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어머니의 사진들을 들여다보던 어느 저녁, 나는 친구들의 부탁으로 펠리니의 영화 ‘카사노바‘
를 보러 갔다. 나는 우울했고 영화는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그런데 카사노바가 자동 인형인 젊은여인과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 나는 마치 마약을 먹은 것처럼 그 장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자동인형의 동작을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도 빼 놓지 않고 쳐다보면서 나는 거의 미칠 지경이되었다. 너무도 귀엽고 부드러운 그 자동인형의 여인은 마치 드레스 안에 거의 신체가 남아 있지않은 것처럼 (only trifling body under the flattened gown). 금방이라도 부서지고 깨어질 것만 같아 보였다. 주름진 흰 비단 장갑과 모자에 달린 깃털 장식은 우스꽝스러웠지만 그것마저도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의 얼굴은 화장을 하고 있었지만 개성적이고 순진무구했다. 거의 살아있지않은 듯한. 그런데도 카사노바가 이끄는 대로 몸을 다 맡기며 춤을 추는 그 인형의 몸짓은 너무도 부드럽고 헌신적인 것이어서 마치 ‘선한 마음‘으로 가득한 천사의 몸짓인 것만 같았다. 그러자나는 갑자기 ‘사진‘이 무엇인지를 자명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춤추는 자동인형에게서 보고 느끼는 그 모든 것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진 (어머니 사진)에서도 보았던 바로 그것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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