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날 가벼운 기분전환쯤으로 여겼던 첫 산책이 없었던들,
어쩌면 예의바른 성정에서 비롯되었을 당신의 안부 편지가 없었던들, 그랬어도 그 짧은 문장에 첨부한 한 줄기 오솔길이 그처럼깊고 날카롭게 사람의 영혼을 파고들지 않았던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숲으로 난 작은 길들을 당신과 나란히 걸을 수 없었을 것이며, 모든 길들에서 당신을 떠올리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며, 수없이 많은 길들을 당신과 함께걷게 될 미래는 굳게 봉인된 채 내생의 운명으로 넘겨지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미지의 길은 미지의 사람, 미지의 시공간에 대해 예감한다. 그리고 강렬한 조우에의 동경을 동반한다.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그래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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