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사랑법 - 돌보고 돌아보며 사랑을 배우다
우석훈 글.사진 / 상상너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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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꼽살로 팬이 된 자칭 C급 경제학자 우석훈님의 책! 그러나 딱딱한 경제관련 이야기 아니고, 우리 살아가는데 가슴 따뜻해질 이야기입니다. 겨울 눈밭에서 시린 앞발 하나 들고 눈을 맞추며 뭐라고 이야기하는 고양이 사진이 또 제 마음을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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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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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척에 그런 곳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곳들이 있습니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 같은 곳, 언제든 갑자기 먹고싶은 게 떠오르면 시간에 개의치않고 찾아가 야식 만들어달라고 하고 싶은 곳.

 

그리고 여기 아키코가 하는 빵과 수프가 있는 단아한 식당.


고양이 표지 때문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긴 하지만, 대체로 차분한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는데, 갑자기 울컥하는 곳들이 있어요. 아마도 지금 나의 심경과 맞물리는 곳들이어서 그렇겠죠. 그러다가 그만 후반부에 들어서는 눈물콧물 흘리며 펑펑 울어버렸습니다.

 

옆에 턱 고이고 잠자던 울 반려냥은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어쩔 수가 없었어요.

 내가 안고있는 문제, 언젠가는 다가올 일이라고 마음먹고 있는 문제였는데,

마음의 준비가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키코의 고양이 타로와

갑자기 사별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
이게, 이게, 남의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아키코는 타로를 잃고서야 타로가 살아있을 때 좀더 함께 하지 못한 일에 대해 후회합니다. 나도 그러지 않기 위해 울 고양이들과 매일매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긴 하지만, 아키코와는 달리 녀석들과 따로 놀아줄 시간이.....얼마나 될까요. 

요리 전문학교 졸업식때 선생님은 아키코의 두 손을 꼭 잡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내게 연락해요."
아키코는 그 말에 코끝이 찡해졌다.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말.

별거 아닌 것 같은데도, 정말 힘들때는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선대인 경제연구소에서 주최한 특강에 참석한 적 있었는데, 약한 연대의 힘을 강조하던 강사님이 있었어요. 매일매일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아니고, 어쩌다 몇달에 한번 연락하는 사람들, Strong tie의 반대편에 있는 약한 연대. 이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야말로 인생을 사는 동안 내게 큰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라면서, 어쩌다 이들로부터 도움 요청이 있을 때 귀찮다 생각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도우라는 말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던 기억과도 교차되네요.

 
힘들면 연락해.

우리들 어쩌면 쉽게 위로하는 말로 던지는 그 말이 그냥 읽히지 않았어요. 힘든 일 있을 때 연락하면 최선을 다해 나를 도울 사람들, 또는 내가 도울 사람들. 지금 내게 몇사람이나 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

요즘도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기다리는 손님이 있다. 얼굴이 익숙한 단골의 숫자도 늘었다.
"매주 이 근처 병원에 와야 하는데, 진료받은 후에 이곳에서 빵과 수프를 먹는 낙으로 오기 싫은 병원에도 오게 된다니까요."

 

가기 싫은 한의원, 에스테틱 가는 날이면 일부러 근처에 있는 맛집에 들러 돈까스, 만두칼국수를 먹는 즐거움을 생각하며 움직이곤 했었거든요. 아름다운 문장으로 읽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겠으나 요즘은 이런 일상적인 문장에서도 공감과 의미를 찾아내게 되는 것, 이것도 내가 나이먹어가는 증거일까요.

그래도 이 책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문구는 겉표지에 있는 "사소한 일에도 같이 웃어줄 사람이 곁에 있나요?", 그리고 소설속 타로를 닮은 귀여운 줄무늬 고양이 사진.

요리 전문학교 졸업식때 선생님은 아키코의 두 손을 꼭 잡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내게 연락해요."
아키코는 그 말에 코끝이 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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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다른 곳에 - 려강기행
김보경 지음 / 북하우스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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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생은 다른 곳에>를 검색하다가 생각지 않게 읽게 된 책.
려강 기행, 이라는 부제가 있고 재생용지를 사용한 듯한 내지에 용맹해보이는 뿔 달린 검은 소의 앞에서 나시족 전통의상 같은 옷을 입고 피리를 부는 여자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가 볼수록 단아합니다.

아주 독특한 여행에세이.
여백이 많고, 여행 현지의 사진 한장 없는.

리지앙.
꽤 오래전 우연히 알게된 누군가가 그곳을 여행하고 왔다면서 사진과 기념품을 챙겨보내주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 기억이 겹쳐지면서 이미 내게는 사진 이상의 추억이 덧대진 것 같은,
언젠가는 나도 그곳에 가보아야 할 것 같은 장소가 되어버렸어요.

어떤 여행에세이의 수명은 무척 짧기도 하죠.
그런데 사진 한 장없는 이 책은 두고 두고 읽게 될 것 같은 느낌.

'생은 다른 곳에'
랭보의 시구에서 권태를 떨치고 여행에 나섰던 저자는 어디에선가 반짝반짝 빛날 것 같은 생을 찾아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곳이 리지앙. 그리고 한달 여를 머물며 그는 이미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처럼 현실을 떠나 다른 삶을 살다가 돌아왔다고 합니다.

 

어쩌면 소설보다 더 로맨틱한 여행기, 라는 생각이 들지만

특히 불꽃놀이 구경가던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그의 느긋함이 야속했다. 우리는 꽤 많은 수입을 올리고 아량객잔 관먼 시간이 다가와서야 가겟문을 닫았다. 리지앙의 돌길엔 타고 남은 재들이 수북했다. 재속에 남아서 아직 반짝이고 있는 불씨들이 나의 마음에 불을 확확 당겼다.
"어디로 가니? 객잔가는 길이 아니잖아."
사장은 내가 모르는 길을 계속 걸어갔다.
"객잔이 더 멀어지잖아. 이러다가 관먼 시간 지나겠다."
"이리로 가면 남은 불꽃을 볼 수 있어. 아직 끝나지 않은 곳이 있단 말야."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는 건 화려했던 불꽃의 흔적뿐이었다. 낯설고 인적 없는 길에서 나는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많은 서러움과 공포가 밀려들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국말로 투덜거리며 욕하는 것 뿐이었다. 한참을 걸으니 아량객잔 가까운 골목이 나왔다. 그는 가슴을 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난 좋은 사람이야. 나는 좋은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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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 - 제41회 일본 문예상 수상작
야마자키 나오코라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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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시한 소설 한 편 읽어볼 음흉한(?) 시도였다면 실망하고 접기에 충분할 만큼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단순하고 잔잔합니다. 책 제목은 지극히 상업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책 표지나 내용도 상당히 깔끔하고 뭔가 부족한듯한 분량입니다. 시집 한권 같은 아주 작은 분량!

어느 시점부터 일본작가들의 작품읽기가 꺼려지지 않았는데요.

생각의 전환에 큰 기여를 한 이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쓴 야마오카 소하치로부터 가네시로 카즈기, 오쿠다 히데오, 야마다 에이미, 온다 리쿠, 미우라 시온, 이노우에 아레노, 아리카와 히로, 다나베 세이코 등등.

 

일본 작가들은 우리 작가나 서양의 작가들처럼 장황하게 감정이나 이야기를 시시콜콜 늘어놓지 않는 편. 그러니 속도감이 있고, 가볍게 시작해도 책의 끝자락에 가서는 뭔가 뭉근한 감동이든 뭐든 마음을 움직입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거, 이게 중요하죠.

 

까짓 적당히 얽고 섞으면 감동을 주겠지 하고 써서는 그러기 쉽지 않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려면 글속에 진정성이 있어야 해요. 진실되지 않은 것이 감동을 준다면, 그럴리도 없겠지만 오래 가지도 않을 겁니다.

 

 주인공 이소가이 미루메는 열아홉살의, 미술을 전공하는 전문학교 학생.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39살의 이 학교 강사 이노구마 사유리(유리)를 만나고 그녀의 그림 모델이 되면서 스무살의 나이 차는 아무렇지 않게 뛰어넘고 섹스를 나누는 사이가 됩니다. 그러나 유리는 이미 열세살 연상의 남편이 있어요. 불륜, 혹은 도덕적 지탄, 사랑의 성공적 결말 따위를 고민하지 않고 순간순간 만남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남편을 따라 미얀마 여행을 떠난다는 유리가 학교를 그만두는데, 돌아와서 연락하겠다고 말하던 여자는 돌아온 후에도 연락이 없어요.

 

크리스마스가 생일인 이소가이를 찾아온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면서 졸업한 후에도 계속 만났으면 좋겠다는 친구들에게 이소가이가 말합니다.

"만날수 없다고 끝이라니, 그런건 아니잖아?"

그런데 그 말은 친구들에게라기 보다는 더이상 만날수 없는 유리를 향한 사랑의 메아리처럼 들렸습니다.

 

유리가 왜 이소가이를 떠나려고 하는지,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는 이 작은 분량의 책속에서 많이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쉽게 남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대로 재단하는 우리들 독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열아홉살의 남자와 서른아홉살의 여자가 사랑하고 그 사랑을 이어간다면 그 결말이 행복으로 끝날 수 있는지.

 

작가는 굉장히 자극적일 수도, 통속적일 수도 있는 글을 담백하게 짧은 언어속에 풀어놓았습니다. 제목은 어쩌면 두사람의 사랑을 가벼운 스캔들거리로 만드는 사람들을 향한 경고의 한마디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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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공동체학교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살아있는 교육 17
윤구병.김미선 지음 / 보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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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서 책에 턱을 괴고 여유롭게 누워있던 고냥씨가 깜짝 놀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날 쳐다봅니다. 책 읽다가 크게 웃는 내가 이해불가라는 표정으로!

이유는, 변산공동체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이 쓴 글 읽으면서 아이들의 솔직하고 구김없고 밝은 표현과 행동 때문이었는데요.

아이들은 공동체학교를 좋아하기도 하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도 말했지만 아이들이 쓴 글을 읽는동안 평범한 가운데 은은하게 스며들어 보일듯말듯한 그 정서는 결국 공동체학교 내에서 배운 것이고 아주 소중한 경험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동저자중 한 명인 김미선 님이 <세상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지 않는' 일이 있다. 귀농도 대안학교 교사도 그런 일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런듯.

제 힘으로 앞가림하고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변산공동체학교가 나날이 발전해서 귀농하는 이도 늘고 아이들의 소망처럼 학생들도 많아져서 축구하다 금새 지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이 쓴 <조화로운 삶의 지속>에 이어 우리나라 공동체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알게 해준 <변산공동체 학교>보면서 나도 잠시나마 그 속의 일원이 된듯한 느낌으로 행복한 기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윤구병 선생님 말씀...

빠름과 느림을 효율성과 연결하는 것은 머리에서 나온 거잖아요. 머리는 꼭 써야할 때만 쓰고, 머리보다는 마음을 써야한다고 봐요. 머리를 쓰는 대신 마음을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머리는 이해관계를 따져서 목적을 이루는 쪽으로 자꾸 쓰게 되니까 그것은 천천히 써야하고, 마음을 쓰는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게 앞서는 것이니까 빨리 써야해요.

어느날은 덥다는 핑계를 앞세워 샤쓰만 입고 들어와서는 몸이 좋다고 대놓고 자랑하신다. 나이에 비해서는 괜찮은 편이라고 해줬더니 `나이에 비해`를 넣었다고 눈치 준다. 선생님도 순진한 면이 있기는 하다.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학교에 다니면서 저랑 제 동생이 버릇없이 군 걸 너그러이 봐주시고 웃음으로 대해주신것 고맙습니다. 괜히 선생님이 싫은 걸 보면 우리와는 전생에 원수지간이었나 봅니다. 2학기에도 기대하세요. 선생님도 속으로 이 웬수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하시죠?"

그런데 누군가 우리 학교에 공(농구공, 축구공)을 사주기로 해놓고 안사준다. 얻어먹는 놈이 웬 불평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약속을 했으면 사람 기다리게 하지말고 빨리 사줘야 하는 것 아닌가? 흥. 어쨌든 빨리 새 공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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