론은 방대하게 다뤘던 플루토크라트의 이야기에 비해 소극적으로 이뤄진다.

 

인상적인 본문과 책 서술의 특징

<플루토크라트 의 문화>에서 빌 게이츠의 활동이 인상 깊었다. 그의 활동은 원래 의도와 무관하게 국가들 전체의 사회 안전망에 왜곡을 가져올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래서 풍족한 자금 지원을 받으며 에이즈 치료제와 결핵, 말라리아 백신에 집중하는 의사와 간호사들로 하여금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별로 눈에 띄지는 않는 일상적인 의료활동을 꺼리게 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는 사례가 나온다. p127 

그것은 일부 플루토크라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공 기관을 매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나 지역, 심지어 세계 전체의 지배 이데올리기의 향방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어떻게 견제 할 수 있는 것일까? 라는 물음이 나와야 하지만 다루지 않는다. 호기롭게 자신의 부를 이용해 정치적인 성향을 뚜렷이 나타내는 활동을 기술해 갈뿐이다. 장을 마무리하며 나가기 전에 미국의 갑부들이 그들의 나라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면, 정말로 사악한 조직적 집단일 것이라 p131 하면서도 그녀는 부자에 대한 반감을 기술하지는 않는다. 버핏의 예를 들며, 부자들에 대한 세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에게 세율을 높이라고 했던 점을 인용하면서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전한다. 

 

<지대 추구>부분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플라토크라트들은 대부분 정부의 사업을 민간화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 진다는 사실을 적는다. 이것을 이끈 계기는 자유주의 바람이라고 한다. 80년대 멕시코는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시장개혁을 필요한 과제로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슬림'이라는  플루토크라트는 멕시코의 매각 프로젝트를 이끈 살리나스와 연결되어 비효율적인 국영 기업을 민간화 하는데 성공했다. 성공의 결과로 OECD국가들 중 가장 높은 비용의 전화비용을 지불하게 되었으며 휴대전화 보급율 60%(2007년 기준)에 불과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국영 기업의 초기 민영화 사업에 참여해 경제 게임의 규칙을 바꾸어 나가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했다. 플라토크라트라고 까지는 할 수는 없겠지만, 4대강을 파헤치고도 모자라 인천공항을 매각하려 했던 그분이 생각나서 잠시 고개를 숙였다. 책의 독특한 시선은 여기에서도 잘 확인된다. 국영기업을 민간화 하면서 벌어지는 부분에서 부의 집중과 그것의 불합리에 대한 비판이 이어져야 할 것 같지만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 책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알려져 있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대할 때는 그것의 상태를 '아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이와 같은 선상에서 이해한다면 이 책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새로운 계급을 발견하고 미지의 세계에 가려져 다가가기 어려웠던 플루토크라트의 세계를 있는 사실을 나열할 것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어떻게 자신의 부를 계속 키워나가는가? 라는 물음에에만 충실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플라토크라트의 생각에서 지젝을 떠올리다

 책에서 플라토크라트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인터뷰가 종종 나오는데 그것을 취합하면그들은 자신의 돈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자신들의 끊임없는 이익추구가 무엇을 위할 수 있는 것인지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삶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너무나 '무지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 도드라지는 대화는 단연 프리스이다.

 

프리스는 전체 99퍼센트의 패러다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그의 생각에 따르면미국 소득 분배상 하위 계층에 있는 미국인들은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 (중략프리스는 우리 사회가 1퍼센트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그만큼 그들을 존경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99퍼센트보다 상위 1퍼센트가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가난한 사람들이 빌 게이츠와 같은 훌륭한 일을 한 경우를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일자리를 제공한 것도 본 적이 없습니다그러므로 저는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1퍼센트들을 우리 사회가 마땅히 존중하고 떠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373

그러나 부자들의 기부가 왜 일어나야 하는 것인지를 우리는 안다. ‘훌륭한 일을 한 빌 게이츠에 대해 지젝은 이렇게 말했다인류 역사상 가장 커다란 규모의 자선가이기도 한 그는, “사람들이 배불리 먹지 못하고 이질로 죽어간다면 컴퓨터를 가진다는 게 무슨 소용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자유주의적 공산주의자의 윤리로는자선을 베풀면 무자비한 이윤 추구 행위도 상쇄된다자선은 경제적 착취라는 얼굴을 감추고 있는 인도주의적 가면이다.폭력이란 무엇인가, p52.

 

「자선행위는 자본주의적 순환이 논리적으로 낳을 수밖에 없는 것이며, 이는 철저하게 경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만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선 행위는 진정으로 곤궁에 처한 이들에게 부를 나눠준다는 일종의 재분배를 통해 균형을 재확립하며, 치명적인 덫을 피해간다. (중략) 그러니까 파괴적 원한의 논리와 국가주도의 강제적 부의 재분배를 피해간다는 것이다.(중략)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저 스스로 재생산을 할 수 없다. 사회적 재생산의 순환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주의에는 경제 외적인 자선행위가 필요한 것이다. 

같은 책, p54.

 

책을 덮으며

 플라토크라트를 읽고 『폭력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플라토크라트』는 그들만으로 재편되는 세계를 더할 나위 없이 묘사하고 있다그들의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살피는 것은 물론이다. 그 결과, 그들은 완전히 유리된 사회에서 살고 있는 '전혀 다른 종의 사람은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호기롭게 도전하는 '일하는 부자'의 모습을 그리며 '자수성가'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 기반이 되는 부가 있었거나, 교육에서 남다른 코스를 밟아왔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책에서 조명하는 그들이 부를 쌓는 부분에서는 수완이 좋고 아이디어가 뛰어난 훌륭한 사업가로 보이기도 한다. 직원들과 회사생활을 공유하며 창의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좋은 기업을 세우는 것도 가치있는 일로 보인다. 그러나 일반인들과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플라토크라트의 삶과 생각이 99.9%들과 같을 수 있을까? 책은 그들은 융합되는 듯이 보이지만 그들의 삶은 0.1%만이 알 수 있는 곳에 가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이렇게 이룬 부는 자신의 성공을 견고하게 해줄 두터운 벽으로 작용할 뿐이다. 그것도 모자라 깊은 협곡까지 만들어 자신들의 섬을 보전하기에 이른 듯 하다한정된 부를 불공정하게 나눠 갖게 되는 것양극화가 불러오는 곳에서 필요한 다음 수순은 무엇일까. 그들과 같은 사고와 삶을 본받아 끊임없는 부를 추구하는 것일까? 아니다. 플루토크라트의 존재가 명확히 감지될 수록 자본주의의 적신호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봐야하는 일이다. 기부가 아니라면 사회적 재생산의 순환을 유지할 수 없는 오늘날의 자본주의에서 기를 쓰고 조금이라도 유리한 곳으로 나아갈 것이냐아니면 함께를 포용할 수 있는 다른 가치를 생각할 것인가.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사고와 삶이 아니라, 그들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스스로 연대하는 개인의 탄생'을 촉구하는 것인지 모른다.

 

 

 

 인용한 책 : 슬라보예 지젝 지음/이현우·김희진·정일권 역, 『폭력이란 무엇인가』, 도서출판 난장이, 2012.

 이를 제외한 모두 『플라토크라트』본문 인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