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침울하지만 기쁘고 아름다운 사람들. 나는나의 동료들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만난 이들은 다들어딘가 크게 부서져 있었지만, 쪼개진 벽의 틈새로 자라는 풀꽃 같은 것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순수하거나순진하고, 그래서 나쁘고 추악하며 끈질긴 예술가들, 블랙리스트 사건은 그런 일이었다. 국가가 반정부적인 성향을 지녔다고 판단한 예술가들의 이름을 몰래 적고 모았다. 모든 예술 분야를 모아 자그마치 9,473명의 이름을.
그리고 그것을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작동하는 모든기관의 머리맡에 붙여두었다. 여기 적힌 사람들에게 지원하지 말아라. 국가의 눈앞에서 치워라. 그들이 비판해대는 목소리가 듣기 싫어서 아예 목구멍을 막아버리려고.
국가 시스템이 지원하는 보조금 없이는 생활할 수 없거나유지하기 힘든 분야의 예술인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매년 열리는 각종 공모전과 지원 정책에 신청했다. 어떤 예술인 혹은 예술단체들은 지원 자격을 충분히 채우고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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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이 망가지는 이유가 구체적이고 명확한경우도 있겠다. 언젠가 정신분석학 학자들이 인간의 스트레스 반응 순위를 정리한 도표를 본 적이 있다. 서양과 국내의 통계 세부항목은 조금 달랐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의 죽음이 상위권이었다. 이혼,
해고, 이사, 신체 이상 등 문화와 인종이 다르다고 해서스트레스 요인에 별반 차이점은 없었다. 결국 사람이 정신적인 우울과 슬픔을 겪는 요인은 크게 나눠 실연과 실업이다. 자신이 속하고 연결되어 있던 관계와 직무와 장소를 잃어버릴 때, 사람은 아프다. 당연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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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야. 내가 너한테 무섭다고 말하면 정말 많무서웠던 너한테 내가 너무한 걸까? 나는 아직 가끔 잠들못 자. 그 이후로 어른들은 울거나 싸우거나 하고 친구들은 노래를 흥얼거리다가도 서로 눈치를 보고는 했어. 나는 그 모든 게 무서웠는데, 그래도 너보다 무섭진 않은 거라고 생각했어. 우는 어른들은 우리를 쓰다듬고 아름답다고 했어. 항상 우리보다 자신들이 더 잘못했다고, 허둥대고, 쓰러지고, 그러면서 우리를 보면 그러지 않은 척했어.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아무것도 잘한 게 없는데 자꾸 고맙고 미안하다고 해서 오히려 우리가 뭔가 잘못한 거 같은데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는 것만 같았어. 싸우는 어른들은 자꾸 진실을 찾았어. 무언가감춰져 있다고, 세상이 망가져 있다고, 누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라고, 고치기 위해서 너랑 바다.
에 있던 친구들의 이름을 쥐고 놓지 않았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영화도 만드는 사람들이 아직도 참 많이 있어. 나도 친구들과 추모제에 갔던 적이 있어.
앞에 있다가, 구석으로 갔다가, 끝나기 전에 집으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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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불화하는 일이 꼭 나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세상과 싸우고 수도 없이 패배하고, 그러나 다시 한번견뎌볼 각오를 하는 자들이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내게 젊음을 들먹였던 자들도 어쩌면 밤잠을 설치며 후회했을지 모른다. 결국, 부족했던 건 정확하고 섬세하게 말하고자 하는 노력과 끈기였다. 그것이 부족해질 때, 사람은 편하고 쉬운 대답을 찾게 된다. 그것을 깨닫게 된 요즘,
나는 다시 늙고 싶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하게 늙고 싶다.
마지못해 밀려나는 식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젊음보다 더 자랑할 수 있는 그런 늙음을 나는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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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젊은 세대에서는 독신이 증가하고 그만큼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출구 없는 미래가 불확실해서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사랑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요. 사랑은 그 실체를 정의하기가 퍽이나 어렵지만, 오늘 지금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그 이름으로 뜨거워지고 행복해하고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열정들이 피어오르고 또 식고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그들이 "사랑은 날카로운 칼끝에 발라져 있는 달콤한 꿀과도 같다."는 저 그리스 속담이 뜻하는 바를 알고 결혼을 숙고하는 것이라면, 최소한 전 세대보다는 덜 아파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면 결혼하고, 결혼은 또 곧 행복이라는 법칙이나 흐름은없습니다. 사랑은 폭풍과도 같이 열정적이고 격정적이며 또한 그깊이와 넓이의 끝을 알 수 없는 것이지만, 그 자체로 반드시 행복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또한 결혼은 무수히 많은 사랑‘들 가운데 일부 사랑이 입는 옷이나 잠시 거주하는 집(물론 영원한 안식처일 수도 있지요)’과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이유로든 결혼하지 않는(또는 못하는) 사랑, 아픈 사랑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말입니다.
사랑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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