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어나서 부러진 나무 밑에서 나왔다. 늙은 문아이는 나에게서 몇 걸음 물러서더니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놈은 여전히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는 약 15m의 거리를 두고 서로 마주 서 있었다. 이렇게 마주 서 있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일 것이다. 나는 마지막으로해 줄 적당한 말을 생각해 내려고 애썼지만, 입안이 말라 있고 혀는뻣뻣한 데다가 입술마저 말라 터져 있어 한 마디도 뱉어낼 수가 없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말을 등지고 물통이 있는 곳으로 가서물통을 집어 들었다. 물은 마시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웠지만 그래도나는 그 물을 마셨다. 물을 모두 마시고 나서 남은 몇 방울은 손가락에 쏟아 쑤시는 이마에 발랐다. 그리고는 그 유령 같은 말은 다시 보지도 않고 나는 물통을 어깨에 메고 집으로 향했다.
한 번, 두 번, 나는 나를 따라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아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인간 비버들은 콜로라도강에 또 다른 댐을 만들어야 했다. 후버댐으로 생긴 미드호라는 거대한 진흙 바닥과 증발 탱크만으로 만족할수 없었던 그들은 글렌캐니언에 한층 더 크고 한층 더 파괴적인 또다른 댐을 만들었다. 이 댐으로 인해 생긴 저수지는 단 한 평의 땅에물을 대지도, 단 한 개의 마을에 식수를 공급하지도 않는다. 이 호수의 존재 이유는 단 하나, 발전을 해서 수입을 올림으로써 애리조나,
유타, 콜로라도의 부동산 투기자, 면화 재배자, 사탕무 재배자들에게 간접적인 혜택을 준다는 데 있었다. 물론 댐 건설은 국토개간청의 기술자들과 관리자들에게 일거리를 마련해 준다는 이점도 갖고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걱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랠프가 그런 걱정을 먼저 입 밖에 내주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처럼 차분하고 머리 위의 하늘처럼 평온한 그는 트럭과 통조림 음식과 이부자리가 놓여 있는 강가 출발 지점 사이에서 몸을앞뒤로 흔들면서 파이프만 빨아 대고 있었다.

서쪽 강변에서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떤 사람이 하이트의 나룻배 선착장에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경고일까,
잘가라는 인사일까? 그는 한 번 더 소리쳤지만,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기분 좋게 마주 손을 흔들어 주면서 우리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그가 있는 곳을 지나쳐 갔다. 이제 오랫동안 우리는 인간이라는 족속을 보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구질구질한 집안일과 직업, 속임수와 다툼이 가득 찬 도시를 뒤로한 채 강물 위에 떠 있었다. 도시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사람이 자연의 품에 돌아와 맛보는 기쁨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당국‘이 황야를 아스팔트와 저수지 밑에 질식시켜 버리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들은 그들이 어떤 일을 하고있는지 알고 있다. 그들의 삶과 모든 썩어 빠진 제도가 그들이 하는일에 의지하고 있다. 안전을 위해 스키는 시계방향으로만 탑시다.
모두 함께 즐깁시다.

평화롭게 담배를 피우면서 우리는 오후의 황금빛 햇살이 동편 암벽을 기어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해가 서편 암벽 너머로 내려가고있었다. 초저녁 미풍이 강가의 버드나무를 흔들었고 은방울 소리 같은 굴뚝새의 지저귐이 다시 들려왔다.

강은 조용히 우리를 떠받쳐 주고 있었고, 마지막 햇빛이 윈게이트절벽 위 기암괴석에 비치면서 하늘은 점점 더 짙은 검푸른색으로변했다. 우리는 저녁식사와 밤을 보낼 캠프를 생각해야 했다.
뒤쪽에 녹색 버드나무들이 있는 하얀 모래밭이 눈에 들어오자, 우리는 노를 꺼내서 열심히 저으며 강의 흐름을 가로질러 보트를 몰았다. 이런 경우에 으레 그렇듯 우리는 강의 반대편에 있었고, 이 무렵의 강은 폭이 넓었다. 한데 묶인 보트의 상류 쪽에 랠프가 있었으므로 보트의 균형을 잡으려면 내가 랠프보다 갑절은 더 열심히 노를 저어야만 했다.

필요하다면 사람이 이곳에서 평생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는 데 우리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러자면 우선 이 끔찍한 정적, 이 무서운 평온에 신경계를 적응시켜야 할 것이다. 이곳의 정적은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강과 협곡은 그 고유의 음악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잡과 와글거림이 전혀 없다는것 그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처칠이 말한 ‘끔찍한 평온‘, 그런 상태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과연 견딜 수 있을까? 또 이런세계를 알고 난 다음에 속세로 다시 복귀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동편 암벽이 뚫려 있는 곳을 지났다. 지류가 흘러드는 곳이다. 레드캐니언 크리크일까? 알 도리가 없고 모른다고 하나도 문제될 것이 없다. 이곳에는 급류가 없다. 물이 보일락 말락 움직일 뿐이다. 모래로 된 강바닥의 잔주름에 대응해서 잔물결이 일고 있다. 협곡 너머로는 매끄러운 통바위로 된 암벽이 솟아 있다. 암벽의 색깔은 분홍색, 노란색, 오렌지색 등 다양하며 어떤 부분은 ‘사막의 니스‘라고하는 산화철로 덮여 있는가 하면 유기물의 흔적인 검정색 줄이 수적으로 쳐져 있는 곳도 있다

우리는 그날 저녁 조그만 시내가 북서쪽에서 흘러와서 강과 합류하는 지점 근처의 모래밭에다 두 번째 캠프를 쳤다. 홀스 크리크일까, 불프로그 크리크일까? 가끔 쓸 만한 지도를 준비해 오지 않은 게후회되기도 했다. 하류쪽 멀지 않은 곳에서 세찬 급류가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첫날 통과한 것보다 훨씬 더 고약한 것인 듯했다. 내일 그곳을 지날 일이 조금 걱정됐다.

우리에게로 되돌아오는 소리가 멀어지며 사라졌다. 거리에 의해변화된 그 소리가 너무나 이상하고 아름다워서 우리는 홀린 채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모래밭을 지났다. 하얀 깃털 같은 갈대꽃과 어린 타마리스크의 연약한 꽃들이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태양과 바람과 물에 의해 은색으로 변한 강물에 떠내려 온 통나무들 사이에서 미풍에 나부끼고있었다. 다른 좁은 협곡들에서는 감벨 오크나무 덤불과 회색 코끼리코 모양의 가지와 밝은 녹색의 잎사귀가 있는 미루나무가 바람에흔들리고 있는 광경도 더러 볼 수 있었다.

게으르고, 어리석고, 쓸데없는 꿈이다. 우리가 이런 꿈을 꾸면서이 신비로운 강을 떠내려 가고 있는 동안, 공사장의 일꾼들은 그 어마어마한 장비들을 다루면서 밤낮으로 바삐 움직이며 기한을 맞추려고 시간과의 경주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작업이 끝나는 날미국민들은 귀중한 무엇인가가 파괴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닫게될지도 모른다.

황야라는 말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이 알았던 잃어버린 아메리카에 대한 감상적인 향수만은 아니다. 황야라는말은 과거와 미지의 세계, 우리 모두의 고향인 대지의 자궁을 암시한다. 그것은 잃어버렸으면서 아직 있는 어떤 것, 외지면서도 동시에 아주 가까이 있는 어떤 것, 우리 피와 신경에 묻힌 어떤 것, 우리를 초월한 무한한 어떤 것을 뜻한다. 우리가 흘려버려서는 안 될 낭만을 뜻하기도 한다. 낭만적 관점이 전적으로 진실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진실의 필요한 일부인 것만은 분명하다.

낙원은 사자가 양들처럼 누워있고(그러면 그들이 무엇을 먹겠는가?),
천사들이 바보같이 끝없는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기쁨과 한결같은완벽만이 있는 정원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초기 교회의 교부들이 우리에게 설교하려고 했던, 시공을 초월한 환상의 영역은 현대에 와서는 무시와 무관심의 대상이 되어 망각의 영역으로 물러나고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지금 쓰고 있고 찬양하고자 하는 낙원은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있는, 실제로 존재하고 만질 수 있는, 우리가 서 있는 실재하는 세계인 것이다.

해가 넘어가고 우리가 뿌옇게 푸른 황혼 속을 새소리들을 들으며흘러가고 있을 때, 나는 에스칼랑트강을 잊지 않고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채 합류점이 나타나나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내 앞쪽, 정확히말해서 오른편 언덕쪽 강변에 커다란 협곡의 입구가 보였다. 그곳에는 미루나무 등의 나무들도 우거져 있었다. 나는 즉시 그곳이 합류점이 분명하다고 직감하고 이곳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는 강변을 향해 노를 저었다.

해는 한 시간 전에 이미 넘어갔고, 달이 암벽 위에 나타나려면 한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우리가 들어선 그 커다란 협곡은 동굴 안처럼 어두웠다. 더 깊숙이 들어간 우리는 어둠 속에서 깎아지른 암벽에 닿아 있는 하얀 모래사장 같은 곳을 보았다. 우리는 그곳으로다가가 상륙한 다음, 보트를 안전하게 묶어 놓고 죽은 나뭇가지들을찾아 불을 지폈다

바람이 불어 공기가 신선하고 시원했다. 달빛에 알몸을 드러낸 나는 그 시원한 공기를 한껏 마시면서 절벽 어딘가에서 울어 대는 기분 나쁜 부엉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런 다음 다시 잠자리에 들었고 이번에는 바람소리와 물소리를 자장가 삼아 잘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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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있는 솔트 크리크가 바로 그런 개울이다. 물은 겉보기
‘에는 마실 수 있을 것처럼 맑은데 맛을 보면 소금물처럼 짜다.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인 당신은 아무리 짜더라도 그 물을 마시는것이 물을 전혀 못 마시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소량을 마시면 갈증이 가시지 않을 것이며많이 마시면 당신의 신체는 지나친 소금기를 제거하기 위해 더 많은 물을 소비하게 된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몸 안의 수분의 상실을가져와서 탈수증세를 가속화시킨다. 탈수증세는 처음에는 기운이없고 나른함을 느끼게 하고 다음에는 땅에 쓰러지게 하며 결국에는목숨을 앗아간다.

역시 놀라운 다른 샘들이 있다. 모아브 동북쪽에 괴물과 귀신의형상을 한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있는 지역이 있다. 쥐라기 후기에형성된 지형이다. 이곳에 어니언샘이라고 불리는 작은 물웅덩이가있다. 근처에 야생 양파 몇 개가 자라고 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제철이면 황금색 프린세스 플룸(princess plume)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이것은 셀레늄이 있다는 증거인데 셀레늄은 우라늄이 있는 곳에서흔히 발견되는 독성 물질이다. 샘에 가까이 다가가면 공중에서 유황냄새가 나지만 뜨뜻하지도 차지도 않은 물 자체는 맑아서 마셔도될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사막에는 이와 비슷한 샘이 많이 있다. 데스밸리(Death Valley)에 있는 배드워터 연못이 그 한 예다. 협곡지대에도 이런 위험한 샘이 몇 개 있다. 탐광자인 버넌 픽은 몇 년 전 샌라파엘스웰에서 우라늄을 찾다가 더티데빌강의 발원지에서 독이 있는 샘 하나를 발견했다. 당시 그는 물이 절실히 필요했다. 물을 마시지 않으면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마실 만한 물을 만들기 위해서 그의 물통으로 여과기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못으로 물통에 구멍을 여러 개 뚫은 다음 모닥불에서 나온 숯을 물통에 채우고 그것으로 물을 걸렀다. 그것이그 물을 얼마나 정화했는지 그로서는 측정할 수단이 없었지만, 그는그 물을 마셨다. 물을 마시고 병이 들긴 했지만 죽지는 않았다. 그는아직도 살아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포화 같은 번개가 구름 사이에서 번쩍이고 천둥소리가 대기를 뒤흔든다. 오존 냄새도 난다. 구름이 서로 번개를 교환하고 있더라도비는 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번개는 뷰트(butte, 꼭대기가 평평한외딴 산)와 산봉우리들을 때리기 시작한다. 불이 밝혀진 신경줄 같은번개가 하늘과 땅을 연결해 준다.

내 머리 위로 구름이 모여들고 있고, 대부분의 하늘이 구름으로덮여 있지만 서쪽에서는 아직도 햇빛이 비치고 있다. 머리 위의 구름이 더 두꺼워지더니 포탄이 대리석 계단에 떨어지는 소리 같은요란한 폭음과 함께 구름이 쩍 갈라지고 구름의 배가 열린다. 이제도망치기에는 너무 늦었다. 비가 마구 쏟아진다.
마치 양동이로 쏟아붓듯이 비가 쏟아진다. 작은 돌멩이 같은 물방울들이 바위에 부딪쳐 요란한 소리를 내고 향나무에서 열매를 떨어뜨리고, 내 셔츠를 등에 붙여 버리고, 우박처럼 내 모자를 두드리고는 챙으로 폭포수처럼 떨어진다

비록 폭풍우처럼 장엄하진 않지만 더욱 기묘한 것은 갑자기 밀어닥치는 홍수다. 홍수는 비가 그친 후 별 예고도 없이 협곡과 언덕에서 밀어닥친다. 어떤 때는 비가 그치고 한 시간 이상이 지난 후에 홍수가 밀어닥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놀랍고 한편으로는 기뻐서 나는 뜨거운 개울 바닥에그대로 서서 그 괴물 같은 물결이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물결은 높이 30cm의 초승달 모양의 입술을 앞세우고 식식소리를 내며 마치 거대한 아메바가 좋은 먹잇감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처럼 오른쪽 왼쪽으로 방향을 돌리며 나를 향해 달려왔다. 토마토 수프나 피 같은 그 물결은 사람이 달리는 속도로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옆으로 비켜서서 그것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표사가 무서운 것은 분명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직 기계건동물이건 사람이건 간에 표사에 빠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경우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는지 모른다. 나는 기회가 왔을 때 내 친구 뉴컴을 가지고 만족할 만한 실험을 해보지 못한 것을 가끔 후회하곤 한다. 그런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당시 그가 필요했다. 그는야영장의 솜씨 좋은 요리사였다

사막에 비가 내리고 웅덩이가 생기면 다른 양서류들도 등장한다.
저녁에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약간의 비가 내린 후 밤에 연못에 나가 보면, 개구리들이 이 임시로 생긴 연못 가장자리에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몸뚱이는 물에 담그고 머리만 내놓고 울고 있다. 이들은 공기주머니 개구리들이다. 한 번 울 때마다 턱밑의 주머니가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꺼진다.

아무렇게 되든 그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결국에는 시간과바람이 모든 도시와 폐허들을 모래언덕 밑에 묻어 버릴 것이고 그위를 푸른 눈과 금발의 유목민들이 양과 말을 몰며 유랑하게 될 테니 말이다.

7월, 창문은 모두 활짝 열려 있고 블라인드가 미풍에 덜거덕거리고 있지만 열기는 끔찍하다. 트레일러 안이 마치 아궁이 속과 같다.
살인적으로 건조한 열기가 바닥의 리놀륨을 뒤틀리게 하고 밖에 내놓은 빵을 30분 이내에 토스트처럼 만들며 내 서류에 양피지와 같은 잔금을 만든다.

기둥에 걸린 온도계는 화씨 110도(섭씨 43도)를 가리키고 있지만,
미풍이 불고 습기가 거의 없는 그늘 속에서는 이런 온도도 견딜 만하며, 상쾌하기까지 하다. 나는 테이블 앞에 앉아서 부츠와 양말을벗고 모래 속에 발가락을 묻는다. 이제 태양을 겁낼 것이 없다. 편안하다. 기쁨까지도 느껴진다. 순수하고 포근한 동물적 만족감이다.
나는 향나무 가지 차양 밑에 편안하게 자리 잡고 앉아서 햇볕에 달구어져 죽어 가고 있는 분홍색 세상을 바라본다.

평생 아스팔트와 송전선의 경계를 벗어나 보지 못한 사람도 황야를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는 황야에 발을 들여놓든 들여놓지 않든 간에 황야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그곳에 갈 필요를 느끼지 않더라도 피난처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면 나는 평생 알래스카에 가보지 못할수도 있지만 그곳이 거기 있다는 사실을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가 희망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도피의 가능성도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그런 가능성이 없다면 도시 생활은 모든 사람을 범죄자나 마약 상용자, 또는 정신병자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태양이 맹렬하게 열기를 내뿜는다. 빛 속에 익사할 지경이다. 4월과 5월에 붉은 모래언덕을 수놓았던 꽃들은 이제 모두 시들어 버렸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몇 그루 해바라기 외에는 모두 씨앗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절벽장미도 시들었고, 유카도 꽃을 활짝 피웠다가 시들어 말라 버렸다. 씨앗을 담은 꼬투리도 터지고 빈 껍데기만매달려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을 말려 버리는 5월의 바람이 푸르렀던모든 것을 태워 황색과 적갈색으로 바꿔 버렸다. 그러나 여름의 뇌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그것이 닥치면(곧 닥칠 것이다) 대지는 다시 초록색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몽고의 스텝지대에서 들어온 외래종 식물인, 즙이 많고 따끔거리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회전초가 돋아날 테니까 말이다.

붉은 개미들조차도 정오에는 그들의 둥지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
물론 막대기로 둥지를 쑤시면 나와서 대항한다. 당연히 나는 이런장난을 해보았다.
꽃들도 꽃잎을 오므리고 나뭇잎도 안으로 오그라든다. 모든 것이움츠러들고 오그라들고 시든다. 어디선가 죽어 가는 오래된 미루나무의 말라 버린 가지가 둥치에서 떨어져 나간다. 나뭇가지 찢어지는소리가 마치 여인의 비명처럼 들린다.

나는 눈을 반쯤 감고 (그러지 않으면 햇빛이 너무 강하다) 나무와 외로이뜬 구름 그리고 바위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진리를 보여 달라고 내 나름대로 기도를 올린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신호에 귀를기울이지만, 그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은 인간의 귀가 듣기에는 너무높고 순수하다. 나는 나무를 응시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받지 못한다. 나는 맨발을 테이블 밑의 모래와 바위에 문지르면서 그 딱딱함과 저항력으로부터 위안을 받는다. 이어 나는 구름을 올려다본다.

협곡을 탐험하기에 이보다 더 부적당한 날은 없을 것 같았다. 미친 말이라도 이런 장소에서 여름을 견딜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협곡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나왔다가 다시돌아간 말의 발자국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문아이는 아직도 이 근처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가 도착하기 불과 몇 분 전에 놈이 왔던것처럼 발자국은 또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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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사막에서 오래 살다 보면 다른 동물들처럼 물의 냄새를 맡을 줄 알게 된다. 적어도 물과 관련된 것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게된다. 예를 들면 미루나무의 특이하고 기분 좋은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된다. 미루나무는 협곡지대에서는 생명의 나무이다. 아득한 옛날에 화재로 인해 적갈색, 담황색, 적색으로 구워진 벌거벗은 바위투성이인 이 황야에서 이 고마운 나무의 싱그러운 반투명의 녹색(가을에는 밝은 황금색)만큼 눈에 즐겁고 가슴을 확 트이게 하는 장엄한 경관은 없다. 그것은 물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뿐만 아니라 그늘을의미하기도 한다. 이 지역에서는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곳이 때로는물만큼이나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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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멎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모래바람이 내 얼굴을 때린다. 그렇지만 아직 보고 놀라워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세상은 밝은 햇빛과 바람 속에서 생기에 넘치고 또 봄의 열기와 아침의 기쁨에 도취되어 있다. 생명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은 이곳 사막에서 더욱 뚜렷이 드러나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식물과 동물의 밀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다른 곳처럼 생명체들이 붐비지 않고 띄엄띄엄흩어져 있기 때문에 각각의 풀이나 관목, 나무 그리고 풀잎 하나하나까지도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그래서 살아 있는 유기체들은 생명이 없는 모래와 황량한 바위들을 배경으로 대담하고, 용감하고, 생기있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향나무가 햇빛에 그 앙상한 자태를 드러내고 눈 앞에 서 있다. 너덜너덜한 뿌리가 바위를 움켜쥐고 있고, 텁수룩한 가지에는 청록색 열매들이 다닥다닥 달려 있다. 이 향나무는 암나무다. 이 늙은 할머니 나무의 나이는 300살쯤 되었을지도 모른다. 성장이 느린 향나무는 조건이 좋은 장소에서도 4.5~6m 이상의 높이로 자라는 경우가 드물다. 이 향나무는 아직도 열매를 맺고 활기에차 있지만 일부는 죽어 있다. 갈라진 둥치의 반쯤에서 나온 가지가말라죽어 발톱 모양으로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이 가지는 잎도 없고 껍질도 벗겨진 데다 햇볕과 바람에 시달려 은색으로 변해 버렸다. 이 가지는 내가 너무 가까이 있지 않을 때 까치나 갈까마귀들이즐겨 앉는 장소다.

태양이 윙윙 소리를 내는 황색 바람을 뚫고 떠오르고 있다. 아침식사 시간이다. 트레일러로 들어간 나는 베이컨을 굽고 달걀을 부친다. 군침이 돈다. 바람에 날린 모래가 트레일러의 금속 벽에 부딪치고 창틀을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고운 모래는 문 밑과 창밑에 쌓인다. 트레일러가 갑자기 몰아치는 돌풍에 흔들린다. 그래도나는 상관없다. 모래바람이 불든, 햇빛이 나든, 먹을 것이 있고 건강이 좋고, 땅이 나를 지탱해 주고 태양이 내 뒤에서 비춰 주기만 한다면 나는 만족한다.

도로 위에 하트 모양의 사슴 발자국이 또렷이 찍혀 있다. 그 사슴은 지금 어디 있을까, 잘 지내고 있을까, 사슴들의 먹이는 충분할까,
궁금하다. 호저와 마찬가지로 사슴들도 인간이 자연에 간섭함으로써 희생자가 되고 있다. 코요테의 수가 충분치 않고 퓨마가 거의 멸종되었기 때문에 사슴이 토끼처럼 수가 불어나서 먹이란 먹이는 모조리 먹어치우고 있다. 이렇게 되면 매년 많은 사슴들이 천천히 굶주려 죽을 수밖에 없다. 사슴사냥꾼들이 남아도는 ‘잉여‘사슴들을 수확한다면서 매년 가을 솔트레이크와 캘리포니아에서 수천 명씩 몰려오지만, 그들은 그 일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오두막 뒤로 황량한 모리슨 언덕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언덕은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진흙과 이판암 그리고 부서진 바위로이루어져 있어 음침해 보인다. 앞에는 드라이 메사의 암벽과 솔트크리크 협곡이 있다. 이곳은 움푹 파인 덥고 황량한 장소이다. 닫혀있어 조용하긴 하지만 시야가 가려 답답하다. 징기스칸이 인도에 대해 했던 말이 여기 해당될 것 같다. "물은 나쁘고 더위가 사람들을병들게 한다." 내가 보기에는 이곳에서 외롭게 죽은 사나이의 혼백이 떠도는 으스스한 장소이다.

바람이 여전히 불고 있고, 작은 회색 새들이 공중에 뿌린 색종이조각들처럼 하늘을 날고 있다. 아직도 기온이 떨어지고 있는 걸 보니 아마 눈이 오려나 보다. 몇 시간째 순찰을 돌았으니 이제 나의 안식처인 따뜻한 트레일러로 돌아가야겠다. 나는 오늘 아치스 내셔널모뉴먼트 안에서 사람이라곤 한사람도 보지 못했다.

암석은 그 이름들도 아름답다. 옥수, 홍옥수, 벽옥, 녹옥수, 마노,
줄무늬마노와 붉은줄마노, 은미정질 석영, 규암, 부싯돌, 처트, 금록석, 리티아휘석, 석류석, 지르콘, 공작석, 흑요석, 터키옥, 방해석, 장석, 각섬석, 홍석류석, 전기석, 반암, 장석질사암, 금홍석. 그리고 희귀금속류인 리튬, 코발트, 베릴륨, 수은, 비소, 몰리브덴, 티타늄, 바륨도 사랑스럽다. 현무암, 화강암, 편마암, 석회암, 사암, 대리석, 점판암, 반려암, 이판암 같은 기본적인 암석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암석들 대부분이 이 지역에서 발견된다. 오래 자세히 관찰하기만 하면 찾을 수 있다. 이 지역이란 유타주 남동부를 말한다. 이곳은협곡지대, 나의 세상이다.

아마추어 탐광자로서 역시 운이 좋았던 사람으로 버넌 픽이 있다.
중서부 지방 어딘가에서 흘러온 그는 한 번에 몇 주일씩 더티데빌강 위쪽의 거대한 바위들 사이와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으스스한 협곡을 누비곤 했다. 독성이 있는 강물에 중독되기도 했지만 살아남아오지에 깊이 숨겨져 있는 우라늄을 발견하고는 그 광산에 ‘숨겨진영광이라는 시적인 이름을 붙였다.

그는 아마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이 밀려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것은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울림 같기도 하고, 매우긴 터널의 반대쪽 끝으로 들어오는 기찻소리 같았을 것이다. 그러다서서히 진동이 강해지더니 마침내 협곡이 둔하고 무거운 포효소리로 가득 찼을 것이다. 그러나 밀려오는 물 자체는 아직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는 피할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반쯤 의식을 잃은 빌리 조는 집에 있는 꿈을 꾸었다.

이그는 처음 며칠 동안은 나무둥치에서 내려와 물속에서 자기 몸을식히려고 노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힘이 점점 빠지면서 그는 물에서 나무둥치 위로 다시 자기 몸을 끌어올리기가 얼마나 힘든지알게 되었을 것이다. 결국 그는 그런 노력을 포기하고 나무둥치 위에 머물면서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볕을 그대로 받았다. 밤이 오면그 고통에서 벗어나서 얼마간의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으나 다시해가 뜨면 황금색 태양이 그의 타버린 몸뚱이를 더욱 깊이 태웠고,
그를 더욱 깊은 꿈속으로 밀어넣었다. 마침내 그는 모든 노력을 포기하고 고통을 넘어서 더 깊은 열반의 상태로 들어갔다.

사막의 6월. 태양이 우주의 궤도에서 맹렬하고 성스러운 빛으로포효한다. 마음속에 멋진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산맥의 눈은수목한계선까지 물러났다. 투쿠니키바츠와 다른 봉우리들은 그 측면에 부드러운 봄의 녹색을 띠고 있고 포플러나무에는 잎이 돋아나고 있다. 초원과 숲으로 들어가는 도로들이 다시 열리고 그 위에서가축을 방목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은 모아브의 모든 목동들(그리고 일부 허가가 없는 목동들)이 그들의 가축을 사막 밖으로 이동시켜 국유림속으로 몰아넣는다. 가축들은 9월이 와서 눈이 다시 내릴 때까지 그국유림 안에서 머물 것이다.

이런 장점과 약점들을 지닌 가련한 비비아노가 결코 극복할 수 없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맥주를 두세 잔 마시면 그 문제가 완연하게드러난다. 그는 편견에 오염되어 있다. 오염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그 자신이 편견의 희생자다. 피부가 까무잡잡한데다가 스페인어 악센트가 있어서 자주 멕시코인으로 오인받는 그는 멕시코인을 경멸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심하게 분개한다. 그는 인디언들도 경멸한다.
심지어 그 자신의 유산까지도 경멸하는 것 같다. 언젠가 스스로를
‘바보 같은 바스크인‘이라고 지칭한 적도 있다. 술이 취하면 그는 은연중에 미국을 소유하고 주무르고 있는 창백한 얼굴의 인종들 속에끼어들었으면 하는 소망을 드러낸다.

로이와 비비아노가 말을 멈추고 로프를 좀 늦추어 주었다. 나는단단한 땅 위에서 벌벌 떨며 서 있는 암소의 목에서 로프를 풀었다.
그놈의 눈알은 두 개의 양파처럼 툭 튀어나와 있었다. 설태로 덮인자줏빛 혀가 입의 한 옆에 썩은 고깃덩어리처럼 매달려 있었다. 그것은 고깃간 밖에서 내가 본 가장 긴 혀였다.

로이 노인은 어떻게 됐냐고요? 그의 소식을 듣지 못했소? 그는 당신이 떠나고 2년 후에 목장을 팔 수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애리조나로 내려가서 세도나 부근에 인디언 보석가게를 냈지요. 그는 지금세상을 떠나고 없어요. 가게 벽에 그림을 걸다가 심장발작이 일어났다는군요. 그때 그는 의자에 올라서 있었지요.

외로울 때가 있다. 내가 그것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겠는가? 고독을 즐기는 사람도 외로움을 느끼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 생활이감옥살이처럼 지겨워지고 머릿속이 뜨거운 한낮의 트레일러 속처그럼 답답해져서 견딜 수 없게 된다.

‘마음의 고독한 감금‘에 관한 내 이론은 유아론(唯我論, Solipsism, 실재하는 것은 오직 자아와 그 의식뿐이며 다른 사물은 자아의 관념에 불과하다는이론)에 빠진 망상일지도 모른다. 전문적인 철학자들이 내놓은 다른우스꽝스런 개념들이나 마찬가지로, 도서관의 책더미와 연기 가득한 다방(뇌에 정말 나쁘다) 그리고 말이 난무하는 세미나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 결과로 나온 허황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만약 당신이 헛소리를 늘어놓는 유아론자나 형이상학적 이상주의자를 조용히 시키고 싶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다.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그의 머리를 향해 돌을 던지는 것이다. 그가 돌을 피한다면 그는 거짓말쟁이이다.

겁에 질린 토끼가 그 소리를 듣고 벌벌 떤다. ‘부엉이는 어디 있지?
아마 다음 덤불, 다음 바위가 여기보다 더 좋은 은신처가 될지도 몰라 토끼는 망설인다. 수리부엉이가 다시 한번 울자 토끼는 마침내피신처에서 뛰어나와 더 좋은 장소처럼 보이는 곳을 향해 달려감으로써 자기 위치를 노출시키고 만다. 부엉이가 나방이처럼 소리없이토끼를 덮친다.

공포가 토끼를 부엉이에게 노출시킨다. 공포가 어려운 일을 대신해서 부엉이의 일을 덜어 준다. 평생 공포에 시달려온 토끼가 그 마지막 순간에 일종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부엉이에게 먹힌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수리부엉이가 다시 운다. 1분에 한두 차례 꼴로 운다. 별로 조급한 기색이 없는 울음이다. 저녁거리가 제발로 찾아올 테니까. 박쥐몇 마리가 원두막 근처를 푸드덕 날면서 재깍재깍 소리를 조그맣게낸다. 음파탐지기를 작동시키고 있다. 오늘밤에는 달이 없다. 별자리들이 하나하나 나타나기 시작한다. 전갈자리, 카시오페이아, 용자리, 궁수자리, 큰곰자리・・・ 외로운 금성이 해가 넘어간 서쪽 하늘의희미한 황혼 위에서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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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사막의 고독』은 숨겨진 뜻이나 비밀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소 가운데 하나인 아치스에서 보낸 길고 달콤했던 시절에 대한 평범하고 단순한 서술일 뿐이다. 이 책이 단순한 외형, 사물의 표면만을 다룰 뿐, 존재의 진정한 실체를 형성하고 있는 통일된 관계의 본질을 밝혀내지 못한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나는 표면과 외형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나는 ‘근저에 숨어 있는 실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 것을 접한 경험도 없다.

나는 무엇보다도 정확성을 위해 노력했다. 단순한 사실에 일종의 시(詩), 심지어는 진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사막은 바다만큼이나 깊고 복잡하고 다양하며 광활한 세계다. 대양과 같은 세계다. 무한한 사실들 속에서, 언어는 단순한 사실을 포착하기 위해 강력하고도 느슨한 그물을 만든다. 만약 내가 향나무에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면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향나무가 아니라 아치스 내셔널 모뉴먼트의 오래된 입구 근처 벌거벗은 사암 바위틈에서 자라는 하나의 특별한 향나무 말이다. 그때내가 시도한 것은 조금 다른 것이었다. 어부가 그물로 바다를 끌어올리는 것처럼, 사막을 책에 담을 수는 없기에 나는 사막이 소재가아닌 매개체로서 등장하는 말의 세계를 만들어 보려고 했다. 그러니까 모방이 아니라 환기가 목표였다.

오늘 아침 나는 해가 뜨기 전에 잠에서 깼다. 나는 머리를 슬리핑백 밖으로 내밀고 성에가 낀 창문을 통해 안개에 덮인 뿌연 바깥 경치를 내다보았다. 난생처음 보는 신비스러운 풍경이었다.

태양은 아직 떠오르지 않았지만 곧 떠오르리라는 기미는 역력했다. 연보라색 구름들이 함대처럼 연녹색의 새벽하늘을 가로지르고있었다.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구름장의 아랫부분은 불타는 황금색이었다. 남동쪽으로 32km 떨어진 곳에 시에라 라살의 봉우리들이우뚝우뚝 솟아 있었다. 해발 3,600m에서 3,900m에 이르는 이 봉우리들은 모두 눈으로 덮여 있었고, 아침햇살을 받아 장밋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차가운 공기는 건조하며 맑았다. 어젯밤 폭풍우의 잔해인 마지막 안개가 유령처럼 물러나면서 바람과 햇빛 앞에서 점점스러져 가고 있었다.

그곳에 서서 그 괴상하고 기이한 이국적인 바위와 구름과 하늘과공간의 장엄한 경관을 바라보노라니 우스꽝스러운 욕심과 소유욕이 나를 사로잡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소유하고 싶었다. 또한 한 남자가 한 아름다운 여인을 욕망하듯이 그 모든 경치를 깊고, 완벽하고, 친밀하게 포옹하고 싶었다. 정신 나간 소망일까?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와 소유권을 다툴 사람이나 그 무엇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긴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세 마리의 갈까마귀들이 서로를 향해서 또 새벽을 향해서 깍깍거리며 밸런스드 록 근처, 하늘을 선회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그놈들도 나처럼 태양이 다시 돌아온 것을 기뻐하고 있다고. 그들이 주고받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먼 행성에 살고 있는 인간 비슷한 존재와 의사소통을 하는 것보다는 이 지구에 사는 새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더 먼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갈까마귀들은 황금빛 하늘을 배경으로 검푸른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목쉰 소리로 울고 있다.
어깨 너머로 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베이컨이 튀겨지는 냄새가난다.

향나무가 타는 냄새보다 더 향기로운 냄새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단테의 천국에서 나는 냄새도 이보다 더 향기롭지는 못할 것 같다. 비 온 후의 산쑥 향기 같은 향나무 연기 냄새를 한 모금 깊이 들이마시니 마술적인 카타르시스 효과가 난다. 마치 음악을 듣는 것처럽, 미국 서부의 때 묻지 않은 낯선 풍경을 감상하는 것처럼. 아무쪼록 이 불이 오래 타기를 빌어 본다.

손전등을 사용하면 또 다른 불리한 점이 있다. 많은 다른 기계장치들처럼 그것은 인간을 주위의 세계와 격리시키는 경향이 있다. 손전등을 켜면 내 눈은 그 빛에 적응되어 그것이 내 앞에 만드는 조그만 빛의 연못만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나는 주위와 격리된다. 손전등을 주머니 속에 넣으면 나는 내가 걷고 있는 주위 환경의 일부로남는다. 내 시각은 제한되지만 분명한 경계선을 갖지 않는다.

나는 기다린다. 이제 밤이 다시 돌아오고 장엄한 정적이 나를 포옹한다. 별이 다시 보이고 별빛의 세계가 다시 돌아온다. 나는 가장 가까이 있는 인간과 32km 이상 떨어져 있다. 그러나 나는 외로움 대신사랑스러움을 느낀다. 사랑스러움과 조용한 환희 같은 것을 느낀다.

사월의 아침은 청명하고, 맑고, 평온하다. 오후가 되어서야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깔때기 모양의 회오리바람이 빙글빙글 돌면서 먼지와 모래를 불어 올린다.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사막에 미친 사람의 고함소리가 일어나고, 하늘과 태양이 먼지와 모래가 섞인 노란 구름 뒤로 사라져 버린다. 새들도 바람에 날리고 작년에 떨어진 오크나무 잎새들, 꽃가루, 메뚜기의 시체, 향나무 껍데기도 바람에 날린다.

오후에 고약한 바람이 불 것임을 알기 때문에 오전은 더 달콤하다. 나는 아침 허드렛일을 시작하기 전에 뜨거운 커피를 한 컵 손에들고 맨발로 맨땅을 디딘 채 문턱에 앉아서 해돋이를 바라보곤 한다. 공기는 아직 차지만 트레일러 안의 부탄 히터 덕분에 내 등은 따뜻하고, 떠오르는 태양이 내 앞가슴도 덥혀 준다. 또 커피는 내 내장까지 덥혀 준다. 이때가 하루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다. 그밖에도아름다운 시간은 많기 때문에 단언할 수 없지만

계절에 따라 아름다운 시간도 달라진다. 한여름에 가장 감미로운시간은 오후의 끔찍한 열기가 사그라진 다음인 해가 지는 시간에 시작된다. 그러나 4월인 지금은 그 반대다. 해돋이와 함께 감미로운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겨울이면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이맘때쯤 돌아오는 새들도 나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 같다. 어치들이 이 나무에서저 나무로 떼지어 날아다니면서 조잘거린다. 몇 마리의 커다란 갈까마귀가 하늘을 선회하며 꺼억꺼억 울어 댄다. 놈들은 가끔 그 큰 날개를 퍼덕거리며 생쥐를 찾는다. 가끔 절벽 위 어디선가에서 굴뚝새가 또렷한 목소리로 울어 댄다. 플루트의 저음 같은 그 울음소리는아마 새로 마련한 둥지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소리일 것이다. 역시보이지는 않지만 어디선가 산비둘기의 처량한 울음소리도 들린다.
그 울음소리는 잃어버린 짝을 찾으려는 간절한 부름인 것 같다.

내가 이 같은 인간중심의 논리를 펴는 것이 타당한 일일까? 어쩌면 타당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 갖는 중요한 요소를 내 주위의 뱀이나 새들에게 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나에게 이로운 일을 하는 것은 순전히 그들의 이기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개 이외의 다른 동물들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고 단순한 합리주의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모슬렘이 여자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잘못된 생각이다. 인간이 길들이지 않은 다른 많은 동물들도 우리가 모르는 정서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요테가 달을 보고 울부짖는 것은무슨 이유 때문이겠는가?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하려는 듯한 돌고래의 행동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내 눈을 향해 곧장 달려올 때그 두 마리 인디고이 품었던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때로는 속으로 절반쯤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면서도 우리는 모든 인간은 형제라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 말은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면 단세포동물이 진화해서 인간이 되었다는 말은 어떻게생각해야 할까? 그 말 역시 아마 맞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고통스럽고 괴로울지 모르지만, 우리는 ‘모든 지구상의 생물은 일가친척‘이라는 소식을 퍼뜨려야 한다.

메이데이(mayday, 5월 1일 노동절)다.
금빛 줄무늬를 드리운 진홍색 아침햇살이 밸런스드 록과 아치들과 구멍 뚫린 바위들 너머 그리고 콜로라도의 그랜드 메사 너머에서 빛났다. 새벽 바람이 시에라 라살 봉우리들의 남은 눈을 녹이고있다. 모아브 일대에서 가장 큰 산인 투쿠니키바츠(Tukuhnikivats)도이 바람이 멎지 않는다면, 곧 그 화강암 몸체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30km쯤 떨어진 곳에서 바람에 날리는 눈이 푸른 스카프처럼 보인다. 이런 날씨에 해발 3,900m가 넘는다는 그곳에 가 있기를 원하는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절벽장미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실용적인 식물이다. 이 무렵에는꽃 때문에 숨겨져 있지만, 그 잎새들은 작고 단단하며 수액으로 덮여 있어 혀에 닿으면 쓰다(그래서 키니네나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 잎새들은 사슴의 먹이로 인기가 높다. 다른 먹을 만한 것이별로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사슴덤불이란 이름도 갖게 되었다), 인디언들은 옛날에 이 나무의 껍질로 샌들이나 매트, 밧줄을 만들었으며 호인디언의 치료사들은 오늘날에도 이 나무의 잎새를 이겨서 최토제(구토를 일으키는 약)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유카는 그 무시무시한 방어 수단에도 불구하고, 아니면 그 방어수단 때문에 어디에서나 특이해 보이고 또 아름답다. 이 식물은 뉴멕시코 남부의 고원 초지, 그랜드캐니언의 가장자리와 내부, 이곳아치스 공원 일대에 분포하고 있고 유타주의 붉은 모래 지대에서도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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