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과수원
슬픔을 세는 단위를 그루라 부르기로 한다
눈앞에 너무 많은 나무가 있으니 영원에 가까운 헤아림이
가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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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선 비린내가 가시지 않습니다
어떤 물을 마셔도 바닷물을 받아 마신 듯 입이 쓰고 갈증이납니다
아침저녁으로 피를 씻어내는 일이 나의 묵상입니다
하지만 무엇으로도 씻기지 않는 것들이 끝내 나이겠지요
지금껏 나는 수없이 나를 죽이고
토막 난 자신을 마주해왔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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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창이 어두울 거라는 생각은 밖의 오해일 것이다
이제 내겐 아흔아홉마리 늑대와 한마리 양이 남아 있지만
한마리 양은 백마리 늑대가 되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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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손이 그의 손을 향해 다가와 포개지려 했다. 기노는 눈을꼭 감은 채 그 살갗의 온기를 생각하고 부드럽고 도도록한 살집을 생각했다. 그것은 그가 오랫동안 잊고 있던 것이었다. 꽤 오랫동안 그에게서 멀어져 있던 것이었다. 그래, 나는 상처받았다.
그것도 몹시 깊이. 기노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 어둡고 조용한 방안에서그동안에도 비는 끊임없이, 싸늘하게 세상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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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문제로 심각한 트러블을 겪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질척대는 감정적 갈등은 그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어느 순간 그불길한 먹구름이 지평선 저멀리에 모습을 드러내면 그는 곧장영리하게, 조금도 소란을 피우는 법 없이. 가능한 한 상대에게상처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몸을 빼냈다. 마치 점점 짙어지는 저녁 어스름에 섞여드는 그림자처럼 민첩하게, 또한 자연스럽게.
베테랑 독신자로서 그는 그런 기술에 정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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