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의 안뜰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깥뜰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로 시작해 "우계에는 안개비나 조금 오다 그친다는 남녀 유리로도 모인다"로 끝나는 박상륭 소설 《죽음의 한 연구》 첫 문장은 원고지로 2매를 꼬박 채울 정도로 길고복잡한 구조로도 유명하다. 일곱 개의 쉼표를 거쳐 마침내(!)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산천경개를 유람하듯 구불구불 이어지는 이 문장이 "어떤 것들은"이라는 주어와 "모인다"라는 술어로 완벽하게 추려진다는 사실은 일찍이 평론가 김현이 감탄을섞어 적시했던 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