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및 선배 작가들에 대한 막말이라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도 김수영에 뒤지지 않는다. 그는 1967년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남들이 인정하는 많은 작가들이 내게는 아예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브레히트, 포크너, 카뮈,
로런스 등을 거명했다. 토마스 만, 파스테르나크, 도스토옙스키, 고골 역시 혹평을 면하지 못했다. 나보코프가 보기에 "엘리어트는 1급 시인이 아니었고, 에즈라 파운드는 단연 2급이었으며, "종, 불알, 황소bells, balls and bulls 같은 것"을 다룬 헤밍웨이의 소설은 "아예 질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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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 법. 《아가멤논>의 극중코로스가 "제우스께서 왕좌에 계시는 동안에는 / 행한 자는 당하게 마련"이라며 "이 가문에는 재앙이 아교처럼 단단히 붙어있나니"라고 노래한 대로, 클뤼타이메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의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게 된다. 아가멤논과 클뤼타이메스트라의 남은 자식들인 딸 엘렉트라와 그 남동생 오레스테스가 제 어머니를 상대로 복수를 펼치는 것. 3대 비극 작가가 이가족 드라마를 각자의 방식으로 각색하고 변주했다는 사실은이 연쇄 복수극이 창작자에게 지니는 매력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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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밀조밀하고 선이 가는 곱살한 얼굴에 시골서 달갑잖은먼촌 일가 부스러기가 올라와 여러 날째 묵으며 쌀독 달랑대는 양식이나 파먹고 있는 집 사내처럼 들뜨름하게 끄먹거리는눈, 서너 마디는 건네야 한 마디 넘어올지 말지 한 더디고 무딘입, 충청도 스으산瑞山 구석빼기 사람보다도 석자 치닷푼은 더늘어지던 생전 늙잖을 말씨, 아무리 말쑥한 옷을 걸쳐도 반찬없이 밥 먹고 나온 사람처럼 허름해 뵈던 보리밥 빛깔의 촌사람 (...)" (《이문구의 문인기행> 중 <한 켤레 구두로 산 사내-윤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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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의 안뜰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깥뜰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로 시작해 "우계에는 안개비나 조금 오다 그친다는 남녀 유리로도 모인다"로 끝나는 박상륭 소설 《죽음의 한 연구》 첫 문장은 원고지로 2매를 꼬박 채울 정도로 길고복잡한 구조로도 유명하다. 일곱 개의 쉼표를 거쳐 마침내(!)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산천경개를 유람하듯 구불구불 이어지는 이 문장이 "어떤 것들은"이라는 주어와 "모인다"라는 술어로 완벽하게 추려진다는 사실은 일찍이 평론가 김현이 감탄을섞어 적시했던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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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나는 흔히 ‘호랑이 꼬리‘라고 불리는 포항 장기곶 바닷가 보리밭 사이의 다섯 그루 소나무를 생각한다. 그 나무들이이루는 풍경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고서는 이룰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묘한 것이다. 눈이 없는 나무들이 단지 서로를 알고 느끼면서, 서로의 몸으로 이루어낸 그 아름다운풍경을 나무들 자신은 결코 보지 못하리라. 어쩌면 볼 필요조차없으리라. 머지않아 그곳에도 개발의 붐이 일어 소나무들이 베어지고 만화의 성곽 같은 조잡하고 유치한 러브호텔들이 들어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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