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요리를 잘 못하신다. 신혼 당시에 어머니가요리를 해주려 했더니 아버지께서 "밥해달라고 결혼한 거아니야. 밥은 사 먹고 당신 공부와 일에 더 시간을 쓰는 게좋겠다"라고 하셨단다. 그때 요리를 포기해서 아마 어머니가 요리를 못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어머니는 항상 아버지와 우리에게 한국의 전형적 어머니로서 무엇인가를 못 해줬다는 부채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가끔은 아주 야심차게 요리를 해주신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단 한 번도 맛없다는 말을 입 밖에 꺼내신 적이 없다.

집에 가니 아버지는 기가 막히다며 할 말을 잃으셨다. 그간 매 한 번 들지 않고 나를 키우셨는데 제 발로 카드를 들고 가서 학원비를 긁고 오더니, 손가락뼈에 금이 가서돌아왔으니 황당하실 만도 하다. 부모님은 바로 학원에 연락해 강력하게 항의하시면서 "학원 정책은 존중하지만 내딸 체벌하는 곳에는 못 보내겠다"고 말하고 남은 수강 일수만큼 환불받았다. 내 처음이자 마지막 체벌의 기억이다.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닌 내가 선택한 삶에서방향을 찾아갔던 지난날. 공부만 강조하지 않고 여러 환경에서 다양하게 경험해볼 수 있도록 지켜봐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지금 대입을 앞둔 학생들도, 팍팍하게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겠지만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환경이 조성되면 어떨까. 그러면 훗날 진로를 결정할 때도덜 고민하고, 결정한 이후에도 덜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

에 해글씨를 쓸 줄 알게 되고부터, 나의 왼손 손날은 늘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글을 쓸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써 나가기에 손날이 글씨를 덮으면서 지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왼손잡이로서의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다. 부모님은 나에게 왼손잡이만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알려주셨다. 혼내지 않고, 왼손잡이는 특별하고 좋은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보다 우뇌가 발달해서 좋대"
"억지로 바꾸지 마, 나중에 양손잡이가 될 수도 있어" 하고.
물론, 난 오른손으로는 할 줄 아는 게 전혀 없어 양손잡이로 사는 것은 글렀다. 하지만 이건 부모님께도 말하지않은 비밀인데, 왼손잡이면 바 테이블에 남자친구와 나란히앉았을 때 나는 왼손만 쓰고 남자친구는 오른손만 쓰기 때문에 손을 잡은 채로 식사를 할 수 있어 좋다.

내가 지금까지 그런 삶을 살아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이미지가 지금 어떨까?‘ 하고 움직이기보다는 미련이 없을 때까지 뭐든 해보고 싶다. 나를 나쁘게 볼 사람들은내가 무얼 해도 나쁘게 볼 테니 해보고 싶은 것들은 다 해볼테다.
나의 소중한 꿈을 부당하게 포기하게 되어 어떤가 하고 묻는 사람들. 하지만 해보고 해보다 안 되면 어쩔 수 없는것이다. 내가 앞으로 의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할 때도 나는 남들이 하지 않은 경험을 했으니 더 단단한 면이 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내가 해보지 않은 경험을 했으니 다른 방향에서 또 단단한 면이 있겠지.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제2의 인생이라고 할 수 있는 삶을 스스로 구축해나가고 싶은 것뿐이다.

만일 내가 만 원짜리 에코백이나 구멍이 난 가방을들고 다니면 사람들이 좋게 볼까? 아마 그러고 나오면 내게
‘가식을 떤다‘고 할 것이다. 꼬투리를 잡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든 비난거리를 찾아낼 게 뻔하다. 요즘도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평가를 달고 다닌다. 그렇지만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럴때일수록 상식적으로 살고자 한다. 기소가 된다면 재판을받는다.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진다.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성찰한다. 그리고 앞으로 더 바르게, 더 열심히 살자. 그러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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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이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지적한 것처럼, ‘능력주의‘란 직업과 기회를 개인의 능력에 따라 배분해 주는 하나의 체제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세상이 능력과 재능이라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스스로의 환경을 극복해나가도록 만인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믿지만, 이는능력주의 사회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오는 오만인 것이다. ‘능력주의‘는 신분이나 계급에 따라 지위가 세습되는 봉건체제보다는 우월하지만,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적 계층 이동이 점점 둔화되고있는 현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또 다른 ‘폭정‘으로 작동한다는점을 명심해야 한다.

는이렇게 행복론을 말하는 것은 하루하루의 삶이 고달프고 힘들고 팍팍한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불행한 강자나 부자도 있다"라고 말하며 위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이 있지 않던가. 강자나 부자에게도 불행이 있지만, 이들은 그 불행을 상쇄할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또한국 사회가 조에족 사회로 돌아가는 것은 몽상임을 알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자신과 한국 사회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열심히 사는데 왜 우린 행복하지 않을까?"

러셀은 일찍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대의 생산방식은 우리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할 수 있는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쪽 사람들에게는과로를, 다른 편 사람에겐 굶주림을 주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기계가 없던 예전과 마찬가지로 계속정력적으로 일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어리석었다. 그러나 이러한 어리석음을 영원히 이어나갈 이유는 없다. "

"나는 공식적인 영예를 항상 거부해 왔다. (-) 우리가 121 명의 성명서‘에 서명하며 지지했던 알제리 독립해방 기간에 노벨상이 주어졌더라면 나는 감사히 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경우 나에 대한 노벨상은 단지 나만이 아니라 우리가 얻기위해 투쟁하고 있던 자유를 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인이란 자기 내부와 사회 속에서 구체적 진실 (그것이 지니고 있는 모든 규범과 함께)에 대한 탐구와 지배자의 이데올로기(그 안에 담긴 전통적 가치체계와 아울러 사이에 대립이 존재하고있음을 깨달은 사람이다. ・・・) 지식인은 그가 누구로부터 위임장을 받은 일도 없고 어떤 권력으로부터도 자리를 배당받은 적이 없다. ・・・) 특권 계급으로부터 추방되고 그러면서도혜택받지 못한 계급으로부터는 수상쩍은 눈길을 받으면서지식인은 이제 자신의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 지식인의 역할은 모든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모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모든 사람을 위해 근본주의적 태도로써 그모순을 초극하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열정들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 "

나는 흠결과 한계가 많은 사람이다. 나의 "중대한 잘못"을 직시하고 성찰하면서 갈림길‘에서는 쉬고 ‘막다른 길‘에서는 길을 내걸어갈 것이다. 누가 나를 위해 ‘꽃길‘을 깔아줄 리 없고 그것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이제 내 앞에 멋지고 우아한 길은 없다. 자갈1033440AUS밭과 진흙탕이 기다리고 있음을 직시한다. 삼국지연의 속 문구를빌리자면, "봉산개도逢山開道 우수가遇水架橋", 즉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아 건넌다"가 나의 모토가 될 수밖에 없다. 더 베이고 더 찔리고 더 멍들더라도, 미국 민권운동의 지도자 마틴 루서 킹Martin Luther King Jr. 목사는 말했다. "날지 못하면 뛰어라. 뛰지 못하면 걸어라. 걷지 못하면 기어라. 무엇을 하든계속 전진해야 한다." 등에 화살이 박히고 발에는 사슬이 채워진 몸이라 날지도 뛰지도못하지만, 기어서라도 앞으로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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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세계에서는 대개 인생의 쇠퇴가 물질적인 재화에대한 숭배를 조장하고, 물질적 재화에 대한 숭배는 다시 인생의 쇠퇴를 촉진하고, 인생의 쇠퇴 위에서 물질적 재화에대한 숭배가 번창한다. (・・・) 배금주의는 (・・・) 아무런 활력이 없는 획일적인 인격과 의도를 조장하고, 삶의 기쁨을 축소시키고, 공동체 전체를 피로감, 좌절감, 환멸감으로 몰아넣는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조성한다."

사마천은 『사기』 화식전貨殖傳‘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재산이 자기보다 열 배가 많으면 그에게 자기를 낮추고, 백 배가 많으면그를 무서워해 꺼리며, 천 배가 많으면 그에게 부림을 받고, 만 배가 많으면 그의 노복이 된다." 사마천이 기원전에 지적했던 현상이21세기 대한민국에도 재현되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주권자가 재벌앞에서 위축되고, 심지어 재벌을 숭배하기까지 하고 있다. 부가 ‘유능‘과 ‘도덕‘의 징표가 되었고, 가난은 ‘무능‘과 ‘게으름‘의 결과로 인식된다.

1987년 6월 항쟁이 이룬 정치적 민주주의는 다시 위기에 처했다. 나는 정치사상가 샹탈 무페Chantal Mouffe가 민주주의에 대한경고로 남긴 글의 진짜 의미를 확실히 알게 됐다.
"민주주의는 불확실하고 일어날 법하지 않은 어떤 것이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항상 허약한 정복이며, 심화시키는 만큼 방어도 중요하다. 일단 도달하면 그 지속성을 보증할 민주주의의 문턱 같은 것은 없다."

이상과 같은 현상 앞에서 토머스 모어가 1516년에 쓴 『유토피아』의 다음과 같은 문구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번영을 구가하는 여러 공화국commonwealth에서 내가 찾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단지 공화국이라는 이름 아래자신의 이익만을 불려나가는 부자들의 음모뿐입니다. 그들은 사악하게 얻은 것을 지키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노력과 수고를 가능한 한 헐값에사들일 계획을 세웁니다. 그런 것을 두고 부자들이 공화국의이름으로 지켜야 하는 것인 양 주장하면 곧 법이 됩니다.

어려운 시절이기에 안토니오 그람시 Antonio Gramsci의 유명한 말을 되새긴다.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 그는 어린 시절 사고로 꼽추라는 장애를 가진 채 성장했고, 이후 이탈리아의 대표적 공산주의자로 반파시즘 투쟁에 앞장섰다가 2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약 11년을 감옥에서 보낸 후 건강 악화로 석방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이성적 비관"과 "의지적 낙관", 이는 재벌공화국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덕성이다.

"지금은 사회주의가 평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것이 유행임을 나도 잘 안다. 세계 모든 나라에서 상당한 수의 어용 문사와 말주변 좋은 교수들이 사회주의가 약탈적 동기를 그대로 놓아둔 계획적 국가자본주의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느라 바쁘다. (…) 보통 사람들이 사회주의에매력을 느끼고 사회주의를 위해 목숨을 거는 이유, 즉 사회주의의 ‘비결‘은 평등사상에 있다. "20

리영희 선생이 공언한 다음과 같은 말씀의 무게는 묵직하다.
"소위 ‘신자유주의‘라는 무한경쟁 시장경제의 비인간성, 사회적 다윈이즘의 극단 형태인 사회·경제적 약육강식과 그 무자비성, 윤리성을 상실한 과학·기술 만능주의, 자본의 과학·기술 지배구조로 말미암은 인간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공포 등사회주의에 대해서 21세기가 거는 요구와 기대는 19세기나20세기의 소수 국가들에서 보였던 체제로서의 사회주의에못지않다고 나는 확신하고 있어요."

한자로 ‘사회‘와 ‘회사‘는 어순만 다르다. 그러나 두 단어의 의미는 완전히 다르며, 또 달라야 한다. ‘사회‘는 민주의 원리가 작동되지만, ‘회사‘는 이윤의 논리가 작동되는 곳이다. ‘회사‘가
‘사회‘ 위에 서면 민주주의는 죽는다. 『대한민국 정의론』이라는 책의 저자 고원 교수의 정확한 지적처럼, 선진국에서 민주주의가 깊이 뿌리내릴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민주주의가 "정치적 자유의 수준을 넘어서 그 사회 구성원의 실질적 삶에 직결되는 ‘사회권socialright‘의 실현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시켰기 때문"이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목수로 평생 일하다가 실직 후 장애급여와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데 계속 거절당하는 이야기를 다룬 켄 로치 감독의 2016년 영화「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주인공 블레이크는 법원에 가서 할말을 적어놓는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아닙니다. 나는보험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나는 묵묵히 책임을 다해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나는 굽신대지 않았고 이웃이어려우면 그들을 도왔습니다. 자선을 구걸하거나 기대지도않았습니다.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이에 나는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인간적 존중을 요구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닙니다."

그리고 독일의 혁명가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의 사위 폴 라파르그Paul Lafargue는 「말의 권리와 사람의 권리」라는 짧은 에세이에서 19세기 말 노동자의 처지가 동물인 말의 처지보다도 못함을맹렬히 야유한 바 있다. 그는 기득권자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진보‘와 ‘문명‘은 임금노동자에게는 가혹하게 굴지 모르지만 두 발 달린 어리석은 족속이 ‘하등‘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준 동물에게는 어머니처럼 인자하기 그지없다."

"사랑과 지식은 나름대로의 범위에서 천국으로 가는 길로 이끌어줬다. 그러나 늘 연민이 날 지상으로 되돌아오게 했다.
고통스러운 절규의 메아리들이 내 가슴을 울렸다. 굶주리는아이들, 압제자에게 핍박받는 희생자들, 자식들에게 미운 짐이 되어버린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 외로움과 궁핍과 고통가득한 이 세계 전체가 인간의 삶이 지향해야 할 바를 비웃고 있다. 고통이 덜어지기를 갈망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나 역시 고통받고 있다."
가슴이 답답해질 때마다 버트런드 러셀의 이 글을 찾는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표현을 빌리자면,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이 세상을 일회용 물품들, 한번쓰고 버리는 물품들-다른 인간들을 포함한 전체 세상까지- 이 가득 담긴 용기처럼 보는 훈련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에 의해 억압된 ‘호모 엠파티쿠스‘와 ‘호모 심비우스‘를 되살려야 한다. 세상은 공감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이 타인과 나를 연결시키는 고리가 된다. 그 고리가 늘어나고 튼튼해지면 세상은 변화한다. 새삼 2002년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주인공이 내뱉은 말이 떠오른다.
"우리, 사람 되기 어려워도 괴물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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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고 이용마 MBC 기자는 월간지 《참여사회> 11호에서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검사‘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권력의 사냥개‘다. 주인이 "가서 물어!"라고 시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가서 무는 존재, 주인이 시키기 전에는 절대 물 수도 없는 존재다.
(・・・) 하지만 최근엔 이런 사냥개 이미지에 한 가지 더 덧붙여졌다. 권력자에게 빌붙어 아양을 떠는 애완견 이미지다. 돈많고 힘센 권력자들의 무법 행위 앞에서 비굴하게 꼬리를 내리고 기분을 맞추려고 보이는 행태를 빗댄 것이다."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된다.
면, 법률마저 바꿔 권력기관의 모든 틀을 문재인 정부 이전의 모습으로 돌리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이 점에서 당시 민정수석으로 권력기관개혁을 주 임무로 삼고 일했던 나로서는 무참한 심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진과 퇴행을 예상하고 방지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 앞에 석고대죄하고 싶다. 내가 부족했다.

민주화운동의 원로인 함세웅 신부는 2023년 7월 23일 오마이TV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분이 위장을 좀 잘했대요. (…) 검찰청장 후보자가 검찰을개혁하겠다고 약속을 하니까,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믿을 수밖에없죠. 그 말을 조사를 합니까? 수사를 합니까? 아주 위장술이 대단한 사람이었는데 문재인 대통령도 속았고 저희도 속았습니다.

2장에서 서술하겠지만, ‘법의 지배rule of law‘는 사라지고 법을이용한 지배rule by law‘가 판을 치고 있다. 군사독재 시대에서는 검찰권이 정치권력의 의도대로 운영되는 정도였다면, 이제 검찰 자체가 정치권력을 잡았다. "권력의 시녀가 권력 자체가 된 것이다.
검찰청이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등 17개 청 위에 군림함은 물론,5정부 각 부서 요직에 전현직 검사를 배치해 "검찰 가족이 지배하는나라가 만들어졌다. 전두환 정권 시절 육사 ‘하나회‘가 권력의 핵심역할을 했다면,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는 전현직 검사들이 권력의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신군부대신 ‘신부 집권이루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은 검찰이 지배하는 ‘대한검檢국‘이 되어버렸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을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로 바꾸고, 제2항을 "대한민국의 주권은 검찰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검찰로부터 나온다"로 바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검사들은 종종 자신을 ‘칼잡이‘, 즉 ‘검사‘로 자처한다.
이 점에서 윤석열 정권은 우리 역사에서 고려시대 무신정권武臣政權 현대의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 이은 네 번째 무신정권이다. 각각 칼, 총, 형벌권을 무기로 삼고 거병해 정권을 잡았다. 무신정변 후에는 항상 피바람이 불었다. 이의민은 의종의 허리를 부러뜨려 죽였고, 박정희는 ‘인혁당 사건‘ 등을 일으켜 수많은 민주화 인사를 중정에서 고문했고 마침내 ‘사법살인‘했으며, 전두환은 광주에서 피의 학살을 저질렀다.

문재인 정부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지향하면서 단계적으로검경 간의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고 성취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기 위해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행사하는 범죄를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청‘ 법안 발의되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시행령을 통해 이러한 모든 개혁을 무산시켰다. 2017년과 2019년 거리를 밝혔던 촛불시민의 요구는 중대한 일격을 맞았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이러한 반동에 대해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한다.

자유는 법률의 보호를 받아 최초로 성립한다. 이 세상에 법말고는 자유가 있을 수 없다."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는 법이야말로 자유를 지켜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다. 억압과 폭력으로부터 시민의 자유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듯 당연한 성현의 말과 현실은 다르다. 오히려법이 정부의 노예이고, 법이 자유를 옥죄는 수단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법은 ‘지배 계급의 도구‘라는 마르크스주의 명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한다.

이 판결을 접하면서 뉴욕 시장을 세 번이나 연임했던 이탈리아계 정치인 피오렐로 라과디아Fiorello La Guardia가 떠올랐다. 그는 1930년대 초 대공황 시기에 잠시 뉴욕시 치안판사로 재판을 하게 됐다. 그는 배가 고파 빵을 훔친 어느 노파에게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배고픈 사람이 거리를 헤매고 있는데 나는 그동안 너무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었습니다. 이 도시 시민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하며, 방청객 모두에게 각각 50센트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철학자 강남순 교수는 "폭력과 보복의 얼굴을 가진 정의와 "연민과 환대의 얼굴"을 가진 정의를 구별한다. 전자는 "특정 그룹의권력 강화와 이익 증진을 위해 국가·정치 집단·시민 집단 또는 파괴적 분노에 사로잡힌 개인들이 호명하는 정의"라면, 후자는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와 평등한 삶을 증진하고 다층적 운동을 하는 이들이 실천하는 정의다.

나는 한국 법 현실에 많은 문제가 있지만 법과 법학이 우리 현실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법학을 공부한 이래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 Henry DavidThoreau가 1849년에 지은 명저 시민불복종에서 한 말을 마음속깊이 간직하고 있다.
"우리는 먼저 인간men이어야 하고, 그다음에 신민臣民, subject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the law에 대한 존경보다는먼저 정의the right 에 대한 존경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은 ‘국가‘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우
‘리는 ‘국민‘이기 이전에 ‘인간‘이다. 인간을 국가의 틀과 규범 안으로욱여넣어서는 안 된다. 인간에게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고통을줄이기 위해 국가의 틀과 규범을 넘어설 ‘자연권’이 있으며, 이를 억압하는 국가에 맞서고 그 국가를 개조하고, 나아가 전복할 ‘저항권‘
이 있다.
이러한 법 사상이 없었다면, 종교개혁도, 반봉건시민혁명도,
반제민족해방도, 반독재민주화도, 여성해방운동도 없었을 것이다.
"법에 대한 존경"보다 "정의에 대한 존경"이 먼저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로처럼 나 역시 무정부주의자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법에 대한 존경은 과잉 강조되고, "정의에 대한 존경"은 과소강조되고 있다.

법학과 법률가는 이런 점을 직시해야 한다.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강조했다. "분별 있는 관찰자"는 "역사의 수많은 부분을차지해 온 고통과 불평등에 대해 무지하거나 이에 대한 인정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15 존 롤스John Rawls도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회적 가치들, 자유, 기회, 소득, 재산 및 자존감의 기반 등은 이들 가치의 전부 또는 일부분의 불평등한 분배가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한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주지 않는 단순한 불평등은 부정의가 된다(차등의 원칙).

순자는 중용의 핵심을 저울에 비유해 "겸진만물이중현형兼陳
‘萬物而重縣衡"이라고 했다. 즉, "만물들을 다같이 늘어놓고 곧고 바름을 재고 헤아리는 것"21 이다. 최상용 교수의 해석을 빌리자면 이렇다. "겸진만물은 저울에 달려는 물건을 저울판에 옮겨놓는 것을 말하며, 사물의 관계와 인간의 행위를 두루 고려해서 골고루 살핀다는 뜻이다. ‘중현형‘은 저울추를 ‘中(중)에다 달라는 말인데, 이中은 저울눈에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달 때마다, 즉사물의 관계와 인간행위를 둘러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官所以不明者 (관소이불명자)民工於謨身 不以漠犯官也 (민공모신 불이막범관야)如汝者 官當以千金買之也(여여자 관당이천금매지야)번역하자면 이렇다. "관이 현명해지지 못하는 까닭은 민이 제몸을 꾀하는 데만 재간을 부리고 관에 항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같은 사람은 관이 천금을 주고 사야 할 사람이다." 지금 보아도 놀라운 사상이자 판결이다. 현대식 용어로 말하자면, 불의하고 부패한 권력 앞에서 시민은 움츠리지 말고 권력에 대한 비판을 실천해야 하며, 이러한 시민에게는 형벌이 아니라 상찬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산은 함석헌 선생의 금언, "깨어 있는 씨알이라야 산다"를 선취先取하고 있었다.

요즘 들어 이해할 수 없는 검찰의 수사, 법원의 판결을 더욱 자주 접하게 된다. 법률가들은 자신이 진정한 중용의 자세를 취하고있는지, 아니면 중립의 이름 아래 강자 편을 들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세상의 법 공부가 후자의 방향으로 이뤄진다면 법과 법률가 모두에게 비극일 것이다. 예수도 경고했다.
"저주받으리라, 법률가여. 너희는 지식으로 들어가는 열쇠를가지고 너희 자신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는 사람들까지 막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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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에는 모든 사랑 속에 나를 일인칭으로 투입했었다.
그때의 ‘나‘는 세상의 어떤 사랑에도 도저히 무관심할 수 없었다.
그것은 언제라도, ‘나‘에게도 가능한 것이라고 여겼었다.
이십 대를 넘긴 한참 뒤에, 나는 깨달았다.
이제 나는 사랑을 일인칭으로 서술할 수 없음을,
사랑은 일상으로 스며들고 그리움으로 무늬지며 남겨지는 것임을그리고 이제 나는 삼인칭으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떻게 이야기해도 사랑은 아름답다.
사랑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불화를 다 뛰어넘고,
사랑은 어떤 예측도 불허한다.
사랑은 우리를 훈련시킨다.
우리가 사랑을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만들어 놓은 질서나 제도 속에 얽매이지 않고 사는 사람들을만나면 나는 몹시 즐겁다. 우선은 그들이 주는 신선함이 즐겁고, 두 번째는 내 인물소설의 목록을 하나 더 늘릴 수 있으니 다시 즐겁다.
알고 보면 그렇게 사는 일은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게살아가는 인물을 만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 지독한 인생살이는알게 모르게 우리를 위축시키고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사는 일은 위험한 시도라고 끊임없이 우리를 세뇌시킨다. 우리는 미리 타협하고 미리 우울해 한다.
여기 덜 위축당하고 덜 세뇌당한 사람들 몇이 있다. 그래서 미리미리우울해 하는 방법은 배우지 않아도 좋았던 사람들. 아찔한 파격이나과격한 탈선은 전혀 없이, 그럼에도 자신의 삶을 자신의 방식대로 꾸려나가는 사람들, 나는 그들의 이름을 호명한다. 김 선배, 김밥아주머니, 야채아저씨, 김대호 씨, 박영국 씨, 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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