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야. 내가 너한테 무섭다고 말하면 정말 많무서웠던 너한테 내가 너무한 걸까? 나는 아직 가끔 잠들못 자. 그 이후로 어른들은 울거나 싸우거나 하고 친구들은 노래를 흥얼거리다가도 서로 눈치를 보고는 했어. 나는 그 모든 게 무서웠는데, 그래도 너보다 무섭진 않은 거라고 생각했어. 우는 어른들은 우리를 쓰다듬고 아름답다고 했어. 항상 우리보다 자신들이 더 잘못했다고, 허둥대고, 쓰러지고, 그러면서 우리를 보면 그러지 않은 척했어.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아무것도 잘한 게 없는데 자꾸 고맙고 미안하다고 해서 오히려 우리가 뭔가 잘못한 거 같은데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는 것만 같았어. 싸우는 어른들은 자꾸 진실을 찾았어. 무언가감춰져 있다고, 세상이 망가져 있다고, 누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라고, 고치기 위해서 너랑 바다.
에 있던 친구들의 이름을 쥐고 놓지 않았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영화도 만드는 사람들이 아직도 참 많이 있어. 나도 친구들과 추모제에 갔던 적이 있어.
앞에 있다가, 구석으로 갔다가, 끝나기 전에 집으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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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불화하는 일이 꼭 나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세상과 싸우고 수도 없이 패배하고, 그러나 다시 한번견뎌볼 각오를 하는 자들이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내게 젊음을 들먹였던 자들도 어쩌면 밤잠을 설치며 후회했을지 모른다. 결국, 부족했던 건 정확하고 섬세하게 말하고자 하는 노력과 끈기였다. 그것이 부족해질 때, 사람은 편하고 쉬운 대답을 찾게 된다. 그것을 깨닫게 된 요즘,
나는 다시 늙고 싶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하게 늙고 싶다.
마지못해 밀려나는 식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젊음보다 더 자랑할 수 있는 그런 늙음을 나는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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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젊은 세대에서는 독신이 증가하고 그만큼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출구 없는 미래가 불확실해서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사랑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요. 사랑은 그 실체를 정의하기가 퍽이나 어렵지만, 오늘 지금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그 이름으로 뜨거워지고 행복해하고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열정들이 피어오르고 또 식고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그들이 "사랑은 날카로운 칼끝에 발라져 있는 달콤한 꿀과도 같다."는 저 그리스 속담이 뜻하는 바를 알고 결혼을 숙고하는 것이라면, 최소한 전 세대보다는 덜 아파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면 결혼하고, 결혼은 또 곧 행복이라는 법칙이나 흐름은없습니다. 사랑은 폭풍과도 같이 열정적이고 격정적이며 또한 그깊이와 넓이의 끝을 알 수 없는 것이지만, 그 자체로 반드시 행복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또한 결혼은 무수히 많은 사랑‘들 가운데 일부 사랑이 입는 옷이나 잠시 거주하는 집(물론 영원한 안식처일 수도 있지요)’과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이유로든 결혼하지 않는(또는 못하는) 사랑, 아픈 사랑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말입니다.
사랑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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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랑에 대해 조금이라도 정통한 이라면 사랑에 시작이 있듯이 끝 또한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을 것이다. "마치 사랑의 끝은 그 시작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214쪽) 그러니,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생각이 많은 이라면, 사랑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벌써 그 끝을 보며 절망하지 않겠는가. 그가 클로이를 만나기 전에 만났던 여자는 그가 생각을너무 많이 하기 때문에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없다고 저주를 퍼부은 적이 있다. 영리한 그 여자는 사랑과 사유가 양립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데카르트의 유명한 금언을 비튼 라캉의 선언"내가 생각하는 곳에 나는 없고, 내가 없는 곳에서 나는 생각한다."은 이 책의 주제와 관련해서도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생각을 계속하는 한 ‘나‘는 없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행위 또는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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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날 가벼운 기분전환쯤으로 여겼던 첫 산책이 없었던들,
어쩌면 예의바른 성정에서 비롯되었을 당신의 안부 편지가 없었던들, 그랬어도 그 짧은 문장에 첨부한 한 줄기 오솔길이 그처럼깊고 날카롭게 사람의 영혼을 파고들지 않았던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숲으로 난 작은 길들을 당신과 나란히 걸을 수 없었을 것이며, 모든 길들에서 당신을 떠올리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며, 수없이 많은 길들을 당신과 함께걷게 될 미래는 굳게 봉인된 채 내생의 운명으로 넘겨지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미지의 길은 미지의 사람, 미지의 시공간에 대해 예감한다. 그리고 강렬한 조우에의 동경을 동반한다.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그래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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