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최선을 다할 생각인지 커피를 다시 따르고, 카운터 위에 놓인 향초에 불을 붙였다. 초에 불을 붙이고 나자 카르페디엠은 내가 기억하는 분위기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 그 옛날, 축제의 마지막 날 밤에도카르페디엠의 카운터 위에는 촛불이 밝혀져 있었다. 푸른 봄밤. 가로등 불빛을 받은 목련은 알전구를 품기라도 한 것처럼 탐스럽게 빛났다. 우리는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고, 자작시를 한 구절씩 돌려 읽고, 누군가에게 고백을 하고, 또 누군가에게 차였다. 한껏 부풀었던마음 따위가 쉽사리 출렁였다. 시위는 이국에 대한 풍문처럼 낯설었고, 취업 준비는 부역행위처럼 간주되던 그 밤, 우리에게 충만한 것이라고는 오로지 감수성뿐이었다. 선배는 만취한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테이블을 몇 개씩 이어붙여 간이침대를 만들었다. 선배와 단둘이 대화할 기회를 갖기 위해 취했지만 취하지 않은 척하고 있던 내가 선배를 도왔다. 모두 잠든 밤, 그 밤에도 오늘처럼 향초를 사이에 두고 선배와 내가 마주앉았다. 몸이 비틀거려 내 다리가 의자 아래로 자꾸만 떨어져내렸다. 취기 때문에 선배의 입술이 지나치게 붉었고 나는그 입술을 훔치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언젠가 저 벽에 불꽃을 그려놓고 싶어." 선배가 내 뒤를 보며 말했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흰 벽위로 불꽃의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취중에 나는 약속했다. 내가그려줄게요. 내가 그 말을 입 밖으로 냈었나? 선배가 그 말을 듣고 웃었나? 그것은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선배의 입술을 훔쳤나? 그것도기억나지 않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