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 정체성이 지닌 여러모습 중 엄격히 통제된 모습이 아닌 가장 해이한 모습에까지 기질의 부름이 손을 뻗친다면 불안과 불안의 사촌 격인과잉 동요가 함께 찾아온다. 이러한 맥락에서, 불안은 우리가 세상이 가하는 다양한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의 고유한 성격 때문에도 생긴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우리 신체는 매우 쉽게 과흥분의 상태가 되곤 한다.
우리 정신 또한 지나치게 흥분하면 사고 과정과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삶에는 지독히도 제멋대로 구는 어떤 것이 있는데, 이것은 우리안에서 생겨나며, 우리를 언제든지 붕괴시킬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균형을잃게 될 위험이 있기에, 평온함이 계속해서 지속된다는 것은 예외적이며 불안을 어느 정도 느끼며 사는 것이 정상적인 상태다. 어떤 사람은 확실히 다른 사람들보다 불안을 더쉽게 느끼고, 우리는 특정 상황에서 남들보다 더 쉽게 불안해하지만, 불안을 우리 삶에서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불안을 없앨 수 있다고 말하는 사회의 압박을끊임없이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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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된 자기표현은 일반적으로 상처받지 않기 위한 수단이다. 거짓된 자기표현은 우리가 삶을 잘 살아 나갈 수 있게 하지만, 동시에 무궁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세상의 영향력을 차단해 우리를 무력하게 만든다.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연인이나 친구는 우리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구축한방어선을 뚫는 방법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 보다 더 공적인환경이라면 주변 사람들을 속일 수 있겠지만, 자신만의 요새안에서 너무 아늑히 자리를 잡고 있어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밖으로 나갈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매우 가까운 사람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감지해 낸다. 나중에 이야기할 텐데, 상대에게 그 어떤 진정한 모습도 보여주지 못하는 친밀한 관계도 분명 존재한다. 어떤 두 사람은 관계를 망칠까 두려워 깊숙이 휘젓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기때문에 피상적인 관계로 남게 된다. 그러나 흔히 친밀한 관계는 서로 머뭇거리고 아주 짧은 시간동안만 유지되더라도우리가 입고 있던 갑옷을 벗어 던지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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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그저 말로만 개성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공리주의적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사실 우리는 서로 비슷하면 비슷할수록 좋다. 정치적·경제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면, 여론에서 미용 상품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다양한 것을 쉽게 팔 수 있다. 그들에게는 우리의 생각을 예상할 수 없을 때가 위태로운 순간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자신만의 독특한 열정을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정치·경제 기관들은 더욱더 자기 잇속을 차리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우리가 이상과 욕망의진정성을 주장할수록 우리는 사회 질서가 명령하는 이상과욕망을 수용하지 않게 되어, 결국 통제하고 세뇌하기 어려운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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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드 뒤 그녀의 얼굴도 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달싹이는 그녀의 입술 사이로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노랫소리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왈칵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아, 저 노래를 내가 받아적어야 하는데. 나는 물속으로 떨어지며 그렇게 생각했다. 어둠 속 차갑다. 그러나 나는 수영을 익혀두었다. 물살을 헤치기 위해 두 팔에 힘을 주었다.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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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최선을 다할 생각인지 커피를 다시 따르고, 카운터 위에 놓인 향초에 불을 붙였다. 초에 불을 붙이고 나자 카르페디엠은 내가 기억하는 분위기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 그 옛날, 축제의 마지막 날 밤에도카르페디엠의 카운터 위에는 촛불이 밝혀져 있었다. 푸른 봄밤. 가로등 불빛을 받은 목련은 알전구를 품기라도 한 것처럼 탐스럽게 빛났다. 우리는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고, 자작시를 한 구절씩 돌려 읽고, 누군가에게 고백을 하고, 또 누군가에게 차였다. 한껏 부풀었던마음 따위가 쉽사리 출렁였다. 시위는 이국에 대한 풍문처럼 낯설었고, 취업 준비는 부역행위처럼 간주되던 그 밤, 우리에게 충만한 것이라고는 오로지 감수성뿐이었다. 선배는 만취한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테이블을 몇 개씩 이어붙여 간이침대를 만들었다. 선배와 단둘이 대화할 기회를 갖기 위해 취했지만 취하지 않은 척하고 있던 내가 선배를 도왔다. 모두 잠든 밤, 그 밤에도 오늘처럼 향초를 사이에 두고 선배와 내가 마주앉았다. 몸이 비틀거려 내 다리가 의자 아래로 자꾸만 떨어져내렸다. 취기 때문에 선배의 입술이 지나치게 붉었고 나는그 입술을 훔치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언젠가 저 벽에 불꽃을 그려놓고 싶어." 선배가 내 뒤를 보며 말했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흰 벽위로 불꽃의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취중에 나는 약속했다. 내가그려줄게요. 내가 그 말을 입 밖으로 냈었나? 선배가 그 말을 듣고 웃었나? 그것은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선배의 입술을 훔쳤나? 그것도기억나지 않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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