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이렇게 보기로 작정하면 이렇게 보이고 저렇게 보려고 작정하면 저렇게도 보이는 것이다. 자네가 화를 내고 있는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자네가 화를 내고 있는 상황에는 하 사장에 대한 고려가 송두리째 빠져 있다. 자네는 하 사장을 지금과같은 시각으로 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래서 다른 쪽은 하나도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자네는 말이야, 어떨 때 보면 공부를 좀한 사람 같아도 어떨 때 보면 철부지도 그런 철부지가 없어."

"우리가 직선이라고 여기는 것이 과연 직선이겠는가? 혹시 곡선의 한 부분을 우리가, 자네 말마따나 대롱 시각으로 보고는직선이라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인가? 자네는 혹시 큰 곡선을 작은 직선으로 본 것은 아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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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옆 곡성역에 가면 지금도 우리 아버지 같은 곡성 골짜기 골짜기 사는 사람들이 그 옛날 우리 아버지처럼기차를 기다리며 자울자울 졸고 있을까. 오면 타고 안 오면 말아도 될 기차를, 새로운 인연에의 예감에 미세하게 몸을 떨며 곡성역이나 구례구역에 내려 강물에 어리는 기차 불빛에 작별의 눈물 한 줌 뿌려주는 청춘은 또 없을까.
왠지 마음이 고적한 날이면, 어떤 그리움에 목이 메는날이면 전라선을 탈 일이다. 그래서 하나도 특별할 것도 없고 하나도 별날 것 없는 곡성역이나 구례구역이나 괴목역에 내릴 일이다. 아무 목적도 없이 누구를 만날 일도 없이,아무 일 없이 기차역으로 가서, 아무 일 없이 강물이 가까이 흐르는 기차역에 내리자. 그래서 강물이 헤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은 아무 일 없는 사람만이 받을 수있는 선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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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가족 관계를 넘어서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가족은 의외로 전혀 다른 모습을 하기도 합니다. 일종의 억압 관계가 되는 것이죠. 우리는 뭔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가족 때문에, 라는 말을 종종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합니다. 끔찍한 일을 저질러놓고도 가족 때문에, 하는 사람들도 있죠. 아니, 가족이 자기더러 그런 일 저지르라고 한 적이 있나요? 그런데도 가족 핑계를 댑니다.
명실상부한 가족이란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있어서 좋은 관계로 이루어진 공동체가 아닐까요? 예를 들자면, 비록 영화긴 한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이 바로 그런 가족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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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과 바람으로 내 얼굴은 순식간에 원주민‘처럼 되었다. 그래도 밤이 되면 어서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나는 옛날에 우리 엄마가 밭에서 일하다가 동쪽 산에서 달이뜨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집에 돌아왔다가 그 달이 아직 서쪽 산으로 지기 전인 캄캄한 새벽에 다시 일하러 가곤 했던 것처럼 캄캄할 때까지 일하다가 캄캄함이 아직 가시기 전에 마당으로 나갔다. 누군가 말했다. 가정(家庭)이란원래 집과 정원이 합쳐진 언어라고, 그의 말에 따르면 나는이제야 온전한 가정을 가진 셈인가. 나는 이제 이 가정에서무엇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발견하고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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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도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지금 또 다른 사랑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 현순 씨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들을 본 순간 나는 지난 20년간 그들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내게만 지독히도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만 같았다. 그들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아 무서웠고 내게 너무도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이 무서웠다. 인생은 이래도 저래도 무서운 것인가.
‘인생은 무서운 것‘이라는 기본 인식을 깔아놨을 때에야, 비로소 ‘인생을 향한 몽매(夢採)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것 같기는 하다. 특히 작가가 직업인 사람이, 인생 찬가를 부르기에는 좀 낯간지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봐도, 제목과는 다르게 상황은 얼마나 신산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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