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도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지금 또 다른 사랑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 현순 씨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들을 본 순간 나는 지난 20년간 그들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내게만 지독히도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만 같았다. 그들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아 무서웠고 내게 너무도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이 무서웠다. 인생은 이래도 저래도 무서운 것인가.
‘인생은 무서운 것‘이라는 기본 인식을 깔아놨을 때에야, 비로소 ‘인생을 향한 몽매(夢採)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것 같기는 하다. 특히 작가가 직업인 사람이, 인생 찬가를 부르기에는 좀 낯간지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봐도, 제목과는 다르게 상황은 얼마나 신산스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