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미지, 텍스트, 유사, 확언 그리고 그들의 공통의 자리가 동시에 가시적으로 현존하는 칼리그람을 실천하는 것.
2. 그 다음, 칼리그람이 곧바로 해체되어 사라져 버리고, 자신의 텅 빔만을흔적으로 남기는 방식으로, 대번에 열어 나가는 것.
3. 담론이 자신의 무게 때문에 떨어지고, 가시적인 문자의 형태를 얻도록 하는 것. 문자들은, 그것들이 그려지는 만큼, 그림 그 자체와 불확실하고 무한하고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 놓이는데, 그러나 어떠한 표면도 그들에게 공통의 자리로 쓰일 수 없다.
4. 다른 한편, 상사체들이 자신들로부터 출발해 증식되고 자신들의 입김에서 태어나, 그것들이 자신들 외의 그 어떤 것에도 귀속되지 않게 되는 에테르 속으로 끝없이 피어 올라가도록 둘 것.(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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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벌써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기 집으로 가는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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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롱은 차를 세우고 노인에게 인사를 했다.
"이 길로 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알려주실 수 있어요?"
"이 길?" 노인은 낫으로 땅을 짚고 손잡이에 기댄 채 펄롱을 빤히 보았다.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수 있다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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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어머니의 사진들을 들여다보던 어느 저녁, 나는 친구들의 부탁으로 펠리니의 영화 ‘카사노바‘
를 보러 갔다. 나는 우울했고 영화는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그런데 카사노바가 자동 인형인 젊은여인과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 나는 마치 마약을 먹은 것처럼 그 장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자동인형의 동작을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도 빼 놓지 않고 쳐다보면서 나는 거의 미칠 지경이되었다. 너무도 귀엽고 부드러운 그 자동인형의 여인은 마치 드레스 안에 거의 신체가 남아 있지않은 것처럼 (only trifling body under the flattened gown). 금방이라도 부서지고 깨어질 것만 같아 보였다. 주름진 흰 비단 장갑과 모자에 달린 깃털 장식은 우스꽝스러웠지만 그것마저도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의 얼굴은 화장을 하고 있었지만 개성적이고 순진무구했다. 거의 살아있지않은 듯한. 그런데도 카사노바가 이끄는 대로 몸을 다 맡기며 춤을 추는 그 인형의 몸짓은 너무도 부드럽고 헌신적인 것이어서 마치 ‘선한 마음‘으로 가득한 천사의 몸짓인 것만 같았다. 그러자나는 갑자기 ‘사진‘이 무엇인지를 자명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춤추는 자동인형에게서 보고 느끼는 그 모든 것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진 (어머니 사진)에서도 보았던 바로 그것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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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 한 달 여행 - LA에서 마이애미를 거쳐 뉴욕까지
김춘석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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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너무 넓고 큰 나라라, 여행을 갈 마음을 엄두를 내는 것도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내가 가장 많이 접한 문화가 미국 문화라 언젠가 기회만 되면 과감히 이 넓은 나라를 조금이라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2023년 1월 말부터 여행 계획을 세워, 5월 1일부터 6월 3일까지 34일간 미국 남부를 여행하고 기록을 남겼다. 생생한 경험이 살아있는 글과 사진을 보니, 막연했던 낭만적인 생각들은 뒤로 가고 여행의 실감이 전면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무엇을 하기 전에, 다른 이의 생생한 경험담, 실패과 성공의 에피소드들은 피와 살이 된다. 모르면 모르는 만큼, 지불해야 할 비용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미국 남부를 보다 가까이 느끼고,여행 지도를 머리 속에 그려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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