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랑에 대해 조금이라도 정통한 이라면 사랑에 시작이 있듯이 끝 또한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을 것이다. "마치 사랑의 끝은 그 시작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214쪽) 그러니,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생각이 많은 이라면, 사랑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벌써 그 끝을 보며 절망하지 않겠는가. 그가 클로이를 만나기 전에 만났던 여자는 그가 생각을너무 많이 하기 때문에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없다고 저주를 퍼부은 적이 있다. 영리한 그 여자는 사랑과 사유가 양립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데카르트의 유명한 금언을 비튼 라캉의 선언"내가 생각하는 곳에 나는 없고, 내가 없는 곳에서 나는 생각한다."은 이 책의 주제와 관련해서도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생각을 계속하는 한 ‘나‘는 없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행위 또는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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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날 가벼운 기분전환쯤으로 여겼던 첫 산책이 없었던들,
어쩌면 예의바른 성정에서 비롯되었을 당신의 안부 편지가 없었던들, 그랬어도 그 짧은 문장에 첨부한 한 줄기 오솔길이 그처럼깊고 날카롭게 사람의 영혼을 파고들지 않았던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숲으로 난 작은 길들을 당신과 나란히 걸을 수 없었을 것이며, 모든 길들에서 당신을 떠올리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며, 수없이 많은 길들을 당신과 함께걷게 될 미래는 굳게 봉인된 채 내생의 운명으로 넘겨지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미지의 길은 미지의 사람, 미지의 시공간에 대해 예감한다. 그리고 강렬한 조우에의 동경을 동반한다.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그래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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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이 쓴 사랑에 관한 심리학적, 문화적 고찰, 사랑의 기술이라는 말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나 여기서 ‘기술이란 art‘를 의미한다. 사랑에 대해 학문적! 접근을 하는 것, 혹은정신분석학적 접근을 하는 것이 재미 없으리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사실은 사랑이란 건강하고 잘 성숙된 정신의 표현임을 깨닫게 해주는 아주 좋은 책이다.
평이한 문체로 되어 있어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 사랑에 대한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좋은 영양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내용은, 성숙한 인격이란 자신의 내부에 어머니와아버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그런 성숙한 인격이 풍부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심리상태를 만든다는 대목이다.
사랑이란 합일의 문제이고, 분리의 반대말이라는 말도 좋은 어드바이스, 과연 나는 사랑하는 이와 마음과 몸이 얼마만큼 합일되어 있는지 점검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무쪼록 이 책에서 많은 보석들을 캐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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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겹다. 돈도, 빽도, 집안도, 권력도, 명예도, 그 아무 것도 없는,
그야말로 없는 게 유일한 재산인, 몸 하나가 전부인 밑바닥 인생들이, 그래도 한 번 살아봐야겠다고 목숨만큼이나 중요하게 희망의 끈을 붙들어 매는 게 바로 사랑이었다. 지혜는 사회를 맡았던규오에게 겁탈을 당한 뒤, 일월 곡예단을 떠나 사라지고, 하명은신산초고의 나날들을 견디면서 지혜를 기다린다. 스승 같고 아버지 같았던 윤재가 우연히 술집에서 지혜를 만난다. 그렇지만 윤재는 둘 사이의 장래를 걱정하여 세상을 뜰 때까지 지혜를 만났다.
는 사실을 숨긴다. 그것도 모르는 하명은 끝까지 현장을 떠나지않고 지혜를 기다린다. 가장 밑바닥에서 건져 올린 사랑이었기에결코 포기하고 돌아설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목을 타고 넘어오는 무거운 것을 참느라‘ ‘가슴 한쪽 끝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왜 우리는 환하게 불 켠 방 하나 없는가.‘ 집도 아니고 방이다! 석이 엄마와 동일의 사랑도 애처롭기 한이 없었다. 몸 팔아 밥 먹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곳곳에서 나를 울게 했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그들과똑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바로 우리 누나와 형, 이모,
사촌 동생이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바닥에서 잡초처럼 끈질긴 생명력으로 꽃을 피우고 씨앗을 퍼뜨리는 그들이있기에 세상은 그나마 여기까지 이어왔나 보다.
창을 열자, 후끈한 바람이 우리 식구를 감싸고 돌았다. 나는 멀리 어둠 끝에서 물결쳐 오는 밤바다를 망연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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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설 속의 여자들은 사랑을 하고 있거나 사랑을 끝냈거나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자들이다. 그들은 습관성 약물 중독자처럼, 사랑 없는 삶을 견디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안개 가득한 사고다발 구역의 거주자들처럼 그들의 생애에서는 상습적인 충돌들이일어난다. 혹은 단 한번의 사랑이라 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유일한 사랑을 손가락 사이에서 놓지 않음으로써,
열정 속에서 생을 완결시키려 한다. 그들은 삶을 향한 예민한 감수성 때문에 사랑하며 실존에의 욕망으로 사랑한다.
생명의 유기체인 이 공활한 세계 내에서, 타자들의 구성체인 이사회 공중 속에서, 역할의 구성체인 가족 속에서, 사랑만이 한 개인에게 진정으로 사적인 것이며 일백 퍼센트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며 자신이 각성할 수 있는 현재형이며 어떤 상대성도 없이, 절대적 광휘로 빛나기 때문이다.
그 여자들이 사랑 없는 세상에서 굳이 눈을 떠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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