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랑에 대해 조금이라도 정통한 이라면 사랑에 시작이 있듯이 끝 또한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을 것이다. "마치 사랑의 끝은 그 시작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214쪽) 그러니,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생각이 많은 이라면, 사랑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벌써 그 끝을 보며 절망하지 않겠는가. 그가 클로이를 만나기 전에 만났던 여자는 그가 생각을너무 많이 하기 때문에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없다고 저주를 퍼부은 적이 있다. 영리한 그 여자는 사랑과 사유가 양립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데카르트의 유명한 금언을 비튼 라캉의 선언"내가 생각하는 곳에 나는 없고, 내가 없는 곳에서 나는 생각한다."은 이 책의 주제와 관련해서도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생각을 계속하는 한 ‘나‘는 없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행위 또는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