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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다른 곳에 - 려강기행
김보경 지음 / 북하우스 / 2003년 7월
평점 :
밀란 쿤데라의 <생은 다른 곳에>를 검색하다가 생각지 않게 읽게 된 책.
려강 기행, 이라는 부제가 있고 재생용지를 사용한
듯한 내지에 용맹해보이는 뿔 달린 검은 소의 앞에서 나시족 전통의상 같은 옷을 입고 피리를 부는 여자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가 볼수록
단아합니다.
아주 독특한 여행에세이.
여백이 많고, 여행 현지의 사진 한장 없는.
리지앙.
꽤 오래전
우연히 알게된 누군가가 그곳을 여행하고 왔다면서 사진과 기념품을 챙겨보내주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 기억이 겹쳐지면서 이미 내게는
사진 이상의 추억이 덧대진 것 같은,
언젠가는 나도 그곳에 가보아야 할 것 같은 장소가 되어버렸어요.
어떤 여행에세이의 수명은 무척
짧기도 하죠.
그런데 사진 한 장없는 이 책은 두고 두고 읽게 될 것 같은 느낌.
'생은 다른 곳에'
랭보의 시구에서 권태를
떨치고 여행에 나섰던 저자는 어디에선가 반짝반짝 빛날 것 같은 생을 찾아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곳이 리지앙. 그리고 한달 여를
머물며 그는 이미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처럼 현실을 떠나 다른 삶을 살다가 돌아왔다고 합니다.
어쩌면 소설보다 더 로맨틱한 여행기, 라는 생각이 들지만
특히 불꽃놀이 구경가던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그의 느긋함이 야속했다. 우리는 꽤 많은 수입을 올리고 아량객잔 관먼 시간이 다가와서야 가겟문을 닫았다. 리지앙의 돌길엔 타고 남은 재들이 수북했다. 재속에 남아서 아직 반짝이고 있는 불씨들이 나의 마음에 불을 확확 당겼다. "어디로 가니? 객잔가는 길이 아니잖아." 사장은 내가 모르는 길을 계속 걸어갔다. "객잔이 더 멀어지잖아. 이러다가 관먼 시간 지나겠다." "이리로 가면 남은 불꽃을 볼 수 있어. 아직 끝나지 않은 곳이 있단 말야."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는 건 화려했던 불꽃의 흔적뿐이었다. 낯설고 인적 없는 길에서 나는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많은 서러움과 공포가 밀려들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국말로 투덜거리며 욕하는 것 뿐이었다. 한참을 걸으니 아량객잔 가까운 골목이 나왔다. 그는 가슴을 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난 좋은 사람이야. 나는 좋은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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